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녕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
소설가 윤대녕이 3년만에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를 내놨다. 소설집으로는 다섯번째다. 3년간의 노작 8편을 묶어냈다. 늘 내밀한 개인 세계를 향해 있던 그의 시선이 이번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로 방향을 살짝 틀었다.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병들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우리네 어둡고 고단한 삶에 관한 이야기가 신작 ‘제비를 기르다’의 주요 테마. 이번 작품집에는 특히 죽음을 앞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을 감싸고 있는 정조는 ‘어둡지 않고 환한 슬픔’이다. 윤대녕 특유의 세밀하면서도 따뜻한 필체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이 같은 일들을 현실화 해내고 있다. 물론 ‘낙타 주머니’처럼 너무나 일찍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앓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의 책 속 대부분의 죽음은 오히려 삶 쪽으로 열려 있으며 어떤 긍정의 순간을 품고 있다. 헤어짐과 죽음과 눈물 앞에서 윤대녕 소설만큼 쓸쓸하면서 따뜻하기도 힘들다. 낯선 남자와 여... -
대통령은 왜 언론과의 전쟁을 택했는가?
요즘의 한국언론계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최근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 논의로 또 한번 충돌을 빚고 있다. 쟁점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과 언론, 언론과 언론이 물고 뜯으며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현 ‘경향신문’ 출판본부장이자 경력 25년의 현직기자인 저자는 좌·우, 진보·보수의 편가르기를 뛰어넘어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왜 언론전쟁을 택했으며,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냉철하게 파헤친다. 닉슨, 루스벨트, 윌슨 등 미국의 대통령들의 실례를 들며, 노무현 정권의 언론 전쟁이 언론의 견제·비판을 피해 대중과 손잡으려는 새로운 언론통제술임을 밝히고 있다.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자신의 아름다운 딸이나 자상한 부인을 뉴스로 만드는 한편, ‘아나니아스클럽’(Ananias Club)을 만들어 비판적인 기자들을 특별관리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노변정담(Fireside Chats)으로 경제난으로 지친 국민의 심신을 달래며 자신이 곤경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는 희망의 메시지... -
대충 살면서 기차게 아이 잘 키운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9천8백원 / 웅진지식하우스이왕 낳았으면 잘 키우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데 그 잘 키운다는 것이 문제다. 최고로 남부럽잖게 키워야만 잘 키운 것이라는 믿음이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족쇄로 작용한다. 아이에게 쏟아 부은 만큼 자라는 게 아이라는 오해가 맹신을 넘어 광신으로까지 치닫는다. 그러니 아이 키우는 일이 기쁨일 리 만무하다.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나눠야 할 육아는 어느새 전쟁이 되었다. 아이를 일류 대학에 보내야 일류 엄마로 대접받는 요즘의 잣대로 보자면 여성학자 박혜란은 일류 엄마를 넘어선 특등 엄마다. 첫째는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MIT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보스턴에서 일하고 있으며, 둘째는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중 ‘달팽이’로 데뷔해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이적이다. 셋째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모 방송국 PD로 활약하고 있다. 세 아들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사회에서도 ... -
내 아이에게 전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 시절 12월은 겨울방학의 시작과 크리스마스가 있기에 일년 중 가장 학수고대하면 기다렸던 달이다. 새벽녘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아두신 작은 선물꾸러미를 기대하며 잠들던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선물을 기대하던 꼬맹이가 선물을 준비하는 어른이 되었다. 로봇, 인형, 블록, 자동차… 등 아이에게 줄 선물 목록을 작성 중이라면, 또는 어떤 선물을 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아이의 머리맡에 놓을 선물로 그림 동화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나는 나야!」는 아일랜드 독서 협회가 선정한 지난 10년 동안의 비스토 북(Bisto Book)이다.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두 꼬마 주인공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갖겠다고 외친다. 아이들이 외친 말은 새가 되어 날아가고, 새는 둘을 갈라놓는 철조망이 되는데도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자기 산이 더 높다고, 자기 꽃이 더 예쁘다고 으르렁된다. 그런 말들이 마침내 세상을 황폐한 사막으로 만든다. 그제야 눈물을 ... -
오늘의 행복 레시피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맛집을 소개하거나,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를 찾아내고, 집 안을 예쁘게 꾸미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권한다. ‘프랑스 요리사 로베르가 차려주는 행복한 부엌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프랑스 요리법을 소개하는 단순한 요리 전문 서적이 아니다. 원제 ‘주아 드 비브르(삶의 기쁨)’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책 곳곳에 숨겨져 있다. 화려하고 거창할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 달리 프랑스 식탁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게트와 야채 그리고 커다란 사발에 담긴 커피를 즐겨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한다. ‘가장 사소한 것들로부터 누리는 일상 생활의 작은... -
북에서 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이팔 청춘의 비결
