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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제천, 역사와 문화의 보고
수려한 비경을 간직한 단양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그저 보고 지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설까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의미 깊은 여행지로 기억될 듯하다. 국내외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명소를 자전거로 누비며 섬세한 관점의 여행기를 보여주었던 미술평론가 이재언과의 인연은 아쉽게도 이달까지다. 그의 찬란한 다음 여정을 기대하며 연재를 마친다. (편집자 주)단양행 첫 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청량리역에 도착하자마자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탑승 전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야 하기에. 다른 승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저쪽에서도 몇 명의 무리가 승차를 위해 자전거 패킹을 하고 있었다. 중앙선 승객들은 대부분 등산객들인데 요즘은 자전거 여행자들도 많이 보인다. 오전 6시 정각, 열차가 새벽 안개를 헤치며 환상의 질주를 시작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행복감을 준다지만, 단양 같은 비경을 간직한 ... -
일본 큐슈 ‘물의 도시’ 구마모토
지난 2월, 아들과 둘이서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필자의 마지막 큐슈 여행기다.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필자의 설명과 함께해 더욱 의미 있는 여정이 된 듯하다. (편집자 주)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히고(肥後, 구마모토의 옛 이름), 즉 구마모토(熊本)에 도착했다. 아주 멀리 온 것 같지만 사실은 큐슈 한가운데에 도착했을 뿐이다. 그만큼 큐슈는 큰 섬이다. 구마모토 여객터미널에 하선한 시각이 밤 9시 무렵이었던 것 같다. 연거푸 하품을 해가면서 짐을 내려 지체 없이 시내 호텔을 향해 달렸다. 라이트 하나에 의지해 쌀쌀한 밤공기를 헤치며 달려가는 길은 다행히 직선인데다 표지판대로만 따라가면 되었다. 하지만 밤길 15km의 거리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미나미 구마모토를 가로질러 시라카와 강을 건너자 거대한 구마모토 성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 앞 가미토리초에 자리 잡은 아담한 호텔에 당도하기까지 1시간여가 걸렸다.이른 아침 눈 ... -
격동의 역사가 숨쉬는 도시 나가사키
지난 2월, 아들과 둘이서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필자의 세 번째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이달에 소개하는 여행지는 2차 대전 당시 두 번째로 원자폭탄 공격을 받았던 나가사키다. 글을 쓴 필자도, 지금부터 읽어 내려갈 독자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여행지가 될 듯하다. (편집자 주)오늘은 일요일이다. 거짓말처럼 알람 없이도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나가사키(長崎) 일정도 빠듯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이른 아침 7시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식사는 가까운 평화공원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나가사키는 유명한 것이 많다. 일본의 독점적 무역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네덜란드나 중국 등의 문화적 영향이 강했던 곳이다. 또한 과거 그리스도교가 번창해 성지로 지정된 곳이 많으며, 아울러 2차 대전 당시 두 번째로 원자폭탄 공격을 받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지리적으로 변방에 불과해 보이지만 중세와 근현대사에 걸쳐 역사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곳이었다. 나가사키는... -
‘카라츠-이마리-아리타’로 이어지는 도자기 여행
지난 2월, 설 연휴를 맞아 아들과 둘이서 5박 6일간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필자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전설의 도공 이삼평의 흔적에서부터 로맨틱한 여행지 하우스텐보스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여정이다. (편집자 주)카라츠(唐津)에서의 하룻밤, 과분한 호사를 누렸다. 멋진 방에서 하루를 묵었다는 사실을 아침이 되어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탄성을 지르며 아들을 깨웠다. 아들도 눈을 비비며 창밖의 장관에 감탄했다. 무지개를 일컫는 니지노마츠바라(虹の松原) 소나무 숲과 현해탄이 옅은 안개 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 꼭대기 층 식당에서 보는 풍경은 더욱 근사했다. 절경을 바라보다 보니 다른 일정을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좋은 인상과 추억을 거두었다는 뜻이리라. 오늘도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 서둘러야 한다. 뷔페에서 포식을 마치고 바로 니지노마츠바라 숲 속으로 진입했다. 방풍림으로 조림된 곳이다 보니 곧게 ... -
화해의 땅 큐슈_후쿠오카에서 가라츠까지
유원지에 가면 연인을 위한 2인용 자전거가 있긴 하지만 보통 자전거를 생각하면 왠지 혼자만의 고독한 레이스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이번 라이딩만큼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든든한 아들이 함께해서 더욱 행복했던 큐슈 여행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설 연휴를 맞아 아들과 둘이서 5박 6일간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 신모에다케 화산 폭발과 후쿠오카 지역 눈 소식도 있었지만 어렵게 마련한 기회라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한 달 전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둔 아들과 함께하는 부자간의 자전거여행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터다.막상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눈 소식과는 달리 맑고 포근했다. 교환교수로 체류 중인 김명식 화백(동아대 교수)과 해후한 후 그의 배려로 하카타(博多) 역 근처의 호텔로 이동해 자전거를 조립할 수 있었다. 아들은 내가 오랫동안 애용해온 크로스컨트리 MTB를, 나는 출퇴근용으로 타던 사이클을 챙겨 갔다. 자전거 조립 후 밖으로 나가 밤까지 호... -
