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동네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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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허니, 성난 파도가 고깃배를 삼키고 거센 바람에 한 칸 살림이 무너져도 원망할 것이 없다. 동해시 묵호동 산중턱, 짙은 동해바다를 마주하고 앉은 논골마을에는 뱃사람들의 고단하지만 소박한 희망이 빛나고 있다.

[동네 이야기]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동네 이야기]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파란하늘에 뻥 뚫린 바다가 보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비 소식에 마른 날을 골라 묵호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청량리역에서 묵호역까지는 기차로 5시간 30분이 걸린다. 아침 7시에 출발한 첫차는 해가 머리꼭대기에 섰을 때쯤 조용한 바닷가마을에 여행객들을 내려놓았다.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은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1 담벼락에 그려진 오징어군단. 오징어가 유명한 동해답게 논골마을에서는 오징어 벽화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2 계단을 오르다가 뽀빠이를 만났다. 저 멀리 언덕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 보인다. 3 바다에 안긴 듯 풍경을 이루고 있는 파란 지붕집. 4 구불구불, 낡은 계단에 그려진 그림은 파도 같기도 하고 하늘 같기도 하다. 5 떠오르는 태양 위로 흰 날개를 펼친 갈매기들. 6 참새가 모여 앉은 담벼락 위로 빨래가 말라가고 있다.

1 담벼락에 그려진 오징어군단. 오징어가 유명한 동해답게 논골마을에서는 오징어 벽화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2 계단을 오르다가 뽀빠이를 만났다. 저 멀리 언덕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 보인다. 3 바다에 안긴 듯 풍경을 이루고 있는 파란 지붕집. 4 구불구불, 낡은 계단에 그려진 그림은 파도 같기도 하고 하늘 같기도 하다. 5 떠오르는 태양 위로 흰 날개를 펼친 갈매기들. 6 참새가 모여 앉은 담벼락 위로 빨래가 말라가고 있다.

논골마을은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여느 바닷가마을이 그렇듯 바다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다. 붉고 푸른 지붕들이 낮은 담장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작은 골목길이 아슬아슬 언덕을 타고 있는 이곳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연합회에서 실시한 ‘논골담길 프로젝트’로 새 옷을 입었다. 단순히 낡은 마을을 그림으로 가려낸 것이 아니다. 한평생 바다와 함께한 마을 사람들의 삶을 녹여낸 벽화는 반짝반짝 빛을 내며 마을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거친 바닷바람 속 벽화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거친 바닷바람 속 벽화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논골마을 여행은 어판장 맞은편 논골3길에서 시작된다. 제일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빈집에 크고 작은 그림들을 그려 넣은 논골갤러리다. 밤바다에 촘촘히 불을 밝히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 불덩이처럼 솟아오르는 태양과 흰 날개를 편 갈매기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묵호벅스’까지, 액자 안에 담긴 풍경들을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논골갤러리를 지나 걸음을 옮기니 이번에는 담벼락에 널린 오징어 군단이 눈에 들어온다.
8 묵호 등대에서 해안가로 이어지는 등대오름길을 따라 시원한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9 벽화가 시작되는 논골3길 입구. 논골갤러리. 10 매일 밤 묵호 앞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묵호 등대.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8 묵호 등대에서 해안가로 이어지는 등대오름길을 따라 시원한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9 벽화가 시작되는 논골3길 입구. 논골갤러리. 10 매일 밤 묵호 앞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묵호 등대.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참새가 그려진 담장 위로는 빨래가 말라가고 있다. 집채만 한 짐을 머리에 이고 위풍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원더우먼 할머니, 담벼락에 그려진 개구멍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누렁이 한 마리, 하얀 물보라를 만들며 거센 파도를 헤쳐 가는 고기잡이 배. 벽화 하나하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오래된 골목 사이사이, 빛나는 바다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이유다.

[동네 이야기]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동네 이야기]바다가 보이는 벽화마을 - 묵호 논골마을

골목 구석구석 숨어 있는 벽화들을 감상하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묵호 등대가 우뚝 솟아 있는 마을 정상에 다다른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땀도 식힐 겸 마을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물었다. 마을 정상에서 해변 쪽으로 이어진 등대오름길에도 바다를 배경 삼아 아름다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반짝이는 동해바다와 그 곁에 작은 마을. 마을은 오늘도 고요히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가파른 오르막길, 원더우먼 할머니가 지나가는 이들을 반긴다.

가파른 오르막길, 원더우먼 할머니가 지나가는 이들을 반긴다.

묵호 논골마을 가는 길
묵호역에서 나와 우회전해서 묵호항 수변공원 쪽으로 15~20분 정도 걷다 보면 어판장 맞은편으로 오르막길이 나오고 이정표를 따라 논골3길로 올라가면 된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동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묵호 등대에서 하차한다. 서울에서 묵호까지 기차로 5시간 30분, 고속버스로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논골담길 초입,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반갑다.

논골담길 초입,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반갑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노정연 ■문의 / 동해시청 관광진흥과(033-350-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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