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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통 축제 크리스마스 장터 엿보기
12월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인 곳이 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뉘른베르크 광장에는 수백 개의 천막들이 세워지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용품들과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 독일 뉘른베르크 광장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1 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 독일 전역에서는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립니다. 원래 예수 강림절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종교적 행사라기보다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됐습니다. 올해는 11월 30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열립니다. 크리스마스 장터는 어린이의 환영 인사로 시작됩니다. 고불고불한 금발머리, 황금색 옷과 왕관이 어린이의 특징적인 모습입니다.2 제가 뉘른베르크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두 가지를 묻습니다. 첫 번째는 뉘른베르크 소시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크리스마스 장터에 관한 것입니다. 16세기 중반부터 매년 뉘른베르크 중앙광장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 -
정치인의 스캔들에 대응하는 독일의 자세
우리는 정치인들의 스캔들을 자주 접하는 까닭에 관련 뉴스를 들어도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쉽게 용서를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정치인의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할까?1 매번 교수님께 리포트를 내거나 석사 논문을 제출하고 난 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혹시 어디서 문장을 그대로 도용하진 않았을까’, ‘주석을 제대로 밝혔는가’라며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이었습니다. 총선이 열리기 전, 정치인들의 비리가 여러 건 터졌습니다. 뇌물, 성 상납, 성추행과 같은 스캔들이었죠. 사실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건들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2 그런데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표절된 논문을 다시 표절한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후보가 교수직을 사퇴했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독일의 교육문화
사람들은 ‘Made in Germany’라는 표시에 무한 신뢰를 가질 정도로 독일의 기술력을 높이 치켜세운다. 독일의 이런 기술력 뒤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인재 육성을 위한 피땀 흘린 노력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1 한국의 국제적 입지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독일에서는 ‘Korea’보다는 ‘Samsung’, ‘LG’와 같은 브랜드가 더욱 친근합니다. 실제로 현 사회는 기술 혁신에 의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2 독일 역시 창의성과 창조력을 지닌 전문가들을 사회를 짊어지고 갈 인재로 보고, 그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혁신과 기술 개발의 역동성을 위해 직업의 새로운 형태와 영역이 만들어지고 융합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생체과정공학자, 메커트로닉스, 유전자혈통학자, 환경공학자, 디지털공학자, 소프트엔지니어링 등).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과학기술 분... -
독일의 동물 대량 사육 현황과 문제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음식으로 먹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동물들이 대량 사육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런 사육이 어떠한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지 말이다. 독일의 대량 사육 실태를 보면서 우리의 육류 소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1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라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당시 저는 교사로서 큰 위기의식 없이 글 한 편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 때문에 독일에 와서 돼지, 소, 닭 사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제로 고기 소비량도 줄이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연예인들이 동물 보호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학교 교육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 사육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2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익히 잘 아시겠지만, 동물 사육의 끔찍함은 이미 잘 알려진 바입니다. 독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돼지를 우리에서 살이 찌도록 사육하는 과... -
독일의 베스트 여름 휴양지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건 독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사람들은 세 명 중에 한 사람이 매년 2주정도 해외 여행을 갈 정도로 휴가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치와 낭비를 싫어하는 독일 사람들은 어떤 휴양지를 선택하는지, 그들의 휴가 풍경을 살짝 들여다보자.1 독일 사람들에게 ‘휴가’라는 단어는 정말 중요합니다. 세 명 중 한 사람이 매년 2주 정도 해외로 여행을 가고, 서로 “어디로 휴가를 다녀왔다”라는 경험담을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사치와 낭비를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교통편이 편리한 휴양지를 좋아하거든요. 1유로도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지갑을 열지 않는 독일인들이 선호하는 여름 휴양지는 과연 어디일까요.2 매년 다양한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독일인들의 여름휴가 선호 지역을 발표하는데, 1위는 단연 독일입니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독일인들의 여름휴가 선호 형태는 ... -
