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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이웃이 있어 행복한 마을 - 소행주
한 지붕 아래 아홉 가족이 산다. 개별 등기된 각각의 내 집이지만 집 문 밖을 나서면 복도는 마을 골목길이 되고, 현관은 마을 어귀가 돼준다. 당산나무 아래 툇마루는 없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너른 커뮤니티 룸이 있다.소행주를 소개하려면 먼저 소행주란 이름부터 설명해야 한다. 소행주란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의 줄임말이다. 대개 주거 공동체라 하면 저렴한 비용부터 떠올린다. 물론 소행주도 비슷한 주택들보단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소행주가 ‘무조건 싼 집’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처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소행주 1호를 찾았을 때 집 소개를 맡은 공동주택 소행주의 박흥섭 대표는 “공동육아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라며 “소행주의 핵심 가치는 좋은 이웃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이웃을 원하더라도 집집마다의 생활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각각... -
‘뭉치면 쉬워진다’ 주거협동조합
주거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다면 주목하자. 장단점과 고려할 점을 비롯해 사업 추진 방식 등에 대해 알아봤다. 주거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한 체크 리스트.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며 5명 이상의 구성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얼핏 동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합원이 곧 주인이자 이용자이며 조합 내 자본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유한다는 점이 다르다. 주택협동조합은 건축주들이 직접 토지 매입부터 주택 설계, 건설까지 참여해 집을 짓는 방식이다. 원하는 집을 비교적 저렴하게 지을 수 있고 공동시설을 통해 육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같은 지붕 아래 가족 공동체를 형성하며 삶을 공유한다는 것이 협동조합을 통한 함께 살기의 매력이다.북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는 주택의 40%가 협동조합형 주택으로 지어졌고 독일에서는 1천500만 명의 인구가... -
생활의 안정감을 주는 청년 주거 공동체 - 민달팽이 유니온
달팽이는 등 뒤에 자기 집 한 채씩은 가진 부르주아(?)의 대명사다. 그러나 민달팽이는 집이 없다. 우리 사회의 민달팽이들이라면 대학생,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 등이다. 이들에게도 집은 없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그런 이들에게 창이 있는 따듯한 방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와 같은 존재다.“제가 대학 입학하고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신촌 지역에서 방을 구했어요. 제가 가진 보증금은 500만원, 월 임대료는 40만원을 넘지 않았어야 했죠. 신촌에 있는 모든 부동산을 돌아다닌 것 같아요.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을 제게 했어요. ‘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없다.’ 너무 아픈 말을 참 쉽게 하시더라고요.”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27) 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방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은 이 사회에서 거절되고, 자격이 부족하고 열등한 사람임을 선고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수천 만원의 방 보증금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부모는 졸지에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절감하며... -
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토요일 아침, 이음채 1층에 위치한 커뮤니티 룸 ‘이음채움’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은 벌써 내려와 놀고 있고 하나둘씩 어른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민낯들이 자연스럽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이음채의 주말 아침 풍경은 뛰노는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하다.서울 강서구 양천로에 위치한 이음채는 서울시 소유 주차장 부지에 들어선 국내 1호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완공 후 입주자를 선정하는 기존의 임대주택과는 달리 뜻이 맞는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택 계획과 시공 단계부터 이름과 디자인 선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음채’라는 이름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라는 의미를 담아 입주자들이 직접 지었다.서울시의 8만 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의 하나로 시작된 이음채는 초기부터 ‘육아’에 중점을 두고 지은 집이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무주택 가구에만 입주자격이 주어졌고,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면접을 거쳐 최종 24가구가 선정됐다. 설계... -
인생 이모작 함께하는 구름정원사람들
서울 은평구, 북한산 둘레길 8코스인 ‘구름정원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4층짜리 하얀 집 한 채가 들어섰다. 조합원 8가구가 모여 만든 공유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이다. 평균 나이 52세로 직업도, 가족 구성원도 각기 다른 입주민들은 나이 듦을 공유하며 노후를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도시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많은 도시인들이 은퇴 후 한적한 시골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로망을 품는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고독해지는 이유는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공동체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울타리를 높이 쌓고 주거를 상품화하는 시대, 구름정원 사람들 협동조합주택 하기홍 이사장은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사회적 가족 공동체를 구상했다.“도시에서 마을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어요. 학연이나 지연, 혈연이 아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에너지를 절약하는 패시브하우스(친환경 저에너지 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