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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피임약, 감기약처럼 쉽게 살 수는 없을까?
사후 피임약은 대표적인 응급 피임법이다. 성관계 시 피임하지 않았거나 실패한 모든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피임법으로, 배란을 막거나 난관의 운동성을 통해 정자가 난관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자궁내막을 변형시켜 착상을 막는다.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한 번 복용하거나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한다.한때 사후 피임약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다. 응급 피임약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이었다. 사후 피임약은 응급 시에 복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검토한 적 있지만 의료계와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됐다.의료계의 반대 이유는 사전 경구피임약에 비해 10배 높은 호르몬 투여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반면 여성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는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는 응급약인데,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성을 임... -
준비하지 못한 성관계 ‘모닝 필’이 있다
준비하지 못하고 성관계를 갖게 되더라도 절망하긴 이르다. ‘모닝 필’이 있다. 바로 사후 피임약을 이르는 말이다. 피임을 하지 않았거나, 콘돔이 찢어졌거나, 질외사정에 실패했거나, 이 모든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피임법이 바로 응급 피임법이다.응급 피임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 사후 경구피임약과 구리 루프가 있다. 그러나 사후 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구토·부정출혈·유방통 등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구리 루프 또한 골반염의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플랜 B’로, 그야말로 응급시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사후 피임약은 배란을 막거나 난관의 운동성을 통해 정자가 난관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자궁내막을 변형시켜 착상을 막는다. 만약 수정란이 착상된 후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관계 후 최대한 빨리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늦어도 3~5일 이내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72시간 안에 한 번 복용하거나 12시간 간격으... -
남성용 피임약은 왜 없을까?
역사적으로 남성용 피임약은 제약회사의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용 피임약은 여러 형태로 출시되고 있지만, 남성용 피임약은 1960년대 중반부터 연구 중이라는 기사들이 나왔음에도 시판된 것은 없다.남성용 피임약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욕이나 성적 능력이 감퇴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자의 생성이나 성숙 혹은 배출만 막으면 된다. 최근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돼 임상시험 중인 남성용 피임약들은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다. 성욕과 성적 능력을 감퇴시키지 않고 정자의 생성을 억제하는 먹는 피임약, 등·어깨 등에 바르면 피부를 통해 흡수된 합성 프로게스틴 성분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감소시켜 정자의 성숙을 억제하는 보디젤 타입 등이다.처음 남성용 피임약(호르몬제제)이 개발됐을 때 분명 피임 효과가 있었음에도 제약회사를 구하지 못하거나 제약회사의 임상시험 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다. 임상시험에서 탈락한 이유는 감정적 이상, 메스꺼움, 구토, 혈전 가능성 등 부작용 탓이... -
성범죄자 꼼짝 마! 화학적 거세에 '주사용 피임제' 쓴다
주사용 피임제는 한 번 맞으면 3개월 동안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보통 여성의 팔이나 둔부·허벅지에 맞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주사제로 데포-프로베라(Depo-Provera®)인 DMPA(Depot Medroxyprogesterone Acetate)가 있다. 이는 프로게스틴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관 점액을 끈끈하게 해서 정자가 통과하기 어렵게 하는 원리를 지닌다. 데포-프로베라는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차단하는 효과로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대체요법에 사용되기도 하며, 미국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위해 성범죄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화학적 거세, 즉 화학적 약물치료는 아동 성범죄자와 같은 상습 성범죄자들에게 가해지는 의학적 제재를 말한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1929년 덴마크가 최초로 시도했고, 이후 많은 유럽 국가가 수십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로 정의하고 있다.물리적 거세가 외과적인 수술로... -
독신생활이 '보약 1000첩'보다 낫다고?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가 성관계를 맺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예나 지금이나 혼인 이후다. 그러나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연령만을 비교하면 옛날과 지금의 혼인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혼인 적령을 로마법과 나폴레옹법전에서 규정했는데, 로마법에서는 남자 14세와 여자 12세였고 나폴레옹법전에는 남자 18세와 여자 15세였다. 조선에서는 ‘경국대전’에서 최초로 혼인 연령을 규정했는데, 남자 15세와 여자 14세부터 혼인을 허락했다고 나온다.과거에는 ‘주자가례’에서 권장하는 남자 16~30세, 여자 14~20세 사이에 혼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7년 민법 개정으로 혼인할 수 있는 연령이 남녀 모두 만 18세가 됐다. 그 이전에는 남자 18세와 여자 16세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남녀의 혼인 연령에 차이를 두던 것이 일반적이었다.조선시대에도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있었다. 주로 임신하는 법, 좋은 자손을 ... -
