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09:00겨울 채소 중 가장 묵직하고 듬직한 식재료, ‘무’. 국물 요리에서 깊은 맛을 내거나 김치와 깍두기로 변신해 식탁을 지키는 훌륭한 조연이지만, 때로 그 익숙함에서 잠시 벗어나면 새로운 시선을 통해 식재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나니. 오늘 시도할 무의 재발견은 제철 맞은 ‘무 라페’ 되시겠다.서양의 ‘래디시 라페’가 붉고 강렬하며 톡 쏘는 매운맛이 특징이라면, 한국의 ‘겨울 무 라페’는 순백의 맛이다. 찬 서리를 맞으며 단단하게 속이 여문 겨울 무는 특유의 아삭함과 함께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깊은 단맛이 특출나다. 이 단맛은 보통 열을 가해 얻는 익숙한 단맛과는 구별되는 생생하고 깨끗한 맛. 거기에 얇게 채 썰어 투명하게 빛나는 무의 결은, 그 자체로 식탁 위에 올려진 한 폭의 모노톤 수채화처럼 식탁 위에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무 라페를 만들 때의 또 다른 쾌감은 과정의 심플함에 있다. 고작 몇 가지 재료로 요리일랑 뚝딱 해치워도, 그 맛을 보면 스스로 ...
2025.11.29 08:00가을의 끝자락인지 겨울의 초입인지 모를 혼란한 계절. 이맘때면 집집마다 치르는 김장의 파도가 온 동네를 덮치면서, 골목 어귀부터 저 먼동까지 김치 냄새가 파다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절인 배추의 축축한 향과 고춧가루 풋내가 여기저기 휘몰아치다가 저녁이 되면 유독 고소한 향으로 둔갑을 하는 날들. 오후 내 끓여둔 수육 썰어내는 소리가 때를 맞춰 여기저기 퍼지는 듯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너도나도 고생했다며,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수육을 갓 담근 김치와 나눠 먹던 하루.옛 기억이 솔솔 올라오는 겨울이 되면, 항상 그리워지는 것이 김장김치 얹어진 수육이다. 그리하야 친정에서 김장하고 남은 김칫소와 절인 배춧잎을 조금씩 얻어왔다. 희한하게도 이미 무쳐 뻘겋게 물든 생김치보다 따로따로 데려와 즉석에서 무쳐 먹어야 맛이 더 난다. 분명 기분 탓일 텐데, 본디 요리라는 것이 만들 때의 기분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 작은 볼에 스르륵 버무려 간이로 겉절이(?)를 만들어...
2025.11.22 08:00겨울이 오는 길목. 김장하기 전과 김장을 해낸 뒤의 마음이란 그 무게부터가 천차만별이다. 1년 김치 먹거리를 끝내 놓는 날, 1년의 숙제를 해치운 그 날이 지나가면 달콤한 고독이 찾아온다. 겨울의 문턱, 뜨거운 잔치 같던 노동의 흔적과 짙은 젓갈 냄새는 숙성의 시간 속으로 떠나고 마침내 찾아온 고요함이 온 집 안을 채운다.그리고 남은 건 절인 배춧잎들. 아니 ‘부러 남긴’ 배춧잎들. 버적거리며 일어나 몇 가닥 빼놓은 배춧잎들을 도로 꺼낸다. 축축한 배춧잎 속을 채워 돌돌 말아 내놓는 ‘배추만두’ 먹는 날이 드디어 왔다! 흐물하고 촉촉한 데다 이미 절여져 있어 간이 쏙 배인 배추로 만드는 만두란, 역시 김장날 떨군 잎들 야무지게 모아 만들어야 제맛. 절인 배추를 살짝 헹궈 짠 기를 빼주고 물기를 털어내면 배춧잎 그 자체로 만두피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데, 밀가루며 글루텐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강하고 차진 맛이 나는 만두가 탄생한다.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특히...
