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서 일곱 가지 미션을 완수하라!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전남 나주에서 일곱 가지 미션을 완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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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풍요의 땅

드넓은 나주평야 가운데에 영산강이 굽이치는 곳 전남 나주. 예로부터 풍요의 땅이었던 나주는 2천 년 동안 묵혀온 ‘시간’이란 녀석을 이곳저곳에 숨겨놓은 채 가족 나들이객들에게 보물찾기 미션을 제시한다. 나주가 내놓는 일곱 가지 미션 완수에 도전해보자.

첫 번째 미션 고구려 궁내성에서 인증샷 남기기
“아빠, 멋지게 폼 좀 잡아보세요!”
아이의 말에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어설픈 주몽으로 변신 중이다.
“엄마! 자, 레디~ 액션!”

나주평야의 넓은 들녘 너머로 일과를 마친 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주평야의 넓은 들녘 너머로 일과를 마친 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액션이란 말에 엄마는 얼떨결에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가족이 여행을 시작한 곳은 전남 나주의 영상테마파크이다. 흔히 접할 수 없는 고구려 가옥과 성곽을 그대로 재현해놓아 찾는 이들마다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다. 흔히 생각하는 드라마 세트장의 허술한 임시 건축물이 아니라 정성 들여 잘 지어놓은 세트장이다. 덕분에 고구려로 시간 여행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매표소를 지나면 낮은 언덕을 올라야 한다. 양옆으로 송일국, 한혜진 등 드라마 ‘주몽’에 출연한 배우들의 핸드프린팅과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아빠지만 인기 탤런트 한혜진을 모를 리 없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녀의 핸드프린팅 위에 슬쩍 손을 올려본다. ‘찌릿!’ 순간 날카로운 엄마의 눈빛을 직감했는지 “우와, 이 여자는 누군데 이렇게 손이 작아~” 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웅장한 성문 해자성은 세트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유럽 영화에서 많이 봤던 성벽 밖 수로를 재현해 놓았다. 유럽형 수로인 현문이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실제 존재했던 장소가 나주였다고 한다. 흔히 보던 기와나 초가의 모습이 아니라 너와집으로 저잣거리를 만들어놓은 점도 나주 영상테마파크의 돋보이는 장점 중 하나이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매점과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중간 성문 앞에서는 고구려 장군 복장을 입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고, 염색 체험이나 도자기 체험, 한지와 매듭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1 수령이 600년이 넘은 고목이 금성관을 지키고 있다.2 나는 고구려의 주몽이다! 영상테마파크에서는 무료로 장군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 도래한옥마을 양벽정의 솟을대문은 이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1 수령이 600년이 넘은 고목이 금성관을 지키고 있다.2 나는 고구려의 주몽이다! 영상테마파크에서는 무료로 장군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 도래한옥마을 양벽정의 솟을대문은 이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볼 만한 구경거리는 국내성과 고구려체험관, 고구려궁, 태자궁, 신단 등이다. 대부분 고구려 때 건축물을 재현해놓아 그 규모와 생김새가 우리가 자주 보던 조선의 것과는 다른 양식이다. 테마파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고구려궁 맞은편에 있는 성루에 올라서면 영산강과 넓게 펼쳐진 나주평야를 마주할 수 있어 조망이 좋다.

두 번째 미션 황포돛배 타고 영산강 누비기
“황토로 물들인 돛을 단 배가 황포돛배입니다. 이 배는 과거 영산강 수로를 이용해서 홍어, 소금, 미역, 곡물 등 온갖 생필품을 실어 나르다가 육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자취를 감췄죠. 그렇게 모습을 감춘 지 장장 30년 만에 부활해서 여러분들이 지금 뱃놀이를 즐기고 계신 겁니다.”

선장의 구수한 전라도 억양의 설명이 이어진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영산강 물결은 언제나 고요합니다. 이 물길을 따라 풍류를 즐겼던 석관정과 금강정이 병풍처럼 옆선을 수놓고 있고, 하늘에는 왜가리가 순풍에 날개를 휘휘 저으며 날아갑니다.”

