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벤트로 가득한 한류 관광열차
한류관광열차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한국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낭만 이벤트 열차다. 기존의 버스 관광이나 서울로만 집중됐던 한류 관광을 열차를 이용해 춘천 남이섬 코스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춘천까지 가는 동안 열차 안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가평(남이섬)역에 도착할 때까지 판타스틱 공연, 드라마 주제곡 연주 등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메타세쿼이아길 운치 가득한 남이섬
가평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평나루에 도착해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면 남이나루에 닿는다. 남이섬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관광객을 활기차게 맞아준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추억을 만들던 ‘겨울연가’의 준상과 유진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류의 상징처럼 된 남이섬은 사실 재활용품의 천국이기도 하다. 둘레가 5km 정도 되는 작은 섬이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고철이나 캔, 나무 조각, 유리병까지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살려 장식한 친환경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섬 중앙에 위치한 유니세프 환경 무대는 뒷벽을 모두 캔을 압축해 세워놓아 자체로 하나의 조형물과 같은 효과를 낸다. 자전거를 빌리거나 공중에 설치된 하늘 자전거로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춘천 시내를 둘러볼 시간이다. 버스를 타고 춘천 중심가의 닭갈비 골목으로 향했다. 대체 어느 곳에서 먹을까 하는 고민은 접어두어도 좋다. 닭갈비 맛은 어느 정도 평준화된 편이기 때문이다. 골목 초입 식당에 자리를 잡고 닭갈비를 시켰다. 서울만큼 밑반찬을 주거나 눈에 띄게 저렴하지는 않지만 춘천에서 먹는 닭갈비라서 그런지 새롭게 느껴졌다. 막국수는 오후에 체험관에서 먹을 것이므로 건너뛰었다. 춘천이 초행이라면 1960년대부터 전통의 먹을거리로 자리 잡은 닭갈비를 맛보자. 닭갈비 골목에 인접한 재래시장이 바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춘천 낭만시장. 겉보기엔 그저 현대식으로 정비한 시장처럼 보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곳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 시장 라운지, 건물 벽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사진 갤러리, 뜻밖의 공연이 벌어지곤 하는 아케이드 시어터, 빈 상가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오정 갤러리가 숨어 있다. 보물찾기 하는 듯한 매력이 있어서 뜻밖의 수확을 한 기분마저 드는 묘한 시장이다. 공공미술의 좋은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상가와 문화공간이 잘 어우러져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긴 하루의 끝이 보인다. 1930년대 일제치하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활발히 저술 활동을 한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생가와 그를 기리는 문학촌이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김유정은 조선시대 세도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이 주색과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공부와 문학 활동에만 전념했다. 가세가 기울어 배고픔을 소주로 달래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김유정은 결국 서른도 되지 않아 폐결핵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의 소설 「봄봄」과 「동백꽃」 등에 나오는 배경과 등장인물은 이곳 고향 마을 사람들이라고 한다. 시골의 정취와 문학의 향기가 어우러진 마을이 정겹고, 뒷산인 금병산은 등산 코스로도 이름이 높다. 호젓한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는 이곳은 봄이면 김유정문학제를 찾는 이들로도 붐빈다. 동백꽃 필 무렵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마을을 뒤로하고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춘천에 머무른 하루 동안, 각박한 서울이 그립지는 않았다. 언제고 떠날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여행객을 기다리는 춘천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으로 반겨줄 터다.
버스를 타고 교외에 자리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으로 향했다. 찬 성분이 있어서 열이 많은 체질에 좋고, 성인병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좋다는 메밀을 이용해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메밀 막국수의 유래와 각종 조리법 등 전시시설도 갖추고 있다. 가족들에게는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좋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체험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메밀가루 60%와 밀가루, 고구마 녹말로 된 가루를 치대어 반죽하고 면기에 넣어 내리면 막국수 면이 만들어진다. 이를 삶아서 비빔양념에 버무리면 매콤 쌉싸래한 메밀막국수가 완성된다. 시중에서 파는 막국수보다 메밀 함량이 높고 톡 쏘는 겨자 맛이 이색적이었다.
여행 정보 ‘한류관광열차’는 태극 문양으로 멋을 낸 누리로 전용 열차로 운행되며 매주 토요일마다 운행한다. 요금은 성인 4만9천원, 소인 4만7천원(내국인 기준, 입장료 및 체험비 등 포함, 식사 불포함)이며 기자가 다녀온 춘천 남이섬 코스와 양구DMZ·소지섭갤러리 코스 중에 선택 가능하다. 문의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 |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박동민, 위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