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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외할머니의 진심
넉넉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지난 10개월간 외손녀를 향한 애틋함을 담아 보내왔던 조은일 작가의 편지가 이달로 끝인사를 건넨다. 정성 어린 ‘외할머니’의 응원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소원이의 더욱 눈부신 활약을 기대하며!참새 같은 손녀의 혹사기어린 너의 데뷔 초창기, 집에 있어도 할미는 사령탑과 같았다. 네가 촬영하러 가는 날은 온 가족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어. 할 이야기야 태산 같지만 우선 한국인들의 ‘코리안 타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 이 묵고 묵은 불합리를 누가 때려치울 것이냐. 어디다 대놓고 딱히 누구를 상대로 삿대질도 할 수 없는 메커니즘. 영상 예술, 영화, 드라마 제작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었어.‘아침 9시 집합!’ 이것도 맘에 안 들었다. 직장, 학교, 온 서울 시민이 거리로 나서는 출근길 러시아워. 하필 자유업인 촬영팀마저 이 지옥 타임에 합류하다니! 생방송도 아닌데 말이다. 길에 뿌려지는 시간도 아깝거니와 한 사람만 지각해도 또 기다리는 시간... -
(10) 소원이 김밥말이 사연
지난해 ‘7번방의 선물’로 대종상 역대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소원이. 정작 가족은 소원이를 연기 천재보다는 또래보다 아기 같은 천진난만한 꼬마로 바라보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콕 집어낸 손녀 소원이의 진짜 모습!바야흐로 봄이 왔다. 이제 5월이구나. 아무리 지독한 동토의 땅에도 초록 양탄자가 넘치는 계절이 됐다. 너의 활동을 마다하지 않을 완연한 봄이지. 어린 너에게 겨울의 촬영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알아버린 우리는 그 이후로 겨울 작품을 모두 거절해왔단다. 물론 누군가는 해야 하고, 누군들 혹한의 겨울에 고생을 원하겠느냐마는, 우리는 다만 소원이의 인격이 완성되고 스스로 의지력이 생기는 성인이 돼 자신의 의지만큼 감당할 몫을 정할 때까지는 그러기로 했단다. 어린 날의 고생도 때로는 보약이 되겠지만 그러기엔 넌 아직 어렸지.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었지. 하필 겨울에, 드라마든 광고든 영화든, 거기에 홍보 활동까지 일이 많았다. 미처 몰랐던 고생. 기왕... -
미션 임파서블은 없다! 앞니 대소동
헌 이를 가져가고 새 이를 가져다준다는 ‘이빨 요정’의 로맨틱한 동화를 들려줄 새도 없었다. 여주인공 소원이의 앞니가 빠지던 날, 가족은 물론 영화 스태프, 치과 의료진까지 초긴장을 하게 한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앞니 빠진 소원이영화 예술의 세계란 ‘007 시리즈’의 긴박함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었지. 유년기에 누구나 겪게 되는 이갈이, 이 정상적인 사건이 그토록 큰 난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소원이 여섯 살 적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도 너의 이갈이는 들쑥날쑥 진행 중이지만….너의 최초 이갈이를 기억하니? 앞니가 흔들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의 고민이 시작됐지. 1주일 후에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있었거든. “어찌할 것인가?” “어쩌긴 뭘 어째. 별게 다 걱정이네. 자연스럽게 하면 되지.” 하지만 그건 그 바닥의 상식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앞니 빠진 소원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겠지만, 문제는 스크린 속에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데 있단다. 시나리오에 없는 건... -
입학, 행복한 성장을 위한 시작
작년 이맘때,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한 소원이와 가족은 또다시 찾아온 봄을 맞아 새삼 입학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를 되돌아보게 됐다. 소원이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밝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외할머니 조은일씨의 소망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3월, 입학 시즌이구나. 소원이도 작년 이맘때 생애 최초로(하하)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지. 교육은 ‘백년대계’라 할 만큼 중요한 일 아니겠니.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외곽에 해당하는 항동. 다양한 행정적 혜택을 고루 받지는 못하는 편이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사방으로 자연 동산이 펼쳐지고 나무와 숲과 개천까지 쉽게 접할 수 있지. 학군이 좋다는 서울의 이름난 동네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도시 한가운데 여러 동네도, (부럽고 또 부럽긴 하다만) 각종 도서관이나 체육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동네도 포기하고 이곳에 살고 있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자연의 선물이 아직 이곳 항동에 남아 있기 때문이란... -
(7) 진정한 아역 배우의 쓰임에 대한 유감
최근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하지만 과연 성인들도 버텨내기 힘든 환경에서 어린아이들이 잘 적응하며 진정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아역 스타 갈소원양의 외할머니 조은일 작가가 가까이서 바라본 현실에 대해 소신을 담은 쓴소리를 털어놓았다.소원이 네가 배우로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가 다섯 살 즈음이었을 거다. 참 재미나고 즐겁게 연기한 적도 있지만 막상 영상 매체의 메커니즘을 접하니 우리 가족의 생각이 문제인지 사회가 문제인지 답답할 때도 많았단다. 이건 사실 우리 가족이 영상이나 예술 분야에 나름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모르면 갈등은 없었을 텐데. 물론 딱히 그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려 하거나 힘쓴 적은 없지만 저절로 그리 됐다고나 할까? 운명적이랄 수밖에 없겠지.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말하기로 하고, 어쨌든 전문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서 우리에게는 몇 가지 기준이 저절로 만들어졌지. 바로 소원이의 능력, 늦되는 너의 발... -
(6)‘모모’라는 이름의 할머니
