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7 07:00살며시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불현듯 두부계란국. 부드럽게 어우러진 두부와 계란의 몽글몽글한 맛을 떠올리면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고, 속이 다 풀릴 것만 같은 든든함이 단전에서부터 피어난다. 국이 따로 필요한 날 후루룩 만들어내기도 좋고, 뚝딱뚝딱 금세 요리해 아침 끼니로도 좋은 ‘두부계란국’이 오늘의 픽!반 가른 두부는 ‘촵촵’ 큐브처럼 네모 모양으로 썰어주고, 냉장고 속에서 뒹굴던 쪽파 꺼내 송송 썬다. 달걀 2개 꺼내 볼에 깨 넣고 젓가락으로 노른자만 살짝 터트리면 준비 완료. 크지 않은 냄비에 물과 연두링(황태와 무), 요리에센스 연두순을 넣어 센 불에서 바글바글.팔팔 끓는 물에 두부를 먼저 넣고 계란물을 마저 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 그 안에서 두부와 계란이 둥실둥실, 구름처럼 떠오른다. 휘파람 불며 잠깐 섰다가 어느새 다 익은 두부며 계란이 텔레파시를 보내오면 냉큼 불을 끄고 썰어둔 쪽파를 올리면 끝.퐁당 빠뜨린 연두링에서 깊고 진한 맛이 ...
2025.09.20 07:00되돌릴 수 없는 계절의 도래를 깨닫는 순간, 갑자기 감자가 안쓰러워졌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의 환절기는 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 덕분에 단박에 알아챘는데, 문득 부엌 쪽 베란다에 무심히 놓아두었던 감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길고 긴 여름을 함께 견뎌 준 감자. 포실하고 담백하고 포근한 감자. 마냥 여름일 것 같았던 계절이 점차 가을에 접어드니 주름지기 시작한 감자가 다 내 탓만 같다.무얼 그리 아끼자고 박스째 사다 쟁여만 놨을까. 제철의 맛과 기운이 역시 최고라며, 슬슬 고구마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우리 집 구황작물 루틴에 덩글덩글 굴러다니는 감자들만 무안할 테다. 안 되겠다, 단비도 내리겠다, 전부 다 껍질 깎아 ‘실패 없는 감자전’으로 지글지글 부쳐내야지! (사실 가을까지, 감자는 아주 맛있을뿐더러 일부러 늦게 파종하는 가을 감자도 있으니, 찬바람 불자마자 고구마를 떠올리는 것은 얼리어답터의 성질이라고 해야 맞겠다.)투박한 껍질을 벗겨내고 후루룩 ...
2025.09.13 07:00오래도록 기다린 그 철이 드디어 왔다. 바로 새우철! 비록 아직까지 미적지근하게 남은 뜨듯한 여름 기운이 마음속에 간간이 찜찜함을 만들지만, 그래도 마침내 기다렸던 9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새우로 만드는 밥도둑 ‘깐 새우장’이렷다.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면 남들은 제철 꽃게들 사다 열심히 게장 만들어 쟁이지만, 그 엄청난 판을 벌이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아 우리 집에서는 연신 새우만 사들인다. 바닷배가 불러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바다가 내어준 선물 덕에 사르르 마음이 풀어지고 마니까. 새우장 후루룩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곧 짭조름하고 탱글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의 선물이 맞다.새우 머리와 껍질을 벗기고 이쑤시개를 활용해 등 쪽의 내장을 제거한다. 이쑤시개 끝에 쪼옥하고 딸려 나오는 내장을 쭉 뽑아 더 산뜻한 맛을 만드는 동시에, 혹시나 이 초가을 날씨에 상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함께 불식...
