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

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ㆍ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역사지구에서의 1박 2일

체코 하면 떠오르는 프라하도 좋지만, 진짜 체코를 경험하고 싶다면 시골에 가보자. 그중에서도 프라하 남쪽 국경에 위치한 체스키 크룸로프를 추천한다. ‘체코의 말발굽’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마을은 13세기에 지어진 성과 집, 길이 그대로 보전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오스트리아 빈, 잘츠부르크에 이어 우리는 체코의 작은 마을인 체스키 크룸로프로 향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다음 여행지를 정할 때 많이 고민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할슈타트에 가보고 싶었지만 동선상 무리였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최대한 이동이 편리한 방향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만약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할슈타트에 가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아름다운 호숫가 주위로 드문드문 세워진 작은 나무집에서 맞는 아침은 오스트리아 전원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잘츠부르크에서 체코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차를 타도 좋고, 버스를 타도 좋다. 그러나 다른 유럽 여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척 좋은 교통편이 있다. 바로 개인별 예약제 셔틀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츠부르크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날짜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를 알려주면 그 회사에서 최소 4인용부터 최대 8인용까지 승용차, 승합차를 운영하는 것이다. 엄마와 나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숙소까지 한 번에 데려다 줄 C회사의 셔틀 자동차를 예약했다. 우리가 머문 잘츠부르크 호텔 앞에서 오전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차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무척 마른 체격의 체코 남자가 우리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곤 물 한 병씩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는 조금 느릿느릿한 속도로 체스키 크룸로프를 향해 출발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가정집에 가다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했다. 자신을 체코 사람이라고 소개한 운전기사는 미리 예약한 민박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짐을 내려준 다음 초인종까지 눌러주었다. 우리가 하루를 머문 곳은 주인이 1층에 살고, 2층은 민박으로 운영하는 가정집이었다. 키가 180cm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어준 뒤 엄마와 나를 반갑게 안아주고는 우리가 머물 2층 방으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이기 때문에 무거운 트렁크를 낑낑대며 끌고 올라가야 했다. 주인 할머니는 열쇠를 건네주면서 몇 번이나 나에게 방문 잠그고 여는 것을 연습시켰다. 굳이 그렇게까지 여러 번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지만, 온수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내일 아침에 차려 줄 아침상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이렇다 할 숙박시설이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까닭에 그 어떤 건물도 신축하거나 개보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는 민박집 시설에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2층에 있는 방이라서 체스키 크룸로프가 한눈에 보였지만 낡은 침대와 퀴퀴한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나도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시내 안쪽에 있는 숙소를 잡아서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을 트렁크를 들고 가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짐을 정리하고 나니, 점심 먹을 때가 됐다. 엄마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체스키 크룸로프를 향해 집을 나섰다.

블타바 강가에서 맥주와 돈가스를 먹다
과연 아름다웠다. 체스키 크룸로프가 시작되는 입구부터 예사 느낌이 아니었다. 마을 입구에는 비교적 큰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가 영업 중이었는데, 간판이나 건물의 모습이 보통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유럽 여행지에서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색이 바랜 나무 간판과 덧칠을 미처 못한 듯 보이는 건물…. 무엇보다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힌 길은 이곳이 아주 오래전에 세워진 마을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은주야, 저기 쟤들은 뭐 하는 거니?”
점심 먹을 곳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엄마는 걸음을 멈추고 한쪽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중세 시대 복장으로 보이는 옷을 빌려 입고 한창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길이가 길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남자들은 피에로가 쓸 법한 고깔모자를 쓴 채 즐겁게 웃고 있었다.

“엄마도 저렇게 입고 사진 찍을래? 한 사람당 3만원 정도 내면 저 옷 빌려 입을 수 있다는데?”
“얘, 됐다. 더워 죽겠는데 저 쪄 죽을 것 같은 옷을 왜 입니?”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배경으로 중세 복장을 빌려 입고 기념 촬영을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 엄마와 나는 배가 고팠다. 여행 중 배가 고플 때 무언가를 하는 일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여행 책자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가는 일이 더 급했다.

