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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엄마 윤정선과 아들 기훈이의 캔버스 위의 동상동몽
모자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엄마의 작업실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아들과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아들이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엄마. 하지만 옆에서 보자면 모자는 무척이나 닮았다.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았다.“전여기 안 들어와요. 처음 와보는 것 같아요.”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엄마 윤정선(43) 작가의 아들 주기훈군(13)은 멋쩍은 듯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다. 촬영은 윤 작가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엄마의 캔버스가 놓인 이젤 앞에서도, 도자기를 만드는 물레 앞에서도 함께 작업을 하며 웃어 보여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기훈이는 한두 마디 툭툭 내뱉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춘기 사내아이였다. 그러나 초겨울 찬바람에 금세 빨개진 하얀 볼은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 같은 귀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엄마 작업실에는 평소 전혀 들어와보지 않는다는 기훈이. 그러나 엄마의 작품들을 보며 “처음 보는 건데?”, “이 스케치는 ... -
건축가 엄마와 딸들이 함께 한 건축 답사기
화가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훌륭한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 건축가도 마찬가지다. 이미 건축가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최경숙 소장이 답사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반짝이는 딸 김나연·연우가 함께했다.1백 년 뒤 공존을 위해촬영 약속을 정하면서 최경숙(41) WE:爲 건축사사무소 소장에게 넌지시 찍고 싶은 장소를 물어봤다. 아무래도 건축가이다 보니 멋진 곳을 추천해주리라 내심 기대를 담아서 말이다. 수화기 너머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서울시청사라니? “구청사 말씀하시는 거죠?” 지금은 서울 도서관으로 바뀐 구청사 건물을 떠올리고 되물었더니, 신청사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신청사라면 구청사를 집어삼킬 듯한 건물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렸던 건물이 아닌가. 인터뷰의 첫 질문도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것이었다.“사실은 제가 신청사를 좋아해요. 서울시청사를 건축하신 유걸 건축가님을 존경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유 건축가님은 ... -
아동복 디자이너 엄마 이은옥씨와 딸 태린양의 현장 데이트
아동복을 디자인하는 엄마는 작업할 때마다 자녀들이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 그 옷을 입은 딸은 세상에서 엄마가 만든 옷이 제일 예쁘단다. 엄마가 어떻게 그 옷을 만드는지 궁금해하는 딸을 위해 모녀가 함께 엄마의 일터로 출근했다.아동복 브랜드 알로봇(R.ROBOT) 디자인실의 이은옥(38) 팀장은 일곱 살 딸 태린, 세 살 아들 지후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여느 워킹 맘들이 그렇듯 일과 육아 사이에서 숨 가쁜 뜀박질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동복 디자이너가 되길 참 잘했다고 느낀단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내 아이에게 입힐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특별한 날, 이 팀장의 딸 태린이는 엄마가 디자인한 옷을 골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엄마, 이 티셔츠 마음에 쏙 들어요!”라며 기분 좋게 웃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 번졌다.내... -
학예연구사 엄마 우수연씨 딸과 국립중앙박물관 탐방기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은 어렵고 부담스러운 곳이라 말한다. 하지만 연우와 선우 자매는 박물관에 가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다. 단지 엄마가 일하는 직장이라서가 아니다. 박물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과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국립중앙박물관 교육직 학예연구사 1호학예연구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하얀 장갑을 낀 단정한 옷차림, 날카로운 눈매 등 TV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을 형상화하게 된다. 박물관만큼이나 어려운 존재가 바로 학예연구사였다. 더욱이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라니! 만나기 전부터 이름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우수연씨(38)의 정확한 직업명은 교육직 학예연구사.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학예연구사와 어떻게 다른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러모로 어려운 취재가 예상됐다. 하지만 그녀와 인사를 나눈 순간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시원한 미소와 시종일관 유쾌한 목소... -
시의원 엄마 김혜련과 딸 정지민양의 의회 견문록
지민이는 의사봉이 생각보다 무겁다고 했다. TV에선 언제나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거나, 의사봉을 서로 뺏기지 않으려 몸싸움을 해 가벼운 줄 알았다나. 이 말을 들은 시의원 엄마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의사봉을 든 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의사봉의 무게를 견디며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이른바 ‘의원님’ 소리 좀 듣는다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검은 양복이나 그보다 더 검은 고급 승용차 그리고 어디서나 반짝이는 금배지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무엇 하나 친근한 게 없다. 정치인 이미지라는 건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는 데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짙은 색안경을 끼고 만난 김혜련 고양시의회 의원(37, 정의당,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 그런데 웬걸! 어설픈 거들먹거림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고, 하하호호 호탕하게 웃으며 누구와도 격의 없이 인사했다. 엄마와 함께 의회로 온 초등학교 2학년 딸 정... -
(7) 파티셰 엄마 피윤정씨와 딸 서은이의 달콤한 하루
