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역의 벚꽃길.
하네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오빠를 보고 엄마와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날씬한 편이던 오빠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심지어 못 보던 촌스러운 점퍼를 입고 나왔다. 오빠는 전형적인 ‘차도남’이다. 퇴근 후에는 과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 한두 시간씩 매일 운동을 하며 체중 관리를 해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절대 과식하지 않는 독한 남자였다. 그런데 살이 오른 오빠의 모습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아마 오빠도 아빠를 잊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빵을 더 챙겨 왔어야지. 비행기에서 주는 빵이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는 지바 현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오빠는 기내식으로 나왔던 작은 빵을 입에 넣으며 나에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5개월여 만에 만난 우리 세 식구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벚꽃놀이는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을 거야. 어디든 벚꽃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을 테니까.”
오빠는 엄마와 나에게 벚꽃 구경도 하고, 온천도 할 수 있는 몇몇 곳을 추천해주었다. 엄마는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바닷가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시모다였다.
기차 탈 땐 도시락 그리고 맥주
기차를 타기 전 동네 슈퍼에서 초밥 도시락과 빵, 맥주, 과자를 넉넉히 샀다. 일명 ‘에키밴’이라고 불리며, 일본의 기차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도시락은 그 명성대로 맛있다. 기차를 탈 때 기념 삼아 한두 번 정도 사 먹어도 좋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음식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동네 슈퍼에서 저렴하면서도 싱싱한 초밥 도시락을 종류별로 샀다.
시모다로 가기 위해 도쿄 역에서 JR 이토선 특급을 탔다. 중간에 이토 역에서 내려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오빠는 이런 시간을 모두 합쳐서 시모다까지 네 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일본의 기차는 우리나라의 기차와는 분명 분위기가 다르다. 기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만약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 개미 목소리처럼 소곤대며 통화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디선가 번개처럼 나타난 승무원이 그 사람에게 전화를 끊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이 과정이 무척 빠르다. 수다스러운 우리 세 사람도 기차를 타면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종종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엄마는 눈치를 주곤 한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기차는 해안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연둣빛 나뭇잎과 봄날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차창 밖의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3월 말의 벚꽃은 활짝 피어나는 중이었고, 분홍 꽃잎은 푸른 바다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빠르게 지나치는 봄날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기차 안에서 이야기는 크게 해선 안 되지만, 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먹거나 술은 마셔도 되는 점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아타미 역에서 내렸다. 바로 도미조림을 먹기 위해서다!
1 아타미 역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는 엄마와 오빠. 2 아름다운 벚꽃길의 출발점이 된 이토 역. 3 이토 역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하는 해안 절벽가의 모습.
우리는 여행 책자를 보고 미리 점찍어놓은 도미조림 맛집으로 향했다. 아타미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식당 앞에 커다랗게 걸어놓은 도미조림 사진을 본 엄마의 표정이 안 좋아진 것이다.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도미 한 마리를 먹음직스럽게 찍어놓은 것은 좋으나, 어째 도미의 눈알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날 잡아 잡술 것인가요?’라고 묻는 듯이! 게다가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그 식당 안에는 손님도 별로 없었다. 식당 앞에서 맞닥뜨린 무시무시한 도미조림 사진과 손님이 별로 없는 식당 안의 모습을 엿본 우리는 여행 책자의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도미조림을 위해 간 아타미 역에서 도미조림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다른 식당에서 사 먹을 수도 있었지만 당장 도미조림은 먹기 싫다는 엄마의 의견을 따라야 했다. 다른 식당을 알아보던 중 한 회전 초밥집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 더 이상 돌아다녀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새우, 성게알 많이 시켜줘!”
메뉴를 보는 오빠에게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새우, 내가 좋아하는 성게알초밥부터 시켜달라고 했다. 그런데 오빠는 주문을 하지 않고, 계속 메뉴를 보고만 있었다. 답답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터라 배가 더 고파졌는데, 오빠가 늑장을 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나 이 단어가 뭔지 모르겠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여기 사투리로 쓴 메뉴 같아. 대체 뭐지?”
언젠가 오빠는 오사카 사람들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지역마다 사투리를 쓰는 곳이 많은데, 오빠는 도쿄 표준어만 배웠기 때문이란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 표준어를 배운 사람이 각 지방의 사투리까지 이해하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엄마는 스시맨에게 “에에 비이”라고 말했다. ‘에비’는 일본 말로 새우다. 작은 시골마을의 스시맨 할아버지는 약간 불친절했지만, 엄마에게 싱싱한 생새우를 얹은 초밥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우리는 스시맨에게 먹고 싶은 초밥의 종류를 직접 설명하면서 주문해 먹었다. 무엇보다 이 회전 초밥집의 가격은 무척 저렴했다. 물가가 비싼 도쿄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싱싱한 초밥을 실컷 먹고 나왔다.
벚꽃 바람 맞으며 바닷가를 걷다
다시 아타미역으로 온 우리는 이토 역으로 가기로 했다. 시모다로 가기 전에 있는 마을로, 벚꽃길과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가로 유명하다. 아타미 역에서 이토 역까지 가는 기차는 시야가 탁 트인 일본의 동해안을 달렸다. 40분쯤 지나서 이토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만큼 규모가 큰 관광지는 아닌 모양이다. 이토 역은 간이역 같은 곳이다. 특이하게 플랫폼에 족욕을 할 수 있는 제법 큰 나무 욕조가 있었다.
