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모녀의 지구 여행기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ㆍ오스트리아_ 두 번째 이야기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도시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나 활동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 평화로운 마을은 유럽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티격태격 모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이동해 천 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중세 도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모녀의 지구 여행기]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1등석이라고요? 정말 몰랐습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코스는 빈을 둘러본 뒤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것이다. 엄마와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아무런 고민 없이 빈 다음 목적지로 잘츠부르크를 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도시의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세련미가 넘쳐나던 빈을 떠나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은주야! 좀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니?”
“아니야, 엄마. 시간 많아. 우리 여기도 좀 더 구경하고 가자!”
빈 서부역 쇼핑 아케이드에서 엄마는 나에게 계속 눈치를 주었다. 분명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내가 한 액세서리 가게 앞에서 발을 뗄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물건은 회중시계였다. 물론 어느 으리으리한 성의 귀족이 쓰던 것처럼 귀한 물건은 아니었다.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액세서리 브랜드 매장에서 2만~3만원에 회중시계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살지 말지 고민을 했던 것이다.

“알았어. 갈게. 가!”
기차 출발 시간을 15분가량 남겨두었을까. 어쨌든 회중시계를 보느라 지체한 까닭에 급하게 기차를 타러 간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미리 발권해둔 기차표의 좌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플랫폼으로 뛰어내려갔다. 기차는 금방이라도 출발하려는 듯 역무원이 최종 점검 중이었고, 엄마와 나는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칸에 올라탔다. 오전 시간이고, 또 여행 성수기가 아닌 봄철이어서 그런지 기차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엄마, 우리 여기 앉자.”
“얘 그래도 우리 좌석에 앉아야 하는 것 아냐?”
“아냐. 사람도 없는데 뭘. 그냥 앉자!”
이렇게 엄마와 나는 플랫폼에서 가장 가까운 칸에 자리를 잡았다. 기차는 곧 출발했고, 역무원이 우리 자리에 초콜릿과 과일 주스 한 병씩을 가져다주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지만 어쨌거나 주는 간식이니 먹기로 하고, 차창 밖의 풍경에 집중했다. 그런데 30분 정도 지났을까. 역무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역시나 우리가 산 기차표는 2등석이었고, 우리가 털썩 자리 잡은 곳은 1등석이었던 것! 애써 1등석인 줄 정말 몰랐다는 시늉을 하며 원래의 우리 자리로 짐을 들고 갈 수밖에 없었다.

“엄마 그래도 초콜릿도 먹고 주스도 마셨잖아. 괜찮지?”
“이게 뭐냐? 창피하게!”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2등석 칸으로 향한 나는 앞이 캄캄했다. 내가 산 티켓은 심지어 좌석이 지정되지 않아서 아무 곳에나 앉아야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앉아 있거나 가족 단위로 앉아 있는 바람에 엄마와 나란히 앉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와 나는 잘츠부르크까지 따로 떨어져서 가야만 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저 편하게

게트라이데 거리는 각 상점이 파는 물건을 형상화한 간판들을 내걸어 특색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며칠을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던 엄마와 나는 3박 4일 동안 머물기로 결정했다. 전화로 이 이야기를 들은 오빠는 “그렇게 콩알만 한 곳에서 무엇 하러 그렇게 오래 있느냐”라고 핀잔을 주었다. 물론 오빠의 말도 맞다. 당일치기 코스로도 인기가 좋을 정도로 잘츠부르크는 굉장히 작은 도시다. 반나절을 보낼 생각으로 방문해 모차르트의 생가와 호헨잘츠부르크 성, 게트라이데 거리와 미라벨 정원을 산책하는 것이 잘츠부르크 관광의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작기 때문에 여유 있게 머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엄마와 함께 이 도시의 매력을 느긋하게 느끼고 싶었다. 만약 음악회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츠부르크에서 일주일을 머물러도 모자랄 것이다.

