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테오의 여행 테라피

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테오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멋진 여행지 사진을 기대하며 파일을 열어보니, 웬걸 풍뎅이 인터뷰 기사도 아닌데 온통 풍뎅이 투성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서둘러 에세이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의 진정한 주인공은 풍뎅이가 아니었다. (편집자 주)

증상 빼앗고 싶을 만큼 간절한 사랑이 있을 때
처방 태국의 치앙마이를 찾아가 풍뎅이의 결투를 보고 올 것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
인구 15만 명이 살고 있는 치앙마이는 방콕에 이어 태국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도시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화려한 축제를 품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수공예품과 독특한 음식들을 갖고 있다. 치앙마이의 이런 특징은 북부 산악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문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긴 강을 굽이쳐 내려오는 뱀부 트래킹, 코끼리를 타고 산자락을 산책하는 코끼리 트래킹 등 수많은 이벤트가 여행자를 기다리는 도시. 이번에 방문할 곳은 ‘북방의 장미’라 일컬어지는 아름다운 도시, 치앙마이다.

[테오의 여행 테라피]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테오의 여행 테라피]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사랑
치앙마이 주변 마을을 산책하다 풍뎅이 마을을 만났다. 마을 입구에 있는 오두막에 들어서서 천장을 보니 10여 개의 사탕수수가 매달려 있다. 다가가 살폈더니 사탕수수마다 풍뎅이가 한 마리씩 붙어 있다. 이 풍뎅이들의 정식 명칭은 사슴벌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 곧 이 풍뎅이들이 결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결투의 목적은 쟁취. 그 대상은 사랑이다. 사랑만큼 허다한 이별을 제공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일생을 살면서 헤어진 친구는 거의 없지만, 헤어진 연인의 수는 그에 비할 수 없이 많다. 친구와는 한동안 만나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친구지만 연인 관계는 또 그와 다르다. 어쩌면 연인 간의 사랑이란 생각보다 가벼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 신비하게도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손댈 수 없이 뜨겁다. 그 끝이 대부분 이별로 끝나든 말든, 결혼 이후에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변하든 말든 시작하는 사랑의 온도는 예외 없이 뜨겁고 강렬하다. 사랑으로 상처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구원하는 것은 그래서 다시 사랑이다.

풍뎅이 마을
갖고 싶은 사랑이 있는 사람은 외롭고 쓸쓸하다. 과잉 배려를 습관으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조차 사랑을 앞에 두고선 이기적인 성정으로 변한다. 그이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결코 남과 나눌 수 있는 종류의 가치가 아니다. 이 겨울, 사랑으로 인해 외로운 당신을 위해 치앙마이의 풍뎅이 마을을 소개한다. 사랑을 놓고 겨루는 그들의 결투장에 당신을 초대한다.

이겨라! 풍뎅이
풍뎅이 주인이 가운데 구멍이 파인 굵은 나무를 가져온다. 그리고 구멍 안에 부드러운 천을 깐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암컷 풍뎅이다. 풍뎅이 주인은 암컷 풍뎅이를 구멍 안에 밀어 넣고 입구를 봉했다. 입구를 막은 뚜껑 틈새로 암컷 풍뎅이의 등딱지가 보인다. 그 위에 두 마리의 수컷 풍뎅이를 올려놓으면 그때부터 결투가 시작된다. 암컷 풍뎅이의 페로몬을 맡은 두 마리의 수컷 풍뎅이가 사랑을 놓고 숭고한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의 수컷 풍뎅이가 나무 속의 암컷 풍뎅이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밤색 풍뎅이다. 그의 등껍질을 작은 나무막대로 쓰다듬고 있는 사이에 상대편 풍뎅이가 도착했다. 녀석의 온몸은 검은색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하다. 검은 등딱지 위로 윤기가 흐른다.

북부 산악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문화가 녹아든 치앙마이의 풍뎅이 마을.

가이드가 상대 풍뎅이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테오, 운이 나쁜 것 같아. 저 녀석은 서른 번이나 이 결투에서 이긴 챔피언이야. 네가 고른 풍뎅이는 서너 번밖에 싸워보지 않은 애송이고. 해보나마나 한 대결이야. 다른 풍뎅이를 고르는 게 어때?”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야. 그게 사랑이야. 이 풍뎅이를 응원하겠어. 어서 결투를 시작하게 해줘.”

