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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숲으로 가다…미 캘리포니아 주 멘도시노
고공 촬영으로 협곡을 넘나들며 시작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첫 장면. 멘도치노는 그런 곳이다. 억만 년의 시간을 품은 나무와 태평양을 향해 흐르는 거대한 강…. 그곳의 대자연에는 미국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 ‘떠남’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좋은, 참으로 무겁고 경건한 길이다. (편집자 주)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여행지구의 과거를 보려면 숲으로 가야 한다. 요즘은 어딜 가든 흙 밟기가 힘들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사람은 흙과 더불어 살았다. 이제 흙을 밟고 나무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은 숲밖에 없다. 이번 여행지는 숲이 아름답고, 바다도 좋은 캘리포니아의 멘도시노다. 멘도시노는 태평양 연안의 바닷가 마을이다.멘도시노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숲 좋고 들도 넓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주말이면 피크닉을 떠나기도 한다.도시는 절벽 위에 세워졌다. 150여 년 전에 들어서서 고풍스럽다. 당시 지은 목조건물들이 해안 절벽을... -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
카우보이 하면 보통 미국 텍사스를 떠올릴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캐나다 서부로 진출하고 문물 교류가 이뤄지며 이곳에도 기마경찰격인 카우보이가 생겼다. 이를 기념해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한여름에 10여일 동안 카우보이 쇼, 스탬피드 축제가 한바탕 펼쳐진다. 여기선 누구나 짐승남 카우보이가 될 수 있다. (편집자 주)유럽인들의 개척으로 시작된 캐나다 서부 역사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데오 축제 중 하나인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에 다녀왔다. 흔히 로데오 하면 미국의 텍사스 같은 서부를 떠올리기 십상이고, ‘캐나다에도 카우보이가 있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톱니바퀴 달린 부츠에 성냥불 그어대며 담배를 피워대던 카우보이들의 모습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일 게 분명하다. 필자도 현지인에게 물어봤다. 캘거리가 카우보이들의 도시인가? 캘거리 스탬피드는 가장 큰 로데오 쇼인가? 현지인들은 가장 크지는 않지만 가장 괜찮은 축제(... -
아름다운 성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 프랑스 카르카손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 지방의 카르카손 성은 52개의 탑과 2개의 이중 벽으로 둘러싸인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성은 과거 통치자와 교황의 힘겨루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아름다운 성곽을 감상하고 알싸한 스파클링 와인을 음미하며 꿈을 꾼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편집자 주)남프랑스 최고의 관광지, 카르카손프랑스 북부와 남부는 한국의 경상도와 전라도처럼 다르다. 말부터 다르다. 북부 사람들은 ‘Yes’를 ‘Oil(오일)’이라고 했고, 남부 사람들은 ‘Oc(오크)’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가 정책적으로 언어를 통일한 것은 1870년 나폴레옹 3세 때였다. 남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스페인과 가까워 남유럽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렸다. 스페인은 가톨릭뿐 아니라 이슬람의 영향도 받았으니 남부의 문화는 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할 수 있다.남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랑그도크 지방의 카르카손일 것 같다. 랑그도크는 ‘O... -
반짝이는 물빛 손짓, 이탈리아 이세오 호수
이번 여행은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지역이다. 넓고 아름다운 호수 이세오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세오 호수는 낭만의 명소다. 산바람을 타고 물길을 가르는 배가 있고, 섬에는 화려한 성이 있으며, 신의 물방울, 이탈리아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아늑해진다. (편집자 주)이탈리아 고급 휴양지, 이세오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은 호수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코모 호수. 수많은 해외 스타들이 이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007 시리즈’등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이다. 한국인들은 코모만 알지만 코모 외에도 3개의 호수가 더 있다. 이번 여행지는 이세오(Iseo) 호수다. 코모가 번잡하고 휘황한 곳이라면 이세오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코모가 관광지라면 이세오는 휴양지라고 할 수 있다.호수 둘레는 65km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호수로 빙하수가 고여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카모니카 계곡에서 물이 내려온다. 카모니카는 암각화가 많이 남아 있는 ... -
명품 와인 ‘샤토 마고’의 고장 - 프랑스 메독
프랑스 와인 하면 메독 지역이다. 최고의 명품 ‘샤토 마고’ 와인은 물론, 8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저마다 고유의 개성을 지닌 와인이 탄생한다. 보르도시 북서쪽 오메독에서 시작되어 마고, 물리스, 리스트락, 생줄리앙, 포이약, 생테스테프, 메독으로 이어지는 길은 와인의 성지 순례다. 자, 이제부터 신의 물방울을 찾아 떠난다. (편집자 주)프랑스 최고의 와인, 샤토 마고를 찾아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1권부터 메독의 샤토 마고에 대해 나오는데, 한마디로 와인 숍에서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고 좋은 와인이란다. 와인이 뭐 별건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샤토 마고의 명성은 대단하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은 샤토 마고”라고. 세컨드 와인 말고 빈티지가 좋은 것은 수백 유로씩 한다.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보르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메독이란 지방이 있다. 백화... -