선장의 말투가 마치 무성영화 시절 변사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 무렵 함께 탄 할머니께서 이미자의 ‘황포돛배’를 흥얼거린다.
마지막 석양빛을 / 깃 폭에 걸고 / 흘러가는 저 배는 / 어데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 불지를 마라 / 파도소리 구슬프면 /
이 마음도 구슬퍼
아아 아아아 / 어데로 가는 배냐 / 어데로 가는 배냐 / 황포돛배야

세 번째 미션 나주읍성 구석구석 발도장 찍기
나주읍성은 나주시청과 나주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교통이 편리해서 나주를 찾는 사람들은 꼭 이곳을 방문한다. 금성관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둘러처진 나주읍성은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역사적 흔적을 품고 있는 것들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어 나주 여행의 메카임을 자부한다.

1 목사의 살림집 나주목사내아에서는 한옥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 아이들 체험거리가 즐비한 영상테마파크.

1 목사의 살림집 나주목사내아에서는 한옥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 아이들 체험거리가 즐비한 영상테마파크.


첫 번째 방문지는 나주목의 객사인 금성관이다. 객사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지방 궁실로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 혹은 궐패를 모셔두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고을의 관리와 선비들이 모여 망궐례를 올리던 곳이다. 또 중앙관리들이 유숙하기도 했다. 조선 성종 때 건립된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내부를 개조해서 나주군청으로 사용했다. 여름날 선선한 바람이 그리울 때 나주 시민들은 금성관 마루에서 더위를 식힌다고 한다. 삼면이 뚫린 마루에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꿈나라로 여행을 떠날 것 같다.

영상테마파크는 흔히 보는 영화 세트장과는 수준이 다르다. 나주목문화관에서 나주목사 행렬 모형은 꼭 챙겨보자. 마한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반남고분군. 나주목사내아는 정갈한 한옥의 기풍이 가득하다.

영상테마파크는 흔히 보는 영화 세트장과는 수준이 다르다. 나주목문화관에서 나주목사 행렬 모형은 꼭 챙겨보자. 마한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반남고분군. 나주목사내아는 정갈한 한옥의 기풍이 가득하다.

실내에 들어서면 석빙고에 들어선 것처럼 온몸에 오싹한 한기가 든다. 천장이 높고 사면을 한지로 마감해서 열 순환이 좋아 시원하기 때문이다. 어른 키보다 최소한 다섯 배는 높아 보이는 천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마감이 화려하다. 파란색, 녹색 그리고 붉은색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나주읍성과 나주목의 전체 모습이 보고 싶다면 나주목문화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나주가 983년 나주목이 된 후부터 1895년까지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전시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나주목사 행차와 나주읍성과 관아 모형이다.

나주목사내아(www.najumoksanaea.com 061-332-6565, 061-330-8714)는 나주 지방 관리인 목사가 살던 살림집이다. 일제강점기 때 나주읍성과 함께 많이 훼손된 목사내아를 전면 해체, 복원해 현재는 숙박이 가능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숙박 요금은 5만원부터 15만원까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한옥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흉해진답니다. 사람의 온기가 입혀져야 집으로써 제 구실을 할 수 있어요.”

인근 주민의 말이다. 관람료도 없고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그냥 드나들 수 있어 좋다며 목사내아 자랑이 대단하다.

목사내아를 나와 토담벽 골목길로 접어들면 나주향교에 다다른다. 나주향교는 규모면에서 성균관 다음으로 컸다고 하니 타 향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향교의 중심 건물인 대성전은 건물의 크기나 모양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 번째 미션 잃어버린 왕국 마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남고분군 찾기
이곳에 가면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 온 듯하다. 40여 기가 넘는 고분 때문이다. 나주평야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자료에 의하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봐서 삼국시대 이전 마한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분의 생김새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양식으로 봉긋한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부가 평평한 모양이다. 안타까운 것은 고분 발굴로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유출됐다는 점이다. 주인과 시대를 알 수 없는 고분만 남아 있는 모습이 역사유적지라는 느낌보다 공원처럼 와 닿는 이유는 뭘까? 파릇한 잔디와 잘 정돈된 산책로가 잃어버린 왕국의 시간표를 확인할 수 없게 해 아쉬움을 더한다.