1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내부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벽돌을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벽돌 모양의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2 중앙 광장의 한 건물 벽면에 있던 석화. 13세기 중엽부터 형성된 이 마을에는 곳곳에 당시의 문화재가 남아 있다. 3 체스키 크룸로프의 유명한 음식은 동그랗게 튀긴 돈가스다. 맥주 한 잔과 함께 먹기에 딱 좋다. 체코의 시골 식당은 프라하와 달리 인심이 좋다. 음식의 양이 어디를 가도 푸짐하다.

체코의 남쪽 국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엄마와 나처럼 관광을 온 듯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물론 프라하나 빈, 잘츠부르크처럼 관광객이 붐비는 곳은 아니다. 또 마을 전체를 걷는 데 한 시간이 안 걸릴 정도로 무척 작은 곳이다. 우리가 찾아가려는 식당으로 가는 데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곳은 체스키 크룸로프를 S자 모양으로 굽어 흐르는 블타바 강가에 위치한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말이 좋아 호텔이지 우리가 묵는 민박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엄마와 내가 도착한 첫날은 무척 날씨가 좋았는데, 그 때문인지 식당 야외 자리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종업원에게 야외 자리에 앉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려는데, 마침 한 테이블의 손님이 일어났다. 엄마와 나는 신이 나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행지에서 가장 고민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여행 책자나 블로그 등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갈지라도, 그곳의 어떤 메뉴가 괜찮은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행 책자에는 이 식당에서 유명한 메뉴 몇 가지가 소개됐는데, 돼지고기를 동그랗게 튀긴 돈가스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기본 샐러드 하나와 시원한 체코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맥주가 먼저 나왔고, 엄마와 나는 건배를 했다. 관광 도시는 맞지만 대규모가 아니라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식당은 소란스럽지 않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블타바 강가에서 보내는 오후는 꿀맛 같았다.

우리가 주문한 동그란 돈가스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샐러드는 양이 너무 많았다. 빈과 잘츠부르크에서 사 먹던 음식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음식 값도 오스트리아에 비해 무척 저렴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엄마와 나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우리가 앉은 야외 좌석에서 이 도시의 상징인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이곳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단 한 곳, 체스키 크룸로프 성으로 출발했다. ‘이발사의 다리’라는 별명이 붙은 작고 예쁜 돌다리를 건넜다.

‘체코의 말발굽’이란?
체스키 크룸로프는 체코 말로 ‘체코의 말발굽’이라는 뜻이다. 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블타바 강이 마치 말발굽 모양처럼 생겼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면 이 의미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빨간 지붕이 유독 많은 이 마을을 블타바 강이 시원하고 평화롭게 S자로 굽어 흐른다.

또 이곳은 18세기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단 한 채도 없다고 한다. 13세기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건물과 시설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관광지라면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이 넘쳐나겠지만 이곳은 아주 오래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블타바 강을 건너면 체스키 크룸로프 성으로 가는 라트란 거리가 나온다. 중앙 광장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데, 경사가 심한 언덕과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성으로 향하는 길에는 붓과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직접 만든 그릇을 파는 가게, 전통 간식을 파는 빵가게가 이어진다. 좁은 골목에 고소하게 퍼지는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걷다 보면 금방 체스키 크룸로프 성 입구에 도착한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13세기에 시간이 멈춘 중세 도시에 가다

“성이 어쩜 이렇게 예쁠까? 어머, 저건 벽돌이 아니라 그림이잖아?”
“그러네. 벽돌 쌓을 돈이 없어서 그림을 그렸나? 정말 신기하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도착해서 발견한 첫 번째 특징은 성 곳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벽돌을 쌓은 듯한 그림이 그려진 벽면이 크게 그려져 있다거나, 회벽에 나무로 된 문이 그려진 것 등이다. 재미있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13세기 중엽 이곳의 대지주였던 비텍이 블타바 강이 내려다보이는 돌산 위에 지은 곳이다. 이 성이 지어진 후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특히 성 입구에 서 있는 둥근 탑은 이 성의 상징이다. 왕궁으로 쓰였던 이곳에는 당시 귀족들이 사용했던 방, 창고, 식당, 부엌, 성당과 함께 각종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 프라하의 프라하 성 다음으로 체코에서 규모가 큰 성이다.

