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16:32그러고 보니 커피는 원산지를 따져가며 원두를 사서 신선한 맛을 즐기기 위해 바로바로 갈아서 내리고, 심지어 생두를 사서 볶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매일 같이 먹는 주식인 쌀은 만만한 가격대의 큰 용량을 사서 두고 먹는다. 김진영의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상한’ 식생활의 발견이다.“내가 최고로 꼽는 가을 식재료는 쌀이다. 쌀이 가장 맛있을 때가 추수를 막 끝낸 가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을이라 해도, 도정하고 보름 이상 지난 쌀은 밥맛이 처음 같지 않다.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쌀의 산화가 시작된다. 밥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베테랑 식품MD 김진영이 <아는 만큼 맛있다>(쌀부터 해산물까지, ‘좋은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기준·따비)를 펴냈다. 햅쌀이 나오는 시기라 애초에 ‘1장 밥이 주식인데 맛있는 밥을 못 먹는 이유’만 읽으려고 했는데, 맛있는 쓴맛이 사라진 채소, 향이 없는 과일, 지방투성이 소고기, 삼겹살의 함정, 쫄깃한 ...
2025.10.17 19:04푸른 나무와 함께하는 일상의 여백, 그리고 숨의 회복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 <the GREEN 숨쉼 여행>이 출간됐다. 이 책은 초록의 틈을 찾아 떠난 세 명의 여행작가—김기쁨, 김정흠, 박은하—가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숨 쉬기 좋은 숲과 나무의 여행지 33곳’을 담고 있다.‘도심 속, 바다 옆, 산자락에서 나무가 숨 쉬는 공간들’을 주제로, 저자들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여행을 제안한다. 봄의 무료함, 여름의 더위, 가을의 쓸쓸함, 겨울의 고요를 지나며 숲이 주는 위로를 온전히 느끼게 하는 책이다.김기쁨 작가는 공원이 보이는 집에서 ‘일상의 틈’을 여행으로 바꾸는 법을, 김정흠 작가는 발자국 위에 이야기를 남기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숲길과 마을을 걷는다. 박은하 작가는 숲속의 나무 한 그루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이 전하는 작은 기적들을 글로 기록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푸...
2025.09.16 09:34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로도 제작돼 사랑받은 인기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 벌써 발표 11년째를 맞았다. 술에 관한 한 경향신문의 믿을만한 ‘정보원’ 역할을 맡아주었던 미깡 작가가 오랜만에 ‘술 만화 백과’로 소식을 전했다. ‘1차 서양술’, ‘2차 동양술’로 호기로운 차림표(목차)를 내세운 책의 제목은 <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이야기장수)이다.“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가장 먼저 소개한 ‘진토닉’부터 위스키, 폭탄주, 잭콕 캔, 생맥주, 에일 맥주, 와인, 보드카 등 각각의 주종에 얽힌 미깡 작가의 진한 추억과 함께 애주가가 전해주는 밀도 높은 교훈(?)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깔깔 대고 웃으며 “간이 아주 튼튼했던 30대”의 화려했던 전적이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학 시절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블랙아웃’ 없는 주당의 위력이 이토록 착실한 술 전문 작가를 만든 근원임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대한민국 최초의 생맥줏집이 케그를...
2025.09.12 14:58AI 시대 코딩은 더 이상 어려운 기술 아니라는데? 그야말로 <바로 배워서 바로 써먹는 바이브 코딩>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코딩을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도 AI와 간단한 도구만으로 직접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는 ‘생활 밀착형 코딩 입문서’다.“앱 개발, 우리도 할 수 있다”앱 개발은 그동안 전문 개발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일반인이 파이썬을 배운다고 해도 초급 개발자 수준에서 간단한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 생성형 AI에 명령어 한 줄만 입력해도 완벽하게 동작하는 코드가 생성되는 시대다. 이러한 코드를 바로 실행하고 배포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들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숙련된 전문 개발자들조차 이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바이브 코딩’이란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생성형 AI에 자연어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원하는 코드를 생성하고, 실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
2025.09.03 09:42“이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다치는지 알게 되었네” “대상포진에 걸리면 어떻게 아픈지 이제 알게 되었네” “코로나에 걸리면 얼마나 아픈지 알게 되었군.”도대체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장점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이제 이런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되었군’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천부적인 재능보다는 자칭 “꼬인 삶”을 살면서 얻은 경험의 마일리지 덕분에 얻은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막다른 길이라는 것은 더는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뜻. 이 자리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는 뜻. 오히려 좋아.”- (‘막다른 길’ 115페이지)<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그럴수록 산책> 등으로 천부적인 관찰력과 은둔 고수의 통찰력을 뽐냈던 도대체 작가의 신작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가 출간됐다. ‘치밀한 계획은 없지만 요령껏 사는 도대체 씨의 인생 기술’이란 부제처럼 언젠가 꼭 써 먹음직한 전천후 삶의 노하...
