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하하횡성한우시장’ 알고 가니 더 즐겁네
전통시장 구경은 우선 옛 추억을 떠올릴 물건들을 만나거나 그 지역만의 특산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래를 흥정하면서 느끼는 삶의 향기 또한 전통시장 구경이 안겨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하지만 전통시장에 간다고 해서 그냥 재미가 폴폴 풍기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 구경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기 위해서는 그 시장의 역사와 애환, 그 시장만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 등을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우하하횡성한우시장’ 역시 알고 가면 더욱 재미난 우리의 전통시장이다.‘횡성’ 하면 때깔 좋고 도톰한 한우 한 점이 불판에 올라 있는 모습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을 한우 고깃집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은 횡성을 비롯한 강원도에서 나는 온갖 산물들을 파는 종합시장이다. 고기를 파는 곳은 정육점 1곳과 셀프식당 2곳 등이 전부다.서울과 경기에서 보면 횡성은 강원도로 들어가는 초입으로, 예부터 한양과 강... -
한 지붕 아래 세 시장 ‘원주 중앙동’ 시장통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유명 관광명소를 갔다가 그 인근에서 더욱 멋진 풍광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종종 있다. 또 무슨 요리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정작 본요리보다는 밑반찬에 반해 단골이 된 맛집들도 더러 있다. 딱 그런 느낌의 전통시장이 강원도 원주시의 ‘자유시장’이다.원주시를 대표하는 60년 전통의 ‘자유시장’은 본래 미국 제품이나 군복 등 군대물품을 재가공해 파는 난전이 서면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양키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그렇게 사람이 모이게 되자, 그동안 팔기만 하던 밀가루로 직접 칼국수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시장의 뼈대가 세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987년 현대화시장으로 재건축돼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자유시장’의 매력 포인트로는 우선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맛집들을 꼽을 수 있다. 돈가스·손만두·칼국수·떡볶이집과 추억의 찻집 등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맛집들이 즐비하다. 하나같이 원주시민들로부터 30년 이상 꾸준히... -
‘영북 최고’ 넘어 ‘강원 제일’ 꿈꾸는 양양전통시장
강원도 양양군은 인제·홍천군과 함께 강원도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크지만 인구는 2만7000명에 불과하다. 지형은 험준한 산들이 많이 솟아 있고, 남대천 등 여러 하천을 따라 평야가 펼쳐지기도 하며, 바다까지 끼고 있다. 또 태백산맥의 급경사이면서 동해와 접하는 해안에 위치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강수량도 많다. 자연환경이 이러니 양양 땅과 하천, 바다 등에서 나는 것 또한 많다. 비록 사는 사람이 적어 군세(郡勢)는 약하지만 거둬들이는 산물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복숭아·배 같은 과일과 느타리·표고·송이 등은 전국에서도 손꼽아 주는 특산물이다.이들 양양의 산물들뿐 아니라 강원도, 아니 전국의 숱한 먹거리와 물건들이 ‘4’와 ‘9’로 끝나는 날이면 양양5일장으로 모여든다. 양양5일장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백과 검색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을 다녀간 블로거... -
싱싱한 해산물이 '펄떡'···‘삼척번개시장’의 5월은 맛있다
전국에는 많은 재래시장이 있다. 이들 시장은 대개 ‘민속’이나 ‘풍물’ 등 전통의 분위기를 풍기는 낱말이 들어가곤 한다. 직접 ‘전통’을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모든 시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삼척번개시장’처럼 말이다.‘번개시장’이란 번개처럼 재빠르게 장을 마감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흔히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보통은 동트기 전인 새벽에 장을 열었다가 아침 늦게 사라진다. 도심 속의 번개시장에서는 대개 인근 농촌에서 가져온 싱싱한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고, 바닷가의 번개시장에서는 주로 인근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다양한 수산물들을 판다.그렇게 시장에 따라 주요 품목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별의별 것이 다 있다. 몇몇 유명한 번개시장은 아예 상설화되기도 했다. 강원도 삼척시 삼척역 건너편에서 열리는 ‘삼척번개시장’도 그중 하나다.매일 새벽 5시면 장이 서는 ‘삼척번개시장’은 사직동에 위치해 ‘사직번개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
전국 3대 전통시장 ‘강원도 북평장’에 가면 눈도 입도 '호강'
동해시는 1980년 4월 옛 삼척군(현 삼척시) 북평읍과 명주군(현 강릉시) 묵호읍이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이제 겨우 불혹의 나이가 된 ‘청년 도시’다. 하지만 젊은 도시 동해에는 전국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성남의 모란장, 전북 익산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평장’이다.북평에 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중엽부터다. 1963년 발행된 삼척읍지 <진주지>에 따르면 ‘정조 20년(1796년), 북평장은 매월 3·8·13·18·23·28일 등 여섯 차례 장이 열리는데 장세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지금처럼 매달 끝자리가 3과 8인 날에 정기 시장이 열린 지 최소 220년이 넘었다는 소리다.북평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장이 유지된 것은 이곳이 교통의 요충이기 때문이다. 강원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국도, 태백과 이어진 37번 국도, 정선으로 통하는 42번 국도가 북평장이 열리는 곳에서 만난다. 다만 시... -
봉평전통시장에 가면 정이 ‘솔솔’ 맛있는 냄새가 ‘폴폴’
“그만 거둘까?”“잘 생각혔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 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겄네.”“오늘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달이 뜨렷다.”이효석이 쓴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대목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허생원은 제천·청주·대화·봉평 등 이 시장 저 시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허생원이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봉평장’이다.대관령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봉평으로 가려면 여러 고개를 넘어야 한다. 길도 험하다. 하지만 메밀꽃이 피기 시작하면 제법 운치가 있다. 휘영청 달빛이 드리운 밤이면 산허리에 잔뜩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허생원은 그 길을 좋아한다. 고향집처럼 정겹고 아늑함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봉평장은 허생원이 평생의 연인으로 가슴에 묻어둔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추억이 깃든 곳이다.봉평에 장이 선 것은 소설 속 배경보다 300여 년은 더 됐다. 조선시대부터 ... -
서울과 한껏 가까워진 강원 ‘원통시장’ 입과 눈이 즐겁다
‘인제’ 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다. 이 말에는 깊은 유래가 있다.옛날 어느 왕이 난리를 피해 이곳에 왔다. 그는 도성의 근황이 궁금해 사람을 보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사람을 보내면서 “인제 가면 언제 오겠느냐”고 묻고, “만약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원통해서 더는 못 보내겠다”고 했단다. 그 말이 달리 전해지다가 현대에 이르러 전방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워낙 깊은 산골이라 다른 지방에서 이곳으로 갈 적에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이러한 옛날이야기처럼 인제는 무산·향로봉·설악산·점봉산·가칠봉·매봉·대암산·방대산·개인산·가마봉 등 1000m가 넘는 산들로 빙 둘러싸여 있다. 땅 크기는 전국에서 홍천군 다음으로 넓다. 서울보다 약 2.7배 크다. 또 ‘기린의 굽과 같이 강이 합류하는 곳’이란 한자말 그대로 인제(麟蹄)에는 군 한가운데로 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