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주말&

  • 겨울이 꿈틀대면, ‘아몬드 사과빵’

    창문 밖으로 칼날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려오면, 본능적으로 가장 따뜻한 공간을 찾아 몸을 웅크린다.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입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어도 채 가시지 않는 이 계절의 쓸쓸함. 그럴 때, 나를 온전히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위로가 아니라, 부엌에서 피어나는 작고 달콤한 온기일지도.찬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날엔 분명 ‘홈 베이킹’이 필요하다. 집 안 가득 훈풍을 불러다 줄 최고의 방법. 솔솔 풍기는 따뜻함에 식구들이 먼저 부엌엘 찾아들고, 달달한 냄새까지 온 집 안에 퍼지면 우리 집이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빵집이지 뭐.핫케이크 가루 1.5컵에 우유 ¾컵, 달걀 하나를 깨뜨려 볼에 넣고, 여기에 묵직한 고소함을 더해줄 아몬드 반 컵을 큼직하게 부수어 반죽에 섞는다. 뭉근한 반죽 속에서 오도독한 식감과 고소한 향을 다 내줄 아몬드는, 이 심플한 빵의 비밀 무기.그리고 이제 이 빵의 주인공, 사과를 준비할 차례...
    [주말&] 겨울이 꿈틀대면, ‘아몬드 사과빵’
  • 훈풍을 몰고 오는 ‘두부 스테이크’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유독 떠오르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바삭하게 튀겨낸 것들. 찬 공기와 대비되는 그 기름진 고소함과 코끝을 스치는 녹진한 냄새, 치익-하고 솟구치듯 요란스러운 소리까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몸과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지글지글 오르는 열기 때문일까, 실제로도 집 안에 훈풍이 도는 듯하다.하얗고 단단한 두부를 찾는다.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시끄러울수록 커지는 죄책감(?)을 한껏 덜어줄 재료로, 내 마음껏 급히 ‘두부’를 낙점한다. 최근 대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두부 공장들이 공정을 중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던데, 그런 보도를 접할수록 더 빨리, 더 많이 먹어야겠다는 조바심만 자꾸 는다. 요리할 때마다 마음에 작은 안도감을 주는 오 마이 두부.면포에 두부를 넣고 물기를 꾹 짜 으깨 준 다음 밀가루, 소금, 후추, 그리고 요리의 킥인 ‘카레 가루’ 솔솔 넣고 골고루 섞어 치덕한 반죽을 만든 다음 스테이크 모양으로 둥글넓적하게 빚...
    [주말&] 훈풍을 몰고 오는 ‘두부 스테이크’
  • 바삭 쫀득한 가을, ‘깍둑 표고버섯전’

    창문 밖으로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을 때, 우리의 오감은 자연스럽게 가을의 깊이를 감지한다. 코끝에 닿는 포슬한 흙냄새, 낙엽 밟는 소리, 휘몰아치는 바람의 궤적을 따르다 보면 숲이 내어주는 가장 고귀한 선물에 다다르게 되는데. 자, 드디어 버섯의 시간이 왔다! 그중에서도 가을 식탁의 왕좌를 차지하는 표고버섯을 챙겨본다. 넉넉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철 표고를 한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바삭 쫀득한 표고버섯 전’. 가을의 정취가 따뜻하게 응축된 아주 맛난 것.단순한 재료들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담겨있는 표고버섯전. 숲의 모든 향을 끌어안은 듯한 표고버섯을 한입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썰기 시작하는데, 칼끝에 전해지는 쫄깃한 탄력에 먹어보기도 전에 버섯이 가진 생동감이 손끝으로 와닿는다. 여기에 아삭한 양파와 붉고 푸른 청양고추, 홍고추를 다져 넣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전에 색감과 은은한 매운맛을 더해준다. 이 알록달록한 재료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감자전분과 물...
    [주말&] 바삭 쫀득한 가을, ‘깍둑 표고버섯전’
  •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나도 얼큰칼칼 샤부샤부

