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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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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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웃도어 쇼

카우보이 하면 보통 미국 텍사스를 떠올릴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캐나다 서부로 진출하고 문물 교류가 이뤄지며 이곳에도 기마경찰격인 카우보이가 생겼다. 이를 기념해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한여름에 10여일 동안 카우보이 쇼, 스탬피드 축제가 한바탕 펼쳐진다. 여기선 누구나 짐승남 카우보이가 될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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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개척으로 시작된 캐나다 서부 역사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데오 축제 중 하나인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에 다녀왔다. 흔히 로데오 하면 미국의 텍사스 같은 서부를 떠올리기 십상이고, ‘캐나다에도 카우보이가 있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톱니바퀴 달린 부츠에 성냥불 그어대며 담배를 피워대던 카우보이들의 모습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일 게 분명하다. 필자도 현지인에게 물어봤다. 캘거리가 카우보이들의 도시인가? 캘거리 스탬피드는 가장 큰 로데오 쇼인가? 현지인들은 가장 크지는 않지만 가장 괜찮은 축제(Not Largest But Best)라고 했다. 캐치프레이즈는 가장 훌륭한 아웃도어 쇼(The Greatest Outdoor Sho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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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캘거리를 캐나다의 주요 도시 정도로만 생각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역사를 조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15세기 표류 중인 이탈리아 어부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대구가 잡히는 바다를 발견했다. 거기가 바로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앞바다다. 이후 유럽인들은 캐나다 탐험에 나섰다. 처음 캐나다 개척에 적극적이었던 나라는 프랑스였다. 영국이 미국에 뉴잉글랜드를 세우자 프랑스는 캐나다에 뉴프랑스를 세웠다. 뉴프랑스가 바로 퀘벡과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주이다. 영국도 캐나다에서 프랑스와 전쟁까지 벌이면서 식민지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캐나다 동부에 정착하기 시작한 유럽인들에게 캐나다의 서부는 사실 너무 먼 곳이었다. 탐험가들이 오가기는 했지만 아타바스칸 부족 같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고작해야 버팔로 사냥꾼들이나 서부를 찾아다녔고, 모험심 많은 모피 상인들이 인디언들과 모피 교역을 했다. 북서부 캘거리에 유럽인이 처음 찾은 것은 1787년이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인 캐나다는 너무 넓어서 최초로 유럽인이 정착한 동부에서 서부로 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캘거리에 주민들이 몰려들 수 있었던 것은 1883년 바로 캐나다 퍼시픽 레일로드라는 철도가 건설된 이후다. 철도가 건설된 이후 영국 정부는 서부 개척을 독려했고, 주민들이 서서히 서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캘거리에 마을이 들어서고 마을 사람들이 주민 대표로 시장을 뽑은 것은 철도가 생긴 이듬해인 1884년. 캘거리란 이름은 제임스 매클러드란 대령이 지은 것으로 스코틀랜드의 섬마을에서 따왔다. 철도가 건설되기 직전에는 NWMP(North West Mounted Police)라는 산악경찰이 주둔했다. 붉은색 재킷에 가죽 장화를 신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캐나다의 상징처럼 유명한 기마경찰인 이들이 바로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의 전신이다. 당시 모피 교역을 하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파견됐다.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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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만 놓았다고 동부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캘거리 주민들은 농부들과 목축업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1886년부터 일종의 전람회 겸 축제를 기획하게 된다. 이제 막 생긴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는 고만고만했을 게 빤하다. 초창기 인구는 2천 명에 불과했다. 축제가 주목받을 정도로 규모가 제법 커진 것은 1908년이었다. 연방정부가 지원을 했고, 14만5천 달러를 들여 꽤 큰 전시장도 6개나 지었다. 이 축제는 당시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었고 10만 명이나 축제를 보러 왔다. 축제의 내용 중에는 매듭 기술 겨루기, 말 달리기, 로데오 등이 포함돼 있었다.

스탬피드가 본격적인 로데오 축제로 발돋움한 것은 1912년 위딕이라는 미국인 트릭 로퍼 덕분이다. 트릭 로퍼란 밧줄 하나로 이런 저런 묘기를 보여주는 카우보이. 그는 현지 사업가들을 설득해서 이벤트를 만들고 카우보이를 불러모아 기량을 겨루는 대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온 카우보이도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거금인 2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대회에 참석하게 됐고 스탬피드는 유명해졌다. 이것이 캘거리 스탬피드의 탄생 배경이다. 1912년부터 시작됐으니 올해로 98년이나 됐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도시도 많을 텐데 왜 캘거리에 카우보이들이 몰렸지? 거기가 목장이 있을 만한 곳인가? 물론 현재 캘거리는 캐나다의 금융, 석유 중심 도시다. 캘거리가 있는 앨버타 주의 면적은 2677㎢(63억 평)으로 이 중 30%가 농경지와 목장이다.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2006년 목축 통계를 보면 앨버타 주에서 무려 590만 마리의 가축을 키우는 것으로 발표됐다. 바로 캐나다 전체 목축업 생산량의 40%다. 캐나다 쇠고기 하면 바로 앨버타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목장을 지을 만한 넓은 목초지가 있으니 당연히 카우보이들이 몰렸다. 미국에서 잭슨 대통령 시대 이후 서부로 갔던 카우보이나, 영국의 캐나다 서부 탐험은 따지고 보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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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10여일 정도 열리는 캘거리 스탬피드는 화려하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다. 750마리의 말과 3천5백 명이 참가한다. 축제가 시작되는 날은 도시 중심가는 교통이 대부분 통제된다. 보통 2시간 넘게 열리는 퍼레이드 때문인데, 이 퍼레이드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일단 카우보이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소방서와 경찰, 군인, 참전용사, 기업체도 참여한다. 캘거리는 다민족 이민 사회. 퍼레이드에는 영국계·프랑스계 캐나다인은 물론 중국인, 파키스탄인들도 참여하며, 이슬람 단체까지도 나온다. 공짜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기부금을 내지만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 모든 시민들이 다 나와서 보는 행사에 자신들이 이 사회에 세금을 내는 구성원이라는 점도 확인시키고, 자신들의 커뮤니티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인 커뮤니티와 별도로 중국 정부에 탄압받는 파룬궁도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재밌는 것은 퍼레이드 도중에 말들이 쏟아내는 똥이 2톤에 달하는데 이를 치우기 위한 청소차도 치장을 하고 퍼레이드에 합류한다는 점. 그러다 보니 퍼레이드는 규모도 크고 화려해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자신이 앉을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 축제위원회는 두 달 전부터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잡는다니 준비성도 철저하다.