반가운 손님을 대하듯 개찰구의 역무원이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토 역을 나왔다. 그때 눈앞에 새하얗고 새하얀 벚꽃나무길이 펼쳐졌다. 모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래전 이토의 곳곳에 누군가 심은 벚꽃나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시작부터 그 자리에서 있었던 듯 당당한 자태로 만개한 모습이었다. 이토 역의 입구가 언덕의 가장 높은 지점이었고, 그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 동안 끊임없이 벚꽃나무가 이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꽃잎들이 떠다녔고, 따뜻한 바닷바람은 무척 달콤했다.
이토 역에서 절벽 해안가로 이어지는 벚꽃길의 양옆에는 고급 주택들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가옥 양식보다는 유럽식 정원과 고성을 축소한 듯한 집들이 많았다. 유럽 문화에 열광하는 일본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곳 같았다.
“엄마 발 아프지 않아? 여기서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진작 이야기를 안 했니! 지금까지도 꽤 걸었는데. 나 그렇게는 못 걷는다.”
“택시 탔으면 이 길을 못 걸으니까 그랬지….”
“할 수 없지. 그럼 쉬엄쉬엄 가보자.”
만약 나라면, 벚꽃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엄마에게 택시를 태워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벚꽃나무길이 끝난 다음에도 택시를 잡지 않았다. 물론 절벽 해안가로 가는 길이 얼마 안 걸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그랬겠지만, 이런 점이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 같다. 아니면 아들과 딸의 다른 점이랄까? 시골 도로 옆으로 난 좁은 길을 걷고 걸어서 드디어 절벽 해안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도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곳을 따라 우리도 걸었다. 이어 곧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니 절벽과 이어진 장소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커다란 바위, 평평한 바위, 뾰족한 바위 등 온갖 모양의 바위들이 모여 대지를 이룬 곳이었다.
“정말 멋지다! 우리 사진 실컷 찍고 가!”
“엄마는 여기 앉아 있을게. 너희끼리 찍고 와”
엄마는 다리가 아프셨는지, 낮은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신이 난 오빠와 나는 특이한 바위 그리고 일본의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여기서 한 시간 동안 바닷가를 따라서 걷는 건 어때? 저기 저 길 보이지? 올레길 같은 건데, 일본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이야.”
엄마와 나는 동시에 “안 돼!”라고 소리쳤다. 오빠는 바닷길을 따라 시모다로 직접 걸어가는 코스를 생각했지만 우리 모녀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토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벚꽃길을 다시 한번 지났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
이토 역에서 시모다는 두 정거장 거리다. 시모다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오빠와 나는 역 안에 마련된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 얼마 후 도착한 기차를 보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도쿄와 아타미에서 탄 JR이 아니라 2층으로 된 기차가 도착한 것! 기차 외부는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한가운데 ‘블랙 트레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빠도 이 기차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했다. 기차에 타니 더 놀라운 풍경이 이어졌다. 극장처럼 기차 안의 좌석이 4층 계단으로 층층이 설계되어 있고, 기차의 맨 앞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아타미에서 이토로 오는 동안 탄 JR에는 창문을 바라보게 의자가 놓여 있었다.
“와! 어떻게 이런 기차가 다 있지? 진짜 좋다! 근데 왜 이걸로 예약 안 했어?”
“나도 몰랐어. 근데 조용히 해! 사람들이 쳐다본다.”
1 시모다 곳곳을 다니다가 엄마와 함께. 2 시모다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진 바닷가. 3 시모다의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가던 일왕 부부를 거리에서 보다. 4 아타미 역에서 먹지 못했던 도미조림을 시모다의 유명 맛집에서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묶었던 호텔은 그중에서도 바다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었다. 엄마와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오빠는 ‘돈 좀 들였다’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마다 엄마가 늘 하는 말씀이 있는데, 바로 ‘지금까지 키워준 값을 내라’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우리는 기분 좋게 바다가 사방으로 보이는 다다미방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오빠가 이 호텔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 바다를 바라보는 노천 온천을 하기 위해 대욕탕으로 향했다.
일본의 여러 온천 도시를 다녀봤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온천은 처음이었다. 인근에 활화산이 있긴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나는 엄마와 함께 바다가 바로 보이는 노천 온천으로 향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노천탕이었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노을이 지는 시모다의 바다를 바라봤다. 두말할 것 없이 우리는 행복했고, 즐거웠다. 이렇게 시모다에서 밤을 보냈다.
일본인도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는 그들을 보다!
