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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두 번째 이야기
지난달 하코다테와 도야의 가을을 만끽하고 노보리베츠로 이동한 티격태격 모녀는 마치 미식 여행을 떠난 듯 식도락을 만끽한다. 또 홋카이도에서 온천욕 즐기는 것을 빼놓을 리 없다. 아쉽게도 이번 호를 끝으로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기는 작별 인사를 고한다. 하지만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을 따라잡기에 딱 좋은 시즌이 돌아왔음을 위안 삼아보는 건 어떨까. (편집자 주)곰과 도깨비의 마을, 노보리베츠에 가다한 시간에 두 대꼴로 운행하는 노보리베츠행 기차를 타고 JR 도야역을 출발했다. 역시나 조용한 일본의 기차. 엄마는 어김없이 잔뜩 신이 나서 떠드는 내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했다.“엄마, 여기는 곰이 유명해. 엄청 큰 곰 목장이 있거든. 저기 봐! 곰 인형도 세워놓았네.”우리는 개찰구에 세워진 거대한 곰 모형을 보며 감탄했다. 노보리베츠는 곰과 도깨비로 유명한 작은 온천 마을이다. 다양한 종의 곰이 살고 있는 목장은 노보리베츠의 인기 관광 코스로 꼽힌다. 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
홋카이도 기차 여행(1) 하코다테&도야
‘신들의 정원’이라는 애칭을 가진 섬, 홋카이도. 일본 북단에 위치해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이곳은 2백 년 전에는 원주민 아누이족의 나라였고,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일본 영토로 편입된 역사를 가진 땅이다. 때문에 일본이라는 느낌이 강한 편은 아니다. 홋카이도 하면 엄청난 강설량을 자랑하는 겨울의 장관을 꼽지만, 나머지 계절도 모두 멋지다. 이달 티격태격 모녀는 홋카이도의 가을을 만끽하러 떠났다.아빠의 첫 번째 기일이 다가올수록 엄마는 날로 우울해했다. 엄마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여행을 다시 선물하고 싶었다. 생각 같아서는 유럽이나 미국에 가고 싶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 많은 고민 끝에 홋카이도가 떠올랐다.“엄마, 우리 홋카이도 놀러 갈까? 나, 이달에 일 끝나고 한 일주일 시간 낼 수 있어!”“무슨 소리니? 아빠 첫 기일이 코앞인데…. 괜히 피곤하게 굴지 말고.”엄마는 무척이나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오빠와 나의 성화에 결국 홋카이도로 떠나기로 했... -
흑해와 지중해로 둘러싸인 신비의 땅, 터키
호메로스의 신화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전쟁의 무대 트로이, 동로마 시대의 부귀영화가 그대로 재현된 에페소,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특급열차 살인사건」에 나오는 종착역이자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곳 이스탄불, 광활한 유럽 대륙을 호령했던 오스만두르크 제국의 영토…. 이처럼 찬란한 문화유산과 형언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터키. 이달 티격태격 모녀는 터키 여행을 떠난다.터키, 아직은 패키지여행이 낫다“엄마 친구들은 다 터키에 가봤다는데…”라는 엄마의 볼멘소리에 모녀의 터키 여행은 시작됐다. 터키는 찬란했던 과거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갖춘 매력적인 나라지만 여자 둘이 마음 편히 여행하기에 아직은 위험한 곳이라는 선입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패키지여행이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여러 여행사 상품을 비교하다가 ‘국적기 직항, 터키 국내선 이동 상품’을 선택했다. 워낙 광활한 대륙이라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은 버스를 타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 거라 ... -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근사한 체코 프라하
프라하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연중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까닭은 해 질 무렵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아름다운 경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유산도 프라하의 정통성을 확인시켜준다. 정적인 줄로만 알았던 프라하는 예상보다 볼 것, 먹을 것, 살 것, 갈 곳이 많았다. 그 어느 곳에서보다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티격태격 모녀의 프라하 여행기를 시작한다.드디어 카를로비바리에서 프라하로 떠나는 아침, 엄마와 나는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었다. 잘츠부르크나 체스키크룸루프에서 이동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체코의 고속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라 셔틀버스를 예약해도 좋았겠지만, 승무원이 함께 탄다는 체코의 고속버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난 카푸치노! 엄마는?”“나도!”우리가 탄 고속버스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버스와는 사양이 달랐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두 칸이나 ... -
체코 카를로비 바리에서의 선녀 놀음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카를로비 바리. ‘카를의 온천’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에는 신비한 전설이 전해진다. 14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왕인 카를 4세가 사냥을 하던 중 다리를 절뚝거리던 사슴이 온천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멀쩡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마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온천에는 특별한 점이 많다. 세계적인 온천 휴양지에서 보낸 티격태격 모녀의 3박 4일을 따라가보자.새벽 5시, 엄마와 나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민박집을 떠났다.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9시쯤 출발하고 싶었지만 셔틀버스 회사의 일정상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만 했다. 심지어 가격도 비쌌다. 비용은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 운임과 비슷했다. 호텔에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는 편리한 점도 많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구간이 아니라면 이러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주인 할머니는 잠옷을... -
