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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이 어른 책을 읽어도 괜찮나요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연령에 맞는 책을 주로 읽습니다. 언어능력의 문제를 떠나 정서적으로 자기 연령대에 맞는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자기 연령대에서 훌쩍 벗어나는 책을 읽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죠.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아예 자기 연령과 맞지 않는 책만 읽기도 합니다. 특히 초등 고학년 독서가 중에 이런 아이들이 많습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어른들이 읽는 책만 읽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과연 제대로 읽는 게 맞나’ 하고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죠.왜 초등 고학년 독서가 중에는 유독 자기 연령대를 훌쩍 벗어나는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을까요? 청소년 도서가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입니다. 청소년 도서라는 게 아예 없었으니 그 시절 청소년 독서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성인 서가에서 읽을 책을 찾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청소년 독서가들이 성인 책을 별 어려움 없이 읽어냈다는 점입니다. 성인 도서의... -
'결말부터 읽는 버릇', 독서의 질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영화든, 소설이든 스토리를 즐기게 만드는 힘은 그 다음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주인공이 외딴 섬에 조난당하면 ‘어떻게 살아남을까?’ ‘언제 어떻게 구조될까?’ 같은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끝까지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 궁금증의 끝은 당연히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 결말부터 읽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결말을 알고 나면 무슨 재미로 책을 읽나 싶어 물어보면 의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결말을 안 보면 끝이 너무 궁금해서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돼요.”“끝을 먼저 봐도 재미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궁금하잖아요.”“끝을 모르면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못 견디겠어요.”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주인공의 안부가 견딜 수 없이 궁금한 거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겪는 위기를 ‘어차피 잘 될 거야’ 하고 마음 편하게 보고 싶은 ... -
‘독서록’ 매일 쓰기 도움 될까?
좋은 독서 솔루션이냐, 나쁜 독서 솔루션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그 독서 솔루션을 실행했을 때 독서를 더 좋아하게 만들면 좋은 솔루션, 싫어하게 만들면 나쁜 솔루션이죠. 예를 들어 책을 읽은 직후에 간단한 독서퀴즈를 내는 것은 좋은 솔루션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잘 읽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에게 핵심 줄거리를 묻는 간단한 독서퀴즈는 자신의 독서 상태를 증명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나 다름없죠. 독서퀴즈를 다 맞추면 뿌듯해하고, 다음에도 잘 맞추려고 독서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좋은 솔루션은 이렇게 독서의 재미와 동기를 강화해 줍니다. 반면 나쁜 독서 솔루션은 독서의 재미와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하면 할수록 독서가 싫어지는 거죠. 독서록, 독후감 쓰기는 어떨까요? 좋은 독서 솔루션일까요? 독서록, 독후감 쓰기는 가장 대표적인 독후활동입니다. 독서록, 독후감을 쓰면 그 책의 내용을 깊이 되짚어볼 수 있고, 독자 자신의 감정과 ... -
잠자리에서만 책을 보려는 아이 어쩌나
잠자리 독서, 즉 베갯머리 독서를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유명한 독서법인 데다 시간활용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잠이 든 아이의 예쁜 모습,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도 덤으로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무렵이 되면 ‘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잠자리 독서가 버릇이 되다 보니 아이가 낮에는 책을 아예 읽으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잠자리 독서는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숙면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숙면을 도와줍니다. 독서량으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책을 왜 잠자리에서만 읽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은 매일 책을 읽는 버릇이 든 겁니다. 다만 잠자리 외에 다른 시간에 책을 읽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진짜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누구나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그 책을 펼치게 됩니다.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누구나 이렇게 됩니다. 성인 독서가라고 해서 시간이 남아도는 게 아니기 ... -
한자교육을 따로 시켜야 할까요?
