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카메오 일기

  • “기쁜 우리 젊은 해”

    올해 만난 여배우 가운데 아름답다고 느낀 이는 엄지원이다. 인터뷰가 가장 즐거웠던 경우는 장 자크 아노 감독과 문소리를 만났을 때이다. 기대 않고 보다가 흠뻑 빠져든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 실망감이 컸던 영화는 ‘야수와 미녀’ 등이다. 카메오의 기자수첩 2005를 공개한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때이다. 엄지원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극장전’의 김상경·이기우 등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으며 입장하는 그는 정말 아름다웠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면서 강림하는 ‘천사’ 같았다. 주변에 ‘한국 여인’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아름다움은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는 등 그는 월드스타로서의 기본을 갖추고 있었다. 평소 영어회화 공부를 해왔다는 데에선 여느 여배우들에게서 볼 수 없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차기작 ‘야수’ ‘가을로’ 등이 기대된다. 연기력이 돋보인 배우는 황정민과 문소리, 이영애...
    [카메오 일기]“기쁜 우리 젊은 해”
  • “미련한 곰탱이라고요?”

    ‘베어’ ‘꼬마돼지 베이브’ ‘102달마시안’ ‘히달고’ ‘폴리’ ‘투 브라더스’.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다. 한국 영화 ‘꼬리치는 남자’ ‘가문의 영광’ ‘마지막 늑대’ ‘YMCA야구단’ 등에도 동물이 나온다. 동물영화 뒷이야기. ‘꼬리치는 남자’에서 개는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조련사 두 명에 욕실을 겸비한 숙소와 전용 자동차를 제공받았다. 리허설 때 개는 쉬고, 연출부 감독 지망생들이 개를 대신했다. 개의 나이가 여덟 살로 노년인 점을 감안, 조련사는 아비를 닮은 이 개의 아들도 데려왔다. # 언제나 사랑을 하려나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외국 영화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이는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다. ‘불을 찾아서’ ‘베어’ ‘연인’ ‘티벳에서 7년’ ‘에너미 엣 더 게이트’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그는 이번 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된 ‘투 브라더스(Two Brothers)’의 감독으로 초청됐다. 그는 일간지 기자들과 가진...
    [카메오일기]“미련한 곰탱이라고요?”
  • “엑스트라라도 좋다, 시켜만 다오”

    류승완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 행인을 자청,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임수경씨는 박찬욱 감독의 요청으로 여자 교도소 현장 조언을 해주다가 교도관으로 출연했다. 찾아가느냐 기다리느냐, 비중을 따지느냐 개의치 않느냐. 카메오 인생의 성패 또한 선택에 달려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한 게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친절한 금자씨’에서 류 감독의 배역은 행인. 여고생 금자(이영애)가 백선생(최민식)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할 때 지나가는 인물이다. 그 사람이 류 감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촬영 현장에 있던 영화인들과 그 측근뿐일 정도로 미미한, 말 그대로 행인이다. 그럼에도 류 감독의 출연은 기자들과 관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그가 한낱 행인으로 출연했기 때문이 아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류승완이 우정출연자로 나올 때에야 그가 출연한 사실을 안데다 모두 어떤...
    [카메오 일기]“엑스트라라도 좋다, 시켜만 다오”
  • “돈을 갖고 튀어라”

    출연하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돈을 갖고 튀어라’다. 이 영화의 스틸이다. 집사람을 감동시킨 일화를 촉발시킨 ‘홀리데이 인 서울’의 진희경씨도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듯하다. 올 들어 출연한 영화가 전무하다. 필모그래피가 개봉 기준으로 기록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이 올해 영화지만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초에 촬영했고, 금년에는 카메라 앞에 서보지를 못했다. 거론된 영화가 없던 건 아니다. 일례로 ‘외출’(감독 허진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등이 있다. ‘외출’은 허진호 감독에게,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이 영화 제작자 이진숙 대표에게 부탁했다. 모두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 ‘외출’은 이 영화 프로듀서에게서 촬영 날짜까지 연락을 받았다. 촬영을 하루 앞두고 촬영이 한 주 연기됐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아무 연락이 없었고 촬영은 끝나고 말았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카메오 일기]“돈을 갖고 튀어라”
  • “안녕, 토플리스!”

    ‘안녕’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이(hi)와 굿바이(bye)다. 소아암 환자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안녕, 형아’의 안녕은 하이를 의미한다. “안녕, 칸!”의 안녕은 굿바이를 뜻한다. 미련이 없지 않지만 칸 국제영화제에는 이제 그만 가고 싶다. 그만큼 이번 출장은 힘들었다. “토플리스 실컷 보고 좋았겠네?”칸 출장 소식이 알려진 뒤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적지 않았다. 일부는 지중해 칸 해변과 그곳의 토플리스 미녀들을 들먹이며 대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해변은 영화제 폐막 후 귀국하기 전날 숙소에서 멀지 않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을 30분쯤 걸어봤다. 숙소 한가운데 야외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토플리스 미녀들을 보기는 했지만 이번 출장은 여러모로 최악이었다. 오죽했으면 라면을 여유 있게 20봉지 가져갔는데 후배들과 나눠 먹으면서도 절반이 남았을까.  아무튼 이번 출장에선 지난달에 밝혔듯 출연작을 외국인들...
    [카메오 일기]“안녕, 토플리스!”
  • World of cinema“헬로 칸!”

