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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아닌 할머니 그레이스 리
“나만의 요리 비법을 책으로 내볼까 해. 요즘은 배워서 남 주자 시대라며?”30년간 운영하던 미용실을 닫아버리고 훌쩍 통영으로 내려가 중국음식점을 차린 그레이스 리 할머니가 서울을 찾았다. 서로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워가며 10년의 세월을 나이와는 무관하게 친구처럼 지낸 두 사람. 독서광, 드라마에 푹 빠지기, 맛있는 음식점은 그냥 못 지나가는 미식가…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먹는 것 좋아하는 유인경 기자와 그레이스 리 할머니의 만남은 언제나 유쾌하다. 할머니, 그것도 70대의 할머니라면 대부분 굽은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 걷거나 “옛날엔 말야…”라고 고장난 테이프처럼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를 구시렁구시렁 대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레이스 리는 그런 의미에선 할머니가 아니다. 칠순도 넘었고 손주도 있지만 도무지 그에게서 할머니란 느낌을 발견하기 어렵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청년다운 열정, 장군 같은 카리스마와 기묘한 섹시함, 그리고 100년을... -
취임 2년, 버스 중심 대중교통 개편 이명박 서울시장
“말단 회사원에서 대기업 사장 거쳐 서울시장까지, 소신 있는 삶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이명박 서울시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출근 길, 그는 소시민들의 삶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는 7월 1일 시작되는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개편에 쏠려있다. 시민들에게 “어유, 수고 많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취임 2년의 행보. #서울시민인 것이 자랑스럽게 하겠다환갑이 넘은 영감님이 피부도 팽팽하고 걸음걸이도 청년처럼 활기차다. 목소리마저 짜랑짜랑 쇠기운이 느껴진다. 하루에 4시간도 못 잔다는데, 그리고 하루에 10여 곳의 행사에 참여하고 결제할 서류만도 수십 가지라는데 피곤한 기색도 없다. 산삼을 먹는 걸까? 아니면 몰래 마사지라도 받는 걸까? 이명박 시장을 만나면 그런 의구심이 든다. 청계천 복개 공사 시공 1년, 서울시장 취임 2년 그리고... -
천사같은 방송인 이금희의 푸근함
세상의 아름다운 단어를 한데 뭉쳐보면, 그녀가 어느새 손아귀에 들어온다 평균의 세상은 결코 평균적이지 않다. 강박적으로 마르고 불쾌하게 쏘아대는 방송인과 방송 언어 속, 그저 수더분한 미소로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다. 방송인 이금희, 아나운서라는 단어보다 방송 그 자체로 연상되는 그녀는 전파에 향기를 싣는 재주가 있다. 그 향기를 음미한다.번지르르한 입보다 쫑긋 세운 귀로 방송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이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대개는 실망한다. 화려한 조명과 화장발이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모습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화면에선 그렇게 근사한 매너를 보이더니 실제론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고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텅 텅’ 소리가 나는 이들도 많다.하지만 방송에서보다 실제의 모습이 훨씬 아름답고 빛나는 이들도 있다. 방송인 이금희가 그런 사람이다. 정작 방송에선 그녀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안타깝다. ... -
‘타티네 쇼콜라’ 디자이너 카트린느 팡방
“고마워요, 마담 팡방, 덕분에 수술비 굳었어요.” 쉰여섯 나이에 참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상처투성이의 작은 손, 웃을 때마다 포물선을 그리며 순식간에 온 얼굴에 퍼지는 주름살. 이혼과 피랍, 그리고 암투병… 보통 사람은 한 번 겪기도 힘든 불행을 지나왔으면서도 그녀는 다섯 자녀와 아홉 명의 손주를 거느린 할머니로 곱게 나이 드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자연스러움 속에 깃든 팡방의 재능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오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는 프랑스 사람이고 영어로 이야기하는데도, 마치 우리 동네 아줌마와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다.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에 염색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반찍이는 은발. 이것저것 메모가 가득한 낡은 수첩에서 연신 자기 손주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얘가 큰아들 손주고, 이 아이는 딸아이의 손녀고…”라며 설명하고, 스크랩을 펼쳐서는 “이건 프랑스 인테리어 잡지에 실린 우리 집이고, 이건 스페인 신... -
뉴욕카네기홀에서 콘서트 연 최연소 남성 성악가 임형주
“저도 저한테 놀란다니까요. 내 속에 이렇게 많은 감정이 스며 있을 줄이야”자분자분 맞장구칠 땐 계모임에 나온 동네 아줌마 같은 미소년. 벌써부터 노래 부르는 행복과 두려움을 말하는 애 늙은이. 줄리어드 예비학교를 거쳐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 벨리체 음악원에 합격했고 미국, 일본, 이탈리아, 대만 등을 오가며 노래하는 열아홉 소년. 임형주를 만날 때마다 작은 설렘이 인다. 임형주. 만으로 열여덟인 그는 국내 음악계 데뷔 1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팝페라 테너’란 수식어를 그의 이름 석 자에 붙였다. 그에겐 엄청난 영광이자 무게일 테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조차 그의 성장이 놀랍다 못해 숨이 차다. 그는 만날 때마다 날 놀라게 하다. 그는 매 순간 변했고 언제나 나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다. 임형주를 처음 본 건 텔레비전에서였다. 지금은 막을 내린 `이소라의 프로포즈란 심야 음악프로에 한 소년이 등장했다. 초등학생이라고 했는데 나이에 안 ...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신자의 매력
“얼굴빛이 맑고 밝아지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긴답니다”누군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며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이신자씨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도 함께 나눈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실력만큼이나 무거운 입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하고, 아주 조용한 곳에서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며, 무슨 소문을 들으면 입이 간지러워 견디지 못하는 나. 그런 내가 정말 경이롭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서울 남산에서 `헤어·메이크업 살롱 ‘헤어뉴스’를 운영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신자씨다. 사람들을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항상 다소곳하고 음전하기 이를 데 없다.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내는 것을 못 봤다. 늘 속삭이듯 소곤소곤, 웃을 때도 잔잔하게 웃는다.언젠가 그의 돈을 안 갚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프라이버시 때문... -
건달정신의 미학!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래도 축복받은 인생인 것 같아”노라노 선생은 국내 최초로 패션쇼를 개최했으며 명동 양장점 시대를 연 주인공. 6.25 전쟁 후 몸을 가리기 위해 입던 몸뻬바지 시대에 패션계에 입문, 21세기 사이버 시대에까지 옷을 만들고 있는 노라노 선생이 전하는 열정적인 삶.#50년 외길, 그러나 세월의 흔적이 없다 또 한 살을 먹는다. 거울 속의 주름진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즐겁지 않고 내 나이를 말할 때마다 내가 깜짝 놀라는 것도 서럽다. 하지만 이 분만 만나면 용기를 얻게 된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며 자신의 능력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근사하고 아름답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분. 그래서 이따금 사는 게 우거지처럼 시들시들해지면 전화를 걸어 만나는 분, 노라노 선생이다.방부제로 세수하거나 몰래 불로초를 드시는지 노라노 선생은 항상 변함이 없다. 올해 일흔일곱인데 몇 년 동안 지켜봐도 단 한번도 지친 표정이나 한숨짓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