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필자가 즐겨 보는 일요일 아침 음악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그를 보았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그의 노래는 발성이나 성량, 감정 표현까지 젊은이들을 압도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빠져 있는 김도향은 행복해 보였다.“그게 아주 긴데. 아주 짧으면서 아주 긴 얘기인데….”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자, 언뜻 보기에도 도사 같은 인상의 김도향(67)은 울림 있는 목소리로 도사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우리에게 행복이라는 개념은 사실 본능 같은 거예요.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갖고 있지요. 행복을 우리말로 얘기하자면, ‘기분이 좋은 상태’예요. ‘기의 나눔이 좋다’는 건대요. ‘기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골고루 잘 퍼져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죠. 모든 생명체가 원하는 기쁨 같은 것! 그게 그거거든요.”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셀리그먼과 같은 다수의 행복학자들은 ‘행복은 기분이 좋은 상태다’라는 일반적인 정의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단순한 ‘기분 좋음’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되고... -
제주 올레길 만든 서명숙의 놀멍 쉬멍 걷는 행복
무려 350km에 이르는 제주 올레길을 낸 주인공이지만 서울특별시의 도로는 익숙지 않았나 보다. 지인 차의 내비게이션을 믿고 갔다가 엉뚱한 장소에 헛걸음을 했다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씩씩한 걸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그녀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다.“한 달에 한두 번꼴로 올라와요. 특강이나 모임이 있으면 오는데, 서울은 무척 달라요. 일단 공항에서 내리면 눈, 코, 귀에 와 닿는 공기부터 다르니까요. 또 눈높이도 다르고요. 서귀포에는 3층 이상 건물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여긴 너무 미로 같고…. 하지만 이제 서울에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해요. ‘서울에 여행 왔다’라고 여기기로 했죠. 도시가 주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짧은 시간에 즐기다가 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오늘같이 (장소를 못 찾아) ‘멘붕’ 상태가 되면 좀 그렇지만(웃음).”나를 찾기 위한 길 위에서도시는 복잡하고 힘겹다. 제주 올레의 엄청난 성공은 물론이고 최... -
외로움도 자유라면 행복 이원복의 행복 방정식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지구본을 휘휘 돌려보거나, 「먼 나라 이웃 나라」를 보거나. 마치 그 나라를 직접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던 그 책은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 아니 엄마가 읽으라고 권해주는 거의 유일한 만화책이었다. 광활한 세상사를 글과 그림으로 엮어내는 이원복 교수의 행복은 어떤 그림일까? 무지갯빛 총천연색 꿈을 염두에 두고 갔으나, 선 굵은 흑백의 평범하지 않은 행복을 보고 왔다.“나, 독거노인이에요”얼마 전 정년퇴임을 한 노 교수(실은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지만)는 스스로를 ‘독거노인’이라고 불렀다. 외아들은 캐나다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있고, 아내는 아들 뒷바라지를 한다고 했다. 혼자 살고 있지만, 그런 티는 전혀 나지 않았다.“아주 좋아요. 우리가 고정적인 관념의 행복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에요? ‘부부는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한다. 가족은 함께 살아야만 행복한 거다’라고 ... -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자 문용린 교수
행복은 복잡하다. 종교와 도덕, 그리고 철학에 이르기까지 행복의 정의와 실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지만 딱히 결론은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긍정심리학에서의 더욱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행복은 무엇이고 어떻게 얻는지에 대한 정답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 과학적인 행복 연구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는 누구일까? 늘 마음에 두고 있던 전 교육부 장관이자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문용린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행복은 에너지다“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편안한 상태로 규정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행복을 좀 더 심층적인 개념, 즉 ‘힘’으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예컨대 남편과 일찍 사별한 주부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지만 고난을 이겨내며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틈틈이 행복을 느끼거든요. 또 성춘향이 이몽룡을 기다리며 절개를 지키는데, 그 과정은 대단히 고통스럽지만 길게 보면 성춘향이 느끼는 뿌듯함이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큰 고통도 이겨내게 하는 ... -
살맛나는 현실적인 행복론…강지원의 꿈, 적성 그리고 홍익정신
‘뒤센의 미소’를 보았다. 몇 년 전에 유행했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오래된 감색 양복과 봉사적 삶을 위해 자가용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실천적인 용기도 교훈적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 미소는 진정 부러웠다. 거짓인 아닌 진실한 웃음으로 진짜 행복한 사람만이 짓는다는 그 미소 말이다.행복은 습관이다“10여 년 전인가, 어떤 여성이 전화를 했어요. 자살하기 전에 TV에 나온 그 아저씨하고 얘기를 해보고 죽겠다고 전화를 한 거예요. 급한 일이 있었는데도 그 양반하고 한두 시간 대화를 했어요. 공감도 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하니까 나중에 죽지 않겠다고 해요. 그리고 전화를 끊고는 연락이 없어요. 죽어서 연락이 없는 건지, 생각이 바뀐 건지…. 아무튼 그 이후로 제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버렸잖아요. 지금도 저 때문에 안 죽고 사는 사람 여럿 있어요(웃음).”최근 자살 예방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많은 애를 썼다던 강지원 변호사(63)는 자살이... -
