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은 호수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코모 호수. 수많은 해외 스타들이 이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007 시리즈’등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이다. 한국인들은 코모만 알지만 코모 외에도 3개의 호수가 더 있다. 이번 여행지는 이세오(Iseo) 호수다. 코모가 번잡하고 휘황한 곳이라면 이세오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코모가 관광지라면 이세오는 휴양지라고 할 수 있다.
이세오 호수는 배를 타고 여행하게 된다. 이세오 호수에는 베트(Vet)라는 산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 때문에 호수는 늘 찰랑찰랑 흔들린다. 베트는 강한 돌풍이 아니라 한국으로 치면 산들바람 정도 되는,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다. 뜨거운 이탈리아의 태양에 반짝거리는 호수 풍경은 환상적이다.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몬테 이졸라 섬. 인구는 1,800명이고 자치행정구역 중 하나다. 동사무소와 병원, 학교, 경찰서가 있으면 자치행정구라고 한다. 과거 주민들은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동물은 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촌은 아무래도 종교적일 수 있다. 배를 타는 것이 과거엔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 섬의 성당은 뭍에 있는 교회보다 컸다. 서울의 명동성당보다 실내 장식이 화려했다 .
반짝이는 호숫가에서 자줏빛 와인을 마시다
이세오 호수 인근에는 포도원도 많다. 세계에서 포도주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프랑스가 아니라 바로 이탈리아다. 과거에는 토종 포도품종을 무시했다. 주로 현지인들이 소비했다고 한다. DOCG, DOC 같은 등급도 1950년대에 생겼다. 이 제도가 생겨나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토착 품종에 대해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포도주는 다양하다. 뭔가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해외에서도 투자를 많이 한다. 아예 와이너리를 사서 투자하는 명사들도 늘었다. 프랑스도 그렇지만 이름난 와이너리의 경우 유럽의 기업체, 유명인사 등이 소유하고 있다.
프란차 코르타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하다.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최초로 DOCG 등급을 받았다. 와이너리 빌라(Villa) 양조장을 찾아가봤다. 중세건물을 1960년에 리노베이션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 비앙키라는 사람이 샀는데 와이너리로 개조했단다. 레드와인을 생산하다가 1970년 이후 샴페인 형태의 스파클링와인을 생산했다. 35ha의 포도밭이 있는데 샤르도네가 기본 품종이라고 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메를롯, 피노누아종도 있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다. 맛이 참 좋다. 9, 10월 포도를 수확해서 4월 중 맛을 보고 포도 배합 비율을 정한다고 한다. 30개월 동안 수평으로 보관한다. 효모가 당분을 먹으면서 기포가 생긴다. 목조 선반에 와인 병을 꽂은 후 20일 동안 손으로 돌려준다. 프란차 코르타 지역에서 1,000만 병의 와인이 생산된다. 현지 양조협회에 의하면 재배 DOCG 등급은 15~18년이면 포도나무를 교체한단다.
이탈리아는 맛의 고을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식당은 알베레타 호텔 내 식당이다. 이 호텔 손님은 이세오 호수는 찾지 않고 오로지 호텔에만 묵는다. 1800년도 건물이었는데 모레티라는 건설업자가 왕족이 살던 이 저택을 구입 후 호텔로 개조했다. 객실은 58개뿐. 1993년 첫 오픈 당시에는 객실이 9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비싸다. 앙리 셰노라는 웰빙 전문가가 객실을 디자인했단다. 호텔 내의 스파도 최고 수준이고 주변에는 수많은 미술 작품이 있다.
이 호텔의 식당도 최고급이다. 구알티에로 마르케시라는 요리사인데 17년 전 이탈리아 최초로 미슐랭 3스타 주방장에 오른 사람이다. 리소토, 닭고기와 송로버섯, 디저트로 짜여진 식사는 100유로 정도. 마르케시는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음식은 문화와 기후 모두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로 무조건 원산지 것을 쓴다. 이를테면 신토불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주방장들을 거론했더니 코웃음을 쳤다. 다른 요리사 음식보다 자기 것이 낫단다. 그는 요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자신이 직접 고른 메뉴를 내놨다. 영계구이였는데 일품이었다. 식당에는 1,200종의 와인을 갖춰놓았다.
흔히 이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와 비교된다. 사실 어디가 낫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 둘 다 뛰어나다. 프랑스 요리의 매력은 요리사 개인이 실험 끝에 만들어내는 소스에 있다. 창의성도 뛰어나며 장식이 화려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수수하고 양념도 별것 없는 것 같은데 맛은 좋다. 이탈리아는 재료의 맛을 최대한 잘 살린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의 국기를 이렇게 얘기한다. 하얀색은 모차렐라치즈, 녹색은 신선한 채소, 붉은색은 토마토라고. 그만큼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여행길잡이
이세오 호수까지는 기차 편이 많지 않다. 밀라노에서 하루에 1, 2편 정도. www.agenzialagoiseofranciacorta.it ◆이세오 시내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선박 투어는 가까운 곳은 1유로에서 조금 더 주면 된다. 하루권은 12유로 정도다. www.infonavigazionelagoiseo.it ◆프란차 코르타 지역은 스파클링와인으로 유명하다. 중세 마을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Villa. www.villa-francicorta.it ◆알베레타 호텔의 미슐랭 3스타 구알티에로 마르케시 식당. www.albereta.it ◆이탈리아 관광청 한국사무소. www.enit.or.kr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