2025.09.02 13:59“미의 기준, 성형, 양악수술, 노화, 질병 등 얼굴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얼굴뼈에서 출발한다.”사람의 얼굴을 볼 때 보통 이목구비 위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건 그것을 단단히 지지하는 얼굴뼈, 그중에서도 얼굴의 중심에 위치한 위턱뼈(상악골)이다. 이 뼈의 입체적 형태에 따라서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얼굴의 형태는 ‘관상’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관심사가 됐다.관상을 믿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현직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의 이런 의견은 어떤가. “분명한 것은 위턱뼈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발음과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 외모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는 “관상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위턱뼈의 형태가 얼굴 전체의 구조와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개인의 습관과 외모로도 이어진다”고 썼다.신체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얼굴뼈를 두고 인간의 삶과 정체성을 들여다본 <얼굴의 인문학>...
2025.07.22 11:41“10억을 벌 수 있다면, 이 결혼…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강남 로또 청약을 노리는 ‘위장 부부’의 거래가 시작된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혼인신고부터 위장이혼까지 감행한 이들의 이야기. <아파트를 훔친 여자>는 부동산 투자라는 뜨거운 현실을 배경으로, 사랑과 욕망, 윤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한 편의 문제작 드라마다.이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10억짜리 아파트’를 향한 주인공들의 위험한 줄타기는 마치 실제 부동산 투자 전략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위장결혼, 혼인무효 소송, 한부모 청약 자격 위조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에피소드들을 모았다.신혼부부 특별공급, 위장전입, 직계존속 특공, 청약 가점제 조작, 위장결혼 소송 등 실제 사례에서 모티프를 얻은 다양한 ‘청약 투자 시나리오’들이 소설 속 쿠키 챕터(Cookie)로 등장하며, 독자들에게 투자 리터러시까지 전해준다.이런 독자라면 반드시 주목!“...
2025.07.15 11:19요즘 세상, 솔직히 좀 피곤하다. 뉴스를 볼 때마다 세상은 더 차가워지고, 피드 속 사진들은 내 일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뭔가 열심히 해도 의미 없는 것 같고, 무기력한 기분은 계속된다. 그럴 때, 일러스트레이터 이다는 신발을 신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신간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다. 이미 <이다의 자연관찰일기>로 10만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가, 이번엔 도심 속을 걷는다. 꽃 대신 간판, 나무 대신 전봇대, 새 대신 옆자리 사람을 바라보며 기록을 남긴다. 우리가 매일 지나는 골목, 빌라 앞 화단, 버스 창밖 풍경처럼 ‘당연해서 무시했던 장면들’을 다시 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엔 이야기들이 있다.초등학교 앞 나무에 매달린 열쇠, 과격하게 만든 주차금지 표지판, 버스 안에서 클래식을 트는 기사님. 그냥 스쳐 지나가면 끝일 풍경들이 이다의 눈을 통과하면, 이상하고 귀엽고, 때로는 찡한 이야기로 바뀐다. ...
2025.07.11 17:29“20년을 함께 살았는데 혼인신고가 없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이 안 된다면?”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가족의 법적 갈등,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기록한 ‘현장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유명 연예인의 이혼 소송, 수백억 자산가의 상속 분쟁, 그리고 평범한 가족들의 복잡한 법적 갈등까지. 가정법원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인생사가 얽히고 설킨다. 그 법정 뒤편에서 수많은 사건을 마주해온 대형로펌 로고스의 가사·상속 전문 변호사들이 상담 현장을 생생하게 옮긴 책 <대형로펌 변호사가 직접 알려주는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북플레이트)가 7월 9일 출간됐다.집필에는 로고스 소속 최가경(변호사시험 6회), 박상홍(8회), 성진원(9회), 홍예지(12회) 변호사가 참여했다. 네 명의 변호사는 그간 직접 맡아온 사건 중 26건을 엄선해, 의뢰인의 질문과 변호사의 조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풀어냈다.책에는 “유책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나요?”, “사실혼 관계에서도...
2025.07.11 11:39빠듯한 일정의 여행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 감성 에세이 <언제라도 동해>는 ‘일상에서의 작은 탈출’이자 ‘삶과 여행이 맞닿는 도시’ 동해에서의 한 달 살기 기록이다.『언제라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기도 한 이 책은, 동해라는 도시가 지닌 조용한 다정함과 감성을 담아낸다. 여행지의 표면을 훑는 대신, 동해의 사계절과 골목, 바다와 시장, 그리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서울에서 KTX로 두 시간 반. 북적이지 않아 더 특별한 도시 동해는 요즘 20~30대 여행자들 사이에서 ‘진짜 강원도’를 경험할 수 있는 로컬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묵호항과 논골담길, 어달해변과 북평민속시장, 그리고 해파랑길 33·34코스를 품은 이 도시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맞춤한 공간이다.책의 저자는 오랜 여행 끝에 동해에 정착해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열었다. 책은 그의 ‘살아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