68혁명과 바티칸 룰렛 ‘19일 자연피임법’
1968년은 이탈리아에서 여성 성해방의 혁명적 전환기로 본다. ‘68혁명’은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독일과 이탈리아로 번지더니 체코와 영국을 거쳐 미국과 일본으로까지 확산됐다.‘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상상력에 모든 권력을’ ‘도망쳐라, 낡은 세계가 너를 뒤쫓고 있다’ 등의 파리 선전물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는 저항과 해방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망으로 가득했다. ‘68혁명’은 정치혁명인 동시에 20세기 인류문화의 근본을 바꾼 의식혁명이자 문화혁명이었다.당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력이 여성들에 의해 충족됐고, 새로운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정치권력이 성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오랜 허물을 벗기 시작했고, 대학에서도 성교육에 관한 강의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임신중절이나 오르가즘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이 오갔다. 1968년이 분기점이 돼 일어난 변화였다.남성들의 사랑과 성관계에 대한 인... -
한국 가족계획사업의 역사 '정관수술과 아파트 분양권'
196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1962년에는 15세 미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했다. 인구과잉에 맞선 가족계획사업이 중요한 국가정책 중 하나였고, 산아제한 운동이 시작됐다.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다. 1961년에는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창립됐고, 보건사회부는 수입이 금지됐던 피임용 의약품과 피임용구에 대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것’에 한해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전국에 가족계획상담소를 설치했으며, 빈민층 4만명에게 피임기구와 피임제를 무료로 나눠줬다.1963년 보건사회부는 전국 각 시·도립병원과 보건소에서 정관수술을 하도록 장려했다.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정관수술비를 지원해 주었고, 1970년대에는 아파트 분양 우선권까지 주었다. 1977년 4월 국민주택청약부금제가 생긴 후 공공주택 분양권을 ‘불임수술을 받은 가구’에 우선적으로 준 것이다. 분양권을 가진 사람이라도 부부 중 한 사람이 불임시술을 받은... -
황체호르몬 추출 성공 '경구피임약' 탄생
1940년대 초에 황체호르몬은 동물에서만 추출 가능해 세계에서 가장 구하기 힘들고 비싼 약이었다. 아주 소량을 생산하는 데도 몇 톤의 동물 뇌수와 척수가 필요했을 정도다.러셀 얼 마커 교수는 이 황체호르몬을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얻고자 연구를 시작해 400종 이상의 식물을 관찰했다. 그러다 마침내 멕시코산 열대과일인 ‘카베자 데 네그로’의 덩이뿌리에 충분한 양의 황체호르몬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했다. 마커 교수는 홀로 연구해 추출한 황체호르몬을 샴페인병 2개에 담아 멕시코시의 한 제약회사에 가져갔다. 두 병에 든 황체호르몬은 당시 시가로 16만 달러(1억 9000만원) 이상이었다.마커 교수는 이 황체호르몬을 가지고 1944년 멕시코 제약회사인 신텍스를 공동 설립했으나 분쟁으로 인해 프로게스테론 합성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듬해 회사를 떠났다. 그해 책임자로 로젠 크라츠가 합류했고, 그는 1949년에 칼 제라시를 영입했다. 1951년 루이스 미라몬테스가 경구용 피임약의 주... -
미국 낙태법의 역사 '셰리 핑크빈'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와 국회는 늦어도 올해 안으로 개선 입법을 이행해야 하고, 이때까지는 한시적으로 현행법이 유지된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낙태 관련 법안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5월 앨라배마주에서는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오는 7월1일부터 미시시피주에서는 이른바 ‘심장박동 낙태 금지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바로 태아의 심장박동이 들리는 임신 약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다.미국 낙태법 역사에서 기억되는 중요한 인물 중에 ‘셰리 핑크빈’이 있다. 1950~1960년대 미국 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셰리 핑크빈은 1962년 다섯 번째 임신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로부터 태어날 아이가 심각한 기형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고 중절수술을 권유받는다. 교사였던 남편이 학생들을 데리고 유럽투어를 갔을 때 일반 상점에서 구입해 온 수면... -
페루 강제 불임수술이 만든 '조용한 희생자'
1990년대 페루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1990년부터 10년간 집권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부는 30만 명의 여성과 2만 명의 남성에게 강제로 불임수술을 시켰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가족계획 사업의 일환이었고, 이 잔인한 피임의 대상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후지모리 정부의 ‘생식건강과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원래 빈곤층에 혜택을 주는 자발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국제기구와 원조기구에서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불임수술’은 없었다. 각종 거짓말과 위협, 때로는 무차별적인 힘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임수술을 받았다.예를 들어 출산하고 얼마 후면 보건 공무원이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성을 데리고 가서 수술을 시키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마취나 수술 후 관리도 없었고, 심지어 수술 전 병원 청소를 시키기까지 했다. 만약 응하지 않으면 신생아를 등록해 주지 않거나 자녀를 더 낳으면 감옥에 보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