2025.09.06 07:00베란다 너머에서 비집고 들어온 빛이 부엌 깊숙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 집 싱크대 위는 작은 실험실이 된다. 숏폼들 넘기면서 봤던 인상 깊은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보는 날. 뚝딱뚝딱 순식간에, 그럴싸하게 완성되는 영상 속 조리법을 상기하며 진즉 장 봐뒀던 재료들을 전부 한 그릇에 때려 넣고, ‘요거트 드레싱’을 만들어 본다.양배추 꺼내 동강동강, ¼통 정도만 남겨 가늘게 채 썰고 찬물에 담갔다 빼 물기를 탈탈 턴다. 감자 칼의 끝이 슥슥 양배추 위를 오갈 때마다 아삭한 향이 공기 속에 퍼지는 모양새가 꽤나 시원하다. 사과 한 개는 깨끗이 씻고 껍질째 저며 한입 크기로 얇게 썬다. 빨간빛 껍질이 연노랑 살과 번갈아 층을 이루면 사과야말로 어떤 요리에 들어가도 참 예쁘기만 하지. 그 위에는 모두가(?) 사랑하는 달달이, 건포도도 한 움큼 후루룩.이제 다 손질해 한데 모은 것들을 끈끈하게 붙여 줄 드레싱이 필요한데. 요즘 부쩍 알고리즘을 타고 내 숏폼 영상에 자주 ...
2025.08.30 07:00‘두부 버무리’, 종종 두부와 시금치를 같이 섞어 내는 반찬들을 보며 자랐는데 알고 보니 두부와 시금치의 식궁합은 그다지 좋지 않단다. 시금치 속 수산과 두부의 칼슘이 만나면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그렇다고 뭉근하고도 싱그러운 ‘하얀 두부’와 ‘초록 나물’의 조합을 포기할 수는 없지. 담백한 두부에 궁합 맞는 향긋한 ‘참나물’을 더해 아주 고소하게 즐겨본다.밥반찬 하나 내기 무서운 물가에 새 반찬 만들기도 손이 다 곱은 와중에, 휘뚜루마뚜루 두부만 들들 볶는 중이다. 간혹 세일 중인 1+1 두부 골라 담으면 마음이 그렇게나 뿌듯할 수가 없다. 굽고, 볶고, 지지고, 퐁당퐁당 국에도 빠뜨려 먹는데, 활용도도 활용도지만 먹다 보니 맛도 참 좋다.어릴 땐 두부 건져 먹으라는 엄마 말일랑 전부 무시하고 어디든 곁다리로 든 고기만 홀랑홀랑 집어먹었었다. 허여멀건한 것이 맛도 닝닝해 도대체가 뾰족한 맛이 없는데, 이런 걸 왜 자꾸 먹으라는 걸까. 그래도 그 어린 날의 두...
2025.08.23 07:00이고 지고 와서 힘들게 그냥 잘라만 먹으면 아깝잖아요! 겉껍질 통통 두드려도 봤을 것이고, 초록이 짙네, 검정이 짙네 색도 따져 봤을 테고, 푹 익어 꼭지가 말라비틀어졌는지 눈대중으로 흘겨도 봤을 텐데. 그 모든 노력 대신 ‘운빨’이 좋은가, 나쁜가를 꼭 따지게 되는 ‘내가 고른 수박’. 깨지지 않게 집에 모셔다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후식으로 먹어도 좋지만, 이 모양 저 모양 예쁜 모양 샐러드까지 해 먹어야 기어이 데려온 직성이 풀린다.어릴 때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어묵꼬치 하나 얻어먹고 장 본 물건이 가득한 비닐봉지를 나눠 들어야 했는데, 여름에는 그 고사리손에 풀 파워가 필요했었다. 수박 때문이었다. 낑낑거리며 들고 오느라 땀에 젖어도, 얼기설기 붙잡아 맨 노란 비닐 끈이 다 늘어나 결국 두 손으로 안아 든 데도, 힘든 티 하나 없이 내가 들 수 있다고! 꼭 사야 한다고! 엄마를 졸랐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맛있는 여름 사탕, 나의 수박.여름철 시원하고 달달한 물...
