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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예능인의 자존심 개그맨 송은이
‘무한걸스’의 송은이는 ‘송선배’다. 데뷔 15년, 같은 아파트 사는 꼬마들도 송 선배라고 부른다. 최근 막을 내린 ‘진실게임’의 터줏대감은 유재석이었지만, 송은이가 있어서 더 빛날 수 있었다. MC 유재석도, 2천7백 명의 일반인 출연자들도.‘무한걸스’라는 난장 위의 기싸움15년 동안 예능인으로 살아왔지만, 그 흔한 인터뷰 한번 안 했다. ‘왜 나에 대해 궁금해할까?’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살았던 적도 없고, 배꼽 잡게 만드는 ‘대박’도 없었다. 교양과 예능을 넘나드는 동안 쌓였던 ‘웃음’에 대한 갈증은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에서 푼다. 신봉선이 제아무리 힘이 세도, ‘송 선배’의 육두문자 한마디면 정리가 된다.장기자 : 인터뷰를 잘 안 하는 이유는 뭐죠? 본인에 대해 말하는 게 쑥스러우신가요?것도 있고. 제가 독자라면 저에 대해 별로 안 궁금할 것 같아요(웃음). 전 그냥 친근한 사람이지 궁금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 지난번에 큰맘 먹고 잡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잡지... -
⑬내리는 비는 맞는 것이 순리 주영훈
얇게 째진 눈 때문에, 웃어도 얄미워 보였다. 손에 꼽히는 히트 작곡가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주가를 올렸다. 연예계 구설수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려 별명은 ‘주설수’가 됐다. 지난해 ‘학력위조 파문’은 결정타였다. 다시금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예쁜 아내마저 없었다면 이 남자, 어떻게 살았을까.학력 파문 이후에는지금은 잠잠하지만, ‘학력위조 파문’이 휩쓸고 간 흉터는 깊었다. ‘비가 오면 일단 피하고 보자’고 생각했던 건 미성숙의 방증이었다.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동안은 또 다른 성숙의 기간이기도 했지만, 대중은 아직 그를 잊지 않았다. 주영훈(39)은 ‘물 흐르는 대로’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남자가 됐다.장기자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에 나오신 것 봤어요. 오랜만에 어떠셨어요? 그동안 예능 판도도 많이 바뀌었는데요.작가가 섭외할 때, ‘일주일만 컴퓨터 끄고, 눈 딱 감고 하시죠’ 그랬어요.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서 일본에 다녀왔는데. 돌아와서 미니 홈피를 보니... -
카덴차를 연주하는 연주자처럼 배우 임현식
북한산 자락의 목련은 성급하게 지고 있었다. 구름도 없는 하늘은 비현실적이었다. 넓은 마당을 돌아나가는 바람은 처마 밑에 달린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담벼락도 없는 송추 한옥집 마당에서 임현식은, 개와 놀고 있었다. 3월 한 달은 아주 녹아내렸지, 너무 바빠서지난 4월 8일, 둘째 딸을 시집보냈다. 아버지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마음을 돈독하게 먹고, 살짝 웃었다. 올 가을에는 막내딸도 시집을 보낼 생각이다. 땅은 놀리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서, 모처럼 촬영이 없는 오늘 같은 날은 쟁기질을 해야 한다.정기자 집 주변이 너무 좋아요. 목련꽃, 벚꽃이 막 지고 있어요, 지금.일주일 전에 좋았는데. 목련은 한 일주일, 십일 정도면 져버리더라고. 좀 있으면 라일락도 피고 아카시아도 피고. 그러고 나면 초목이 그냥 녹색으로 우거지고. 그럼 여름엔 아주 그냥 케케한 상태로 또 살고, 덥게. 가을에는 색깔이 좀 변하고…. 여긴 에어컨이 별로 소용없는데, 더울 때는 역시 덥... -
꿈꾸는 사람의 외로운 질주- 이경규
진흙탕에 몸을 던지고, 양재천에 텐트를 치고 3개월 동안 살기도 했다. ‘이경규’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숱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가 항상 새로웠다는 증거다. 한국을 오래 떠나 있을 때는, 뜬금없이 이경규가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목욕탕에서 진행된 녹화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다섯 시간 동안 물 속에 있었다. 이경규는 주문한 커피에 각설탕을 넣고, “담배 좀 피워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 피곤한 건, 녹화 때문만은 아니다.정기자 담배는 많이 태우세요?한 갑은 피우는 것 같아요. 전에는 두세 갑씩 피웠죠. 난 몸에 안 좋은 거 좋아해. 알코올, 카페인, 커피 같은 거. 맨 이런 것만 좋아하고. 정기자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셨을 때는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죠?”가 고민이셨죠. 그냥 하신 말씀은 아니죠?영화도 그렇고, 그렇게 힘들게 안 살아도 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금 감독하고 저하고 둘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
⑨빈자리에 채운 자유 김동률
김동률은 조숙한 모범생이었다. 음악에는 빈틈이 없었다. 4년 만의 5집 앨범 「모놀로그(Monologue)」는 편하게 썼다. 솔직하고 개인적인 수필 같은 노래다. 전에 없던 빈틈이 반갑지만, 그렇다고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수필처럼 편하지만, 무게는 덜하지 않은이미 다섯 명의 인터뷰어를 만난 후였다. 이후 예정된 인터뷰도 하나 더 있었다. 일곱 명의 인터뷰가 새 음악과, 그간의 삶에 대해 물었을 거다. 김동률은, 예민하게 지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장기자 어제 오늘, 인터뷰 많이 하셨죠? 어찌 보면 인터뷰도 비즈니스의 일환인데. 비슷한 질문도 많을 거고, 한 말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힘들지는 않으세요?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질문이 없을 수는 없지만. 조금씩 다 달라요. 음악을 들은 느낌도. 중점적으로 묻고 싶은 것도 다르고. 여자와 남자도 다른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고. 힘든 것과 별개로 재미가 있었어요. 저는 사실 인터뷰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어요. 기자... -