엄마와 나는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전망대로 향했다. 흐라데크 타워라고 불리는 전망대는 성의 입구 근처에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들르는 곳이다. 그런데 입장권을 끊으려고 매표소에 갔더니 10분 전에 마감됐다고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들어가게 해주면 안 되느냐”라며 사정했지만, 심술궂게 생긴 할아버지는 문을 닫고 가버렸다. 전망대 입장 마감은 오후 4시.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시간이다.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빨리 문을 닫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마와 나는 성의 안쪽으로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기로 했다.

이 성의 특징은 평지가 없고 계속해서 경사가 진 지형이다. 때문에 성의 꼭대기 부분까지 올라가야 평지로 된 성의 공원이 나온다. 그곳까지 걸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성 곳곳에 마련된 나무 의자에 앉아 쉬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규모가 큰 성은 아니지만 험한 경사 탓에 올라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두어 번을 더 쉰 이후에야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몇몇 관광객들이 그곳에서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엄마와 나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온통 붉은색이다. 마을의 지붕을 붉은색으로 통일한 듯하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온통 붉은색이다. 마을의 지붕을 붉은색으로 통일한 듯하다.

체코 할아버지와 사진 찍다
드디어 우리는 성이 끝나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재미있게도 성의 위쪽에는 평지로 된 넓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전 왕궁으로 사용될 당시 왕족과 귀족을 위한 정원이었던 곳이다.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높이 자란 무성한 나무들이 일렬로 심어져 있고, 화려한 석상으로 장식된 커다란 분수도 보였다. 한여름의 오후, 나무 그늘에서 쉬기에 좋은 장소였다. 엄마와 나는 녹음이 무성한 이 정원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런데 인적이 너무 드물긴 했다. 엄마는 나를 재촉해 그만 내려가자고 했다. 낯선 곳, 그것도 인적이 드문 곳에 있을 때 안전은 꼭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이렇게 짐을 챙겨 정원에서 내려가던 중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돌로 된 계단이었는데, 그곳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엄마에게 카메라를 건네고, 포즈를 잡으러 그 계단으로 뛰어갔다. 엄마는 무거운 카메라를 잘도 잡은 채 나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계단으로 뛰어 들어온 것이 아닌가! 넉살 좋은 그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엄마는 같이 찍으라는 시늉을 한 후 나와 그 할아버지를 함께 찍어주었다.

얼핏 보아 우리 아빠보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나이는 가늠하기 어려우니, 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젊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엄마와 내가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를 묻고는 반갑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몇 분 후 그 할아버지의 친구로 보이는 분이 올라와 조금은 창피한 듯 인사를 하고는 그 할아버지를 데리고 사라졌다. 엄마와 나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1 블타바 강 아래에서 올려다본 체스키 크룸로프 성. 2 블타바 강 주위로는 식당과 호텔을 동시에 운영하는 작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1 블타바 강 아래에서 올려다본 체스키 크룸로프 성. 2 블타바 강 주위로는 식당과 호텔을 동시에 운영하는 작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엄마, 꼭 아빠 같은 아저씨네. 왜 저렇게 웃겨?”
“그러게 말이다. 꼭 네 아빠 같은 행동을 하고 가네(웃음).”
평소 엉뚱한 장난을 많이 쳤던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성에서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내려올 때는 그만큼 더 편했다. 때마침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선선한 바람도 불어왔다.

짧아서 아쉬웠던 하루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서 내려온 엄마와 나는 지친 상태였다. 엄마와 나는 저녁을 먹으러 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시원한 맥주 한 잔씩을 마시자고 합의했다. 그리고 우리가 성에서 온 길을 그대로 거슬러 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탓에 이미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쩌면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였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엄마는 그런 분위기가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최대한 우리가 묶는 민박집 근처 식당에 가자고 하셨다.

