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석강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상징이다.
올림픽이 한창이던 1988년 부안에 경사가 생겼다. 변산반도가 열아홉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구분되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자연이 만들어낸 볼거리와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그 가치로 볼 때 국립공원 선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북 관광의 메카임은 변함이 없다.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바다와 기암괴석이 가득한 채석강과 적벽강 그리고 해변이 외변산의 주요 포인트다. 바다와 함께하는 여행인지라 여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외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곰소항을 시작으로 모항 해변, 격포항, 채석강, 적벽강을 거쳐 변산해변도로를 따라 새만금전시관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제격이다. 특히 변산해변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워 길가에 정차한 차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차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하는 일은 십중팔구 ‘기념사진 찍기’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은 변산국립공원을 찾는다면 꼭 한 번 걸어봐야 할 곳이다.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노래하다 죽었다는 곳도 채석강이다. 이태백이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면 눈앞에 펼쳐진 변산의 채석강은 절묘하게 쌓아 올린 신의 경이로운 작품에 깔려 죽을 형국이다. 채석강 주변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좌판이 벌어졌다. 해산물과 알싸한 소주의 유혹을 못 이기고 여기저기서 “캬~ 좋다”라며 탄성을 지르는 사람이 여럿 있다.
채석강과 이웃한 격포 해변은 서해안의 여느 해변처럼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다. 또 수온이 높아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하기에 적당하다. 해변은 갯벌보다 딱딱한 모래층으로 되어 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다. 모래사장이 넓지 않아 조금 걷다 보면 이내 채석강에 발길이 닿는다.

고사포 해변은 다른 곳에 비해 번잡스럽지 않다.
부안을 찾는 오토캠퍼의 메카 고사포

1 고사포 해변에서 하섬으로 가는 바닷길에서는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2 넓게 펼쳐진 곰소염전.
밥도둑 너를 체포한다, 곰소젓갈
짭조름한 젓갈이 맛있어 연거푸 시식하게 된다. 염치 불구하고 많이 먹은 탓에 물을 한 사발 들이켜고서야 “아주머니, 이거 한 통 주세요” 하니 아주머니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세상에 밥도둑이 많다지만 젓갈만 한 녀석이 또 있을까?
빛깔 좋은 새우젓을 보다 보면 막 담근 김치에 보쌈 한 점 올려 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맛깔스러운 젓갈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곰소천일염이다. 이곳 젓갈은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만드니 맛은 보증받은 셈이다. 곰소젓갈은 한 번 맛보면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만기요람」에 따르면 곰소는 전통 소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 유명세에 힘입어 조선 초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발전했지만 외국산 소금이 수입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현재는 전국 생산 면적의 1%가량을 차지하는 작은 규모의 염전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곰소천일염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해수를 태양열로 증발 건조시켜 만들어 고급 천일염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유는 쓴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기 때문.
“우리 소금으로 김치를 담가보면 단번에 알 수 있어! 맛이 다르다니까!”
염전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가 한 말씀 하신다. 주부 9단들은 알고 있다. 싼 외국산 소금으로 담근 김치와 곰소천일염으로 담근 김치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1 푸르름을 자랑하는 부안자연생태공원의 갈대밭. 2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당시 사용한 세트장. 지금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3 곰소항의 명물은 역시 젓갈.
아직까지 ‘생거부안’이란 타이틀을 명함 삼아 여행객들을 손짓하는 곰소젓갈은 건강식을 찾아 떠나는 맛객들에게 더욱 주목받는 곳이다. 포장을 깔끔하게 해줘 이동 중에 젓갈 냄새가 새어 나올 염려가 없으니 넉넉하게 구입해도 좋겠다.
반나절이면 내변산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달 표면이 이와 같을까.
3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등산의 수고스러움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곧게 하늘로 뻗어 악수를 청하는 전나무 사이를 걸으며 산행을 마무리한다면 더없이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내변산 내소사 코스는 6.2km 거리에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거나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았다면 내소사 전나무 숲을 산책해보자.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를 보고 있자면 몸과 마음에 청량감이 넘쳐난다. 전나무 산책길은 길이 좋아서 유모차를 끌고 산책할 수 있다. 문의 변산반도국립공원 사무소 063-582-7808
경복궁과 창덕궁이 부안으로 이전했다?!
변산면 격포리를 찾는 순간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든 경복궁과 창덕궁은 예가 서울인지, 부안인지 헷갈리게 한다.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 왕궁을 비롯해 관아, 동헌, 공방촌, 양반촌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로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이 있다. 그 외에 한국닥종이박물관(교태전)과 무형문화재가 만든 작품들이 전시된 한국부채박물관도 돌아보면 좋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드라마 세트장에서 연기자들이 실제 입고 연기한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자. 운이 좋으면 MBC-TV ‘해가 품은 달’의 김수현이 입었던 의상도 입어볼 수 있다. 문의 063-589-0975

격포의 여름은 언제나 즐겁다. 변산 내소사 전나무 숲에서 만난 다람쥐.
변산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부안자연생태공원은 곰소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흔히 줄포생태공원으로 많이 알려졌다. 줄포IC 인근에 있어 부안 여행을 시작할 때나 마치고 나올 때 찾으면 효율적이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여행객들에게 좌우로 바람에 흩날리며 인사를 건넨다. 공원 깊숙이 들어서면 온통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신록이 가득하다. 푸른 잎의 갈대까지 합세해서 색의 유혹이 절정에 이른다. 공원 가운데 자전거를 빌려주는 매점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됐기 때문이다. 대표 작품으로 전도연 주연의 SBS-TV ‘프라하의 연인’이 있다. 촬영에 사용된 ‘소원의 벽’은 프라하 현지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사실적이다. 문의 063-580-4524
이런 곳도 있어요! 부안청자박물관 고려청자 유적지인 유천도요지 터에 2011년에 문을 연 부안청자박물관에는 고려청자 30여 점을 비롯해 유적지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청자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최신식 전시기법을 도입했다. 또 고려청자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현장 학습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3D 입체 영상과 4D 효과 영상 또한 볼 만하다. 문의 063-580-3964 금구원 야외 조각미술관 채석강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금구원 야외 조각미술관은 조각가 김오성이 1966년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조각공원이다. 이후 1991년 11월에 금구원 조각공원 내부에 설치된 천문대는 우리나라 사설 천문대 제1호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5인 이상이 모여야 관측할 수 있다. 문의 063-584-6770 변산의 건강한 여행법 ‘마실길’ 걷기 여행의 열풍에 힘입어 변산을 걸어서 여행할 수도 있다. 변산 마실길 중 가장 오래된 길은 1구간이다. 2009년 가을에 만들어진 1구간은 새만금전시관에서 출발하는데, 양 갈래로 나뉜 길은 전시관 입구 옆에서 시작된다. ‘1구간 1코스 시작점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다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해변과 달리 이곳의 해변길은 모래가 단단해서 걷기에 적당하다. 물론 물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바닷물이 들어와 걸을 수 없으니 물때를 꼭 확인하자. 마실길은 총 4개 구간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가볼 만한 곳’에 포함됐다. 문의 부안군청 관광정보안내 063-580-4434 |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