시모다는 일본 최초의 개항지다. 1854년 미일화친조약 직후 개항한 곳으로, 이후 하코다테가 두 번째로 서구에 문을 열었다. 당시 시모다에 들어온 첫 번째 미국 함대의 배가 검은 배였다고 한다. 때문에 시모다에서 검은 배는 하나의 상징이다. 아픈 역사의 기억이기도 하다. ‘블랙 트레인’이 만들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겼다.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호텔 앞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바닷가 가까이 걸어가려는데 웬 남자가 우리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빠는 그 남자를 대번에 무시하고 계속 걸었지만 엄마는 달랐다. 오빠를 잡으며, 그 남자가 수상하니 어서 호텔로 돌아가자고 말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심지어 오빠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다가왔다. 엄마의 직감이란 게 이런 걸까? 엄마는 순간적으로 오빠를 끌고 호텔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오빠는 그 남자와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우리를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누구야? 왜?”
“경찰이래. 살인사건이 난 것 같아.”
“이렇게 사람이 없을 때는 우리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가고 싶던 바닷가 쪽으로 산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도쿄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짐을 챙겨서 시모다 시내로 나왔다. 그런데 거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도로 곳곳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모다 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살인사건이기에? 우리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엄마의 만류에도 기자단의 뒤를 쫓았더니, 정치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시모다 역 앞에 나와 있었다. 별일 아닌가 싶어 다시 시내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본격적으로 행인들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우리도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검은 승용차 세 대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일왕(日王) 부부였다.
찰나였지만 일왕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을 향해 세련된 태도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빠는 “일본 사람들도 평생 한 번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야”라며 좋아했다. 심지어 엄마는 복권을 사야 한다며 기어코 복권을 구입했다.
5 일본 최초의 개항도시인 시모다에 처음 들어왔던 미군 군함인 ‘검은 배’의 미니어처. 6 로맨틱했던 엄마와 오빠의 벚꽃길 산책. 7 유자와 벚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8 이토 역의 벚꽃길을 배경으로 세 식구가 셀프타이머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9 시모다의 벚꽃.
엄마는 다른 것보다 일왕 부부의 손 인사가 인상적인 듯했다. 우리가 아침 산책길에 그 남자에게 검문을 당한 것도 일왕 부부가 걸어갈 코스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왕 부부의 퍼레이드가 끝난 후 통제도 바로 해제됐다. 우리는 시모다의 맛집 중 하나인 도미조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타미 역의 식당에 붙어 있던 사진처럼 큰 도미 한 마리가 덩그러니 접시에 올라 나왔다.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문득 아침의 살인사건 얘기가 생각나서 오빠에게 물었더니 “그냥 장난친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빠가 그 남자의 말을 못 알아들었던 것이 아니냐며 계속 놀려댔다. 그렇게 우리는 시모다의 벚꽃길과 아름다운 바다를 실컷 눈에 담은 뒤 도쿄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일본의 벚꽃은 두 번 다시 보지않아도 후회 없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 티격태격 모녀의 시모다 1박 2일 따라잡기 여행의 타입 목적지까지 기차로 이동해 시간을 절약한 알찬 일정 (도쿄▶아타미▶이토▶시모다) 일본 여행에서 기차는 무척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기차 요금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짧은 기간을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기차만 한 교통수단도 드물다. 또 기차 시간표에 맞춰 일정을 짜면 효율적이다. 시모다는 도쿄에서 2시간40분 정도면 도착하는 바닷가 온천 마을이다. 도쿄에서 직접 시모다로 가는 방법도 좋지만, 티격태격 모녀는 시모다로 가는 중간중간의 역도 구경했다. 도미조림으로 유명한 아타미 역에서 점심을 사 먹고, 벚꽃길과 절벽 해안가를 보기 위해 이토 역에서도 내렸다. 만약 여행 기간이 짧은데,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면 목적지로 가는 중간중간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여행의 목적 벚꽃놀이와 온천 이번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은 목적이 분명했다. 벚꽃 구경과 온천이다. 이렇듯 분명한 여행 컨셉트가 없다면 우왕좌왕하기에 딱 좋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현지의 특징에 맞는 목적을 한두 개 정도는 정하고 떠나기를 권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피곤한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여행 기간과 건강 상태, 걷는 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다. 티격태격 모녀는 이번 여행에서 도미조림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아타미 역에서 일부러 내렸다. 하지만 그 맛집은 소문처럼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손님이 많은 다른 식당에 가기도 했다. 여행 중에는 이렇듯 변수가 많이 생기므로 계획이나 목적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빨리 차선책을 생각해야 한다. 여행의 기술 회전 초밥집에서도 주문을 하자! 일본의 초밥 식당, 스시집은 무척 다양하다. 가장 고급으로 인정하는 초밥집은 손님 한 사람당 스시맨 한 사람이 응대하며, 하나하나 바로 만들어서 손님상에 올려주는 곳이다. 이때 손님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필자는 이런 고급 초밥집에 대해서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 가본 적은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회전 초밥집은 일단 가격 부담이 적어 누구나 들를 수 있다.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회전 초밥집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즉석에서 만든 신선한 초밥을 먹는 것. 우선 메뉴판을 보고 자신이 먹고 싶은 초밥을 두세 가지 정도 주문해보자. 이미 내가 주문한 초밥이 트레일러에서 돌아가고 있어도, 손님이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것이 예의다. 때문에 눈앞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회전 초밥집에서 먹고 싶은 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
■글&사진 / 정은주(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