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연희문학창작촌

동네 이야기

도심 속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연희문학창작촌

창작촌 초입을 장식하고 있는 벽화. 만년필에서 깨알 같은 글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창작촌 초입을 장식하고 있는 벽화. 만년필에서 깨알 같은 글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5월, 볕이 좋은 날을 골라 연희동을 찾았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연희동 주택가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연희문학창작촌이다. 서울의 한가운데, 숲으로 둘러싸인 문인들의 창작터. 사락사락 원고지 위 연필이 길을 내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5월 연희문학창작촌은 알록달록 꽃대궐이다. 샛분홍 철쭉이 숲길을 물들이고 있다. 창작촌 곳곳에는 남아 있는 작가들의 흔적을 찾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5월 연희문학창작촌은 알록달록 꽃대궐이다. 샛분홍 철쭉이 숲길을 물들이고 있다. 창작촌 곳곳에는 남아 있는 작가들의 흔적을 찾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창작촌을 한바퀴 휘감아 도는 산책로.

창작촌을 한바퀴 휘감아 도는 산책로.

문학미디어랩. 문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도서와 DVD가 구비되어 있다. 실내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창작하는 작가의 손’. 연희문학창작촌 촌장 박범신의 소개말.

문학미디어랩. 문학,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도서와 DVD가 구비되어 있다. 실내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창작하는 작가의 손’. 연희문학창작촌 촌장 박범신의 소개말.

입구에서 보이는 연희문학창작촌 전경.

입구에서 보이는 연희문학창작촌 전경.

특별한 일 없이 소란하고 바쁜 나날이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봄비 때문인지,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계절과 계절 사이를 오가며 어디론가 향하는 마음을 붙잡다 문득 생각난 곳이 연희문학창작촌이다. 몇 해 전 겨울, 눈 쌓인 언덕을 지키던 소나무 숲이 지금쯤 푸르러졌겠다 싶었다. 소나무와 감나무, 밤나무 등 과실수 숲으로 둘러싸인 연희문학창작촌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가 있던 곳이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시사편찬위원회가 이전한 뒤 한동안 비어 있던 공간은 몇 번의 민간 매각 고비를 넘어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전원형 문학촌으로 태어났다. 2009년 11월 문을 연 후 신달자, 은희경, 윤대녕 등 60여 명의 문인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현재 20여명의 작가들이 창작촌에 입주해 글을 쓰고 있다.

대로변에서 골목을 따라 창작촌에 들어서니 거짓말처럼 소음이 멎는다. 방금 전까지 귀를 울리던 자동차 소리 대신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온다. 시끌벅적한 서울 한가운데 이렇게 조용한 공간이 있었나 싶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작가들의 ‘손’이다. 작년 봄, ‘창작하는 작가의 손 아카이빙 행사’를 통해 만들어진 작가들의 핸드 프린팅에는 ‘그들의 손안에 우주가 있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만년필이 그려진 벽화를 지나 걸음을 옮기니 풀 내음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창작하는 작가의 손 이카이빙 프로젝트. 한국문학을 빛내고 있는 작가 100여명의 손을 본떴다.

창작하는 작가의 손 이카이빙 프로젝트. 한국문학을 빛내고 있는 작가 100여명의 손을 본떴다.

개인주택 형태의 네 개 동으로 이루어진 창작촌은 우거진 숲과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꿩과 오색딱따구리 등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고 작은 야생동물들도 두루두루 살고 있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다 보니 잠자고 있던 생각이 스르륵 깨어난다. 눈길 닿는 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눈도 감아보고 짧은 글도 썼다. 크지 않은 숲을 한 바퀴 도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섯 곳의 집필실과 운영위원회실이 있는 끌림1동. 나무가 우거진 창작촌의 숲길. 생각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는 창작촌 내 야외무대에서 ‘연희목요낭독극장’이 열린다. 창작촌 입주 작가를 중심으로 낭독과 노래 공연, 인형극 등 다양한 무대가 꾸며지며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연희문학학교’는 책으로만 만나던 작가를 마주할 수 있는 시민 문예교실이다. 봄학기와 가을학기로 진행되며 시창작교실과 소설창작교실을 통해 생생한 문학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각종 문학과 예술 관련 도서와 DVD를 열람할 수 있는 문학미디어랩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동네 이야기]도심 속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연희문학창작촌

[동네 이야기]도심 속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연희문학창작촌

연희문학창작촌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중앙버스정류장에서 7612번을 타고 연희A지구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 내리막길 방향으로 걸어가다 손세차장 골목 끝.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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