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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다양한 의미
각종 모임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연말연시. 화려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맘때, 이 작품들을 통해 ‘소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Dont Trust Anyone」우국원 / Oil on Canvas / 145.5×89.4cm작가 우국원의 그림에는 언어가 등장한다. 회화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특정 지어 한정하는 문자를 대신해 이미지를 언어로 삼는 것인데, 그는 이 2가지를 혼용한 기억과 감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텍스트가 가진 의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이 텍스트들은 읽기 힘들 정도로 삐뚤빼뚤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기억을 가두기 위해 재빨리 그려낸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머릿속에 저장되는 형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We are Young」우국원 / Oil on Canvas / 112.1x162.2cm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느낀 감정과 환상을 섞어 또 다른 도상... -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계절, 가을. 이 계절이 가기 전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담아낸 그림을 통해 늦가을의 정취에 푹 빠져보자.「기다림」박항률 / Acrylic on Canvas / 60.6×72.7cm작가 박항률의 그림은 언제나 아름답다. 침묵의 화면은 고요한 사색의 정원을 만든다. 확고한 형상과 의미가 아닌 포괄적인 상징과 은유를 통해 화폭은 텅 빈 사유의 공간이 된다. 고요히 침묵하고 내면을 응시하는 인간상을 통해 자연이 함축한 상징과 은유의 의미를 전하는 그의 대표적인 작업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신화적 소재들과 과감한 구도가 특징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고뇌의 기억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쏟아내는 작가의 그림에는 인간 본연의 모습, 나아가 모든 삶의 원형을 깨닫는 과정이 담겨 있다.「저 너머에」박항률 / Acrylic on Canvas / 193.3×130.3cm“나에게 그림이란 언제나 바깥세상으로 내딛는 문을 굳게... -
형형색색의 아름다움
가을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자연이 아닐까. 찬란하게 물든 가을만큼이나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다양한 형상과 색채가 주는 매력 속으로.「The Moment 011」장인희 / Acrylic on Canvas / 116.8×91cm장인희 작가의 ‘The Moment’ 시리즈 중 하나로 마치 형형색색의 퍼즐을 보는 것 같다. ‘순간’을 상징하는 각기 다른 형태들은 의도된 배열, 정리된 병치로 화면 안을 가득 채운다. 다른 크기와 모양, 색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형태들은 독립적이지만 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모두 맞닿아 있지만 섞이지 않는 ‘순간’들처럼 말이다. 반복적인 채색을 통해 고유의 색과 모양을 가지는 형태들이 모여서 또 하나의 보편적이고 단순한 전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작가는 이를 또 다른 일상적인 순간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장인희 작가는 순간들의 역동성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의 리듬, 삶의 하모니를 표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
해학으로 바라보는 세상
참으로 흉흉하고 뒤숭숭한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연일 신문 1면에 오르내리는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있자니 위안과 위로가 절실해진다. 해학을 담은 젊은 작가들의 그림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북촌 스캔들」김숙현 / Oil on Canvas / 90.9×72.7cm김숙현 작가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방독마스크를 이용한 소재는 사회에 대한 작가 나름의 대면 처리로도 묘사되지만, 순박성도 엿보인다. 사회의 부조리에 환멸을 느끼고 숨이 막혀 요즘의 사회와 섞이고 싶지 않은 곧고 순박한 소년의 방독마스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작가는 그 속에서 사랑과 열정이 숨어 있다는 즐거움과 짜릿함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김숙현 작가가 그려내는 도시에는 삶의 본원에 대한 갈망과 희망이 깃들어 있는데, 이를 특유의 테크닉으로 상쾌하고 부드럽게, 또 잔잔한 웃음으로 표현한다.「여행」김숙현 / Oil on Canvas / 130.3×80.3cm작가 김숙현은 파... -
모래를 만나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만날 수 있는 모래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물을 만나 단단해지기도 하고 바람이나 사람들의 발길에 쉽게 흩날리기도 한다. 다양한 모습만큼 그 의미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처럼.「Sandsensitive City」김성엽 / Oil and Sand on Canvas / 162×130cm‘나에게 있어 모래는 무엇이든지 절대로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의 상징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모래는 물리적 특성상 쉽게 그러모아지기도 하지만 단숨에 허물어지기도 한다. 작가 김성엽은 모래가 지니는 이러한 물리적 특성에 그의 정신적 사고를 덧입힌다. 작가는 영원과 찰나, 생성과 소멸, 존재와 무(無), 응집과 분해로 대비되는 모래의 특성에 주목해 시간의 흔적을 포착한다.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모래의 흔적을 좇으며 유한한 삶에서 무한을 꿈꾸는 인간의 허욕과 허상의 실체를 그리는 것이다. 작가는 최근작에서 모래가 가진... -
희망이, 희망이 꿈틀댄다