가야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령&김해 방문기
오는 설 연휴에 떠나게 될 일본 규슈 자전거 여행을 앞두고, 우리 역사 가운데 특히 가야 시대의 문화를 깊이 있게 느끼고 싶었다는 필자 이재언. 혹독한 겨울바람을 헤치고 가야의 고장 고령과 김해로 자전거 답사를 다녀왔다.찬란한 철기문명을 열어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쳤던 가야. 현세인들에게는 그 자체가 신화적 상상력의 시대로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침 부산으로 가는 지인의 차편에 편승해 대구에서 멀지 않은 경북 고령군에서 하차했다. 대가야국이 있었던 고령을 돌고 나서 밀양으로 이동, 1박을 하고 나서 바로 금관가야의 김해로 가는 일정이다.대가야국의 혼이 살아 있는 고령(高靈)며칠 전 포항·경주 지역에 쏟아진 폭설의 여파 때문인지 성주, 고령 일대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읍내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야 유적지는 가야왕궁 터다. 조선시대 향교가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왕궁 터다. 지산동 고분군이 있는 주산의 기슭으로 현재 이렇다 할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고령읍을 내려... -
우리다움의 고향 전주 한옥마을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온다는 안주상을 받아보고 싶기 때문만이 아니라, 전주는 꼭 들러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마음에 두었던 곳이다. 학회 참석차 방문한 전주에서 순간 자전거라이더로 ‘변신’한 필자 이재언의 여정이 내내 부럽기만 하다. (편집자 주)호남고속도로 전주 톨게이트. 한옥 외양의 톨게이트와 ‘전주’ 서체 현판이 인상적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기린대로 초입에서 통과하게 되는 ‘호남제일문’이라는 웅장한 한옥식 관문에서 다시 한번 호남이 가진 자부심의 실체와 포스가 말없이 전해졌다. 마침 ‘한국조형디자인학회’ 발표를 맡게 되어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았다. 전주는 누가 뭐라 해도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소 도시다. 한옥이 살아 있고 그 안에 우리의 소리, 우리의 맛, 우리의 글씨 예술과 종이가 ‘우리’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곳이다. 몇 차례 지나치기만 했던 전주를 이제야 비로소 자전거로 구석구석 둘러볼 기회를 잡은 것인데, 첫인상부터가 기대했던 것 이... -
교토에서 日 역사 속 인물과 함께 걷다
요즘은 그저 아름다운 풍광을 둘러보는 여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테마가 있는 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일본 역사의 심장’이라 불리는 교토를 미술평론가 이재언과 함께 둘러보니 정말이지 ‘느낄거리’가 많은 도시임에 틀림이 없는 듯하다. (편집자 주)교토에서의 이틀째,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을 나섰다. 사흘 동안의 다소 여유 있는 일정이지만, 교토에서는 마음이 바쁘다. 천년 수도 교토는 지나치기 어려운 명소들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북쪽의 라쿠호쿠(洛北) 지역에 있는 ‘도판명화의 정원’부터 시작해 히가시야마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계획하고 있다. 니시혼간지와 히가시혼간지를 거쳐 가와라마치(河原町)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전날 잠시 들렀던 교토어원(御苑)이라는 황궁공원을 관통해 올라갔다. 장측의 길이가 1.5km에 이르는 드넓은 공원 안에 문이 굳게 닫힌 성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시민들이 자유롭게 아침 운동이나 산책하는 모습이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
일본 역사의 심장,교토(京都)
자전거로 문화의 요지를 돌아보는 그의 기행을 마냥 부러워하는 이에게 이재언은 이번엔 꼭 좋지만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무시무시한 폭염을 뚫고 돌아본 교토는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큰 여행지였다. 나고야, 오카자키에 이은 이재언의 세 번째 일본 이야기. (편집자 주)예정대로라면 오늘의 여정은 ‘아이치 현-기후 현-시가 현-교토’로 이어지는 도카이도센(東海道線) 코스다. 전국시대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딱 한 번 대결했던 곳 오와리의 고마키(小牧), 오다 노부나가의 거성이었던 미노(美濃) 지역의 기후(岐阜) 성, 유명한 전국시대 최후의 혈전지 세키가하라, 비와호를 끼고 있는 오미(近江)를 거쳐 교토로 입성하는 것이었다. 이 코스는 천하의 패권을 꿈꾸는 동쪽의 강자들이 왕도 교토로 진입할 때 지나던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컨디션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긴 했으나 몸이 무거웠다. 전날 미카와 지역을 도는 동안 폭염 속에서 너무 많은 얼음물을 마셨던 탓에 ... -
아이치현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다
지난달 나고야에 이은 오카자키 지역의 여행기는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현지에서 그의 흔적을 되짚으며 풀어낸 필자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이재언의 일본 기행 두 번째 이야기. (편집자 주)이른 아침 7시. 오카자키로 향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는데 직원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객실 내 자전거 주차를 몰래 한 처지라 슬그머니 나가려던 참인데 직원의 반갑지 않은(?) 배웅을 받게 됐다. 알고도 묵인을 해준 것이라면 인사까지도 생략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가리야(刈谷), 오카자키(岡岐), 도요타(豊田) 등을 돌고 오려 한다”고 하자, 고생 좀 할 거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닌 게 아니라 문밖을 나서자마자 맞이한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전날은 주로 오후 라이딩이어서 바닷바람 덕을 본 것 같은데 오늘은 바람마저도 없어 보인다.오케하자마(桶狹間)이번 코스는 주로 1번 국도를 이용할 예정이다. 헤매지 않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