류식·민복·류림 공저 / 9천원 / 폄‘북한에서 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눈에 띄는 이 책은 북학의 남산 병원 부원장 공훈의사이자 의학박사인 류식과 평양 의학대학병원, 조선적십자종합병원, 보통강구역인민병원 등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과 딸, 사위들인 류림, 류호춘, 류호선, 류찬, 백원명이 힘을 합해 내 놓은 ‘60 청춘의 비결’의 남한판 건강 서적이다. 북측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 합법적으로 출간된 ‘우리 민족 장수 비결’을 펴냈던 도서출판 폄의 두 번째 작품으로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흔히 북한에서 말하는 의학은 고려의학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민간요법을 종합하고 있어 남한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세분화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북한의 고려의학은 병이 난 후에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을 더욱 중시한다. 그렇다고 평소 큰돈을 들여 지은 보약을 먹거나, 비싼 운동을 권하는 것은... -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시리즈
한젬마 지음 / 1권 1만2천원, 2권 1만원 / 샘터 가까이 하고 싶지만, 가까이 하기 힘든 것이 바로 미술이다. 특히 눈에 보여지는 것으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유추해 낸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다. 좀처럼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미술에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는 교량과 같은 역할을 해 준 한젬마. 그녀가 ‘그림 읽어 주는 여자’ 이후 7년 만에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시리즈 중 첫 두 권인 [화가의 집을 찾아서]와 [그 산을 넘고 싶다]를 들고 대중 곁에 다가섰다. 미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이 작가는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기법이나 시대상 그리고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친절한 큐레이터의 설명 속에서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낀다. 제대로 된 화가의 정보없이 그저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 나옴직한 이야기만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은 우리나라 근현대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 ... -
잊지 못할 해외가족여행지36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가족의 해외여행지도 굳이 한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가족이 움직이기에 무리가 있는 원거리 여행지나 향락유흥관광지 등은 과감히 가족여행지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 책에 수록된 36곳의 여행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가족단체 체험여행이 가능한 지역을 위주로 크게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넓은 대륙을 자랑하는 아메리카, 오래된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유럽, 오지의 남다른 경험이 준비된 지역 등 그야말로 5대양6대주 안 꼽힌 곳이 없다.여행테마는 비교적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근교 여행지’를 비롯해 바쁜 일상을 벗어버릴 수 있는 ‘휴양여행지’,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지’, 세계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시여행지’, 낯선 세상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오지여행지’까지 최적의 가족여행지를 엄선해 담았다. 여행정보들은 문화와 역사가 테마라면 박물관이나 체험학습을, 휴양과 낭만이 테마라면 리조트나 크... -
느림과 비움의 여행서 ‘바람이 길을 묻거든’
최병준 지음/ 1만원/ 경향신문사인터넷 검색창에 검색어만 입력하면 교통편, 맛집, 숙소에 사진까지 뜨는 세상. 클릭 한번으로 쉽게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은 얻기 어렵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행서들과 차별화 된다. 지은이는 속도의 경제를 말하는 요즘,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글 속에 숨어있는 그의 정서를 읽어내면 그의 마음이 볼 수 있다. 컴퓨터라고는 한글입력 프로그램과 인터넷 검색밖에 모르지만, 첩첩산중에 숨어 있는 여행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뿐 아니라 이름 모를 꽃이 피고, 하늘의 달이 지는 시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은이가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한다.지은이는 글 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많은 것을 얘기한다. 평소 사진 촬영하기를 좋아해 꾸준히 연마해온 사진촬영 실력은 어느덧 베테랑이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지은이의 마음이 담긴 사진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지은이는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 -
현대 부모들을 위한 노자의 지혜
▲현명한 부모는 아이에게 배운다노자의 도덕경을 통해 부모의 역할과 자세를 일깨워주는 ‘부모의 지혜를 담은 책’으로 훌륭한 부모, 현명한 부모란 누구인가를 되짚어가며 부모의 도리를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현재우리 아이들은 윤택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황폐해져가고 있다. 왜 일까? 이 책은 자신을 위해 아이들을 강요하거나 속박하는 부모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책한다. 한편 노자의 도(道)를 통해 현명한 부모란 무엇인가를 절제된 언어로 쉽게 표현하고 있다. 고대 현자의 사상에서 배우는 부모의 지혜, 그 정수가 담겨 있다.부모라면 누구나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현명한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부모자식의 관계를 어떠한 것으로 규정짓고 틀에 맞추려고 하면 어긋나게 마련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지나친 기대와 열정을 갖고 욕심을 부리면 아이들은 어른의 벽에 갇혀 스스로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을 대할 때 부모와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