2025.08.16 07:00햇빛이 유난히 사나운 날, 무얼 먹을지보다 무얼 만들 수 있을지가 먼저 걱정이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반갑게 눈에 들어오는 건 포장을 뜯지 않은 두부 한 모와 물기를 머금은 채 기다리고 있는 양상추 몇 장. 그래, 이 두 가지면 오늘 점심은 충분하겠다. 많은 재료를 꺼내지 않아도 되는 날, 불 앞에 오래 서지 않아도 식탁 위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날. 바로 여름의 즐거움이 찾아오는 날!차게 식은 두부는 말없이 단단하다. 겉은 매끄럽고 안은 묵직한 두부. 도톰하게 툭툭 썰어 소금 살짝 뿌려 재웠다가 물기를 조심스레 닦고 팬에 올리면 서서히 온기를 머금으며 겉면이 고소하게 변해간다. 기름은 많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노릇노릇하게, 겉이 살짝 바삭해질 만큼이면 충분.그 사이, 양상추는 찬물에 담갔다가 툭툭 털어 물기를 빼고 접시에 넓게 펼쳐 둔다. 무언가 요란하지 않아도 이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이 두부의 부드러움을 잘 받쳐줄 거라는 걸 안다. 그다음 청양고추, 홍...
2025.08.09 07:00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주방의 풍경도 바뀌었다. 아이는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밥은 하루 세끼, 간식은 그 사이사이. 바쁜 틈을 비집고, 빠르면서도 정갈한 한 접시가 정말 성급하게 필요하다. 재료들 줄줄이 길게 도열해서는 그 모든 타이밍을 맞출 수 없는 주방 고행의 시간이 돌아온 것.끼니마다 겹치는 메뉴라도 보이면, 일단 어린이를 식탁에 앉히기까지 질질질, 밥 한 그릇 다 먹이는 데까지 또 질질질이다. 혹자는 안 먹는 애들 밥그릇이야 단호박으로 그냥 “치아삐라”고도 하지만, 애초에 애 입에 밥 한술 들어가는 모양새를 연예인 먹방 보듯 보는 애미로서 그런 강단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매일같이 뭘 해줘야 잘 먹을까를 고민하다 그만 하루가 꼴딱 넘어가는걸.그 모든 방학의 끼니를 일일이 추억으로 남겨주지는 못할 텐데 혼자 괜한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돌밥돌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애 엄마뿐인데도 메뉴 고민이 쌓여가니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방학 집밥...
2025.08.02 07:00굵기가 제각각인 감자들이 굴러다닌다. 친정에서 얻어 온 흙감자. 검정 비닐봉지 속에 담아 베란다 그늘진 곳에 두었는데, 양이 제법이라 그대로 두면 곧 ‘음쓰’가 될 것 같아 버적버적 일어섰다(감자는 통풍이 잘 되는 구멍 뚫린 상자에 담아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베스트. 실내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상책).냉장고가 텅텅 비었을 때는 여기저기서 받아오는 식재료들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지만, 때마침 장 보는 시기와 얻어오는 시기가 겹치면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비닐 속을 구르다 끝나는 감자 같은 녀석들이 생겨버린다. 그렇지만 이런 고물가 시대에는 어떤 것이든 바지런히 아껴 먹어야지! 엉덩이 무거운 스스로를 탓하며, 감자가 박스째로 있어도 한순간에 끝장낼 수 있는 비기 레시피를 꺼내 본다.애초에 구운 것, 튀긴 것이 아니면 감자라고는 쳐다보지도 않는 어린이까지 다 잘 먹는 요리. 감자 한 알 꺼내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썬...
2025.07.31 15:13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더위와 인파에 지친 몸은 집콕을 외친다. 그렇다면 이번 휴가는 에어컨 바람 아래,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 Beyond the Bar<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 정의롭고 당차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신입 변호사 ‘효민’이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석훈’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율림 로펌 송무팀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팀장인 석훈은 법정에서 창의적인 논리로 상대를 압박하는 냉철한 승부사다. 유연하면서도 도발적인 전략으로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그는 동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사담이나 잡담은 일절 없는 차가운 모습을 보인다. 반면 미워할 수 없는 ‘금쪽이 신입’ 효민은 어딘가 허술하지만, 적극적인 태도와 거침없는 직진 본능으로 신입다운 패기를 보여준다. 극과 극 성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