    마주하는 계절의 궤적이 갈수록 불분명하고 혼란스럽다. 사계절의 뚜렷했던 경계를 기어이 허물어가는 날씨는,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며 오락이 가락이로 찾아든다. 어제는 후텁지근했다가 오늘은 갑작스러운 찬기로 움츠러들게 하는데,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은 변치 않는 따스한 위로를 갈망한다. 그래, 날씨가 변덕쟁이라면 하는 수 없지, 나도 얼큰칼칼한 ‘샤부샤부’를 꺼내 놓을 수밖에.샤부샤부의 가장 큰 미덕이란 역시, 눈앞에서 직접 조리해 아주 따끈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갑작스레 기온이 곤두박질치면, 불판 위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따뜻한 포옹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 뽀얀 안개(?) 속에 앉아 있노라면 바깥의 혼란스러운 날씨일랑 홀랑 까먹는달까. 변죽 끓는 날씨에 입맛을 잃어도 아삭한 채소와 얇게 썰린 고기를 찰나의 순간 슬쩍 데쳐 먹는 그 산뜻함은 잃어버린 청량감을 다시금 데려온다.거기에 얼큰~칼칼한~ 맛을 더했으니! 조선고추장과 요리에...
    [주말&]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나도 얼큰칼칼 샤부샤부
  • <피지컬: 100> 이제 아시아 대항전이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흥행 예능 <피지컬: 100>의 세계관을 확장한 신작, <피지컬: 아시아(Physical: Asia)>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개인 간의 대결을 넘어, 아시아 8개국이 국기를 걸고 자존심을 건 피지컬 전쟁을 펼친다. 이번 주말은 이거다.피지컬: 아시아 Physical: Asia<피지컬: 아시아>는 아시아 8개국이 국기를 걸고 펼치는 피지컬 전쟁을 담은 넷플릭스 예능이다. 미국, 이탈리아판 제작으로 글로벌 포맷 확장에 성공한 <피지컬: 100> 시리즈가 <피지컬: 아시아>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개인 간의 대결이 아닌, 아시아 8개국이 각각 6인으로 팀을 구성해 치열한 국가 대항전을 펼칠 예정이다. 복싱 8계급 석권 레전드부터 레슬링 세계 챔피언뿐만 아니라 한국 씨름, 몽골 씨름, 태국 무에타이, 튀르키예 오일 레슬링 등 각국의 전통 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들까지 총출동하며 국제 대회를 방불케 하는 진검승부를...
    [주말&]<피지컬: 100> 이제 아시아 대항전이다
  • 무 값이 착해지는 가을, 속 시원한 무 생채

    길고 긴 추석 연휴가 지났더니 생각나는 것은 역시 무생채. 기름 묵직하게 둘러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명절 음식보다 채소의 풋풋함이 편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강박처럼 신선한 것을 찾아 움직인다. 내 위장이 어서 빨리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아삭한 ‘무 생채’를 먹으라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무 값이 점차로 착해지는 가을. 가을부터 찐 겨울까지 제철 맞은 무는 달큼한 데다 아주 시원하다. 그냥 슥삭 썰어 그대로 씹어 먹어도 나쁘지 않을 정도. 맵고 아린 맛보다 달달한 맛이 감도는 무의 윗부분을 깎아 먹으면 물기가 좀 많은 아삭한 과일을 먹는 것 같기도 하다(무의 초록 부분은 단단하고 달아 생채로 먹기 좋고, 아랫부분은 부드럽고 알싸해 푹 익혀 먹는 요리에 더 적합하다). 그렇게 무에 맛이 들어 꽉 차기 시작하면 곧바로 해 먹는 것이 바로 무 생채!녹진하게 익은 김치와 생 기운으로 즐기는 겉절이는 분명 같지만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향과 맛, 식감까지 모든 것이 서로의 대척점...
    [주말&] 무 값이 착해지는 가을, 속 시원한 무 생채
  • 한효주 ·오구리 슌 조합, 설렐까?

