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의 숨은 보석, 무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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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륭이라, 중국 어딘가에 있을 듯한 이름이다. 언뜻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가까운 나라, 중국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낯선 곳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몸을 실은 비행기 안에서 느껴지는 기대와 흥분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의 숨은 매력을 즐기는 이라면 무륭은 최고의 여행 장소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보물 같은 풍경에 취하다
중국 충칭의 숨은 보석, 무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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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광활함을 품은 나라, 중국을 떠올려보자. 2008년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러낸 중국 최고의 정치 중심 도시 베이징, 중국을 넘어 아시아 경제를 선도하는 상하이, 한국과 가까운 공업 도시 톈진 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 도시에 이은 중국 네 번째 직할시가 바로 충칭이다. ‘중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충칭은 내륙에 자리한 유일한 직할시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마지막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4/5 정도에 해당하는 면적과 3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살고 있는 거대한 도시인 충칭은 세계 최대 규모인 장강삼협댐의 전초기지로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또, 시선을 압도하는 비탈 산악 지형을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깎고 다듬어 만들어낸 비경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 서남부 양쯔강 상류에 자리한 충칭직할시 무륭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카르스트 지형(석회암 등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의해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으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범한 풍경이 가득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실제로 서 보면 그 거대한 아름다움에 놀라 물 한 방울, 돌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연에 홀리다
가파른 지형을 비롯한 지리적 요소 탓인지 중국 동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부 내륙 도시 충칭, 그리고 무륭은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만 의외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순수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현재 무륭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한국 사람들이 꽤 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유명 관광지인 천생삼교 등에 가보면 한글로 된 표지판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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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륭현은 최근 들어 전라북도 부안군과 상호 교류 협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에 무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과 충칭국제공항을 잇는 직항로와 충칭국제공항에서 무륭현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한국과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험한 산세로 둘러싸인 지역의 특성상 관광객 유치가 쉽지 않은 면이 있었으나 교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때 묻지 않은 무륭의 자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충칭의 숨은 보석, 무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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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륭의 가장 큰 매력은 앞에 서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돌들의 자태’다. 오래된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기묘한 봉우리와 바위들이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과 비를 이겨내고 저마다의 주름을 새긴 채로 늘어서 있다. 한껏 기교를 부린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거대하고도 신비로운 풍경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불리기도 하는 천생삼교는 무륭의 가장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다. 하늘이 만들어낸 3개의 돌다리는 전부 면의 넓이가 500㎡ 이상으로 평균 높이도 300m를 넘는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이토록 거대한 3개의 돌다리를 찾아볼 수 없을 것. 칼날처럼 아찔하게 뻗은 벼랑 옆으로는 흩날리듯 뿌리는 샘물과 파릇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생삼교는 2007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핵심 구역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은 바 있다. 운무가 낀 날에는 마치 신선이 되어 구름 위 다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어떨 때는 산수화에서 보던 무릉도원에서 노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곳은 세계적 거장 장이모 감독의 영화 ‘황후화’의 유일한 야외 촬영지이기도 하다.

천생삼교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부용동과 천갱군 역시 경이로울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부용강변에 자리한 2,700m 길이의 거대한 동굴인 부용동에서는 다양한 동굴 침적물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빛나는 지하 예술 궁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침적물의 ‘기교’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리가 아픈 것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것도 잊게 된다. 지표수가 부식해 형성된 천갱군인 용수협지봉관광구는 전형적인 협곡용암 지형으로 험준해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수려한 광경이 번갈아 펼쳐져 만족스러운 곳이다. 폭포, 협곡 등이 세련되게 어우러져 어디서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거친 협곡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문화를 모두 감싸 안고 흐르는 부용강을 따라 거닐어보거나 그림엽서에 담고 싶은 삼림초원의 선녀산을 구경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하자.

중국 충칭의 숨은 보석, 무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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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도시의 심장 소리를 듣다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절경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있었다면, 이제는 펄떡이는 생동감과 유구한 역사를 느껴볼 차례다. 우륭현에서 차로 2~3시간 걸려 충칭 시내로 들어가면 도시 특유의 공기에 금방 젖어들게 된다. 중국 국민당 정부의 임시수도였으며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곳인 충칭에는 고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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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장강은 충칭의 역사를, 중국의 전설을 대변한다. 길이만 해도 6,300km에 달하는 장강은 아마존강과 나일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기나긴 강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충칭 봉절의 백제성이다. 그리고 이창 남진관에 이르는 구간이 바로 그 유명한 장강삼협이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흐르는 장강을 바라보며 시인들은 노래했고, 「삼국지」의 장수들은 천하를 논했다. 구당협, 무협, 서릉협으로 이루어진 「삼국지」의 주무대 삼협에서는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바로 크루즈 선착장이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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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교예술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다량의 마애 조상 석굴 예술품 등을 보존한 대족석각을 찾아보도록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족석각은 넓게 퍼져 있어 한 번에 둘러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북산과 보정산을 중심으로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불교 경전 속 내용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흥미로워할 만큼 경이롭다.

충칭시 중심가에는 선조들의 고뇌와 통한이 서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다. ‘독립신문’을 비롯해 광복군 관련 자료, 대한민국 건국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정면에 자리한 김구 선생 흉상과 태극기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중국에서 가장 젊고 잠재력 있는 도시로 손꼽히는 충칭의 번화가에는 이제 마천루가 빼곡하다. 서울의 ‘명동’과 비슷하다는 ‘해방비’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도시 충칭의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 더 빛을 발한다. 온 도시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뒤덮여 화려한 야경을 선보인다. 아파트 건물 속 가로등부터 건물의 네온사인 불빛들이 도시를 휘감는다. 이곳에는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자전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라 늦게까지 쇼핑을 하거나 구경을 하러 다니기에도 좋다.

중국 충칭의 숨은 보석, 무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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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잡이
* 아시아나항공에서 충칭국제공항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운행하며 3시간 50분이 걸린다.
* 무륭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맛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드럽고 시원한 두부꽃,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전골, 신선하고 연한 맛의 양고기, 생선의 1등급이라 할 수 있는 부용강어, 독특한 풍미의 삼엽토닭 등 모두 한 번쯤 맛봐야 하는 일품요리다. 그 중에서도 선녀산 천연수로 만들었다는 말린 간두부와 국가 1급수인 부용강에서 잡아 올린 부용강어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진미. 이 지역만의 특색을 담고 있는 이 음식들은 관광객들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특산물 상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 충칭에서는 담백하고 매콤한 육수에 채소나 고기 등을 넣어 익혀 먹는 ‘훠궈’를 먹어보길 바란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버섯, 채소, 두부면 등을 살짝 익혀 먹는 훠궈는 원래 양자강 주변 인부들이 먹던 서민 음식이었다가 황제가 들렀을 때 향에 취해 맛을 보고 나서부터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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