⑧가늘고 길게 가는 삶의가치 박미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박미선을 만난다”고 했더니 “사람 참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두 명이 아니다. 박미선은 그렇게 산다. 끊임없이 자신을 소진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며 웃는다.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얻는 게 많아 항상 행복하다는 이 예쁜 여자의 겨울.‘꽃집 아가씨’가 된 미선 언니한 달 전, 박미선은 꽃가게 사장이 됐다.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미서니플라워(www.misunny.co.kr)라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차고 넘치는 시대, ‘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잘나가는 연예인의 욕심’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마흔둘인 그는, ‘불안’을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꾸 다른 것을 하게 만들어요.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고 현실이 점점 어려워지니까. 다른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그동안은 준비하지 않고 시도했기 때문에 실패했죠. 이번에는... -
⑦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배우 최불암의 체취
‘최불암’이라는 이름 석 자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좋은나라운동본부’ 본부장이라서 담배를 끊었고, ‘내가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뒤집히는 거’라며 맥주 한 모금도 참는다. ‘김 회장’으로 아랫목을 지킬 때는 TV 앞에 앉아 있을 한국의 모든 아버지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풍기는 체취는 ‘그냥 무의미하다’는 배우 최불암의 11월 11일.그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몇 번이나 전화벨이 울렸다. 이날의 인터뷰도, 최불암(67)에게는 두 번째였다. 기대앉은 빨간색 배경은 최불암과 잘 어울렸다. 그는 꺼지기 직전에 화륵거리는 촛불처럼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먼지처럼 가볍지만, 지나온 그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벌써,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젊은 사람들 모이는 데 가면 조심스러워지고, 그들이 불편할까봐 눈치를 보게 됐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유’를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건 ‘삼십대’나 ‘사십대’ 같은 인생의 한때 느껴지는, 작은 조각 같은... -
다시 돌아온 ‘광대’ 김명곤
스크린에서 구성진 판소리 가락를 뽑아내는 표정도, 정장을 하고 공직에 있었던 모습도 그에게는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의 느낌도 그랬다. 온갖 풍진을 겪어왔을 50대 중반의 ‘광대’는 여전히 백지(白紙) 같았다.7년 반 동안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했던 김명곤(55)이 다시 배우로 대중 앞에 섰다. ‘대조영’에 이어 방송되는 KBS -1TV 대하사극 ‘대왕 세종’(윤선주 극본, 김성근 ·김원석 연출)에서 그는 조선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고려 황실의 후예 ‘옥환’ 역을 맡았다. 고려에는 충신이지만 조선왕조 입장에서는 역적에 해당하는 혁명가다. 귀향한 기분으로 다시 선 놀이판장기자 고향에 돌아온 듯하다는 소감을 밝히셨는데, 고향이라는 게 마냥 좋고 반갑기만 한 곳은 아니잖아요. 만감이 교차하셨겠어요.예리하네요(웃음).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살아온 촬영 현장으로 돌아와 오랜만... -
신작 ‘M‘ 선보이는 영화감독 이명세
영화가 대중예술인 것은 필연이다. ‘반보’만 앞서가야 한다. 그래야 대중도 이해하고 평단도 좋아한다. 대중의 지적(知的)·미적(美的)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즐거움 또한 선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딱 ‘반보’다. 물론, 이명세도 반보만 앞서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걸 어쩌나. 그는 ‘박자 감각’이 없단다. 숫자 감각도 없고 그렇단다. 그래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이명세의 영화”가 즐겁고 가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니까.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봤던 그의 얼굴은 `‘아스팔트’ 같았다. 단단하고 고집스러웠다. 거칠고 매캐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앉으나 서나 영화 생각’만 하는 감독이고 그 고집은 ‘황토(黃土)’처럼 순수했다. 지난 9월 7일 인터뷰 당시 영화 ‘M’은 토론토 국제영화제 비전(Vision) 부문에 초청된 상태였다. 공개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약 일주일 후, “강동원 주연 ‘M’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라는 헤드라인으로 전하는 보도가 나오... -
⑤남성복 디자인의 ‘국가대표’ 디자이너 장광효
‘디자이너’라는 직업에는 ‘카리스마’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패션계는 특히 그렇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국 「보그(Vogue)」 편집장 ‘안나 윈투어’나 전 구찌(Gucc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톰 포드가 그렇다. 까탈스럽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그들은 세련된 ‘패션 피플’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장광효에게는 그 ‘과장된 카리스마’가 없다. 대신 나긋나긋한 말투와 순수한 감성이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 남성복 디자이너이자 사려 깊은 남편인 디자이너 장광효를 만났다. 관용과 포용의 매력, 비합리적인 일은 ‘명상’으로장기자 : 이번에 드라마 의상 디자인을 맡으셨죠? ‘국립수라원’. MBC에서 방영할 거 같아요. 휴가 다녀와서 감독과 통화했더니 MBC에서 프러포즈 와서 결정은 아직 안 났지만, 할 것 같다고. ‘국립수라원’은 전통 있는 학교예요. 원래는 고려 때인데, 2백 년 된 학교로 나와요. 젊은 스타가 40~50명 나오고, 나이 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