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테오의 여행 테라피

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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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로서의 여행이라 하면 혼자만의 여행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여행 테라피스트 테오가 제안하는 세 번째 처방전은 부모님께 선물하는 여행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진부한 명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법 기특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편집자 주)

증상 부모님의 사랑이 고마워 몸 둘 바를 모를 때. 부모님과의 관계가 소원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 때.
처방 부모님께 부산에서 출발하는 8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선물할 것. 관계 회복이 필요할 경우 배에 함께 오를 것을 권함.

[테오의 여행 테라피 ]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테오의 여행 테라피 ]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일상에서 한 걸음 비켜나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즐깁니다. 음식도 색다르고 풍경도 독특합니다. 지나는 사람들조차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됩니다. 낯선 나라로 떠나는 행복이 이처럼 크기에, 갈수록 여행지는 쌓이고 추억은 깊어갑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행복을 누릴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 ‘이번에는 부모님께 해외여행을 선물해드리자’라고 크게 마음먹고 여행지를 고르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고 이 호텔에서 저 호텔로 짐을 옮기는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들이 이걸 쉽게 감당할 리가 없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리조트 여행은 어떨까 살펴보지만 파티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아니고는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에게 여행은 자칫 ‘집 떠나 고생’이 될 확률이 많습니다. 부모님께 선물할 여행, 낯선 도시를 걷고 독특한 음식을 즐기며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몸 편히 다닐 수 있는 방식의 여행은 없을까요?

내가 아니라 도시가 나를 찾는 여행
부산항에 정박한 7만 톤급의 크루즈 ‘레전드’호. 7백명의 선원과 2천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부산항에 정박한 7만 톤급의 크루즈 ‘레전드’호. 7백명의 선원과 2천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한 번쯤 해보았을 이런 고민에 명쾌한 해답이 있습니다. 배입니다. 부모님께 크루즈를 선물하는 것으로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크루즈가 파티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돈 많은 귀족과 부유한 기업가들을 위한 럭셔리 여행이라는 생각은 최근의 크루즈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저렴한 비용과 3~5일 등의 짧은 일정으로 구성된 퍼블릭 크루즈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크루즈의 매력은 내가 여행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가 내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짐 옮길 필요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도시가 바뀌어 있고 낯선 도시를 산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멀미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크루즈 배는 파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크고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크루즈 여행에도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배가 출항하는 도시가 많지 않아 거기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크루즈 출항 도시까지 왕복하는 일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크루즈
‘레전드’호의 갑판. 야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 뜨거운 물이 나오는 2개의 저쿠지와 미니 골프 코스가 있다(사진 위). ‘레전드’호의 쇼 사회자 ‘바비’. 한국어, 중국어 통역이 함께 제공된다.

‘레전드’호의 갑판. 야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 뜨거운 물이 나오는 2개의 저쿠지와 미니 골프 코스가 있다(사진 위). ‘레전드’호의 쇼 사회자 ‘바비’. 한국어, 중국어 통역이 함께 제공된다.

크루즈 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한때 톱 뉴스가 되곤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크루즈에서 쏟아져 내려오면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배에 손님이 되어 오를 수 있습니다. 기항이 아니라 출항을 하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중국, 일본의 4개 도시를 8일 동안 돌아보는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었고 좀 더 짧은 일정의 여행 프로그램이 여러 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푸둥 지역에 있는 높이 468m의 방송탑 동방명주. 상하이 최대 높이의 건축물로서 상하이 마천루를 상징한다.

중국 상하이 푸둥 지역에 있는 높이 468m의 방송탑 동방명주. 상하이 최대 높이의 건축물로서 상하이 마천루를 상징한다.

크루즈를 즐기는 방법
상하이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오래된 마을 ‘동리’. 수로를 따라 도는 물놀이가 한적하고 고풍스럽다.

상하이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오래된 마을 ‘동리’. 수로를 따라 도는 물놀이가 한적하고 고풍스럽다.

크루즈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여행이며 즐김의 대상입니다. 부산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하는 크루즈의 경우 첫 기항지인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는 시간은 바로 다음날도 아닌 그 다음날 아침 6시입니다. 꼬박 하루하고도 반 이상을 배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커플 댄스 강습, 컬링, 미니 골프, 빙고 등의 프로그램이 가득합니다. 매일 저녁 대극장에서는 공연이 펼쳐집니다. 마술 쇼, 뮤지컬, 팝 피아노, 아르헨티나 재즈 가수의 공연 등이 날마다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손님들을 기다립니다. 크루즈의 매력 중 하나는 무제한 제공되는 음식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뷔페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새벽 2시까지 피자와 빵, 음료가 제공됩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의 경우 아시아 승객들을 위해 김치와 밥이 제공되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저녁 식사는 스테이크를 비롯한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정찬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히 이 코스 요리도 추가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활화산 섬인 사쿠라지마가 언제나 연기를 내뿜고 있는 도시 가고시마.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불린다.