땅과 빛, 시간을 아우르는 건축가 김광현
인터뷰 전에 살펴본 그의 블로그는 한마디로 설계가 잘된 도서관 건물 같았다. 정말 좋아하지 않고는 모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들이 있었고,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듯했다.“여태껏 살면서 저를 스쳐간 사람들이 다 선의를 가지고 만난 사이잖아요. 50대 초반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귀중하더군요. 그래서 이걸 빨리빨리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해요. 또 하루 지나면 딴짓을 하기 때문에 소홀히 하게 될까 봐 빨리 해치우지요.”그가 인터넷에 건축 중인 블로그의 기초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었다. 문득 건축가와 의사를 빗대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인간은 가장 행복할 때 건축가를 만나고, 가장 불행할 때 의사를 만난다고 했던가.“그 이야기 아까도 들었어요. 오늘 은퇴하신 선생님이 계신데, 대학 때 그 얘기를 만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김 박사가 하신 말씀 그대로요. 변호사는 뭔가 죄를 짓거나 억울한 ... -
최불암의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행복
초면에 “오랜만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최불암 선생님의 전매특허인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1971년 시작된 드라마 ‘수사반장’을 비롯해 이름을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통해 오랜 시간 보아온 터라 마치 이미 알고 지냈던 사이로 착각한 것이다.관록과 연륜으로 보아 어느 누구보다 행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더구나 그는 배우다. 배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 행복한 주인공이든 그렇지 않든, 타인의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을까.배만 부르면 행복하던시절이 있었더랬다“행복이요? 난 그런 거 잘 모르는데….”갑자기 난감해졌다.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보따리를 기대했는데 말이다.“글쎄요. 우리 세대에게 행복이란 그저 어린 소녀가 노트에 끼적대는 낙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이란 단어 자체가 뭐랄까, 낯설기도 하고 또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끄러운 것 같은 그... -
세계가 주목하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
미국의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얀마의 국모 아웅산 수치, 아름다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가천대 총장 이길여. 바로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의 여성 150(Women in the World 150)’의 주역이다. 봄바람이 불어 잔디가 푸르러지면 아름다운 대학 교정에서의 인터뷰를 약속했던 그녀를, 조금 일찍 만나게 됐다.“전 항상 행복해요.”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녀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촬영도 겹쳤다. 인터뷰가 끝나면 외부 행사도 예정되어 있었다. 정말 행복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아이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고된 일정이지만, 그녀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표정은 밝았다.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남들이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이 어떻게 항상 행복하기만 하겠어요? 불행할 때도 있었겠지요. 또 저보고 성공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좌절도 있었죠. 그런데 저는 좌절했을 때는 생각이 나지 않아요(웃음). 또 불행... -
지휘자 윤학원 - 행복은 성취감이자 하모니
합창이 끝났다.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던 관객들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노래의 여운 속에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음악을 통한 감정적 극치감은 행복을 부른다. 바로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공연이 그랬고, 관객과 시청자 모두 가슴 뜨거운 행복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휘 멘토를 담당했던 윤학원 교수가 있었다.‘남자의 자격’ 출연 이후 윤학원(75) 교수는 40차례 이상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지만 즐겁다고 했다. 합창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창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외국 지휘자가 그에게 한 수 배우겠다고 찾아오기도 한다.“지금 제게 행복이란 하나의 성취감이죠. 밸런스가 맞지 않는 합창단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행복을 주죠.”‘행복의 정의’를 묻자 그는 바로 “행복은 성취감”이라고 했다... -
‘행복주치의’ 이시형 박사의 행복은 뇌과학이다
같은 업계 선배를, 그것도 원로이자 대가를 인터뷰이로 마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행복’이 인터뷰 주제라는 얘기에 선뜻 시간을 내준 이시형 박사는 대뜸 까마득한 후배의 칭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섭외가 잘못된 것 같다”라는 말로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탁월한 스토리텔러의 솜씨는 이렇게 인터뷰에서도 발휘가 되는구나, 무릎을 쳤다.행복은 정의내릴 수 없는 것“아이고, 우리 스타 김 박사! 요즘 활동이 대단하시더구만.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일단 섭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제가 천재 망상증이 있습니다. ‘나는 천재다’라고 느낀 지는 20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고 TV에 나가서 얘기를 하는 것 등등을 내가 다른 정신과의사보다 참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연을 마치고 몇백 명에게 박수를 받고, 내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그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1982년 「배짱으로 삽시다」 이후 40여 권에 달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