축제 기간은 그야말로 카우보이들의 세상이다. 공식 복장은 청바지에 카우보이모자와 셔츠(면 티셔츠가 아니다)다. 여기에도 은근한 패션 경쟁이 있다. 번쩍거리는 버클의 허리띠로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귀퉁이가 잘 말려 올라간 모자를 쓰기도 한다.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런 복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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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도 청바지에 카우보이모자를 썼다. 심지어 호텔 종업원들도 카우보이 복장으로 서빙을 하고 길거리 소시지 가게 상인들도 카우보이 복장이다. 해서 캘거리 사람들은 집집마다 카우보이모자와 부츠를 갖고 있다고 한다. 권총만 없을 뿐이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카우걸 복장을 한다. 관광객들도 카우보이모자 하나 없으면 멋쩍다. 야구모자 쓰고 돌아다니기엔 아무래도 쑥스럽다. 시내 곳곳에 카우보이모자 파는 가게가 있어서 20달러 정도면 괜찮은 모자 하나를 살 수 있다.

스탬피드 경기장은 따로 있다. 다운타운에서 전철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축제장의 모습과 똑같다. 장난감 총으로 인형을 쏘아 떨어뜨리는 고전적인 오락실부터 아이스크림 가게, 햄버거 가게 등 정말로 많은 가게들이 들어선다. ‘서양식 축제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누구나 카우보이가 될 수 있다
로데오 경기는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실력을 봐가면서 주최 측에서 선수들에게 참가 요청을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말깨나 몰고, 밧줄깨나 돌린다는 카우보이들이 나오는 베테랑 대회다. 로데오 종목은 모두 6개. 안장을 갖추지 않은 말의 맨 등에 타는 베어백(Bareback), 황소를 타는 불 라이딩(Bull Riding), 균형을 잘 잡고 리듬을 잘 맞춰야 하는 새들 브롱(Saddle Bronc), 도망가는 수송아지의 목을 꺾어 묶는 스티어 레슬링(Steer Wrestling), 밧줄로 소를 잡아매는 타이 다운로핑(Tie-Down Roping) 등이 있다. 카우걸들이 참여하는 경기는 반환점으로 세워둔 통을 도는 배럴 레이싱(Barrel Racing)이다. 여기에 로데오와는 별도로 척왜건 레이싱이 추가된다. 척왜건은 영화에서 나오는 역마차다. 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1명의 마부가 몰고, 그 마차를 말 탄 카우보이가 뒤따른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카우보이는 텐트의 깃대 2개와 난로를 상징하는 큰 통을 마차에 싣는다. 짐이 실리면 마차는 바로 내달리기 시작해, 출발점 부근에 설치된 큰 나무통 2개를 돌고 난 뒤 긴 타원형의 주로를 내달린다. 200만 달러의 상금 중 역마차 경기에만 100만 달러가 걸려 있을 정도로 큰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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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피드 경기장은 서부다. ‘와일드와일드웨스트’를 재현해놨다. 여기저기 흥겹다. 카우보이 카우걸 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컨트리 뮤직이 흘러나오는 댄스클럽 겸 바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고, 크고 작은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카우보이는 요즘 코드와 맞지 않게 마초적이다. 총 들고 초원을 달리는 카우보이는 남성성을 상징한다.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서부를 차지했던 정복자를 떠올리게 한다. 꽃미남이 아닌 짐승남의 이미지다.

남자는 터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교민들은 캘거리 사람들이 실제 마초적인 기질이 있긴 있다고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여권이 신장된 서구에서 마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 남성다운 남자들이 없는 세상에서 진짜 남자들의 터프함을 보여주는 축제라는 것이다. 어쨌든 캘거리 스탬피드는 카우보이, 카우걸 흉내를 내보는 축제다.

축제는 로데오 경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밤에는 쇼도 이어진다. 와이어로 모터사이클에 줄을 매어 공중을 날게 하는 공연 프로그램은 꽤 수준이 높다. 무대 장치만 봐도 웬만한 쇼 프로그램보다 훌륭하다. 캘거리 스탬피드는 재밌다. 축제란 자고로 모든 사람들의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마차, 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카우보이뿐 아니라 여행자들도 카우보이가 될 수 있어 흥겨운, 그런 축제다.

여행 길잡이
◆에어캐나다가 밴쿠버를 거쳐 캘거리까지 들어간다. 앨버타관광청 www1.travelalberta.com/kr, 캐나다관광청 http://kr.canada. travel ◆캘거리 스탬피드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http://calgarystampede.com)에서 얻을 수 있다. 밴프 국립공원이 가깝다. 캘거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여서 연계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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