활화산 섬인 사쿠라지마가 언제나 연기를 내뿜고 있는 도시 가고시마.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불린다.

1977년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지정되었으며 일본에서 손꼽는 수산 도시 나가사키. 1945년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로 유명하다.

1977년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지정되었으며 일본에서 손꼽는 수산 도시 나가사키. 1945년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로 유명하다.

크루즈만의 선물, 기항지 투어
자고 일어나면 창밖으로 새로운 도시가 보입니다. 크루즈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특히 상하이의 경우 배가 동방명주 바로 앞에 정박합니다. 배를 타고 도시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느낌입니다. 배에서 내리면 바로 상하이의 중심가를 걸을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편히 여행하고 싶다면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기항지 투어를 선택하면 됩니다. 부산 출발 한·중·일 7박8일 여행의 경우, 상하이·가고시마·나가사키·후쿠오카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크루즈, 편안히 즐기는 산책
후쿠오카 캐널시티의 라면 스튜디오. 일본 전역의 유명 라면집이 모여 있다.

후쿠오카 캐널시티의 라면 스튜디오. 일본 전역의 유명 라면집이 모여 있다.

여행이 오히려 피로가 될 수 있는 시대에 크루즈는 멋진 여행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시간에 식사와 선내 프로그램을 즐기는 장점을 생각한다면 부모님들을 위한 여행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으로도 고민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해외여행과 멀었던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8일.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선물하세요. 티켓뿐 아니라 휴가를 신청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더욱 멋진 선물이 되어 오래오래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Travel Tip

기항지 관광을 즐기는 방법

[테오의 여행 테라피 ]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테오의 여행 테라피 ]크루즈, 창밖으로 도시가 바뀌는 여행

부산에서 출발하는 한·중·일 크루즈의 경우 4개 도시에 기항하는 옵션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도시에 배가 도착하면 준비된 버스로 이동하며 여행지들을 방문하게 된다. 처음 도착하는 도시는 중국 상하이다. 유명한 건축물이 밀집된 외탄을 돌아보고 중국 강남 지역의 전통 정원으로 손꼽히는 예원(豫園)을 산책한다. 전통 공예품과 골동품, 다양한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 옛 거리를 걷는 기분이 제법 즐겁다. 기념품으로는 도장을 추천한다. 한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돌에 새긴 좋은 필체의 도장을 새겨 올 수 있다. 다음 도시는 일본의 나가사키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되었던 그라바엔과 원폭자료관, 일본 에도시대 쇄국정책의 흔적인 외국인 거주지역 데지마를 돌아볼 수 있다. 가고시마에서는 페리를 타고 화산섬 사쿠라지마를 방문하는 코스가 재미있다. 화산 열로 데워진 검은 모래에 몸을 묻는 해변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기리시마 신궁 산책은 보너스다. 마지막 방문 도시는 후쿠오카다. 8천여 장의 거울로 둘러싸인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와 물의 공원으로 불리는 오호리 공원이 매력적이다. 인공 운하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설이 집합된 캐널시티에서는 일본 각 지역의 유명 라면집을 모아놓은 라면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여행 정보를 얻는 방법
국내에서 출발하는 7만 톤급 이상의 대형 크루즈는 현재 부산에서 출항하는 로열 캐리비언 인터내셔널이 유일하다. 세중여행 크루즈 컨설팅팀(02-2126-7671)을 통해 여행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테오는 여행을 통해 얻은 성찰과 사진을 도구로, 지친 사람들의 일상을 치유하는 여행 테라피스트.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을 살고 돌아와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여러 기업과 학교에서 특강 형태의 여행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여행 테라피에는 남미에서 만난 히피, 아마존의 빵 굽는 여자아이, 아프리카의 북치는 사내아이, 잉카의 고대 점술사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너무나 정교하게 우리의 삶을 진단하고 치유한다. 야성이 도시를, 비일상이 일상을 치유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기적이 일어나는 볼리비아 소금사막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과 아프리카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가 담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를 저술했다. 두 권 모두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글&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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