대한민국 주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까지 잘해내기란 보통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피윤정씨는 분명 보통이 아닌 사람이다. 두 딸을 키우면서 베이킹 전문 브랜드 ‘마망갸또’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열혈 워킹 맘, 피윤정 파티셰와 그녀의 딸 서은이를 만났다.‘마망갸또’는 엄마(Maman)가 만들어주는 과자(Gateau)란 뜻의 디저트 카페로 다양한 색깔의 카페들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도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너 셰프 피윤정씨(41)는 홍대점, 강남역점 카페 외에 베이킹 교육과 베이킹 제조사업부도 함께 꾸리고 있다. 이쯤 되니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뤄낸 성공적인 커리어에 슬그머니 샘이 날 지경이다. 더구나 엄마를 닮은 밝고 예쁘장한 딸 서은이를 보니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맞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든다.엄마 같은 파티셰가 될래요!피윤정씨의 둘째 딸 서은(13)이는 파티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언니 채은(16)이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서... -
사회복지사 엄마 박은숙 소장과 딸 이은양의 현장 체험기
처음엔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 가는 바람에 집 비우는 일이 다반사여서 막연하게 ‘바쁜 일’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엄마의 일터에 가본 딸은 깜짝 놀랐다. 무척 어려운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사회복지사라고 하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월급은 받고 일하세요?’예요(웃음). 사회복지사란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어떤지 질문만 봐도 알 수 있죠.”‘패션이 참 근사하다’라는 감탄을 인사로 대신했더니 ‘월급은 받느냐’는 질문보다는 낫다며 웃어 보이는 사회복지사 박은숙(45)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교육센터 소장. 멋진 원피스를 보며 월급을 받고 있음을 눈치챘다고 농을 던지니 “아웃렛에서 샀다”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유쾌한 사람임을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직종 중 하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 -
(5) 경찰관 손정화 경사와 딸 서영이의 동반 출동!
전체 경찰관의 7.6%를 차지하는 7천8백여 명의 여성 경찰관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 안에는 손정화 경사도 있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그녀의 일상을 딸 고서영양이 함께하는 날, 모녀는 나란히 서서 거수경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부부 경찰관으로 산다는 것여리여리한 몸,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올린 손정화(37) 경사의 첫인상은 경찰보단 스튜어디스라고 착각할 만큼 매무새가 깔끔하고 여성스러웠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벗자 경찰 제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풍당당한 면모를 빛내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딸 고서영양(8)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엄마가 경찰이라서 정말 좋아요. 경찰 옷을 입은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매일매일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요. (제복에 달린 배지를 가리키며)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받은 거예요.”서영이의 짧은 대답에서 엄마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단순히 제복이 멋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 -
(4) 바이올리니스트 엄마 김연진씨와 딸 하은이의 유쾌한 앙상블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쯤은 꿈꾼다는 선망의 직업이 있다. 바로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주하는 음악가다. 음악 하는 엄마의 일상은 어떤지, 음악 하는 엄마를 둔 딸은 어떤 꿈을 꾸는지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이따금 연주회를 볼 때마다 저 무대 위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공연의 막이 내리면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지곤 했다. 왠지 일상생활도 그들이 들려주는 선율처럼 우아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 하은(11)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 맘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진씨(38)는 이런 편견을 단번에 바로잡아주었다. 김연진씨는 집에서 여유 있게 음악을 듣고 있을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 현재 2개의 대학과 예중·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거의 매일 수업 스케줄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특히 중·고생들은 집에서 레슨을 하는 편이다. 레슨 장소로 집을 택한 것은 전적으로 하은이 때문이다. 어느 딸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하은이는 ... -
치과의사 엄마 김아미씨와 딸 민서의 치과 정복기
아이들에게 도깨비나 유령이 나오는 곳보다 더 무서운 곳이 있다면? 바로 치과다. 치과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고이는 게 아이들이다. 엄마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속수무책이다. 그렇다면 치과의사 엄마와 그 아이는 어떨까?치과의사 김아미씨와 딸 민서의 생활을 들여다보자.치과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흠칫한다. 호환마마가 무섭다지만 사실 치과만큼 피부에 와 닿게 두렵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치과에서 처음 만난 민서(5)는 달랐다. 텅 빈 진료실에서 바람이 나오는 에어로스팀을 익숙하게 잡고 칙, 칙 바람을 쏘면서 장난을 곧잘 쳤다. 아이의 얼굴에 무서움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진료실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꾸며진 것도 아니었다. 어른들도 눕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는 보통의 진료실이었다. 민서의 에어로스팀 바람을 맞는 건 치과의사 엄마 김아미(37) 원장. 김 원장도 민서와 진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지 싫은 내색 없이 아이의 장난을 잘 받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