    ‘그때 그사람들’이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다. 이로써 출연작 가운데 칸과 인연을 맺은 작품이 ‘박하사탕’과 ‘취화선’ 등 3편이 됐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칸에서 수상 소식을 전할 수 있을는지, ‘그때 그사람들’을 외국인들과 함께 볼 때 어떤 기분이 들는지 기대가 크다. 출연작 3편이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배우로는 최민식에 이어 내가 두번째다.  최민식과 거의 동급이 된 것이다. 독자들은 비웃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카메오고 최민식은 주연 배우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 최민식과 동급? 매년 5월이면 세계 각국 영화인들의 관심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작은 도시 칸(Canne)으로 향한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평균 75개 안팎의 국가에서 4천여 명의 언론인들이 취재 일선에 뛰어드는 데서도 영화제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제는 올해로 58회를 치렀다. 한국 ...
    [카메오 일기]World of cinema“헬로 칸!”
  • “날 밀어줄 여성 누구 없소?”

    대작의 뒤에는 ‘여인’이 있다. 출세의 이면에도 ‘여인’이 있다. 임권택·강제규·곽경택 감독, 배우 설경구의 대작과 출세는 여인 덕분에 가능했다. ‘나도 날 밀어줄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작(大作) 뒤에는 ‘여인’이 있다. ‘쉬리’는 강제규 감독의 아내, ‘친구’는 곽경택 감독의 여동생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 감독의 아내는 탤런트 박성미. 그는 남편이 1년 넘게 작업한 끝에 내놓은 ‘대국전’(영화 ‘쉬리’의 원제) 시나리오에 적잖이 실망했다. “분단과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오락으로 갔어야지, 이건 이도 저도 아닌 졸작”이라고 혹평을 퍼부은 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시 강 감독은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도 한 ‘지상만가’(감독 김희철)의 실패로 서울 집을 날리고 형의 도움으로 마련한 경기도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었다. 강 감독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을 유지하...
    [까메오일기]“날 밀어줄 여성 누구 없소?”
  • “키~스할까요?”

    영화 ‘고해’와 연극 ‘요한을 찾습니다’에서 키스신을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키스신은 가짜. ‘고해’에선 고개를 돌려 카메라 앵글에 뒤통수가 보이도록, ‘요한을 찾습니다’에서는 양손으로 입 주변을 가려 진짜처럼 보이도록 했다. 요즘은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영화에서도 남녀 배우의 키스신이 심심찮게 나온다. ‘잠복근무’ 등 키스신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도 적지 않다. 키스신 에피소드와 체험담. 말 많았던 키스신키스는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손등은 존경, 이마는 우정, 뺨은 호의, 입술은 사랑, 감은 눈시울은 동경, 손바닥은 원망, 팔목에 하는 것은 욕망의 키스라고 했다.  요즘은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영화에서도 남녀 배우의 키스신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가운데 ‘잠복근무’(15세 이상 관람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15세 이상 관람가), ‘폴리와 함께’(15세 이상 관람가), ‘Mr.히치:당신을...
    [카메오일기]“키~스할까요?”
  • (15)“나도 대타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배우들은 판단을 잘못 하는 바람에 흥행작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굴러 들어온 복을 내친 이와 같은 경우와 달리 대타로 기용됐다가 홈런을 날린 사례 또한 허다하다. 배우들은 이에 대해 “다 자기 밥그릇이 있다”고 말한다.  ‘쉬리’에서 주어진 배역은 박무영(최민식) 일당에게 위협받는 변전소 직원. 그런데 촬영 일정과 뉴욕 출장이 겹쳤다. 출연이냐, 출장이냐. 고민 끝에 출장을 선택했는데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 되고 말았다. 설경구는 ‘박하사탕’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한석규가 ‘박하사탕’의 김영호 역을 고사하지 않았다면 설경구의 배우 생활은 과연 어떤 행보를 거쳤을까(사진 위). ‘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도 마찬가지. 장동건은 정준호, 유오성은 차인표의 대타로 동수와 준석 역을 맡아 인생 역전을 꾀할 수 있었다.국민배우 안성기는 ‘은행나무 침대’(감독 강제규)의 수현 역을 고사했다. 이 역은 한석규에게 돌아갔고, 한석규는 ‘닥터 봉’(감독 이광훈...
    [카메오 일기](15)“나도 대타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 “그도 처음에는 가마꾼이었다”

    배우들은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경구로 삼는다. 한석규 등 유명 배우들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철저하게 실천한 이들이다. 한석규와 함께 한 ‘접속’과 ‘그때 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와 경험을 안겨준 소중한 작품이었다. 영화나 연극에서 단역이 작품을 망쳐놓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경구(警句)로 삼고 있다. 유명 배우들은 무명 때부터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철저하게 실천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한석규의 데뷔 시절 이야기를 손꼽을 수 있다.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90년 KBS 성우로 데뷔, 91년 MBC 탤런트로 새 출발한 한석규의 첫 출연작은 베스트셀러극장 ‘다리’였다. 이 드라마에서 동기들과 함께 가마꾼 역을 맡은 한석규는 자신이 전후좌우 어디에 위치한 가마꾼인지 어떤 행차인지 등을 분석, 준비를 철저히 한 뒤 연기에 임했다. 춘사 나운...
    [카메오 일기]“그도 처음에는 가마꾼이었다”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