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 사이 낮은 담장이 마주선 곳. 굽이치는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빼꼼히 고개를 치켜세우게 되는 곳. 그러다 어김없이 반가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 곳.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이문동 골목 속으로 들어가보자.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여행은 “신이문역 4번 출구로 나가면 깜짝 놀랄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는 한 선배의 말로부터 시작됐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찾아 나선 길. 목적지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사이, 이문초등학교 뒤쪽으로 자리 잡은 오래된 동네. 높은 아파트와 고층 빌딩을 성벽처럼 세운 작은 동네엔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정겨운 모습이 일상처럼 흐르고 있었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길을 만들고 집을 세운 곳이 아니라 집을 짓다 보니 길이 생긴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을 길을 따라 담장들이 제법 가지런히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다. 장독이며 화분이며 세간들이 대문 밖에 옹송거리고 앉아 있다. 누군가 훔쳐가지도, 훔쳐갈까 걱정하지도 않는 것들이다. 대문도 지붕도 각기 다른 집들은 그렇게 골목 위에 이곳의 일상을 펼쳐놓았다. 지난 여름방학 때 매미깨나 잡았을 법한 잠자리채와 계단 중간 쉬어가듯 서 있는 리어카가 보이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자전거는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듯 자물쇠도 채워지지 않은 채 서 있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기억이 닿는 가장 어린 시절 풍경이 떠올라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디선가 ‘까르르’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숨바꼭질하듯 요리조리 목을 길게 빼고 귀를 쫑긋 세웠다. 골목을 도니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은빛어린이집 아이들이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들이 어찌나 예쁜지, 카메라를 들자 다들 난리가 났다. 한참이나 붙잡혀 있다 벗어났는데 옷깃에 소매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묻어 있는 듯하다.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자 이번엔 마실 나온 아주머니들이 동네 구멍가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이씨 할머니는 허리를 삐끗해 병원에 입원했고, 미영이 엄마는 제주도에 갔단다. 아무래도 이곳이 동네 사랑방인가보다. 나지막했던 길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했더니 어느덧 담장 위로 하늘이 펼쳐진 언덕까지 올랐다. 담장 너머 무엇이 있을까 까치발을 들고 담벼락에 매달려봤다. 빨간 양옥집들 바투 전철이 지나간다. 아슬아슬 잘도 빠져나가는 모습이 기특해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전철이 들고나는 걸 지켜봤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오래되었다고 반드시 낡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에너지는 낡은 골목에 기름칠을 한다. 작은 골목 구석구석 이웃의 따뜻한 일상과 이야기가 흐르는 곳, 집집마다 개 짓는 소리가 들리고 흐드러진 감나무와 나팔꽃 덩굴이 길 위로 손을 내민 그 골목 풍경 속으로 다시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이문동 가는 길
1호선 신이문역 1번이나 4번 출구로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동네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 입구들이 나타난다. 입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푸근한 골목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동네 이야기]이야기가 흐르는 정겨운 동네-이문동 골목 풍경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