    이번 주 넷플릭스 신작 라인업도 청명한 가을 바람처럼 신선하다. 한효주, 오구리 슌 조합의 한일 합작 로맨틱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부터 시즌3로 돌아온 <외교관> 그리고 테니스 중계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하다.로맨틱 어나니머스 Romantics Anonymous<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어려운 남자와 누구와도 눈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든 여자가 초콜릿을 매개로 서툴게나마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초결벽증을 가진 제과 회사 후계자 ‘소스케’와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천재 쇼콜라티에 ‘하나’. 결벽과 불안이라는 서로 다른 약점을 지닌 두 인물은 초콜릿이라는 공통분모로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르고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로 최정상의 인기를 얻은 오구리 슌이 소스케 역을, 넷플릭스 영화 <독전 2&g...
    [주말&]한효주 ·오구리 슌 조합, 설렐까?
  • 이 정도면 오늘 하루도 괜찮아, ‘두부계란국’

    살며시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불현듯 두부계란국. 부드럽게 어우러진 두부와 계란의 몽글몽글한 맛을 떠올리면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고, 속이 다 풀릴 것만 같은 든든함이 단전에서부터 피어난다. 국이 따로 필요한 날 후루룩 만들어내기도 좋고, 뚝딱뚝딱 금세 요리해 아침 끼니로도 좋은 ‘두부계란국’이 오늘의 픽!반 가른 두부는 ‘촵촵’ 큐브처럼 네모 모양으로 썰어주고, 냉장고 속에서 뒹굴던 쪽파 꺼내 송송 썬다. 달걀 2개 꺼내 볼에 깨 넣고 젓가락으로 노른자만 살짝 터트리면 준비 완료. 크지 않은 냄비에 물과 연두링(황태와 무), 요리에센스 연두순을 넣어 센 불에서 바글바글.팔팔 끓는 물에 두부를 먼저 넣고 계란물을 마저 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 그 안에서 두부와 계란이 둥실둥실, 구름처럼 떠오른다. 휘파람 불며 잠깐 섰다가 어느새 다 익은 두부며 계란이 텔레파시를 보내오면 냉큼 불을 끄고 썰어둔 쪽파를 올리면 끝.퐁당 빠뜨린 연두링에서 깊고 진한 맛이 ...
    [주말&] 이 정도면 오늘 하루도 괜찮아, ‘두부계란국’
  • 실패 없는 쫀득 ‘감자전’ 만들기

    되돌릴 수 없는 계절의 도래를 깨닫는 순간, 갑자기 감자가 안쓰러워졌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의 환절기는 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 덕분에 단박에 알아챘는데, 문득 부엌 쪽 베란다에 무심히 놓아두었던 감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길고 긴 여름을 함께 견뎌 준 감자. 포실하고 담백하고 포근한 감자. 마냥 여름일 것 같았던 계절이 점차 가을에 접어드니 주름지기 시작한 감자가 다 내 탓만 같다.무얼 그리 아끼자고 박스째 사다 쟁여만 놨을까. 제철의 맛과 기운이 역시 최고라며, 슬슬 고구마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우리 집 구황작물 루틴에 덩글덩글 굴러다니는 감자들만 무안할 테다. 안 되겠다, 단비도 내리겠다, 전부 다 껍질 깎아 ‘실패 없는 감자전’으로 지글지글 부쳐내야지! (사실 가을까지, 감자는 아주 맛있을뿐더러 일부러 늦게 파종하는 가을 감자도 있으니, 찬바람 불자마자 고구마를 떠올리는 것은 얼리어답터의 성질이라고 해야 맞겠다.)투박한 껍질을 벗겨내고 후루룩 ...
    [주말&] 실패 없는 쫀득 ‘감자전’ 만들기
  • 재워 먹는 재미, ‘깐 새우장’

    오래도록 기다린 그 철이 드디어 왔다. 바로 새우철! 비록 아직까지 미적지근하게 남은 뜨듯한 여름 기운이 마음속에 간간이 찜찜함을 만들지만, 그래도 마침내 기다렸던 9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새우로 만드는 밥도둑 ‘깐 새우장’이렷다.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면 남들은 제철 꽃게들 사다 열심히 게장 만들어 쟁이지만, 그 엄청난 판을 벌이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아 우리 집에서는 연신 새우만 사들인다. 바닷배가 불러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바다가 내어준 선물 덕에 사르르 마음이 풀어지고 마니까. 새우장 후루룩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곧 짭조름하고 탱글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의 선물이 맞다.새우 머리와 껍질을 벗기고 이쑤시개를 활용해 등 쪽의 내장을 제거한다. 이쑤시개 끝에 쪼옥하고 딸려 나오는 내장을 쭉 뽑아 더 산뜻한 맛을 만드는 동시에, 혹시나 이 초가을 날씨에 상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함께 불식...
    [주말&] 재워 먹는 재미, ‘깐 새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