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추억 속으로 달린다
중년의 어머니들, 젊은 처자들부터 커플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승객이 모두 흥분된 표정으로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여행으로 들뜬 마음이 어찌 나이를 가릴까. 기차가 떠나면서 인기 DJ의 진행이 시작됐다. 기차 6호실에는 DJ 박스가 설치돼 승객들은 사연과 노래를 신청할 수 있다. 손지창의 ‘사랑하고 있다는 걸’과 함께 사연이 흘러나온다.
“결혼 5주년이 2주 남았네요. 5년 전에 이 노래를 들려주며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했는데…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지 못했네요. 다시 한번 사랑을 고백합니다. ○○○!! 사랑해.”
짭조름한 젓갈 맛보고 가세요, 광천시장
송림길 따라 걷는 춘장대해수욕장 산책
마지막 방문지인 춘장대역에는 오후 3시쯤 도착한다. 춘장대역에 내려 걸으면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 해수욕장이 있다. 서해와 송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서해안 특징인 완만한 경사로 수심이 얕아 여름철 해수욕하기에 좋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는 각종 조개 잡이와 낚시 등 체험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넓고 고운 모래사장이 인상적이다. 전국 10대 해수욕장임에도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오염도 덜하고 여름에도 그리 붐비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다시 한번 시간을 내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춘장대해수욕장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마량포구와 홍원항은 자연산 회와 싱싱한 해산물이 유명하고 천연기념물 동백꽃이 가득한 동백정과 월하성 갯벌체험장, 모시로 유명한 한산모시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인 신성리 갈대밭이 있다.
춘장대 바닷가를 산책하다 보니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에서 준비한 퀴즈 이벤트가 시작됐다. 지역 관련 퀴즈를 풀고 맞힌 승객에게는 지역 특산품인 쌀을 상품으로 준다. 여행을 하며 조금만 신경 쓰고 봤다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들이다. 승객들의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갈 정도로 흥겨운 시간을 준비해놓았다. 기대해도 좋을 만한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가수 이범학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면서 히트곡과 7080 인기곡으로 흥을 돋운다. 마지막 곡인 그의 히트곡 ‘이별 아닌 이별’를 부르며 이벤트 장에 모인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한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도 흔쾌히 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수 이범학은 수많은 관객과 좋은 음향시설을 통해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관객들과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는 공연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참여소감을 밝혔다.
라이브 공연은 기차 한 량의 좌석을 없앤 6호실에서 진행됐는데 현란한 사이키 조명까지 비추니 스테이지가 따로 없다. 이곳에 모인 승객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추며 즐겼다. 잠시 일상을 잊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다. 간혹 관광버스 여행을 하다 보면 비좁은 통로에 몸을 기대어 춤을 추곤 하는데 안전 운전에도 지장을 줄 수 있고 불편하다. 하지만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 안에서의 디스코 타임은 안전하고 넓어 안성맞춤인지 모른다. 디스코 타임 이후에는 승객들의 신청으로 이뤄지는 노래자랑이 시작돼 10등까지 푸짐한 선물을 증정하기도 한다.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은 루비 빛깔로 멋을 낸 ‘Lady Bird’라는 관광 특급 열차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6월 30일까지 주 2회(화·토) 운행한다. 좌석 수는 총 354석이며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별실도 설치돼 있다. 가격은 1인 5만7천원부터(중식 포함).
문의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강은호, 코레일 관광개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