꿈틀대는 무언가를 느꼈을 때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의 힘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참으로 하 수상한 시절, 생명력이 느껴지는 판화 작품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찾아보자.「익명의 땅」윤명로 / 종이 위에 석판화 / 65×50cm푸른색 석판화로 1993년 작인 이 작품은 명제 그대로 미지의 자연을 폭발하는 듯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마치 커다란 작품의 일부분처럼 보이는 화면은 얇은 몇 겹의 레이어를 품고 묵직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묵직한 푸른 기운 속에 수만 번 스치듯 남아 있는 손길의 흔적이 느껴진다. 윤명로 작가의 판화 작업은 작가의 기존 회화 작업의 연장이 아닌 또 다른 매체로서의 실험이 이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매듭 84-2」한운성 / 종이 위에 에칭 / 48×47.5cm회화,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형적 실험을 펼치는 한운성 작가는 ‘구상과 추상, 물질과 영혼’ 등의 이분법적 세계 속 충돌 혹은 혼란을 시대정신과 융합해 표현하는 것으로 잘... -
블루 컬러의 다양한 이미지
신선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컬러이자 희망과 우울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색, 블루. 무라카미 류가「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자신의 저서 제목을 통해 젊은이들의 상실과 자유를 표현했다면, 정치인들이 이성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컬러 역시 블루다. 4인의 작가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블루를 재해석해 캔버스에 담아냈다.「Swimming Pool」안드레아스 게펠러 / Lightjet Print / 226×170cm공원, 건물, 도시의 인공 구조물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작가가 새롭게 해석해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내 현대 사진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 인공위성이 근접 촬영한 듯한 느낌의 작품은 우리가 가진 물리학적 제약에서 보아오던 익숙함을 깨트린다. 3m 내외의 높이에서 수많은 촬영을 하고 디지털 기법으로 정교하게 이미지들을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중에서 날아다니면서’ 촬영한 듯한 결과물이 탄생했다.「A Lump of Crystal」배민영 / Oil ... -
거리에서 만나는 색(色)의 향연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푸르른 나무, 형형색색의 꽃들이 거리를 장식하는 계절.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한 봄날의 거리는 곳곳마다 축제의 향연이다. 이달에는 봄에 어울리는 화려한 색의 향연을 준비했다.「Untitled(Flower)」Kim Boske / C-print / 303×103cm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 사진작가 킴 보스케는 사진 매체를 이용해 여러 시점을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 새로운 현실을 포착해내는 작업을 한다. 일상적이면서 숭고하며, 혼란스러우면서도 질서정연한 자연. 작가가 이런 자연의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회화 같으면서도 빛이 가득한 색채감으로 표현한 생동감은 인상파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고요한 정원에 놓인 듯 몽환적인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다른 풍경을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열광하는 5월」Bill Beckley / Cibachrome Photo / 122×196cm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작가는 사진과 텍스트를... -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기나긴 겨울의 끝. 잔뜩 웅크린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는 이 계절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한다. 4인의 작가가 풀어낸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만나보자.「설레임, 그 유기적 관계」권남정 / Swarovski Crystal, Acrylic on Canvas / 73×53cm크리스털 제품을 제작하는 사업가에서 크리스털 아티스트로 전향한 권남정 작가. 모래에서 유리로, 세공을 통해 눈부시게 빛나는 크리스털로 변하는 과정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그 속에 품고 있는 고통마저도 가치가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볼품없는 모래에서 스스로 빛나는 크리스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기억, 노력을 투영하고 있는 것.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그 유기적인 관계를 다양한 빛과 색을 가진 크리스털로 표현한 작품은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Color Series-wh... -
봄, 사랑을 그리다
살랑거리는 아지랑이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묻어두었던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계절이다. ‘봄 이라는 계절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낙관주의자가 됐을 것’이라는 수잔 비소네트의 말처럼, 봄을 닮은 작품들이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에 포근한 햇살을 비춰줄 것이다.「Peony」강민수 / Mixed Media / 53×46cm사람들은 저마다 마음 한구석에 ‘기억을 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추억과 기억들은 다른 이들은 볼 수 없는, 소중하고 은밀한 것이다. 작품에서 아이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에 꽃을 그리고 있는데, 이 꽃은 다시 아이의 마음속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기억을 위한 공간에 대해 작업하고 있는 강민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름다운 꽃의 풍경으로 풀어냈다.「Blooming Man」박장근 / Bronze / 24×17×108cm자연의 정수(精髓)인 ‘꽃’이 두드러지는 박장근 작가의 최근작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