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8 16:05낙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이화마을은 서울에서 유명한 벽화마을이다. 사시사철 카메라를 목에 건 방문객들이 마을 보물찾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을을 곱게 물들인 빛깔과 낙산성곽이 품은 서울 풍경에 잠시 초겨울 추위를 잊었다.옛 정취 간직한 서울의 몽마르트 언덕서울 종로구 대학로(동숭동) 마로니에공원 뒷골목을 밟아 언덕을 오르면 특별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가파른 계단 끝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집들, 마을 곳곳을 수놓은 벽화는 언덕 위 작은 마을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하여 ‘하늘동네’라고도 불리는 이화동 벽화마을이다. 마을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건 2006년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아슬아슬하게 허물어져가던 돌계단에 꽃이 피고 야트막한 담벼락에는 새가 내려앉았다. 예술가와 주민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예술작품들은 사라져가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알록달록하게 마을을 물들인 벽화는 1970, 80년대 정취를 간직한 동...
2014.03.24 18:473월, 지리산 맑은 물로 몸을 불린 섬진강이 들판을 감싸 안으면 강기슭 매화는 화르르 등불을 매단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은빛 물결 따라 봄 마중 가는 길. 내딛는 걸음걸음 설렘이 가득.향긋한 매화 향으로 만나는 봄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 얼마나 달렸을까? 눈을 떠보니 차창 밖으로 아슴아슴 연한 빛들이 어린다. 그리운 임이라도 만나러 가는 양 두근대며 서두른 길. 어젯밤 내린 비에 혹여나 여린 꽃잎들이 상했을까 마음을 졸였는데 눈앞에 펼쳐진 섬진강에는 봄빛이 가득이다. 섬진강 일대 하동과 구례, 광양은 3, 4월이면 꽃 대궐을 이룬다. 흰 매화와 노란 산수유, 연분홍 벚꽃이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푸른 하늘과 색색의 꽃을 품은 섬진강은 황홀한 봄 풍경을 선사한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을 보러 전국에서 몰린 사람들로 긴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동에 도착하니 하동군청 김지원 문화관광해설사가 방문객을 반긴다. 지난가을 토지길에서 인연을 맺은 ...
2014.03.04 10:42관악산과 삼성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삼성천변에 조성된 안양예술공원은 자연과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이자 50여 점의 예술 작품이 숨어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전문 작품해설사 백선지씨에게 함께 걷기를 청했다.오래된 휴양지, 예술로 재탄생하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안양유원지로 기억되고 있는 안양예술공원은 오랜 시간 서울 근교의 사랑받는 휴양지였다. 1930년대 관악산 삼성천에 안양풀장이 문을 연 이래 1950, 60년대에는 휴가철이 되면 하루 4만 명 이상의 피서객들이 찾았던 ‘핫 플레이스’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설 쇠락과 노후로 그 명맥만을 유지해오던 이곳은 지난 2005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통해 안양예술공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관악산과 삼성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 속, 야외 조각과 건축물 등 50여 개의 공공 예술 작품들이 자리한 지붕 없는 미술관의 탄생이었다. 요즘 예술작품 하나 없는 공원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작품들의 면...
2014.01.27 15:37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사이. 작고 오래된 동네들이 모여 있는 서촌의 소박한 얼굴 뒤에는 조선 시대 풍류와 예술가들의 혼, 잊혔던 서울의 시간들이 고여 있다. 건축가 조한 교수와 잠들어 있던 서촌의 시간을 깨웠다.길 위의 건축가 서촌에 반하다조선 시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촌이 사대부 집권 세력의 거주지였다면, 서촌은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권력을 곁에 두고도 권세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기 때문일까. 세종대왕이 나고 영조대왕이 자란 뿌리 깊은 곳이지만 묵묵히 몸을 낮춰 삶을 일궈온, 소박하고 아늑함이 느껴지는 동네다. 낡은 한옥과 골목들이 구불구불 미로를 이루는 이 오래된 동네에는 서울의 특별한 시간들이 잠들어 있다. 3년 전, 지금은 철거된 옥인시범아파트에서 열린 ‘옥인 콜렉티브’ 전시를 통해 서촌과 첫 인연을 맺은 홍익대 건축학과 조한(45) 교수는 옥인동, 누하동, 통인동 등 서촌을 이루고 있는 작은 동네들을 휘돌아 인왕산 기슭 수성동계곡...
2014.01.02 11:27흰 눈에 모습을 감춘 길은 숲으로 마을로 이어지다 어느새 수백 년 전 역사 속으로 여행자를 데려다 놓았다. 고요하게 눈 덮인 삼남길. 로드플래너 손성일·강주미 부부와 2014년 첫길을 열었다.서울에서 땅끝까지, 옛길을 잇는 사람들조선시대 6대 대로 중엔 삼남대로라는 길이 있었다. 한양에서 충청도와 전라도를 지나 경상도까지, 삼남 지방을 이었던 천 리의 길고 긴 길이다. 조선시대 육로 교통의 중심축이었던 이 길은 과거를 보러 가던 젊은 선비들이 걸었고, 삼남 지방의 풍부한 물자가 오갔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해 화성 현륭원을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땅끝까지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길이니 그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가 오죽이나 많을까.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아스팔트 아래 묻힌 옛길이 최근 도보 여행길로 복원되며 되살아나고 있다. 2012년 4월 전라도 구간(228km)이 개통됐고 지난 5월에는 경기 삼남길(91km)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제 충남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