“엄마, 호텔 정말 좋지? 아마 잘츠부르크에서 여기만큼 시내 관광하기에 편한 호텔도 없을걸?”
“그래. 좋긴 좋다!”
엄마는 창밖을 내다보며 즐거워했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미라벨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방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미라벨 정원을 산책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또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나 할슈타트 등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당일치기 관광을 떠나는 투어 버스의 티켓 창구도 가까워 편리했다.

간판이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
잘츠부르크는 잘자흐 강을 경계로 두 곳으로 나뉜다. 미라벨 정원을 기준으로 잘자흐 강 위쪽은 구시가지, 아래쪽은 신시가지로 부른다. 우리가 머문 미라벨 정원 앞 호텔에서 잘자흐 강으로 걸어가는 데 10분 정도가 걸렸다. 엄마와 나는 편안한 차림으로 잘츠부르크 여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를 보고 내일은 어디를 본다는 계획도 없이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작은 돌길을 걸어 다녔다.

그러다 잘자흐 강가에 도착했다. 강을 따라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들을 바라보며 엄마와 나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잘츠부르크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건축물들…. 빈과 달리 공기 또한 무척 상쾌해서 더욱 좋았다.
“엄마! 저쪽 보여? 간판 말이야.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었대.”

엄마는 안경을 고쳐 쓰며 간판을 구경하는 듯했다. 게트라이데 거리에 들어서자 상점들의 특징을 담은 독특한 간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계 파는 곳은 시계 모양을 한 간판을 걸어놓듯 각각의 상점들은 파는 물건을 상징하는 간판을 걸어놓았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도 이 거리의 멋스러운 간판 대열에 합류하려는 듯 비슷한 컨셉트의 간판을 내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엄마, 저녁은 뭘 먹을까? 책에서 보니 모차르트가 다녀갔다는 오래된 레스토랑도 있대. 맛있는 집이 꽤 있는 거 같아.”

“그 집에서 뭘 파는데?”
“주로 고기지 뭐. 아니면 빵이랑 샐러드같이 가벼운 걸로 먹자.”
엄마의 표정을 보니 망설이고 있었다. 평소 엄마는 점심 메뉴 고르는 일은 까다롭지 않은 편인데, 유독 저녁 메뉴를 선택할 때는 고민을 많이 했다. 저녁 식사에 고기 같은 묵직한 음식은 잘 드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 대부분의 식당은 고기 아니면 생선, 파스타나 샐러드 등으로 메뉴가 한정된다.

“그럼 우리 샐러드랑 맥주 마실까?”
“차라리 그러자.”

이렇게 해서 잘츠부르크에서 첫날 저녁 식사는 샐러드와 맥주 한 잔으로 해결했다. 칼로리로만 따지자면 커다란 맥주 한 잔씩을 마셨기에 부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엄마가 원하는 대로 가벼운 샐러드를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한 풍경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샐러드 한 접시만 시켜 먹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여성들이 특히 그렇다. 엄마와 나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우리도 그런 샐러드만 먹는 서양의 여자가 된 듯 가벼운 저녁 식사를 즐겼다.

푸르스름한 새벽녘 미라벨 정원에서의 산책
잘츠부르크에서의 첫날밤은 무척 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산책을 하러 미라벨 정원에 갈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정원 자체가 훌륭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정원의 분수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보이는 호헨잘츠부르크 성의 경관이다. 9년 전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알록달록한 꽃이 예쁘게 자란 이 정원에서 무거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은주야, 일어나. 산책 가자면서! 엄마 배도 고프다.”
엄마는 새벽 5시면 눈을 뜨고, 바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몸에 뱄다. 여행지에서도 물론 이 사이클은 계속 유지되는데, 잠이 많은 나는 종종 힘겨울 때가 있다. 가령 전날 저녁 식사를 많이 해서 아침 식사를 걸러도 괜찮을 것 같은 날에도 새벽 5시부터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 엄마를 위해 아침을 먹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엄마와 나는 매일 아침 미라벨 정원을 산책할 수 있었다. 해가 아직 뜨기 전의 푸르스름한 새벽이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나온 듯했다. 우리처럼 관광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잘츠부르크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하게 되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면 ‘역시 우리 집이 최고’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점도 재미있다.

