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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찾아주는 치과 버스 치과의사 주지훈
특별한 버스가 있다. 2대의 치과 의자를 비롯한 치과 치료 장비와 환자들의 대기 공간까지 갖춘 움직이는 치과, ‘해피 스마일 치과 버스’.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치과의사 주지훈은 올해로 3년째 이 버스를 타고 치료가 필요한 소외 계층 아이들을 찾아가고 있다.“5년 전쯤 동료 치과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일들을 구상하다 치과 버스를 생각하게 됐어요. 단순 검진이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봉사하기보다 장비를 갖춰 좀 더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는 봉사를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죠. 봉고차를 한 대 구해서 장비를 싣고 다녀보자 했는데 안 들어가더라고요(웃음). 고심 끝에 찾은 차가 바로 대형 리무진 버스예요.”치과버스의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맨 처음 생각한 예산은 5천만원. 봉고차가 대형 버스가 바뀌었으니 비용이 배로 늘어난 건 말할 것도 없다. 직접 운영 계획서를 만들어 후원 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치과의사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힘을 모은 결과 계획을 ... -
지역 공동체 꿈꾸며 국수 삶는 박상남 목사
안산시 선부동 제일종합시장에서는 매달 두 번 국수 잔치가 열린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자리였지만, 박상남 목사는 이곳에 어려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안산시 선부2동 제일종합시장 1층 한쪽의 입구. 이곳에서는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점심에 국수 잔치가 열린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학교가 쉬는 주말이라 놀고 있는 아이들, 점심을 놓친 상인들, 오가며 들른 옆 동네 사람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잔칫집처럼 국수 한 그릇을 대접받고 간다. 국수를 먹을 자격 조건이나 방법, 지참 서류 따위는 없다. 그냥 당당히 와서 한 그릇 맛있게 먹고 가면 된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뜨끈한 한 끼가 아쉬운 이들의 국수임을, 삼시 세끼 먹는 것이 꽤 고단한 이들의 국수임을 말이다.“진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널리 알려지고 싶지도 않고요. 저희한테 오신다고 했을 때 해줄 이야기도 없고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도 아니고, 또 한 사람이 단독으로... -
서울역 파출소 장준기 경위 노숙인들과 함께한 15년
언뜻 보면 무서운 경찰 아저씨. 하지만 웃을 때면 누구보다 푸근한 미소를 보이는 서울역 파출소 장준기 경위는 서울역 노숙인들 사이에서 ‘형님’으로 통한다. 2000년 서울역 파출소로 발령을 받으며 첫 인연을 맺은 뒤 노숙인들과 동고동락해온 지 올해로 15년째를 맞은 그를 만났다.“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서울역은 IMF 이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어요. 아침이면 여기저기 술병이 널려 있고 출퇴근 시간에는 역 주변 통행이 힘들 정도였죠. 경찰관들이 다들 할 일이 많은데 노숙인들까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침 일찍 노숙인들을 깨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어요.”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서울역 파출소는 남대문경찰서 관내에서도 일이 많고 힘든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특히 술을 마시고 문제를 일으키는 노숙인들이 많았던 터라 이를 관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술 마시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였죠.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역 대합실 ... -
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유기농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 홀몸 어르신 가정에 전달하고 있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조용하·조경화 남매. 이들의 농장에는 철마다 따뜻한 나눔이 부지런히 열매를 맺고 있다.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6백80여 평의 농장에서는 매년 35가지 농작물이 수확돼 나온다. 고추와 깻잎부터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땅콩 등 철마다 부지런히 밭을 일구는 농사꾼들은 바로 고등학교 3학년 조용하군과 중학교 3학년인 조경화양이다. 인근 청심국제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남매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작물로 도시락을 만들어 매달 지역 홀몸 어르신들께 전달해오고 있다. 이제까지 전달한 도시락 수는 4백50여 개. 어른들도 짓기 힘든 농사를 두 학생이, 그것도 매달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전달해왔다니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학교가 시골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변에 논밭이 굉장히 많아요. 1주일에 5일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주 접하게 됐고요. 학생 신... -
아름다운 국수가게 김혁 대표
평범한 밀가루 대리점 사장이었던 김혁 대표는 올해로 12년째 소외 계층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국수 나눔을 하고 있다. 시원한 오이 냉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 그가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국수 이야기.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잔치가 열린 강북새희망교회 뒷마당에는 뜨거운 국수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국수 삶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은 ‘아름다운 국수가게’의 김혁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이다. 밀가루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혁 대표는 올해로 12년째 어려운 이웃과 소외 계층을 위한 국수 나눔을 하고 있다. 나눔의 시작은 자투리 만두피에서부터였다.“밀가루 대리점을 운영하며 만두 공장에 밀가루를 납품하다가 동그랗게 찍어내고 남은 자투리 만두피가 그냥 버려지는 걸 보게 됐어요. 그 양이 엄청난데 참 아깝더라고요. 만두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 생각하다 버려지는 만두피를 모아 칼국수 면을 만들... -
