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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수 - 세월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는 배추 된장국
늘 작품성을 인정받아왔지만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대중적 지지까지 끌어낸 드라마 감독, 표민수 PD에게 2011년 한 해는 아쉬웠지만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을 키운 해였다. 빡빡한 일정으로 몸 고생에 마음고생까지 더해졌다지만 그의 드라마는 여전하다. 그는 요즘 음식과 사랑이 버무려진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동료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려낸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은 표민수 PD의 절친이자 동료인 노희경 작가와 함께 찍은 마지막 작품이었다. 그리고 표민수 PD는 ‘커피 하우스’(2010), ‘넌 내게 반했어’(2011) 등 주로 트렌디한 멜로물을 연출하며 단맛은 물론 쓴맛도 봤다. 연출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를 맡은 ‘꽃미남 라면가게’는 라면가게를 배경으로 한 청춘 멜로물로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덕분에 촬영장과 작업실을 오가느라 바빠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2, 3일에 한 번은 집에 ... -
조경아 - 걱정과 슬픔을 잊게 하는 치명적 달콤함 초콜릿케이크
한국의 문화 중 외국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밥’으로 대체되는 일상의 대화라고 한다. “식사는 잘 하셨어요?”, “점심은 뭐 먹었니?”, “언제 같이 밥 한번 먹죠”와 같은 말들은 상대의 ‘안녕’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 원만한 관계의 출발을 예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호감과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로까지 확장된다. 그만큼 우리에게 ‘밥(식사)’이라는 것은 단순한 명사 이상의 깊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그 행위 속에 숨겨진 복잡 미묘한 파장을 진작부터 주목해온 이가 있다.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밥 먹는’ 사람들의 삶에 애정을 쏟아온 잡지 에디터 출신 조경아 작가. 그녀가 최근 함께 밥을 먹은 사람들과 나눈 추억의 기록을 묶은 책, 「더 테이블」을 냈다.“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일 똑같은 밥상을 차려내던 아내가 어느 날 하얀 밥 위에 완두콩으로 하트를 그려 식탁에 올렸다면 그 집의 아침 풍... -
노주현 - 좋은 사람들과 추억이 담긴 초당순두부
연기 인생 40여 년, 그동안 중후한 로맨스의 주인공부터 시트콤에서의 망가진 캐릭터, 예능 프로그램의 친숙한 패널까지 종횡무진 변신을 거듭해온 노주현(65)은 요즘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SBS-TV ‘폼 나게 살 거야’에 출연 중이다. 폐암에 걸린 어머니(이효춘 분)를 중심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폼 나는’ 인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식들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황혼이 되어 다시 만난 첫사랑에게 순정을 다하는 ‘조용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제까지 주로 연기해왔던 역할과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다.“급한 성격에 다혈질이고 다소 거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사랑 앞에서는 한 여자밖에 모르는 멋진 남자예요. 투박하고 뜨거운 캐릭터죠. 생전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이라 무척 재미있어요. 작품이 워낙 탄탄해서 그런지 주변 반응도 좋고요. 시청자들의 호응도 점차 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드라마를 시작한 이후로는 모든 촉수를 ‘조용팔’... -
이광희 - 함께 나누는 망고샐러드 & 샌드위치
“꼬마야, 그 생선 나 줄래?”출발은 장난처럼 건넨 말 한마디에서부터였다.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제 몸만 한 크기의 커다란 생선을 들고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 말을 붙인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구하기 힘든 그 척박한 곳에서 아이와 식구들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양식이 될 생선임을 잘 알고 있었다. 생선을 핑계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뜻밖이었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던 아이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줍게 생선을 내밀었다. 달리 생각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일수 있는 생선을 흔쾌히 내어주는 아이를 보며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황하던 그녀는 아이의 뒤편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너를 위해 망고나무를 심어줄게.”200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이광희(59)의 망고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순수한 마음으로 낯선 사람을 대하던 한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