아이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하느냐 마느냐는 교육계의 해묵은 화두 중 하나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한자어 비중이 57%에 이르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고,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를 제외하면 30% 남짓인데 그 어휘들은 별도의 한자교육 없이도 충분히 익힐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긴 세월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양쪽 다 일리가 있다 보니 이쪽 이야기를 들으면 한자교육을 해야 할 것 같고, 저쪽 이야기를 들으면 안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독서능력의 관점에서 보면 한자 학습이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왕에 알고 있던 어휘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처음 보는 어휘의 뜻도 좀 더 쉽게 추측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능력은 실생활과 독서, 학교 공부, 입시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죠.이런 분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자 학습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
책 읽어주기 4가지 효과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을 가고, 하루에 한 번 책 읽어주기’라고 하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바빠서 건너뛰는 날도 생기고, 지치고 힘들어서 도무지 읽어줄 마음이 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책 읽어주기는 부모의 의지와 노고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이렇게까지 해서 책 읽어주기를 해야 할까?’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효과가 정서발달인데, 그건 다른 걸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효과는 강력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서발달 효과가 맞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부수적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다른 효과도 있습니다.첫 번째로 문화 확장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삶과 일상의 제약을 받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만난 사람, 겪은 일, 경험하는 세상을 재료로 생각을 펼치게 되니까요. 삶의 경험이 적은 영유아는 더 심해서 가족, 우리 동네, 어린이집 같은 일상 안에... -
영유아 독서량은 부모님 행동에 달렸다
영유아기의 독서량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부모님이 많이 읽어주면 아이의 독서량이 늡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 읽어주지 못해 자책하는 부모가 계시는가 하면 열성이 넘치는 나머지 매일처럼 새벽까지 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계십니다.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적절한 독서시간, 이상적인 독서시간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루에 몇 시간 읽어주는 게 가장 좋다’라는 식의 기준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독서시간은 아이들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아이여도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어떤 아이는 2시간이, 어떤 아이는 30분이 이상적일 수 있죠. 또 어떤 날은 1시간, 어떤 날은 아예 읽어주지 않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굉장히 까다롭고 주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간단합니다. 그냥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좋아한다 싶으면 계속 읽어주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루해한다 싶으면 바로 그만두면 됩니다. ‘아이가 원하는... -
세계 명작, 문고판으로 읽어도 될까요?
책 육아를 하는 부모 사이에서 세계 명작은 ‘독서 이상향’ 중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때 세계 명작에 입문이라도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죠. 그런데 이 바람은 실현되기가 참 어렵습니다.아이의 책 선택권을 지켜주는 것이 독서 지도의 제1원칙입니다. 부모가 선택하는 책 중 하나로 세계 명작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읽도록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이 자신인데, 아이가 세계 명작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세계 명작 대부분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별로 없는데다 어른도 읽기 힘들 정도로 길고, 어려우니까요. 아이들 입장에서 매력을 느끼기 힘든 책으로,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다만 현실적으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세계 명작은 ‘80일간의 세계 일주’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처럼 이야기와 소재 자체가 강렬한 작품, 그중에서도 내용을 축약한 문고판 정도입니다. 분량에 대한 부담이... -
어떻게 하면 스스로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책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학교 공부와 학원 숙제 다 하고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대신 책을 읽는 아이, 짬짬이 책을 펼치는 아이를 꿈꿉니다. 그런데 대부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영아유기부터 독서교육에 꽤 많이 신경을 썼는데도 좀처럼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아이, 매일 “책 읽을 시간이야”라고 말해야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 ‘억지로 읽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책 읽으라는 말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가 아예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럴 때는 어쩌면 좋을까요?우선 이 걱정 자체를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읽지 않아서 큰일이다’가 아니라 ‘그래도 읽으라고 하면 읽잖아. 조금씩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이 심해지면 부모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책망하게 되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됩니다. 그러면... -
아이에게 책을 얼마나 읽어주어야 하나요?
독서시간 문제는 영유아 부모님의 주요한 고민 중 하나입니다. 영유아기의 독서량은 전적으로 부모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의 지적·정서적 발달에 좋다고 하니 누구는 많이 읽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갖고, 누구는 매일처럼 새벽까지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 읽어주는 게 좋다’는 식의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아이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지기 때문에 나날이 똑같은 독서량을 적용할 수 없죠. 이 까다롭고 주관적인 기준을 맞추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독서를 ‘하루에 한 번 책으로 하는 놀이’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심심해할 때 “책 읽어줄까?” 하고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책을 원하는 만큼만 읽어주는 겁니다. 아이가 지루해하기 시작하거나 그만 읽고 싶다고 말할 때 멈추면 됩니다. 이것이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독서량입니다.‘하루에 한 번 아이가 원하는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