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독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구조조정은 대부분 비인기 학과의 폐지와 통폐합 등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독일인들은 남의 일처럼 ‘관망’하지 않는다. 폐지와 통폐합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참여’를 함으로써 좀 더 나은 정책을 이끌어낸다.1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학재단의 재정적 부실은 교수진과 연구 시설의 미흡으로 이어져 결국 교육의 질이 하향화되는 결과를 만들죠. 얼마 전 한국 정부는 부실 대학의 명단 공개를 시작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명단에 포함된 학교의 학생들이 대출받을 때 그 한도를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실 대학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것인데, 이를 대출 제한으로 연결한 정부 정책에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제도의 효율성과 학생들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한 정책이냐는 거죠. 같은 연장선상에서 대학은 비인기 학과의 폐지를 정책 수순으로 여기고 있... -
낭만과 여유가 느껴졌던 독일의 결혼식 풍경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초스피드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또 결혼식 후에는 신랑신부가 서둘러 신혼여행지로 향하기 때문에 피로연도 사라진 지 오래다. 반면, 독일에선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하루 종일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게임도 즐긴다고 한다. 낭만적인 독일의 결혼식 문화를 들여다보자.1 어제 드디어 폭탄 세일 때 구입했던 예쁜 하이힐을 꺼내어 신었습니다. 그 이유는 친구의 결혼식 참석 때문이죠. 제가 오늘 아침부터 몸이 찌뿌드드한 이유는 하이힐 탓이 아니라, 바로 어제의 결혼식 파티 때문이에요. 결혼식도 보기 전에 밥부터 먹기 바쁜 한국의 결혼식과 달리 독일의 결혼식은 거의 모든 하객이 함께 어우러져 하루 종일 논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더라고요.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지게 머리를 감아 올린 신부와 그녀를 에스코트한 신랑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달엔 독일의 결혼식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는 1학년에서 10학년까지 초·중·고 학력이 모두 인정되는 대안학교이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학교다.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주변 공립학교에서 일부 과목을 따로 수강해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다행히 학교에서 그러한 부분까지 모두 지원해주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무한한 꿈을 실현시키는 셈이다.1 제가 독일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 학부 시절에 교육철학 수업을 받으며 처음 알게 된 대안학교 때문이었어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학교처럼 기존 공교육의 대안을 제안하며 세워진 학교 중 하나가 라이프치히 자유학교인데 정부가 재정적으로 절반 정도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나머지 절반은 학생들이 내는 학비와 여러 장학재단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운영되고요. 우리나라의 자율형 사립학교와 비교했을 때 이곳의 수업료는 그야말로 간식비 정도예요. 그만큼 저렴하다는 뜻이지요. 마침 지난주에 교육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라... -
머나먼 타국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어려움
독일의 대학교육은 6학기 학사 과정과 4학기 석사 과정으로 이뤄져 있어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공부를 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통계적으로 봤을 때 독일 유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무려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걸까? 독일 내 유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자.1 독일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자신이 정한 연구 주제와 관련된 리포트 작성을 무척 잘해요. 그래서 리포트 작성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에 온 외국 유학생들이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려면 애를 많이 먹기 때문에 졸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오히려 리포트를 쓰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1학기 중간고사에서 시험 대신 리포트 제출을 선택했지 뭐예요(웃음). 중·고등학생 시절 암기 위주의 객관식 문제 풀이에만 익숙했는데, 여기 와서는 처음부터 스스로 주제를 ... -
‘외골수’ 아닌 ‘멀티 영재’ 육성하는 장크트 아프라 학교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춘 아이를 영재로 분류해 교육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방식은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조직 내에서의 사회성이나 인성적·도덕적 소양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독일의 장크트 아프라 학교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1 장크트 아프라 학교는 약 300명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기숙사형 중·고등학교예요. 해마다 50여 명의 신입생이 입학을 하는데 높은 지적 능력, 적극적인 참여 동기, 창의력을 지닌 영재들이 모이는 특수학교이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재의 기준은 어느 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라 생각하지만 장크트 아프라 학교가 육성하는 영재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자신이 맞닥뜨린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직적·사회적 능력까지 두루 갖춘 학생 들 이에요.2 장크트 아프라 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