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와인 ‘샤토 마고’의 고장 - 프랑스 메독

길 떠나는 길

명품 와인 ‘샤토 마고’의 고장 - 프랑스 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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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하면 메독 지역이다. 최고의 명품 ‘샤토 마고’ 와인은 물론, 8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저마다 고유의 개성을 지닌 와인이 탄생한다. 보르도시 북서쪽 오메독에서 시작되어 마고, 물리스, 리스트락, 생줄리앙, 포이약, 생테스테프, 메독으로 이어지는 길은 와인의 성지 순례다. 자, 이제부터 신의 물방울을 찾아 떠난다. (편집자 주)

메독 샤토 마고의 가로수길.

메독 샤토 마고의 가로수길.

프랑스 최고의 와인, 샤토 마고를 찾아
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1권부터 메독의 샤토 마고에 대해 나오는데, 한마디로 와인 숍에서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고 좋은 와인이란다. 와인이 뭐 별건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샤토 마고의 명성은 대단하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은 샤토 마고”라고. 세컨드 와인 말고 빈티지가 좋은 것은 수백 유로씩 한다.

레알리스 마고 호텔의 전원미를 살린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레알리스 마고 호텔의 전원미를 살린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보르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메독이란 지방이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 가면 어디서나 메독 혹은 오메독 와인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보르도의 대표 와인 지역 중 하나다. 오메독은 메독 남쪽 지방을 뜻한다. 보르도의 와인밭은 지롱드 강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강 동쪽이 생테밀리옹, 강 서쪽이 메독이다. 메독 아래엔 그라브, 포이약, 소테른 지방이 있고, 생테밀리옹 아래엔 포므롤, 프롱삭이 있다. 여기서 프랑스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되는데(물론 부르고뉴도 좋은 와인이 수없이 많지만) 보르도를 통해 수출된다. 보르도는 폭이 400m나 되는 가론 강을 끼고 있는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과거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는 항구도시로 여기서 와인이 수출된다. 보르도 와인 하면 실은 이 지역 전체 와인을 이야기하는 거다.

메독 지방 와인의 비밀
와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역명만 들어도 바로 알 테지만 설명을 좀 해야겠다. 일단 메독 지방은 땅이 거칠다. 석회 자갈이 많다. 여기서 자라는 포도 품종이 제한돼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종이고, 카베르네 프랑도 기른다.

터프한 밭에서 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드라이하다.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블렌딩을 해서 와인을 내놓지만 주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화이트 와인도 있다. 그래도 레드 와인이 맛이 더 좋다.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메독 샤토 라스콩브의 전경.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메독 샤토 라스콩브의 전경.

메독 지방은 가도가도 끝없이 포도밭이 펼쳐진다. 들판에는 30~40년생의 포도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무릎 높이쯤 하던 것이 이제는 허리춤 정도 자랐다. 이게 쑥쑥 자라서 가을이면 송글송글 알을 맺고 수확하게 되는 것이다. 곳곳에 중세의 건물이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샤토 마고는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전 세계에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샤토 마고는 입구부터 성처럼 보였다. 나폴레옹 시대 때 포플러를 많이 심었는데 굵게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끝머리에 19세기 초에 지은 샤토 마고가 앉아 있다. 1801~1816년 건축가 루이 컴보가 지었다. 이 집은 주인이 살지 않고 웨딩 파티, 기업체 홍보 파티 등으로 빌려준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는 여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는 여인.

마고는 언제부터 와인을 만들었을까? 사실 로마시대부터 와인은 있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기록은 없다. 1759년에 발견된 자료에 이미 샤토 마고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주변에 마을은 없었다. 노동자와 농부들이 살기는 했지만 제대로 격식을 갖춘 타운은 아니었단다.