자연은 순수하고 사람은 수수하다 - 노르웨이 베르겐
노르웨이의 베르겐은 웅장한 대자연이 있는 것도 아니요, 화려하고 반짝이는 유명 관광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야 하는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네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으나 다른 그네들의 일상을 통해 우리를 반추한다.뭉크와 입센, 문화 수도 베르겐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오슬로보다 베르겐을 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베르겐 사람들의 자부심도 높아서 자신을 소개할 때 “노르웨이가 아니라 베르겐에서 왔다”고 할 정도다. 베르겐은 중세 때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작곡가 그리그의 집이 있다. ‘절규’의 화가 뭉크와 좥인형의 집좦을 지은 입센도 노르웨이 출신인데 이들의 활동 무대도 베르겐이었다. 해서 베르겐은 노르웨이의 문화 수도라고 할 만하다.노르웨이는 5월에야 봄이 온다. 북녘 땅의 겨울은 길다. 한겨울에는 해가 아예 뜨지 않는 곳도 있다. 해를 못 보기에 사람들은 ... -
북유럽의 고도(古都) 에스토니아 탈린
에스토니아. 유럽… 어디던가? 지도상의 위치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낯선 나라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흥분이 여행의 묘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중세 북유럽으로 타임슬립해 탈린의 거리를 걷는다.여행 마니아의 숨은 관광지중세 모습을 간직한 도시를 한번 떠올려보자.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독일의 로텐부르크와 대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교황이 머물렀던 프랑스의 아비뇽, 신성 로마제국의 수도인 체코 프라하…. 제각각 옛 멋이 남아 있는 도시다. 에스토니아 탈린도 꽤 유명하다. 탈린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여행광들에게는 ‘가고 싶은 북유럽의 고도’다. 중세의 도시가 완벽하게 남아 있는데다가 물가도 싸다. 서유럽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북유럽의 정취도 있다. 탈린이 어디 있는지 머리에 쉽게 위치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영국에서 오른쪽 바다를 가로지르면 북해가 나오는데 이곳에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이 나란히 붙어 있다. 그 아래 덴마... -
숨은 문화와 역사의 도시 - 스위스 생갈렌
스위스 여행을 자연에만 국한시켜 다니기엔 좀 아쉽다. 곳곳의 숨은 도시와 마을에는 유구한 유럽 역사의 한 페이지가 그대로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취리히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조용하고 정갈한 마을 생갈렌을 다녀왔다.스위스의 작은 마을 구경하기유럽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를 훑는 것이다. 유럽의 도시는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어느 날 갑자기 신도시가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집을 짓고 세우고, 물려받아 도시를 만들어왔다. 해서 유럽의 도시에선 시간의 향기가 깊게 배어 있다. 실제로 고도(古都)란 이름이 붙지 않을 만한 도시가 없다.이번 여행지는 스위스의 생갈렌이다. 스위스 여행자들은 대개 도시보다는 자연에 방점을 찍는다. 도시의 고건축물로만 따지면 로마와 피렌체 등 이탈리아를 당할 데가 없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의 심장이었고, 르네상스의 출발점이다 보니 어딜 가도 천년 역사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프랑스와... -
시간을 넘어 제국의 도시로 - 이탈리아 오스티아 안티카
이탈리아에는 로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고도의 흔적을 온전히 안고 있는 곳, 오스티아 안티카를 가봤다.사라진 폼페이의 흔적을 찾아서이탈리아는 역사 덩어리다. 어디서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돌 조각 하나하나가 숱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도시에서 한 시대의 역사를 온전히 읽어내기는 힘들다. 도시란 짓고 부수고를 거듭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비교해보자. 서울은 백제 때부터 수많은 사람이 살았지만 백제의 흔적을 찾아내기는 힘든 것과 비슷하다. 로마도 마찬가지다. 현재 로마의 모습은 로마제국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과연, 그럼 로마시대 로마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 사라져버린 폼페이에서 로마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로마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꼽으라면 오스티아 안티카 정도가 되겠다. 로마 여행을 수십 번 해봤다는 사람도 오스티아 안티카는 생소할지 모른다. 전철로 갈 수 있는 곳인데도 말이다.오스티아 안티카는 BC 7세... -
설국(雪國)을 가다 - 니가타
니가타는 일본 북동부에 위치한 눈의 나라다. 겨울 레포츠 마니아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훌륭한 설질로 유명한 지역이다. 쌀과 물이 좋아 니가타 사케도 인기다. 눈, 온천, 술이 있는데 세상 그 무엇이 부러울쏘냐.소설 「설국」의 탄생지, 니가타‘국경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진 듯했다’로 시작하는 노벨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는 홋카이도가 아니다. 니가타다. 한국 사람들은 눈 하면 홋카이도만 떠올리는데 니가타도 세계적인 대설 지역이다. 동해의 눈바람이 해발 2,000m가 넘는 에치고 산맥에 부딪히면서 겨울이면 엄청난 눈을 쏟아낸다. 매일 지겹게 눈이 내린다. 하룻밤에 1m가 넘게 눈이 쌓이는 때도 많다. 그래서 눈을 피하기 위해 처마가 있는 길을 만들기도 했다.관동과 관서를 나누는 조에츠선 시미즈 터널을 넘으면 바로 ‘눈의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럼 왜 국경이라고 썼을까? 현이 생기기 전에는 현을 나라(國)라고 불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