가이드가 신호를 보내자 결투가 시작됐다. 두 수컷 풍뎅이의 사랑을 건 결투다. 지켜보는 두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 찼다. 두 풍뎅이들은 암컷 풍뎅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머리를 부딪쳤다. 밤색 풍뎅이가 밀치면 검은색 풍뎅이가 되받았다. 역시 서른 번을 이겼다는 검은색 풍뎅이가 월등히 강해 보였지만 밤색 풍뎅이도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밤색 풍뎅이에게 기회가 왔다.

검은색 풍뎅이가 성급하게 뿔을 세우는 틈으로 있는 힘껏 머리를 밀어 넣었다. 이대로 들어올려 검은색 풍뎅이를 집어 던지면 승리는 그의 것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밤색 풍뎅이를 응원했다. 그러나 챔피언은 강했다. 뿔을 흔들어 밤색 풍뎅이를 떨쳐낸 뒤 그대로 집어 들었다. 밤색 풍뎅이가 허공에 매달렸다.

1 ·2 과연 저 작은 구멍 속에서 결투의 결과를 기다리는 암컷 풍뎅이의 기분은 어떨까. 3·4·5·6·7 사랑을 놓고 겨룬다고 생각하면 짐짓 진지하고 로맨틱한 풍뎅이들의 결투다.

검은색 풍뎅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뿔을 조여 밤색 풍뎅이를 압박했다. 밤색 풍뎅이의 등에서 빠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이 죽을까봐 두려웠다. 이 결투를 말려야 한다. 중단시켜야 한다. 검은색 풍뎅이는 자신의 머리 위로 밤색 풍뎅이를 치켜들었다. 지상과 수직이 될 정도의 높이였다. 검은색 풍뎅이의 얼굴에 여유 있는 미소가 흐르는 듯 보였다. 지친 기색 하나 없는 녀석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밤색 풍뎅이는 너무 쉬운 상대였을까, 아니면 승자의 여유로운 세리머니일까. 나는 하늘 위로 들어올려진 밤색 풍뎅이를 차마 볼 수 없었다. 결투는 끝났다.

다시, 사랑
나는 밤색 풍뎅이를 응원했지만 가이드는 검은색 풍뎅이를 응원했다. 이번 결투는 수컷 풍뎅이들의 것이었지만, 때로 암컷 풍뎅이들의 결투도 있다고 한다. 풍뎅이들은 단 한 번의 결투에 생의 모든 것을 건다. 몸이 허락하는 에너지의 전부를 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져 자신의 사랑을 소원한다. 사랑을 놓고 겨루는 풍뎅이들의 결투. 사랑을 앞에 둔 모든 이들에게 그 간절한 소원의 현장은 더없이 소중한 성찰을 제공할 것이다. 갖고 싶은 사랑이 있다면 치앙마이로 향하자. 풍뎅이 마을을 방문해 생의 모든 것을 걸고 겨루는 그들의 프러포즈를 배우자.

Travel Tip

[테오의 여행 테라피]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테오의 여행 테라피]치앙마이,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치앙마이 가는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치앙마이를 직항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치앙마이는 습기가 많아 끈적끈적한 방콕과 달리 사계절 싱그러운 날씨를 자랑한다.

풍뎅이 결투장을 찾아가는 방법 치앙마이의 모든 숙소에는 풍뎅이 결투장에 대한 가이드 정보가 준비되어 있다. 대중교통편으로는 가기 어려우므로 차량을 소유한 현지 가이드에게 의뢰하는 편이 좋다. 하루 100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6인이 함께 풍뎅이 결투장을 방문할 수 있다. 풍뎅이 결투장을 방문하는 길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공장, 전통 우산을 만드는 공장 등을 함께 방문하게 되므로 비용이 아깝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숙소에 예약하면 6인의 여행자를 모아주므로 가이드 비용을 분담하면 부담 없이 투어를 즐길 수 있다.

테오는 여행을 통해 얻은 성찰과 사진을 도구로, 지친 사람들의 일상을 치유하는 여행 테라피스트.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을 살고 돌아와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여러 기업과 학교에서 특강 형태의 여행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비가 내리면 기적이 일어나는 볼리비아 소금사막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과 아프리카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가 담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를 저술했다. 두 권 모두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글&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