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보물 같은 풍경에 취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 서남부 양쯔강 상류에 자리한 충칭직할시 무륭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카르스트 지형(석회암 등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의해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으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범한 풍경이 가득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실제로 서 보면 그 거대한 아름다움에 놀라 물 한 방울, 돌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연에 홀리다
가파른 지형을 비롯한 지리적 요소 탓인지 중국 동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부 내륙 도시 충칭, 그리고 무륭은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만 의외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순수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현재 무륭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한국 사람들이 꽤 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유명 관광지인 천생삼교 등에 가보면 한글로 된 표지판도 발견할 수 있다.
천생삼교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부용동과 천갱군 역시 경이로울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부용강변에 자리한 2,700m 길이의 거대한 동굴인 부용동에서는 다양한 동굴 침적물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빛나는 지하 예술 궁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침적물의 ‘기교’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리가 아픈 것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것도 잊게 된다. 지표수가 부식해 형성된 천갱군인 용수협지봉관광구는 전형적인 협곡용암 지형으로 험준해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수려한 광경이 번갈아 펼쳐져 만족스러운 곳이다. 폭포, 협곡 등이 세련되게 어우러져 어디서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거친 협곡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문화를 모두 감싸 안고 흐르는 부용강을 따라 거닐어보거나 그림엽서에 담고 싶은 삼림초원의 선녀산을 구경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하자.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절경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있었다면, 이제는 펄떡이는 생동감과 유구한 역사를 느껴볼 차례다. 우륭현에서 차로 2~3시간 걸려 충칭 시내로 들어가면 도시 특유의 공기에 금방 젖어들게 된다. 중국 국민당 정부의 임시수도였으며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곳인 충칭에는 고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충칭시 중심가에는 선조들의 고뇌와 통한이 서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다. ‘독립신문’을 비롯해 광복군 관련 자료, 대한민국 건국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정면에 자리한 김구 선생 흉상과 태극기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중국에서 가장 젊고 잠재력 있는 도시로 손꼽히는 충칭의 번화가에는 이제 마천루가 빼곡하다. 서울의 ‘명동’과 비슷하다는 ‘해방비’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도시 충칭의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 더 빛을 발한다. 온 도시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뒤덮여 화려한 야경을 선보인다. 아파트 건물 속 가로등부터 건물의 네온사인 불빛들이 도시를 휘감는다. 이곳에는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자전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라 늦게까지 쇼핑을 하거나 구경을 하러 다니기에도 좋다.
여행길잡이 * 아시아나항공에서 충칭국제공항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운행하며 3시간 50분이 걸린다. * 무륭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맛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드럽고 시원한 두부꽃,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전골, 신선하고 연한 맛의 양고기, 생선의 1등급이라 할 수 있는 부용강어, 독특한 풍미의 삼엽토닭 등 모두 한 번쯤 맛봐야 하는 일품요리다. 그 중에서도 선녀산 천연수로 만들었다는 말린 간두부와 국가 1급수인 부용강에서 잡아 올린 부용강어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진미. 이 지역만의 특색을 담고 있는 이 음식들은 관광객들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특산물 상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 충칭에서는 담백하고 매콤한 육수에 채소나 고기 등을 넣어 익혀 먹는 ‘훠궈’를 먹어보길 바란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버섯, 채소, 두부면 등을 살짝 익혀 먹는 훠궈는 원래 양자강 주변 인부들이 먹던 서민 음식이었다가 황제가 들렀을 때 향에 취해 맛을 보고 나서부터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