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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시장의 소프트 랜딩
밥값보다 비싼 가격에 속은 쓰릴지언정 디저트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당신은 이미 디저트 마니아일지도 모른다. 세계 유명 디저트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황금기를 맞은 디저트 시장에서 취향에 맞는 달콤함을 찾아보면 어떨까.특별한 즐거움, 디저트틀에 박힌 삼시 세끼에서 벗어나 디저트만의 달콤함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은 곰이 꿀을 찾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 아닐까. 디저트는 식문화 중에서도 섬세한 매력을 지닌 분야다. 다채로운 재료의 조화, 과학적인 계량의 비법, 맛의 밸런스, 디자인적인 감각까지. 균형 잡힌 디저트를 대면하는 순간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디저트’의 어원은 ‘테이블을 치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Desservi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식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먹는 음식으로 전체 음식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역할을 해 메인 요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메인 메뉴가 다소 실망스럽더라도 디저트가 훌륭하면 모든 것이 만회될 정도로 디저트의... -
‘먹방’의 진화, 잃어버린 맛집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먹방’에 이어 이제는 ‘쿡방’이 대세라지만, 먹방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 팔도를 다니는 박진감 넘치고 군침 도는 영상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단, 쏟아져 나오는 먹방 속 맛집 정보에 수많은 맛객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여전히 먹방 홀릭 중제철 식재료와 맛있는 향토 음식, 숨은 고수의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은 예전부터 있었다. KBS-2TV ‘생생정보통’, MBC-TV ‘찾아라! 맛있는 TV’ 등은 방송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 된 원조 먹방 프로그램이다. 방송의 포맷도 비슷하다. 3월에는 제철 식재료를 찾아 산지에 가서 싱싱한 도다리회와 향긋한 도다리 쑥국을 맛깔나게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탄다. 매년 비슷한 메뉴가 나와도 방송 이후에는 어김없이 해당 식당 앞이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뿐이랴. 이색 식재료나 보양 식재료가 소개되면 순식간에 동이 나 한동안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찾아... -
짬뽕 라면 전성기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라면이 있는가 하면, 반짝 스타처럼 어느 날 진열대에서 사라진 라면도 있다. 짜장면과 함께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중화요리의 대표주자 짬뽕을 재현한 짬뽕 라면은 혜성같이 등장해 단기간에 전성기를 맞았다.지난해 프리미엄 짜장 라면의 인기로 라면 시장 규모는 2조원대를 넘어섰다. 2013년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라면 시장을 춤추게 한 주인공 프리미엄 짜장 라면은 굵은 면발과 큼지막한 건더기, 진한 짜장의 풍미로 스타일을 바꿔 소비자의 입맛 잡기에 성공했다. 짜장 라면에 이어 짬뽕 라면을 준비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맵고 얼큰한 라면이 부지기수로 깔린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프리미엄 짜장 라면의 인기로 짬뽕 라면에 대해 잊어갈 즈음 라면 시장의 대세가 짜장에서 짬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명 배우와 셰프가 총동원돼 황금 시간대에 폭격하듯 전... -
죽 한 그릇의 힘
한달음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음식을 만드는 데도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갈무리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소박하지만 깊은 정이 담긴 죽에는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는 힘이 있다.어릴 적 별다른 병을 앓는 것도 아닌데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이 있었다.연꽃무늬가 있는 소박한 백자 그릇에 담긴 흰죽에는 마치 병아리들이 뛰어노니는 것같이 달걀노른자가 점점이 있었다. 식구들이 입맛 없어할 때면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이 음식을 가족은 달걀죽이라 불렀다. 만드는 법도 번잡스럽지 않다. 쌀을 두어 시간 불린 뒤 냄비에 넣고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여 쌀알이 적당히 퍼지면 곱게 풀어둔 달걀을 넣어 화르르 끓인 다음 그릇에 담는다. 달걀을 넣어 보기에도 심심하지 않고 고소하기까지 해 금세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된다. 지금도 입맛이 없거나 야근한 다음날 입이 텁텁할 때면 어김없이 달걀죽 한 그릇이 식탁에 올라온다. 새벽녘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며 죽을 쑤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