1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정원이다. 2 레지던트 광장은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특히 커다란 체스판은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다. 3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지만 역사상 의미 있는 건축물로 둘러싸인 곳이다. 4 호헨잘츠부르크 성을 둘러보는 엄마. 5 모차르트가 아홉 살 때까지 살았던 집. 오늘날까지 잘 보전되어 있다. 6 잘자흐 강을 경계로 잘츠부르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모차르트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는 잘츠부르크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건물의 외관을 샛노랗게 칠했는데, 모차르트의 쾌활하고 밝은 음악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현재 모차르트 생가의 내부는 그가 살던 모습을 재현해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은주야, 너도 모차르트 덕에 돈 좀 벌었지?”
“무슨 소리야?”
“네가 모차르트 기사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아!”
엄마의 말이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 전문지 기자로 일하는 동안 모차르트에 대한 기사를 한두 번 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리랜서로 일하는 요즘에도 모차르트 관련 기사를 서너 번은 썼다. 그때 잘츠부르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차르트의 모형 앞을 지나쳤다.
“모차르트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엄마도 자신의 말이 재밌었는지, 신이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구시가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그러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으로부터 연주회 전단지를 받았는데 정오에 한 박물관에서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구성한 작은 살롱 연주회를 연다는 것이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엄마와 나는 그 연주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전단지의 지도를 따라 연주회가 열리는 장소에 가니 티켓을 파는 사람이 우리를 반겼다. 가격을 지불했더니 그는 우리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다. 이름이 적힌 티켓을 연주회장 안으로 가져가 마음에 드는 자리에 놓아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아노의 전신 악기이자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대에 주로 쓰인 클라비코드가 가장 잘 보이는 앞자리를 선택했다. 몇 분 후 모차르트 복장을 한 남성이 피리 모양의 전통 잘츠부르크 악기를 불며 관객을 모았다. 연주회가 시작되자 검은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가 클라비코드 앞에 앉아 모차르트가 작곡한 몇 곡을 연주했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곳에서 그의 음악을 듣는 경험도 꽤 흥미로웠다.

다시 가고 싶은 잘츠부르크
엄마와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호헨잘츠부르크 성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워낙 작은 도시인데다가 호헨잘츠부르크 성은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에, 당연히 가게 될 줄로만 알았다. 때문에 엄마와 나는 잘츠부르크에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화근 아닌 화근이 됐다. 우리는 점심과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예쁜 상점을 구경하느라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 갈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호텔이 지척이라 점심 먹고 쉬고, 저녁 먹고 쉬는 식으로 마음 놓고 시간을 쓴 것도 원인이었다. 결국 우리는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로 떠나는 날 아침 시간을 이용해 호텐잘츠부르크 성에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어이없는 일이다.