2025.11.15 08:00창문 밖으로 칼날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려오면, 본능적으로 가장 따뜻한 공간을 찾아 몸을 웅크린다.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입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어도 채 가시지 않는 이 계절의 쓸쓸함. 그럴 때, 나를 온전히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위로가 아니라, 부엌에서 피어나는 작고 달콤한 온기일지도.찬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날엔 분명 ‘홈 베이킹’이 필요하다. 집 안 가득 훈풍을 불러다 줄 최고의 방법. 솔솔 풍기는 따뜻함에 식구들이 먼저 부엌엘 찾아들고, 달달한 냄새까지 온 집 안에 퍼지면 우리 집이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빵집이지 뭐.핫케이크 가루 1.5컵에 우유 ¾컵, 달걀 하나를 깨뜨려 볼에 넣고, 여기에 묵직한 고소함을 더해줄 아몬드 반 컵을 큼직하게 부수어 반죽에 섞는다. 뭉근한 반죽 속에서 오도독한 식감과 고소한 향을 다 내줄 아몬드는, 이 심플한 빵의 비밀 무기.그리고 이제 이 빵의 주인공, 사과를 준비할 차례...
2025.11.08 08:00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유독 떠오르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바삭하게 튀겨낸 것들. 찬 공기와 대비되는 그 기름진 고소함과 코끝을 스치는 녹진한 냄새, 치익-하고 솟구치듯 요란스러운 소리까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몸과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지글지글 오르는 열기 때문일까, 실제로도 집 안에 훈풍이 도는 듯하다.하얗고 단단한 두부를 찾는다.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시끄러울수록 커지는 죄책감(?)을 한껏 덜어줄 재료로, 내 마음껏 급히 ‘두부’를 낙점한다. 최근 대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두부 공장들이 공정을 중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던데, 그런 보도를 접할수록 더 빨리, 더 많이 먹어야겠다는 조바심만 자꾸 는다. 요리할 때마다 마음에 작은 안도감을 주는 오 마이 두부.면포에 두부를 넣고 물기를 꾹 짜 으깨 준 다음 밀가루, 소금, 후추, 그리고 요리의 킥인 ‘카레 가루’ 솔솔 넣고 골고루 섞어 치덕한 반죽을 만든 다음 스테이크 모양으로 둥글넓적하게 빚...
2025.11.01 07:00창문 밖으로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을 때, 우리의 오감은 자연스럽게 가을의 깊이를 감지한다. 코끝에 닿는 포슬한 흙냄새, 낙엽 밟는 소리, 휘몰아치는 바람의 궤적을 따르다 보면 숲이 내어주는 가장 고귀한 선물에 다다르게 되는데. 자, 드디어 버섯의 시간이 왔다! 그중에서도 가을 식탁의 왕좌를 차지하는 표고버섯을 챙겨본다. 넉넉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철 표고를 한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바삭 쫀득한 표고버섯 전’. 가을의 정취가 따뜻하게 응축된 아주 맛난 것.단순한 재료들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담겨있는 표고버섯전. 숲의 모든 향을 끌어안은 듯한 표고버섯을 한입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썰기 시작하는데, 칼끝에 전해지는 쫄깃한 탄력에 먹어보기도 전에 버섯이 가진 생동감이 손끝으로 와닿는다. 여기에 아삭한 양파와 붉고 푸른 청양고추, 홍고추를 다져 넣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전에 색감과 은은한 매운맛을 더해준다. 이 알록달록한 재료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감자전분과 물...