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체코 하면 떠오르는 프라하도 좋지만, 진짜 체코를 경험하고 싶다면 시골에 가보자. 그중에서도 프라하 남쪽 국경에 위치한 체스키 크룸로프를 추천한다. ‘체코의 말발굽’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마을은 13세기에 지어진 성과 집, 길이 그대로 보전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오스트리아 빈, 잘츠부르크에 이어 우리는 체코의 작은 마을인 체스키 크룸로프로 향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다음 여행지를 정할 때 많이 고민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할슈타트에 가보고 싶었지만 동선상 무리였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최대한 이동이 편리한 방향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만약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할슈타트에 가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아름다운 호숫가 주위로 드문드문 세워진 작은 나무집에서 맞는 아침은 오스트리아 전원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잘츠부르크에서 체코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차를 타...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독일 뮌헨 당일치기 여행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몬데제 등지에서 촬영됐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더욱 멋지게 담아낼 수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 풍경은 오늘날까지 많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티격태격 모녀도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또 ‘까칠 엄마’의 소원대로 70% 이상 세일한다는 독일산 냄비 세트를 사기 위해 뮌헨을 방문했는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는데!“도레미도 미도미~”만약 아무런 계획 없이 잘츠부르크에 머문다고 해도 결코 지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잘츠부르크에 몰려드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위해 이 작은 도시에는 무척 다양한 투어 상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를 둘러보며 하루를 보내는 투어, 잘츠부르크의 소금 광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투어, 잘자흐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탄 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일부 촬영지를 둘러보는 투어, 바바리안 ... -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도시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나 활동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 평화로운 마을은 유럽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티격태격 모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이동해 천 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중세 도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왔다.1등석이라고요? 정말 몰랐습니다!오스트리아 여행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코스는 빈을 둘러본 뒤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것이다. 엄마와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아무런 고민 없이 빈 다음 목적지로 잘츠부르크를 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도시의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세련미가 넘쳐나던 빈을 떠나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은주야! 좀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니?”“아니야, 엄마. 시간 많아. 우리 여기도 좀 더 구경하고 가자!”빈 서부역 쇼핑 아케이드에서 엄마는 나에게 계속 눈치를 주었다. 분명 기차 시간이 얼마 ... -
빈에서의 미식 여행
이달 소개할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지는 오스트리아 빈이다. 오랜 숙원 사업이던 둘만의 유럽 여행을 드디어 떠난 것이다. 이곳저곳 가고 싶은 곳이 무척 많았지만 모녀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체코로 목적지를 정했다. 14일간 펼쳐지는 유럽 여행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다. 유서 깊은 빈의 슈테판 성당, 쇤부른 궁전, 벨베데레 궁전 등을 구경하고,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인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로 알려진 비엔나 멜랑게를 마시며 미식 여행의 즐거움을 맛본다.엄마와 나는 각각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몇 해 전 여름 엄마는 오빠와 함께 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재미있는 점은 여행에서 돌아온 엄마는 후 두 번 다시 오빠와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엄마가 유료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에 대해 구두쇠인 오빠가 볼멘소리를 했고, 또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안 사주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사건을 들을 때마다 나는 ... -
분홍빛 벚꽃 日시모다에서 보낸 1박 2일
일본의 봄은 벚꽃으로 가득하다. 큰 도시의 대로부터 작은 마을의 골목길까지 유난스럽게도 심어놓은 벚꽃나무들은 봄이 되기만을 기다린 듯하다. 벚꽃나무가 마치 폭죽처럼 분홍빛 꽃잎을 터트릴 때, 일본 사람들은 ‘오하나미(お花見)’라고 부르는 벚꽃놀이를 즐긴다. 지난해 봄 티격태격 모녀는 일본 이즈 반도의 최남단인 시즈오카 현 시모다 시에서 따뜻한 봄 바다와 함께 벚꽃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편집자 주)일본 지바 현에 사는 오빠는 일본의 기상 정보는 무척 정확하다면서 벚꽃놀이를 가려면 3월 마지막 주에 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날짜에 맞춰 엄마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는 동안 엄마와 나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빠와 함께 도쿄행 비행기를 탔던 때를 생각했을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함께 있던 아빠는 이제 없다.하네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오빠를 보고 엄마와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날씬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