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1권부터 메독의 샤토 마고에 대해 나오는데, 한마디로 와인 숍에서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고 좋은 와인이란다. 와인이 뭐 별건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샤토 마고의 명성은 대단하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다. “프랑스 최고의 와인은 샤토 마고”라고. 세컨드 와인 말고 빈티지가 좋은 것은 수백 유로씩 한다.
메독 지방 와인의 비밀
와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역명만 들어도 바로 알 테지만 설명을 좀 해야겠다. 일단 메독 지방은 땅이 거칠다. 석회 자갈이 많다. 여기서 자라는 포도 품종이 제한돼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종이고, 카베르네 프랑도 기른다.
터프한 밭에서 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드라이하다. 물론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블렌딩을 해서 와인을 내놓지만 주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화이트 와인도 있다. 그래도 레드 와인이 맛이 더 좋다.
샤토 마고는 입구부터 성처럼 보였다. 나폴레옹 시대 때 포플러를 많이 심었는데 굵게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끝머리에 19세기 초에 지은 샤토 마고가 앉아 있다. 1801~1816년 건축가 루이 컴보가 지었다. 이 집은 주인이 살지 않고 웨딩 파티, 기업체 홍보 파티 등으로 빌려준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샤토 마고가 생기고 마고 마을이 생겨났다. 보통 샤토 뒤에 도시 이름을 붙일 수 없는데 마고만 유일하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30년 전부터 샤토 마고에서 가이드를 했다는 건보르 비자는 “이 지역 와이너리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아직도 샤토 마고는 가족 중심으로 일한다”고 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이게 고민거리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와이너리를 산다. 기업들이 산 와이너리의 경우 미국 등에 있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와인을 블렌딩한다. 프랑스 고유의 와인 맛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맛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들
메독 지역의 명품 와인을 꼽으라면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드 로칠드, 샤토 무통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을 들 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샤토 오브리옹은 그라브고, 샤토 무통 로칠드는 포이약이지만 대개 메독 지역으로 본다.
보르도 와인은 알코올 도수로 치면 13도 정도다.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밸런스는 알코올, 당도, 산도, 타닌을 의미한다. 이게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다. 다행히 그 비싸다는 와인이 무료다. 워낙 싼 와인에만 익숙해서인지 맛은 잘 모르겠다. 와인 전문가들은 처음 향과 두 번째 향이 다르기 때문에 공기 중에 산화를 시키면 맛이 변한다고 했다.
샤토 마고는 한 병에 500유로 정도 한다. 물론 급이 약간 떨어지는 세컨드 와인은 싸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서 마고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다. 토머스 제퍼슨 외에 헤밍웨이도 마고를 사랑했다. 프랑스 여행 중 샤토 마고에 머무르며 매일 마고를 마셨다. 헤밍웨이는 샤토 마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녀에게 마고란 이름을 붙여줬다. 마고 루이 헤밍웨이는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41세 때 요절했다.
샤토 마고 외에도 메독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샤토 라스콩브는 성같이 생긴 와이너리였다. 사진 촬영하기에 좋다. 라 와이너리는 와인 숍인데 4대째 와인 네고시앙을 하고 있는 필리페 아우스 집안이 운영한다. 네고시앙은 도매업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프랑스 전역에서도 수백 명밖에 없다고 한다.
알제리에서 사업을 하다 온 필립 아우스는 보르도에 4개의 샤토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컴퓨터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알아봐준다.
메독에 가면 와인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수없이 많은 와인을 직접 보고 마시다 보면 ‘이런 게 와인 맛이구나’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은 술 이상이다. 음식을 넘어선다. 자존심이자 영혼이다.
여행 길잡이
●파리~보르도 구간은 에어프랑스(www.airfrance.co.kr)로 이동하거나 테제베로 갈 수 있다. 항공편은 1시간 정도, 기차(www.raileurope-korea.com)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보르도 관광청(www.bordeaux-tourism.com) 보르도 오페라하우스(테아트르) 앞 광장 건너편에 있는 리전트 그랜드 호텔(www.theregentbordeaux.com)은 5성급으로 백작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은 미슐랭 별점 1개를 받은 식당. 바닷가재 머리와 꼬리즙을 내서 소스를 만들고 캐비아를 곁들인 정찬이 압권이다. ●아키텐 지방 관광청(www.tourisme-aquitaine.fr), 프랑스 관광청(kr.franceguide.com) ●샤토 마고(www.chateau-margaux.com 33-(0)5-5788-8383). ●와이너리 필리페 루스(www.lawinery.fr 33-(0)5-5639-0490)
■ 글&사진 / 최병준(경향신문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