샤토 마고가 생기고 마고 마을이 생겨났다. 보통 샤토 뒤에 도시 이름을 붙일 수 없는데 마고만 유일하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30년 전부터 샤토 마고에서 가이드를 했다는 건보르 비자는 “이 지역 와이너리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아직도 샤토 마고는 가족 중심으로 일한다”고 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이게 고민거리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와이너리를 산다. 기업들이 산 와이너리의 경우 미국 등에 있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와인을 블렌딩한다. 프랑스 고유의 와인 맛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맛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메독 샤토 마고의 와인 창고와 와인의 또 다른 즐거움 메독 와이너리 필리페 라우

메독 샤토 마고의 와인 창고와 와인의 또 다른 즐거움 메독 와이너리 필리페 라우

건물 지하 카브에는 와인을 담은 오크통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18℃ 이하에서 숙성 중이다. 유리를 덮어놓았는데 와인통이 15% 정도 와인을 흡수해서 와인을 계속 부어줘야 한단다. 약 1200통이 있었는데 한 통에 250L의 와인이 들어 있다. 와인통 하나의 가격은 750~1000유로. 수명은 4~5년이다. 보통 8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참나무로 만든다. 스테인리스 통도 쓸 수 있지만 와인은 오크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명을 마친 와인통은 겨우 15유로 정도를 받고 판다. 장식용으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마고에는 오크통 만드는 장인이 따로 있다. 표면을 일일이 손으로 대패질했다. 그래야 질감이 좋다고 한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을 꼽으라면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드 로칠드, 샤토 무통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을 들 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샤토 오브리옹은 그라브고, 샤토 무통 로칠드는 포이약이지만 대개 메독 지역으로 본다.

 메독 샤토 마고 와인.

메독 샤토 마고 와인.

위에서 언급된 5개 와인은 프리미어 그랑크뤼 등급이다. 최고급이란 뜻이다. 보통 지역 표시를 AOC라고 하는데 여기서 등급을 매긴다. 생테밀리옹 지방의 경우 아펠라시옹 위원회(Institute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등급을 표시하는데 메독은 1855년 파리 박람회 때 보르도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이후 단 한 번도 등급 조정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와이너리는 아무리 좋은 와인을 생산해도 프리미어 그랑크뤼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단 하나 예외는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37년 1등급 와인으로 격상됐다.

보르도 와인은 알코올 도수로 치면 13도 정도다.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밸런스는 알코올, 당도, 산도, 타닌을 의미한다. 이게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다. 다행히 그 비싸다는 와인이 무료다. 워낙 싼 와인에만 익숙해서인지 맛은 잘 모르겠다. 와인 전문가들은 처음 향과 두 번째 향이 다르기 때문에 공기 중에 산화를 시키면 맛이 변한다고 했다.

샤토 마고는 한 병에 500유로 정도 한다. 물론 급이 약간 떨어지는 세컨드 와인은 싸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서 마고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다. 토머스 제퍼슨 외에 헤밍웨이도 마고를 사랑했다. 프랑스 여행 중 샤토 마고에 머무르며 매일 마고를 마셨다.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녀에게 마고란 이름을 붙여줬다. 마고 루이 헤밍웨이는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41세 때 요절했다.

메독 샤토 마고와 마고에서 바라본 교회.

메독 샤토 마고와 마고에서 바라본 교회.

또 다른 즐거움, 와이너리
샤토 마고 외에도 메독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샤토 라스콩브는 성같이 생긴 와이너리였다.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라 와이너리는 와인 숍인데 4대째 와인 네고시앙을 하고 있는 필리페 아우스 집안이 운영한다. 네고시앙은 도매업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프랑스 전역에서도 수백 명밖에 없다고 한다.

알제리에서 사업을 하다 온 필립 아우스는 보르도에 4개의 샤토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컴퓨터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알아봐준다.

메독에 가면 와인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수없이 많은 와인을 직접 보고 마시다 보면 ‘이런 게 와인 맛이구나’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은 술 이상이다. 음식을 넘어선다. 자존심이자 영혼이다.

여행 길잡이
●파리~보르도 구간은 에어프랑스(www.airfrance.co.kr)로 이동하거나 테제베로 갈 수 있다. 항공편은 1시간 정도, 기차(www.raileurope-korea.com)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보르도 관광청(www.bordeaux-tourism.com) 보르도 오페라하우스(테아트르) 앞 광장 건너편에 있는 리전트 그랜드 호텔(www.theregentbordeaux.com)은 5성급으로 백작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은 미슐랭 별점 1개를 받은 식당. 바닷가재 머리와 꼬리즙을 내서 소스를 만들고 캐비아를 곁들인 정찬이 압권이다. ●아키텐 지방 관광청(www.tourisme-aquitaine.fr), 프랑스 관광청(kr.franceguide.com) ●샤토 마고(www.chateau-margaux.com 33-(0)5-5788-8383). ●와이너리 필리페 루스(www.lawinery.fr 33-(0)5-5639-0490)

■ 글&사진 / 최병준(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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