깜찍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로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며 최고의 아역 스타로 떠오른 갈소원양. 특유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영화는 물론 드라마, 광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소원양의 든든한 지원군인 조은일 작가가 둘만의 애칭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었다. 또 천만 관객을 모은 배우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전해준다.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또래보다 참 늦되는 아이도 보게 되지. 아마도 가족 유전자일까? 내가 너의 엄마 3남매를 키울 때도 무척 절실한 문제였거든. 조금 황당한 상상이지만 만약에 ‘어린이 군대’ 같은 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영락없이 굶어죽거나 뒤처져 넘어지거나 할거라 생각했어. 특히 말솜씨가 없어서 생존 능력이 형편없어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늦되는 아이들이었지.소원이도 여섯 살이 다 되도록 참 말이 없는 아이였단다. 왜냐하면 잘 못했으니까(웃음). 순둥이에 착하고 시종 무언가에 열심인 아이, 혼자 조용히 잘 놀면서 눈망울만 호수처럼 깊은 아이였... -
소원이의 대종상 수상에 대한 할미의 소감
지난 11월 1일 열린 제50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로 1천만이 넘는 관객의 심금을 울린 아역 배우 갈소원양이 역대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비록 ‘이변’은 일으키지 못했지만 당당히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깜찍하면서도 기특한 소감까지 남겨 더욱 눈길을 끈 소원양. 그런 손녀를 보면서 큰 감동과 함께 ‘사람을 키워나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됐다는 조은일 작가가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왔다.나의 사랑 소원아, 「레이디경향」을 통해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은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설레며 기다리는 즐거운 행사가 열리는 날이기도 해. 바로 50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 영화계의 잔치,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치러지는 바로 그날이란다. 더구나 이번 대종상영화제는 마치 ‘어린 주인공’이라 이름 붙여도 과하지 않을 만큼 우리 소원이가 큰 주목을 받았지. 이 생생하고 기쁜 마음을 널리 함께 나누고... -
두 달 기념의 이벤트
세 자녀를 키우며 수만 가지 생각과 깨달음 그리고 어려움과 행복을 함께 느끼며 스스로도 큰 성장을 해왔다고 믿는 조은일 작가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녀를 보면서 ‘엄마’였을 때와는 또 다른 삶의 순간들을 발견해나가고 있다. 이달에는 오랜만에 밝고 씩씩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역 스타 갈소원양을 키워낸 사려 깊은 가족의 지난 이야기를 떠올려봤다.소원이 네가 태어난 지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에겐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단다. 아직 백일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고작’ 두 달 큰 너를 두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건 아마 첫 번째로 우리 아가(소원이 너)가 순해서이고, 두 번째로는 너의 엄마와 아빠가 멋지기 때문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 할미에 대한 보답의 차원이라고 봐야 하겠지.어느 날 밤 9시 즈음에 아직 산모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네 엄마가 혼자 내게로 왔단다. 아기도 안 데리고 혼자서 말이야. 잠깐 다녀가려고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물어보니 오늘 밤은... -
연애에서 결혼까지
조은일 작가는 이달 소원이의 아빠와 엄마가 만나 예쁜 사랑을 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엮인 인연들이 아름다운 동네 ‘항동’에 함께 모여 살기까지, 어쩌면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그간의 과정을 담았다.소원아, 이번엔 네 엄마와 아빠 이야기를 들려줄까? 네가 태어나기도 전,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나고 서로에게 물들어갔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함께 모여 살게 됐는지, 어떻게 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기까지 한 그 시간들 말이야.네 엄마는 서른다섯이 되도록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열심히 일만 하더라. 이 할미로 말할 것 같으면, 딸이 노처녀든 숫처녀든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를 존중하는 터라 결혼 문제를 두고 달달 볶지는 않는 사람이었지.그런데 어느 날, 네 아빠를 만났다고 하더라. 뭐, 대화가 잘 통한다나? 두 사람은 그때부터 우리 동네인 서울 구로구 항동을 데이트 코스로 잡고 수시로 거닐었단다. 워낙 동네가 후져서 내가 ‘후진... -
② 사람의 ‘새끼’를 기르는 일
이달 조은일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위대한 일, ‘사람’을 길러내는 이야기에 대해 들려주었다. 스타 아역 배우 갈소원양을 바르게 키워내는 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외할머니, 조은일 작가의 이번 편지 속에서는 ‘사람’을 기르는 일에 대한 지극정성이 느껴진다.이 할미는 늘 궁금하단다. 인간을 두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건만,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간은 만물 가운데 가장 미물 같거든. 사자도 새끼를 낳으면 절벽에서 떨어뜨려 강하게 만든다고 하고, 그 외에 많은 동물들이 그렇게 주체적으로 새끼를 낳아 키우지. 하다못해 강아지, 송아지, 병아리에 이르기까지…, 어미가 낳은 직후나 알에서 깨어난 이후 곧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니? 비틀거릴지라도 금세 일어나 걷거나 창공을 향해 날갯짓하면서 날아오르지 않느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새끼는 가장 길게 그리고 오래, 아니 평생토록 돌봐야 하지.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아이를 품고 있다가 막상 분만 날짜가 돼 병원으로 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