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샛길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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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샛길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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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삼청동이 언제였던가 싶다. 머리카락 보일까 숨어 있던 카페와 갤러리 사이에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에 시끌벅적하다. 광화문 빌딩 숲 지척에 숨 돌릴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며 몸살을 앓긴 했지만 그래도 삼청동은 삼청동이다. 한가로운 오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업고 삼청동 풍경 속으로 걸음을 옮기니 이만한 봄 산책이 또 없다.

[동네 이야기]삼청동 샛길 탐방

[동네 이야기]삼청동 샛길 탐방

오랜만에 삼청동을 찾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것을 보고 오랜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으로 이별을 고한 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도심 한복판의 고즈넉한 동네. 2차선 도로 양쪽에 난 작을 길을 따라 소박한 갤러리와 카페들이 숨어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금세 유명세를 탔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카페와 레스토랑의 이름이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제 서울을 찾는 일본과 중국 등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봄볕 가득한 오후, 이따금 들려오는 일본어를 뒤로하고 삼청동 샛길을 파고들었다.

1 복잡한 삼청동 큰길을 벗어나 샛길을 파고들면 금세 조용한 골목이 이어진다. 2 팥죽이 맛있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간판은 언제봐도 정겹다.

1 복잡한 삼청동 큰길을 벗어나 샛길을 파고들면 금세 조용한 골목이 이어진다. 2 팥죽이 맛있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간판은 언제봐도 정겹다.

3 조용한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소품가게. 하얀 벽에 봄빛이 가득이다. 4 어느집 대문에 붙은 기분좋은 입춘서. 보기만 해도 따스해진다.

3 조용한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소품가게. 하얀 벽에 봄빛이 가득이다. 4 어느집 대문에 붙은 기분좋은 입춘서. 보기만 해도 따스해진다.


경복궁 동쪽 동십자각에서 삼청파출소를 지나 삼청터널까지 이어지는 삼청동길은 사간동과 소격동, 팔판동, 화동 등 여러 행정구역을 끼고 있다. 삼청동길을 중심으로 가지처럼 뻗어지는 샛길을 따라가다 보면 북촌 일대 작은 동네에 다다르게 된다. 삼청파출소 바로 옆길은 정독도서관이 있는 화동으로 이어지는데 커피 마니아들의 ‘완소 카페’ 커피방앗간을 비롯해 유명 수제화 매장, 작은 디자이너 숍들이 길을 터준다. 인사동에서 소격동을 지나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삼청파출소를 지나 삼청동의 터줏대감 ‘수와래’ 옆으로 난 샛길로 짚어 들어가면 낡은 담벼락에 삼청동 옛 지도가 그려져 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연구소와 디자인로커스가 기획한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사이드’의 결과물이다. 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이 골목 가득 봄내음을 흩뿌린다.

5 낡은 담벼락이 삼청동 옛 지도로 변신했다. 6 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 봄 향기가 비처럼 내리는 듯 하다.

5 낡은 담벼락이 삼청동 옛 지도로 변신했다. 6 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 봄 향기가 비처럼 내리는 듯 하다.

7 삼청동 길 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8 오래된 콘크리트담이 '맑은샘길'이란 명패를 달았다.

7 삼청동 길 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8 오래된 콘크리트담이 '맑은샘길'이란 명패를 달았다.

9 어느 주차장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9 어느 주차장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삼청동에는 작은 변화가 일었다. 오래된 담장에 벽화가 그려지고 사람들의 낙서는 시가 되었다. 굽이굽이 휘어진 삼청동의 작은 샛길들은 ‘바람길’, ‘돌계단길’, ‘꽃내음길’과 같은 이름을 얻고 작가가 직접 손으로 만든 명패까지 붙었다.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치장이 아닌 소박하고 반가운 변화로 삼청동의 작은 오르막들은 새 얼굴을 얻었다. 삼청동 샛길 탐방이 즐거운 또 하나의 이유다. 바람길 따라 동네 피아노 교습학원에서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맑은샘길 따라 북촌 언덕에서 삼청동을 내려다보자.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삼청공원 벤치에 앉아 그네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 세상에 봄빛이 가득이다.

10 삼청동길 따라 호젓하게 즐기는 가족 산책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10 삼청동길 따라 호젓하게 즐기는 가족 산책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11 세탁소가 셔츠를 입었다. 12 북촌으로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봄빛이 가득한 삼청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11 세탁소가 셔츠를 입었다. 12 북촌으로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봄빛이 가득한 삼청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청동 가는 길
광화문역 5번 출구 KT 앞에서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삼청동길 초입 ‘학고재’ 앞에서 하차. 국제갤러리와 ‘더 레스토랑’을 지나, 삼청파출소부터 시작되는 삼청동길을 따라 직진하다 보면 오른편으로 난 작은 샛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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