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엔 떡볶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인파가 오고가는 중앙시장, 붐비는 발걸음 아래로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 숨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시장과 예술 공방의 재미있는 공존이 펼쳐진 그곳, 신당창작아케 이드로 나들이를 떠났다.
[동네 이야기]신당창작아케이드- 시장 안 비밀스러운 놀이터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 입구. 신당창작아케이드가 펼쳐진 지하상가로 들어가는 길에는 세 개의 이름표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신당창작아케이드’와 ‘신당지하쇼핑센터’, 그리고 ‘회센터’ 간판이다. 간판이 말해주듯 중앙시장 지하상가에는 예술가들의 작업 공방이 모여 있는 창작아케이드도 있고 쇼핑센터도 있으며 횟집도 있다. 한 자리에 그려 넣기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공간들이지만 아래로 향하는 입구를 따라 지하상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그려진 횟집들과 깜찍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각종 표지판들, 사진과 그림,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공방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휘영청 형광등 불빛만이 길을 비추는 어두운 지하 공간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1 신당창작아케이드 내 횟집들은 메뉴판부터 벽화, 간판까지 바다를 컨셉트로 꾸며졌다. 2 창작아케이드에서는 책장에 잠자고 있는 책들을 기증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 3 창작아케이드 입주 예술가와 함께하는 체험 공방 ‘나도 예술가’. 더욱 심화된 프로그램으로 올해 두번째 개강을 맞았다.
작가들의 작업실마다 작가소개를 만날 수 있다. 유리벽 너머로 작업 중인 작가들을 만나는 일도 이곳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창작아케이드 구석구석 작가들의 사진과 공예 등 다양한 전시 작품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종이와 도자기, 금속, 사진, 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작업을 하는 창작 공간이다. 1960년대 중앙시장은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시 3대 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전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곡물의 70%가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가까운 마장동에서 온 축산물들이 대규모로 거래되던 곳이다. 신당동이 떡볶이와 곱창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서기 전 신당지하쇼핑센터의 모습. 상인들이 떠난 쇼핑센터는 지금과는 다른 어두운 모습이다. 평범한 지하 벽면이 금방이라도 물고기가 헤엄칠 것 같은 생기있는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시장이 번창하며 만들어진 지하상가는 강북에서 명동 다음으로 비싼 자릿세를 자랑했지만 재래시장의 쇠퇴와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둘 상인들이 떠나며 노후화되어가던 공간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2009년 10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창작 공간 조성사업으로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비워져 있던 점포를 중심으로 소형 공방과 전시실 등이 들어섰고 낡고 어두웠던 시설들이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예술가들뿐 아니라 상인과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창작아케이드 위 지상세계, 신당중앙시장 풍경.
상점과 공방이 어우러진 ‘지하세계’를 둘러보는 일은 즐겁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횟집 유리문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잠시 쉬어가라 만들어놓은 벤치 위에는 돛단배가 불을 밝히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에 맞춰 꾸며놓은 40여 곳의 공방들은 전면이 투명 유리로 돼 있어 지나가는 이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도 슬며시 들여다볼 수 있다. 시장이라는 입지와 열린 공방이라는 특성을 살려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인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도 한층 가까워졌다. 특히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 30분 부터 5시까지 열리는 ‘체험 공방 나도 예술가’ 프로그램은 매주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공방들을 구경하다 출출해진 속을 달래줄 먹을거리까지 가득하니 이번 주말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장 구경을 떠나보자.
[동네 이야기]신당창작아케이드- 시장 안 비밀스러운 놀이터
신당창작아케이드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2번 출구로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중앙시장 입구가 보인다. 입구 정면에서 보이는 신당지하상가 13번 출입구로 내려오면 된다. 체험 공방 신청은 신당창작아케이드 홈페이지(http://cafe.naver.com/sdarcade)를 통해 가능하며 당일 신청은 해당 체험 30분 전부터 운영 사무실에서 받는다. 문의 02-2232-8833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