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리, 시간을 거슬러 노를 젓는 여행

테오의 여행 테라피

중국 동리, 시간을 거슬러 노를 젓는 여행

증상 과거를 지우고 싶을 때
처방 낡은 배에 올라 수로를 젓고 부서진 벽돌을 쓰다듬으며 동리를 걸을 것


[테오의 여행 테라피]중국 동리, 시간을 거슬러 노를 젓는 여행

[테오의 여행 테라피]중국 동리, 시간을 거슬러 노를 젓는 여행

7개의 섬, 49개의 다리
중국의 매력적인 도시 상하이는 여섯 개의 운하마을을 지니고 있다. 수향(쉐이시앙) 혹은 고진(구쩐)이라 불리는 이 여섯 마을 중에 가장 낡은 마을이 바로 동리(통리)다. 다른 마을에 비해 개발이 덜 이루어졌으며 관광지다운 느낌도 한결 덜하다. 덕분에 동리는 그 오랜 세월의 흔적을 상실하지 않고 온전히 담아두고 있다. 동리는 7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이 섬들을 15개의 수로가 지나고 그 위에 49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700년의 역사를 가진 다리들. 그 아래로 낡은 배를 타고 지나는 것이 동리 여행의 핵심이다.

동리의 거리 풍경

동리의 거리 풍경

시간을 젓는 운하
배에 오른다. 사공이 노를 저으며 마을 구석구석을 누빈다.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의 어디를 보나 온통 돌이다. 명나라, 청나라 시절을 지나온 시간이 배를 따라 바람처럼 흐른다. 식당 일꾼은 식사를 마친 손님의 식기를 수로에 저어 씻는다. 더는 다른 물로 헹구지 않는다. 배가 지나다니는 수로의 물로 식기를 씻으면서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전통이 알려준 방식의 설거지이므로 창피할 것이 없는 것이다. 배는 매번 새로 만들지만 만드는 방식 역시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설거지와 다를 바 없다. 시간이 남겨준 방식대로 배를 만들고 음식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손님을 먹인다. 배를 타고 운하를 지나며 만나는 것은 동리가 보존한 시간이다. 시간을 저으며 운하를 지나는 것이다.

배를 저어 49개의 다리 아래를 지날 수 있다.

배를 저어 49개의 다리 아래를 지날 수 있다.

시간을 담는 마을
동리 민속 식당의 마늘 돼지고기 요리.

동리 민속 식당의 마늘 돼지고기 요리.

개발이 덜 되었음에도 동리가 유명한 이유는 영화 때문이다. ‘홍루몽’, ‘건륭황제’, ‘신난세가인’ 등 80개가 넘는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우리 영화 ‘비천무’를 찍은 곳도 여기다. 현대극이 아니라 대부분 역사극이거나 판타지 영화다. 동리의 여기저기에 담긴 시간의 흔적은 영화적 상상력을 채워주고도 남는다. 동리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느리게 걷는 것이다. 조용히 오래 걸을수록 좋다. 일행과 수다를 떨거나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동리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지금 시대의 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동리의 방식으로 걸어야 한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어려울 정도로 동리의 골목은 좁다. 좁은 골목을 느리게 오래 걷는 것이 동리의 방식이다. 골목 어귀에서 한 할머니에게서 찹쌀떡을 샀다. 팥소를 대신해 꿀을 바른 찹쌀떡이다. 찹쌀떡을 먹으며 골목을 지나자 32번째 다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오늘 중으로 동리의 다리들을 다 건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하 양편으로 늘어선 명나라 시대 건물. 노를 저어 수로를 다니는 배. 고즈넉한 동리의 풍경.

운하 양편으로 늘어선 명나라 시대 건물. 노를 저어 수로를 다니는 배. 고즈넉한 동리의 풍경.

기억을 지우는 비밀
어깨가 닿을 만큼 좁은 동리의 골목.

어깨가 닿을 만큼 좁은 동리의 골목.

잊는다는 것은 사실 잊혀지는 것이다. 기억을 자기 의지로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없애겠다고 애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상하이에는 최고 높이의 건물(468m) 동방명주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동리는 동리다. 낡고 허름한 동리를 부수고 새 건물을 지을 만큼 상하이는 어리석지 않다. 동리의 옛 이름은 부토(富土, 부투)다. 부자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청나라 관리 출신인 임란생이 1885년에 관직에서 물러난 뒤 화가 원룡에게 설계를 부탁해 만든 퇴사원이 바로 동리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재물을 빼앗은 악행의 대가로 담장의 높이를 무리하게 높여 세운 대저택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퇴사원의 크고 아름다운 정원에는 이런 부끄러운 기억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동리를 산책하는 사람들은 이런 슬픈 기억을 짐작할 수 없다. 동리를 걸으며 깨닫는 성찰은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동리는 시간을 지우지 않는다. 그것이 퇴사원과 같이 부끄러운 기억이어도 상관없다. 지난 기억을 다리에 새기고 그 아래로 배를 저어 건널 뿐이다. 시간은 기억을 아름답게 새겨둔다. 그것이 슬픈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노를 저어 49개의 다리 아래를 지나는 마음으로 잊고 싶은 기억을 대하는 것이 좋겠다. 동리의 수로처럼. 동리의 방식으로.

Travel Tip

동리 가는 방법
[테오의 여행 테라피]중국 동리, 시간을 거슬러 노를 젓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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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상하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상하이 체육관 4호 정거장에서 동리로 가는 버스를 탄다. 예전에는 홍코우 체육관에서도 출발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오전 8시, 9시, 10시 세 차례 버스가 출발하는데 손님의 수에 따라 시간이 자주 변경되니 미리 체크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동리 입장료가 포함된 왕복 버스비는 120위안. 동리에서 상하이로 돌아오는 첫차의 출발시간은 오전 4시 30분이다.

배를 타고 수로를 즐기는 방법
동리 입장료에 배를 타는 값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동리에 들어서면 수로 여기저기에 배가 정박된 돌계단들을 볼 수 있다. 거기에서 사공과 배 값을 흥정하면 된다. 보통 160위안 정도가 적정선이다.

테오는 여행을 통해 얻은 성찰과 사진을 도구로, 지친 사람들의 일상을 치유하는 여행 테라피스트.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을 살고 돌아와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여러 기업과 학교에서 특강 형태의 여행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여행 테라피에는 남미에서 만난 히피, 아마존의 빵 굽는 여자아이, 아프리카의 북치는 사내아이, 잉카의 고대 점술사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너무나 정교하게 우리의 삶을 진단하고 치유한다. 야성이 도시를, 비일상이 일상을 치유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기적이 일어나는 볼리비아 소금사막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과 아프리카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가 담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를 저술했다. 두 권 모두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 글&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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