다섯 번째 미션 천연염색문화관에서 쪽빛 티셔츠 만들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이라면 무엇보다 체험거리를 찾게 된다. 체험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회색, 노랑, 분홍, 황토색 등 취향에 따라 천연 염료를 선택하고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손수건 염색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티셔츠 염색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비용은 5천원부터 9천원까지이다. 그 외에 비누 만들기와 누에고치 목걸이 만들기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은 주말 오후 2시, 3시 30분, 4시 30분에 진행된다. 희망자가 적을 경우 진행하지 않으니 사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61-335-0160

여섯 번째 미션 도래전통한옥마을과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산책하기
도래전통한옥마을은 풍산 홍씨 집성촌이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홍기창, 홍기웅, 홍기헌 가옥을 비롯해 19세기에 지어진 한옥 수십 채가 터를 잡고 있다. 한옥의 멋스러움과 토담길을 거닐어보는 여유까지 챙길 수 있는 운치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챙겨봐야 할 곳은 영호정과 양벽정, 계은정 등이다. 특히 양벽정의 이층 구조로 된 솟을대문과 식산 중턱에 자리한 계은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은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한옥마을 산책을 마쳤다면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 산림연구원을 꼭 찾아보자. 이곳은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코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직선으로 곧게 늘어선 나무들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보여주는 도래한옥마을.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보여주는 도래한옥마을.


일곱 번째 미션
나주 3미(味) 즐기기

1味 곰탕의 특별한 맛, 나주곰탕

나주읍성 안 공영주차장 주변으로 나주의 대표 음식인 나주곰탕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흔히 곰탕 하면 우윳빛의 뽀얀 국물을 떠올리지만 이곳의 곰탕은 색깔부터 다르다. 읍성을 여행하다가 꼭 한번 들러 맛을 보고 가야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특별하다. 개운한 맛이 특징이며 기호에 따라 김치 국물을 넣어 먹어도 좋다. 노안곰탕(061-333-2053)과 남평할매집곰탕(061-334-4682) 등이 유명하다.

숲이 우거진 전라남도 산림수목원은 산책하기에 좋다.

숲이 우거진 전라남도 산림수목원은 산책하기에 좋다.

2味 코가 뻥 뚫리는 그 맛! 귀한 음식 홍어
전라도에서 귀한 날, 귀한 손님에게 꼭 대접한다는 홍어. ‘서울에서 먹는 홍어는 홍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나주 사람들은 홍어가 먹고 싶을 때 어김없이 영산동 선창가 부근 영산포 홍어거리를 찾는다. 이 일대에 홍어 전문점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홍어가 뿜어내는 묘한 냄새가 거리에 진동하기 때문에 찾기 쉽다. 맛집으로 영산홍가(061-336-1265), 영산포대박홍어(061-335-5544)를 손에 꼽는다.

3味 미꾸라지를 먹고 자란 힘 좋은 구진포 장어
개운한 맛이 특징인 나주곰탕.

개운한 맛이 특징인 나주곰탕.

바닷장어보다 민물장어가 몇 배는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특히 나주 구진포에서 잡히는 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무엇보다 민물에서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스태미나에 탁월하다고 정평이 났다. 장어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으며 신흥장어(061-335-9109), 구진포강촌장어(061-332-6388)가 잘 알려진 맛집이다.

여행 정보

▲ 나주 찾아가기
승용차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톨게이트-제2순환도로-유덕IC-나주 방면 진출
고속버스 서울센트럴터미널-나주(영산포행) 첫차 오전 7시 10분, 막차 오후 6시 35분, 1일 6회 운행
KTX 용산-나주, 1일 4회 운행, 열차 용산-나주 1일 8회 운행

▲ 영상테마파크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요금 성인 4천원/어린이 2천원
황포돛배 체험 소요 시간 30분(5km), 운항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요금 성인 5천원/어린이 3천원
숙박 체험 무휼실 - 방 2개, 주방 시설 보유, 야외 바비큐 그릴 대여, 투숙 인원 7명, 요금 10만원
문의 www.najuthemepark.com, 061-335-7008

▲ 나주목문화관
나주시 금계동 11-3, 061-332-5432

▲ 천연염색문화관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163, www.naturaldyeing.or.kr 061-335-0091

▲ 도래한옥마을
도래마을옛집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199,
www.ntdorae.com 061-336-3675

▲ 전라남도산림수목원
나주시 산포면 산제리 산23,
http://jnforest.jeonnam.go.kr 061-336-6300

▲ 기타 문의 나주시 문화관광과 061-332-5432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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