호헨잘츠부르크 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30분의 등산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다행히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5분이면 성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산악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엄마와 나는 이 산악 열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체코까지 데려다 줄 승용차가 오전 11시에 호텔에 도착하기로 예약된 상태라 그 전에 이곳을 대충이라도 둘러봐야 했다. 엄마는 이런 일정을 못마땅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산악 열차의 첫 번째 손님으로 성에 올라갔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의 전경은 도시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멋져 보였다. 그곳에서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했지만, 서둘러 돌아봐야 한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얘, 다 안 봐도 돼. 샅샅이 보려다가 사람 잡겠다.”
“알았어. 우리 그럼 저기 공짜 박물관에 들어가보자!”
얼핏 성 안에 자리 잡은 박물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입장료가 없어서 무작정 들어갔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박물관처럼 우리가 보고 싶은 곳을 보고 그냥 나오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입장이 시작되고 보니 이곳은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단체로만 관람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면 족히 1시간은 걸릴 텐데, 이후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게 뻔했다. 아쉽게도 박물관 구경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길 잘했지? 여기 안 왔으면 진짜 후회했을 거야.”
“그래 잘난 딸 덕분에 숨넘어갈 뻔했다.”
엄마와 나는 다시 산악 열차를 타고 내려와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그나마 운전기사와 약속한 시간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잘츠부르크를 떠나는 날 엄마는 “여기는 정말 다시 한번 오고 싶다”라고 했다. 엄마가 다녀온 유럽의 많은 도시들과 이후에 우리가 다닌 여러 도시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했다. 엄마의 바람을 이뤄드리겠다는 기분 좋은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꼭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여유롭게 호헨잘츠부르크 성의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잘츠부르크에 간다면, 모차르트부터 알고 가자!
[모녀의 지구 여행기]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모녀의 지구 여행기]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오스트리아의 어느 도시를 가든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밝은 표정의 모차르트 얼굴이 새겨진 ‘모차르트 쿠겔’이라는 초콜릿부터,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기념품에도 모차르트의 이름과 얼굴이 있다. 그만큼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천재 음악가였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1756년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 9번지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의 음악가는 하인과 같은 계급으로 귀족의 소유물과 같은 존재였다. 이것이 모차르트가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경멸했던 이유다. 실제로 모차르트가 살았을 당시 잘츠부르크는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신동이자 천재 음악가임이 분명한데도 적은 봉급을 주며 막대한 양의 일을 시키려고만 했다. 마치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그러한 삶을 살았던 것처럼, 모차르트도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명령에 복종하며 살길 강요받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고향과 인연을 끊었다. 자신이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빈과 파리 그리고 프라하의 사람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가 생전에 보낸 편지들을 살펴보면 ‘잘츠부르크를 저주한다. 다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다’라는 내용이 적지 않게 적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차르트가 그토록 외면하고 싶어 했던 고향, 잘츠부르크는 지금 그 누구보다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잘츠부르크 어디에서든 눈을 감았다 뜨면 모차르트의 이름 혹은 그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가 태어난 생가와 살았던 집, 세례를 받았던 성당을 둘러보는 일도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그를 추억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음악을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성당이나 박물관에서는 매일 모차르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작은 연주회가 열린다. 티켓 가격은 2만~3만원대로 부담스럽지 않으니,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들어볼 것을 권한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3박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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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모녀의 잘츠부르크 3박 4일 따라잡기

여행의 기술
박물관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유명한 여행지를 관광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박물관이다. 하지만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오히려 여행에 독이 될 수 있다. 물론 해당 박물관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을 미리 결정한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유명하다는 이유로 관람하는 것은 대개 의미 없이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티격태격 모녀의 여행도 그렇다. 무척 중요한 박물관이 있는 곳일지라도 박물관 투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생략했다.

여행 일정
오랜 기간 여행을 해야 한다면 작은 도시에서 3박을 지내라 티격태격 모녀는 잘츠부르크에서 3박 4일을 지냈다. 일반적으로 반나절 관광으로도 충분하다고 알려진 곳에서 오히려 긴 시간을 보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손해 보는 일정일 수도 있지만 이는 여행 전체의 일정을 살펴본다면 강약을 조절하는 효과로 볼 수 있다. 이전의 여행지와 다음 여행지 그리고 전체의 일정을 크게 보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또 엄마의 체력도 고려한 일정을 짜면 더욱 즐거운 모녀 여행이 될 것이다.

숙소 선택
가장 편리한 위치에 숙소를 잡아라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만끽하느냐, 절반으로 깎아내리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숙소다. 아무리 볼 것이 많고 경치 좋은 곳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에 머물게 되면 그 기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마련이다. 엄마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숙소는 럭셔리한 호텔도, 무조건 저렴한 호텔도 아니다. 바로 그 지역을 여행하기에 가장 편리한 장소에 위치한 호텔이다. 이러한 호텔은 대부분 시설은 보통 수준이지만 가격은 그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잘츠부르크를 둘러보기에 좋은, 이러한 조건에 맞는 숙소의 위치는 미라벨 정원 건너편이었는데, 마침 적당한 호텔이 있어 다행이었다.


* 6월호에서는 오스트리아 몬데제와 독일 뮌헨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글&사진 / 정은주(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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