마음을 메이크업하는 남자, 임천수
패션쇼를 비롯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모델들을 멋지게 변신시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임천수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메이크업 강연과 노숙인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선사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이야기를 만났다.예쁘게 화장을 하고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날이면 그렇지 않은 날보다 왠지 걸음걸이가 당당해진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은 무거웠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임천수씨(34)는 마법을 가진 남자다. 그리고 그 마법을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고 있다. 올해로 7년째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메이크업 강연을 펼치며,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 이슈」의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통해 노숙인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메이크업 일을 한 지 올해로 8년이 됐으니 그의 선행은 자신의 직업과 그 시작... -
정장 공유 기업‘열린 옷장’
사회생활을 한 이라면 누구나 옷장 안에 입지 않는 양복 한 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함께 쓰는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열린 옷장’은 옷장 속 잠들어 있는 양복이 가장 가치 있게 쓰이는 방법을 제시한다.서울 광진구 아차산로에 위치한 한 사무실. 25평 남짓한 공간에 수백 벌의 남녀 정장이 빼곡히 걸려 있다. ‘열린 옷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정장을 기증받아 필요한 이들에게 대여해주는 정장 공유 기업이다. 셔츠와 블라우스, 재킷부터 벨트와 구두, 가방까지 정장 차림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2천원에서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다. 누구나 기증자가 될 수 있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아주 큰 옷장인 셈이다. 3년 전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이너 스쿨에서 만나 사업을 구상한 김소령, 한만일 공동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의 직원이 열린 옷장의 옷장지기로 일하고 있다.“친구와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평소에 정장 차림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이 ... -
‘미리내맨’ 김준호 대표
동서울대학교에서 전기정보제어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준호 교수에게는 ‘미리내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선불 기부 가게인 ‘미리내 가게’ 대표로 전국을 누빈 지 어느덧 1년. 지난해 5월 문을 연 경남 산청 1호점을 시작으로 1년 사이 전국에 1백60개의 미리내 가게들이 생겨났다.“이름 그대로 누군가를 위해 미리 돈을 낼 수 있는 가게예요. 예를 들어 설렁탕 한 그릇 먹고 한 그릇 값을 더 계산해놓는 거죠. 그렇게 미리 계산된 음식이나 제품,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요.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기부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어요.”방법은 간단하다. 미리내 가게 현판이 걸린 곳을 이용한 뒤 특정 메뉴나 기부 비용을 쿠폰에 적어 미리 내면 가게 앞 알림판에 표시되고 익명의 누군가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현금 기부도 가능하다. 추운 날 노숙인들을 위해 커피를 선불로 계산하는 이탈리아의 ‘서스펜디드 커피’나... -
나눔을 담는 사진사 나종민 대표
서울 마포구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은 조금 특별한 사진관이다.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사진관. 2011년 성북구에 처음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관을 연 나종민(51) 대표는 이곳에서 장애인 가족과 소외된 이웃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20여 년 동안 IT 업계에 종사해온 그가 사진사가 되리라고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은퇴 후 취미로 사진을 배웠어요. 장애아 체육대회에 촬영 봉사를 갔다가 한 어머님을 만났는데 저보고 사진관에서 나오셨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고요.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관이 없더라고요. 장애가 있는 분들도 편하게 오셔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장애인 전용 사진관을 구상하게 됐어요.”이리저리 발품을 팔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 12월에 ‘바라봄 사진관’을 열었다. ‘바라봄(Baravom)의 ‘봄’은 ‘Viewfinder of Mind’, ‘마음을 보... -
버려진 ‘보물들’ 모아 기부하는 제기동 맥가이버 허남연씨
보수도 없는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이는 얼마나 될까? 고장 난 물건을 고쳐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는 허남연씨. 그는 버려진 빈 병과 캔을 모아서 판 수익금을 기부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오가는 상인과 자동차들로 분주한 제기동 시장 골목 한쪽, 허름한 빌라 지하에 자리한 작은 사무실로 들어서면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우산과 신발, 선풍기, 전축 등 온갖 물건이 수북이 쌓여 있는 이곳은 이 지역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사무실이자 지회장을 맡고 있는 허남연씨(59)의 비밀 창고다. 한국전력에서 전기기술자로 근무하다 2009년 퇴직한 그는 동네 망가진 물건들을 하나둘 고쳐주다 이제 이곳에서 고장 나거나 못 쓰는 물건들의 수리를 도맡고 있다. 살이 부러져 못 쓰는 우산을 뚝딱 새 우산으로 만들고, 수십 년 된 전축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소리를 얻으니 과연 ‘제기동 맥가이버’라 불릴 만하다. 새 생명을 얻은 물건들은 필요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보육원 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