2025.10.25 07:00마주하는 계절의 궤적이 갈수록 불분명하고 혼란스럽다. 사계절의 뚜렷했던 경계를 기어이 허물어가는 날씨는,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며 오락이 가락이로 찾아든다. 어제는 후텁지근했다가 오늘은 갑작스러운 찬기로 움츠러들게 하는데,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은 변치 않는 따스한 위로를 갈망한다. 그래, 날씨가 변덕쟁이라면 하는 수 없지, 나도 얼큰칼칼한 ‘샤부샤부’를 꺼내 놓을 수밖에.샤부샤부의 가장 큰 미덕이란 역시, 눈앞에서 직접 조리해 아주 따끈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갑작스레 기온이 곤두박질치면, 불판 위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따뜻한 포옹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 뽀얀 안개(?) 속에 앉아 있노라면 바깥의 혼란스러운 날씨일랑 홀랑 까먹는달까. 변죽 끓는 날씨에 입맛을 잃어도 아삭한 채소와 얇게 썰린 고기를 찰나의 순간 슬쩍 데쳐 먹는 그 산뜻함은 잃어버린 청량감을 다시금 데려온다.거기에 얼큰~칼칼한~ 맛을 더했으니! 조선고추장과 요리에...
2025.10.23 16:35넷플릭스가 글로벌 흥행 예능 <피지컬: 100>의 세계관을 확장한 신작, <피지컬: 아시아(Physical: Asia)>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개인 간의 대결을 넘어, 아시아 8개국이 국기를 걸고 자존심을 건 피지컬 전쟁을 펼친다. 이번 주말은 이거다.피지컬: 아시아 Physical: Asia<피지컬: 아시아>는 아시아 8개국이 국기를 걸고 펼치는 피지컬 전쟁을 담은 넷플릭스 예능이다. 미국, 이탈리아판 제작으로 글로벌 포맷 확장에 성공한 <피지컬: 100> 시리즈가 <피지컬: 아시아>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개인 간의 대결이 아닌, 아시아 8개국이 각각 6인으로 팀을 구성해 치열한 국가 대항전을 펼칠 예정이다. 복싱 8계급 석권 레전드부터 레슬링 세계 챔피언뿐만 아니라 한국 씨름, 몽골 씨름, 태국 무에타이, 튀르키예 오일 레슬링 등 각국의 전통 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들까지 총출동하며 국제 대회를 방불케 하는 진검승부를...
2025.10.18 08:00길고 긴 추석 연휴가 지났더니 생각나는 것은 역시 무생채. 기름 묵직하게 둘러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명절 음식보다 채소의 풋풋함이 편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강박처럼 신선한 것을 찾아 움직인다. 내 위장이 어서 빨리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아삭한 ‘무 생채’를 먹으라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무 값이 점차로 착해지는 가을. 가을부터 찐 겨울까지 제철 맞은 무는 달큼한 데다 아주 시원하다. 그냥 슥삭 썰어 그대로 씹어 먹어도 나쁘지 않을 정도. 맵고 아린 맛보다 달달한 맛이 감도는 무의 윗부분을 깎아 먹으면 물기가 좀 많은 아삭한 과일을 먹는 것 같기도 하다(무의 초록 부분은 단단하고 달아 생채로 먹기 좋고, 아랫부분은 부드럽고 알싸해 푹 익혀 먹는 요리에 더 적합하다). 그렇게 무에 맛이 들어 꽉 차기 시작하면 곧바로 해 먹는 것이 바로 무 생채!녹진하게 익은 김치와 생 기운으로 즐기는 겉절이는 분명 같지만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향과 맛, 식감까지 모든 것이 서로의 대척점...
2025.10.16 15:36이번 주 넷플릭스 신작 라인업도 청명한 가을 바람처럼 신선하다. 한효주, 오구리 슌 조합의 한일 합작 로맨틱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부터 시즌3로 돌아온 <외교관> 그리고 테니스 중계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하다.로맨틱 어나니머스 Romantics Anonymous<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어려운 남자와 누구와도 눈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든 여자가 초콜릿을 매개로 서툴게나마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초결벽증을 가진 제과 회사 후계자 ‘소스케’와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천재 쇼콜라티에 ‘하나’. 결벽과 불안이라는 서로 다른 약점을 지닌 두 인물은 초콜릿이라는 공통분모로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르고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로 최정상의 인기를 얻은 오구리 슌이 소스케 역을, 넷플릭스 영화 <독전 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