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시, 자기를 허물어 세상을 구원한 도시

테오의 여행 테라피

포토시, 자기를 허물어 세상을 구원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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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을 착한 마음으로 채울 수 있을까. 여행 테라피스트 테오는 착해지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배움의 장소로 제격이라는 볼리비아의 포토시로 떠나보자. (편집자 주)

증상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을 때
처방 볼리비아의 포토시를 찾아가 그들의 ‘착함’을 배우고 올 것

도시 뒤편 광산 마을. 광산의 쇠락을 그대로 말해준다.

도시 뒤편 광산 마을. 광산의 쇠락을 그대로 말해준다.

착한 사람들의 시대
착하게 살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착한 사람들의 시대였다. 아귀처럼 자기 먹을 것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은 삶을 기형적으로 조성하게 마련이다.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3위의 부자인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인 이유도 실은 여기에 있다. 자신만을 위한 성공이란 결국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허망한 성공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줄 수 있어야 내면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진짜 성공을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명품이 물러나며 생긴 자리를 차지한 것이 기부다. 이제 기부는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신발 하나를 팔면 똑같은 신발 하나를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미국 브랜드 탐스슈즈는 광고 한 번 없이 2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

포토시의 거리 풍경

포토시의 거리 풍경

쇼핑 한 번에 물건을 만든 사람과 사는 사람과 가난한 나라 아이들이 함께 행복해진다는 전략은 세상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콩을 시가보다 두 배 비싸게 주고 사서 만든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도 매출이 늘고 있다. 착함이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소비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회가 얼마나 숨 막히고 불행한 공간인지를 깨달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착함’이 쉽지 않다는 사실. 착해지는 것도 배워야 한다. 알아야 착해질 수 있는 것이다.

메인 스퀘어 주변에 작은 펍이 많다. 시원하고 저렴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메인 스퀘어 주변에 작은 펍이 많다. 시원하고 저렴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도시 포토시
착한 당신, 혹은 착해지고 싶은 당신과 함께 방문할 도시는 볼리비아의 포토시다. 포토시는 해발 4,0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기록되어 있다. 17세기에는 인구 20만 명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다. 포토시는 또 신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1545년에 발견된 은 광산은 19세기까지 해마다 5,000만 달러어치의 은을 생산했다. 유럽의 은시장에 가격 혁명을 일으킬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세계 최대의 은 광맥을 포토시가 가졌던 것이다. 이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육교에 올라 도로 감상하기. 포토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휴식 방법이다.

육교에 올라 도로 감상하기. 포토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휴식 방법이다.

호화로운 개인 주택들과 20여 채 이상의 성당이 세워졌다. 대부분 화려한 메스티소 양식으로 설계된 아름다운 건물들이다. 볼리비아 최대의 공공 건축물인 왕립조폐국도 이곳 포토시에 건설되었다. 에스파냐에서 유통되던 은화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곳이 바로 이 왕립조폐국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은광에서 은을 캐내고 22개의 인공호수에서 수력을 얻어 은을 가공하고 이를 유럽에 팔아 20만 명을 먹여 살렸던 도시.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가 ‘황제의 마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도시가 바로 포토시다.

[테오의 여행 테라피]포토시, 자기를 허물어 세상을 구원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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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도시

포토시의 은 광맥은 1825년에 고갈되었다. 은이 떨어지자 주석이 채굴되었다. 주석도 떨어지자 더는 캐낼 광물이 없었다. 지금도 은의 채굴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상징적인 규모에 불과할 뿐 누굴 먹여 살릴 수준은 못 된다. 가장 부유한 도시였으나 지금은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볼리비아 사람들이 포토시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틋하다. 이 도시를 자랑하고 사랑한다.

[테오의 여행 테라피]포토시, 자기를 허물어 세상을 구원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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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시는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아직까지 그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도시는 자기의 역사를 스스로 증명한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눈 도시.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 도시. 그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자의 마음도 더없이 따뜻해졌다. 삶도 같을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말해줄 것이다. 광산을 열어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는 인생과 문을 닫아걸고 자신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에게만 물려주려는 인생의 차이가 그 얼굴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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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시를 걷는 방법
천천히 걸을 것.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에 도착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해발 4,000m의 고도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보통 정도의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약을 먹을 이유도 없다. 천천히 걷고 오래 쉬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오히려 고산도시의 생경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시야가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경험도 매우 특별하다. 나는 힘들지 않게 고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포토시의 산책이 자주 그립다. 이 착한 도시를 천천히 오래 걷는 일이 내 여행의 본질과 가장 가깝게 닿아 있다. 착한 도시에서 착한 사람들이 만든 요리를 먹고 착한 마음이 되어 착하게 잠들다 올 것. 착한 당신을 위해 권하는 테오의 여행 테라피 열두 번째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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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포토시에 가는 방법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도시 내에서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걷는 시간은 하루 3시간 이내가 좋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거나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일상 자체가 생경한 도시이므로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포토시의 숙박 Hostal La Casona를 추천한다. 메인 스퀘어에서 100m 거리에 있다. 택시를 타고 “플라사, 호탈 라 카소나 포르파보르”라고 말하면 데려다준다. 더운 물이 나오고 와이파이가 무료이며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이 호텔의 더블룸 가격은 우리 돈으로 2만5천원 정도다.

테오는…
여행을 통해 얻은 성찰과 사진을 도구로, 지친 사람들의 일상을 치유하는 여행 테라피스트.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을 살고 돌아와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쓰고 여러 기업과 학교에서 특강 형태의 여행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비가 내리면 기적이 일어나는 볼리비아 소금사막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과 아프리카가 주는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가 담긴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를 저술했다. 두 권 모두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글&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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