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좋을 골목 탐방 - 연희동 산책

동네 이야기

혼자여도 좋을 골목 탐방 - 연희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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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날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장마가 쉬는 틈을 타 벼르던 연희동 산책에 나섰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사이 작은 카페들과 갤러리를 둘러보며 사뿐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름내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분히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었다.

연희동의 랜드마크 ‘연희동 프로젝트’. 연희동의 낮은 지붕들 위로 냉장고 모양의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연희동의 랜드마크 ‘연희동 프로젝트’. 연희동의 낮은 지붕들 위로 냉장고 모양의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짬뽕 드시러 가세요?” 해가 머리꼭대기에 선 점심시간, 택시에 올라탄 손님이 연희동을 외치자 택시 운전사가 묻는다. 유서 깊은 중국음식점들이 많은 곳, 으리으리한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부촌, 흔히들 ‘연희동’ 하면 떠올리는 것들이다. 1970년대 초부터 주택가로 개발되기 시작한 연희동은 기독교 계통의 대학교들이 인근에 있어 교수와 선교사, 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곳이다. 비슷한 시기 명동에서 한성화교학교가 옮겨오며 작은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이 없는 이 평범한 주택가에 요즘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골목길 따라 하나 둘씩 문을 연 카페들과 문화 공간들 때문이다.

골목을 따라 난 작은 카페와 상점들.

골목을 따라 난 작은 카페와 상점들.

연희삼거리에서 좌회전, 연희동 우체국에서 사러가 쇼핑센터 일대까지,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거리에 최근 생겨난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10여 곳에 이른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카페들이 늘어선 삼청동이나 가로수길과는 달리, 고만고만한 양옥집들 사이에 넓지 않은 골목이 길을 내고 있는 주택가 구석구석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곳들이 많다. 대형 카페 체인이나 음식점이 많지 않아서일까. 장사를 하려고 간판을 내걸었다기보다 어찌하다 보니 간판까지 내걸게 된 느낌이다. 엄마의 손맛이 물씬 느껴지는 돈가스집부터 단출하지만 흔하지 않은 메뉴로 입맛을 사로잡는 파스타집, 작가들의 작업실을 겸한 갤러리와 디자이너 숍까지, 소박하고 정감 가는 공간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귀여운 소품이 가득한 카페 ‘마진 플레닛’.

귀여운 소품이 가득한 카페 ‘마진 플레닛’.

산책 중 발견한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더 미디엄’이 나온다.

산책 중 발견한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더 미디엄’이 나온다.

단순히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닌 그림을 전시하고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복합문화 공간의 성격을 띤 곳도 많다. 작년 12월 문을 연 ‘더 미디엄’이 그 대표적인 공간.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에이전시 사무실을 겸한 이곳은 각종 예술 잡지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다. 개인 작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오피스로도 운영되고 있고 한적한 동네를 내려다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삼나무로 만든 갤러리 카페 ‘129-11’과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연희동의 랜드마크 ‘연희동 프로젝트’도 둘러볼 만하다. 지붕 위 눈을 가늘게 뜬 고양이와 담장에 흐드러진 백일홍, 어느 창문에서인가 흘러나오는 기타 소리가 고즈넉한 동네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창 안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카페 내부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창 안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카페 내부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1년 전 연희동 골목에 문을 연 카페 ‘komichi’, 코미치는 일본어로 ‘골목길’이라는 뜻이다. 망치와 드릴이 그려진 것을 보니 철물점인가보다.

1년 전 연희동 골목에 문을 연 카페 ‘komichi’, 코미치는 일본어로 ‘골목길’이라는 뜻이다. 망치와 드릴이 그려진 것을 보니 철물점인가보다.

[동네 이야기]혼자여도 좋을 골목 탐방 - 연희동 산책

[동네 이야기]혼자여도 좋을 골목 탐방 - 연희동 산책

다른 느낌의 두 공간이 마주보고 있는 카페 ‘살짝’.

다른 느낌의 두 공간이 마주보고 있는 카페 ‘살짝’.

각종 예술 관련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북카페 ‘더 미디엄’. 연희동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많다. 길모퉁이 카페 ‘뱅센느’. 브런치 세트가 유명하다.

각종 예술 관련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북카페 ‘더 미디엄’. 연희동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많다. 길모퉁이 카페 ‘뱅센느’. 브런치 세트가 유명하다.

연희동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연희교차로에서 하차하거나 혹은 신촌역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사러가 쇼핑센터’에서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수고스러운 면이 있지만 작은 골목을 여유롭게 돌아보기에 가벼운 걸음으로 나설 것을 추천한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 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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