엄마와 나는 종종걸음으로 중앙 광장을 지나 마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상점들이 문을 닫아놓으니, 이곳이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닫힌 상점의 대문들은 우리가 요즘 사용하는 방식의 열쇠가 아니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쇠로 된 열쇠걸이를 사용하는 집이 꽤 많았다. 물론 비싼 귀금속류를 파는 보석가게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체코에는 크리스털, 가넷 등 몇몇 유명한 광물이 있다. 이를 귀금속으로 가공한 액세서리는 이 작은 마을에도 파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엄마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사지는 않았다.

이렇게 엄마와 나는 우리가 묵는 민박집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그제야 어느 식당에 갈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두세 곳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치상 가장 가까운 한 식당에 들어갔더니, 결혼식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예식장처럼 식당 입구에 신랑과 신부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멋진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어디서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왔지?”
“결혼식이잖아. 마을 이장도 오고, 사돈의 팔촌까지 다 오지 않았을까!(웃음).”

조금 더 걷다 보니 블타바 강 아래로 내려가는 쪽에 자리 잡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마을에 사는 것으로 보이는 어린 꼬마들이 강에서 수영복을 입고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한낮이라면 모를까, 추워 보였다. 하지만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엄마와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오후를 마무리했다. 1박 2일은 조금 힘들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일 떠나게 될 온천의 도시, 카를로비 바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 8월호에서는 유럽의 유명한 온천 도시,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Plus Tip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을 여행할 때 반드시 이용해보자!

‘호텔에서 호텔까지’ 정말 편한 맞춤 셔틀 서비스
유럽에서는 기차를 타는 것이 편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가격이 비싸진다. 또 기차 시간에 맞춰야 하고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고속버스도 기차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러니 관광객이 원하는 장소, 시간에 출발해 목적지까지 한 번에 데려다주는 셔틀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체코의 몇몇 운송 회사가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여행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너무 편하게 이동하니, 가격이 비쌀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차, 버스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성을 끝까지 올라가면 이곳에서 유일한 평지인 넓은 왕실 정원이 펼쳐진다. 무성한 수목과 꽃, 멋진 분수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예를 들어 1월 1일 잘츠부르크에서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하는 사람이 6명일 경우 1명당 2만원, 8명일 경우 1만5천원을 내는 식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관광 성수기에 이 셔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무척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자신 이외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면 기차 값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는 회사 측에서 예약 인원이 있는 날을 알려주거나, 가격을 할인해주기도 하니 참고할 것. 예약이 확정되면 페이팔(온라인 결제서비스) 혹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취소나 변경시 수수료가 부과된다. ck셔틀(www.ckshuttle.cz), 셔틀버스(www.shuttlebus.cz), 로보버스(www.shuttlelobo.cz) 등이 대표적인 셔틀 서비스 회사다.

티격태격 모녀의 체스키 크룸로프 1박 2일 따라잡기

여행일정

힘들어도 1박 2일 티격태격 모녀는 1박 2일 일정으로 체스키 크룸로프를 여행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오전 9시경에 출발해 도시를 둘러보고 다음날 새벽 5시에 카를로비 바리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잡은 것. 60대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일정으론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전의 여행지인 잘츠부르크와 이후의 목적지인 카를로비 바리에서 각각 3박 4일간 묵을 예정이기 때문에 선택한 일정이기도 하다. 또 체스키 크룸로프는 한 시간이면 마을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여행의 기술
피곤하면 가이드 투어는 사절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가이드 투어로만 성의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유료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몇몇 언어로 가이드 투어를 통해 성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티격태격 모녀가 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성의 내부를 구경하게 되면 사실 더 피곤해질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어쨌거나 더 걸어야 한다. 물론 이곳까지 와서 성의 내부를 보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여행 일정을 조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전체 여행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선택
현지인 집에서 민박하기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이렇다 할 숙박시설이 없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그 어떤 건축물도 신축하거나 크게 개보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13세기 이후에 지어진 마을의 건물을 호텔로 영업하거나 현지인이 사는 가정집에서 민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티격태격 모녀는 호텔을 이용할까 하다가 민박을 했다.

글&사진 정은주(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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