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근사한 체코 프라하

모녀의 지구 여행기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근사한 체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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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연중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까닭은 해 질 무렵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아름다운 경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유산도 프라하의 정통성을 확인시켜준다. 정적인 줄로만 알았던 프라하는 예상보다 볼 것, 먹을 것, 살 것, 갈 곳이 많았다. 그 어느 곳에서보다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티격태격 모녀의 프라하 여행기를 시작한다.

[모녀의 지구 여행기]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근사한 체코 프라하

[모녀의 지구 여행기]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근사한 체코 프라하

드디어 카를로비바리에서 프라하로 떠나는 아침, 엄마와 나는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었다. 잘츠부르크나 체스키크룸루프에서 이동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체코의 고속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라 셔틀버스를 예약해도 좋았겠지만, 승무원이 함께 탄다는 체코의 고속버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난 카푸치노! 엄마는?”
“나도!”

우리가 탄 고속버스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버스와는 사양이 달랐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두 칸이나 있고, 좌석의 쿠션은 넓고 푹신했다. 또 버스에는 승무원이 탑승해 목적지까지 각종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리 버스의 담당 승무원은 남자였는데, 각종 신문과 잡지 그리고 종류가 다양한 커피가 무료라고 설명해주었다. 이토록 쾌적한 버스의 요금이 2만원이 채 안 되다니! 따끈한 커피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와 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프라하로 향했다.

매연과 사람으로 가득한 프라하의 첫인상
프라하에는 총 세 곳의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유럽 인기 관광도시답게 체코 전역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 지역에서 운행하는 버스 노선이 연결돼 있다. 우리는 그중 가장 큰 규모인 두 번째 터미널에서 내렸다. 순간 나는 현기증이 일었다. 공기는 매웠고,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빼곡한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터미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 카를교에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상주한다. 그중에서도 거리 악단의 연주는 어느 곳에서나들을 수 있다. 허름해 보이는 악단들이지만 자신들의 음반도 함께 판매할 정도로 실력만큼은 프로다. 2 갈증을 잊게 해주는 체코 전통 흑맥주.

1 카를교에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상주한다. 그중에서도 거리 악단의 연주는 어느 곳에서나들을 수 있다. 허름해 보이는 악단들이지만 자신들의 음반도 함께 판매할 정도로 실력만큼은 프로다. 2 갈증을 잊게 해주는 체코 전통 흑맥주.

3박 4일간 묵기로 한 구시가 광장의 F호텔은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자동차를 보내주기로 했고, 터미널 안의 버거킹 매장 앞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약속 시간을 넘겨 도착했고, 버거킹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불안해진 마음에 호텔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다시 읽어봤지만 내용은 같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엄마는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20분 정도를 더 기다린 후에야 허겁지겁 터미널로 들어오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를 데리러 온 운전기사였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온 그는 도로가 많이 막혀서 늦었다며 미안해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도로 사정이 나쁘면 늦을 수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약속이 엇갈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그 남자가 타고 온 차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고급 승용차였기 때문이다.

“차 엄청 좋다. 이래서 사람들이 좋은 차를 타나봐.”
“그새 기분이 풀어졌니?”
“그으럼, 진짜 차 좋네!”
이렇게 엄마와 나의 프라하 여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운전기사의 말처럼 프라하의 교통 체증은 심각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목적지인 구시가지 광장까지 차가 제 속도로 달린 적이 없을 정도였다. 도로에는 승용차도 많았지만 관광버스도 적지 않았다. 역시 관광도시다운 풍경이었다.

위성 지도로 찾아낸 F호텔에 가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 때도 프라하에 왔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당시 프라하를 여행할 때 무척 다리가 아팠다는 점이다. 엄마와 프라하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프라하를 건성으로 보고가자니 일은 아쉬울 것 같았고, 또 꼭 봐야 한다는 유적지를 소개한 여행 책자 동선대로 움직이자니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위성 지도를 보며 고민을 하던 중 볼거리가 많은 구시가 광장에 호텔을 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동선을 짤 때 인터넷 위성 지도를 이용하면 거리감을 확실히 익힐 수 있어 좋다.

구시가 광장은 블타바 강 오른쪽 구시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11세기에 형성된 이후 오늘날까지 프라하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특히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공화국 몰락 선언, 1968년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혁명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됐을 정도다. 틴 성당, 구시청사, 천문시계, 얀 후스 동상 등 프라하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관광지도 모두 여기에 몰려 있다. 이런 ‘명당’에 머물면 호텔에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명소들을 한 번에 볼 수 있겠다는 계산에 위성 지도를 통해 F호텔을 검색했다.

 프라하를 돌아볼 때는 트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거리의 담배가게, 슈퍼마켓, 정류장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사면 된다.

프라하를 돌아볼 때는 트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거리의 담배가게, 슈퍼마켓, 정류장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사면 된다.

“엄마, 여기 마음에 들지? 방에 앉아서도 관광지가 다 보이잖아. 이따가 야경 보러 나가자!”
“그래, 마음엔 드는데 너무 피곤하네. 너 혼자 다녀와라.”
“왜! 여기서는 꼭 야경을 봐야해!”

프라하에 도착한 첫날, 엄마는 몹시 피곤해했다. 안타깝지만 나 혼자서 호텔을 나섰다. 구시가 광장에서 카를교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을 보려는 사람들로 카를교는 금세 또 북새통을 이뤘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내가 늦으면 엄마가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아서 금방 호텔로 돌아왔다.

관광명소가 밀집한 구역의 한복판에서 잠을 청하는 일이 어딘지 모르게 신기하기도 했다. 호텔의 지리적 장점을 실컷 누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호텔 비용이 특급 호텔과 같다는 점을 빼고는!

작은 돌들이 촘촘히 박힌 길
프라하의 길은 돌길이다. 작은 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돌은 마치 대리석처럼 매끈하다. 프라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이 돌길을 따라 걷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걷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프라하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돌길 걷기를 엄마와는 오래하지 못했다. 프라하에서 가장 먼저 가봐야 하는 곳, 프라하 성에 가던 날도 엄마와 나는 가장 흔한 대중교통인 트램을 이용했다.

“우리 저기서 좀 쉬었다 가자!”
솔직히 프라하는 너무 많이 걸어야 하는 곳이다. 프라하 성 한 곳만을 둘러보려 해도 수십 분을 걸어야 한다. 또 가파른 언덕이 많아 일대를 둘러보려면 쉬엄쉬엄 다니는 것이 좋다. 이렇게 천천히 프라하 성을 전부 구경한 우리는 프라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카페에 앉았다. 프라하 성은 유럽의 여느 성들과 크게 다른 느낌은 아니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은 성이다.

시원한 체코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면서 울긋불긋 단풍이 든 것 같은 프라하 시내를 구경했다. 여러 단체 관광객들이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갔다. 프라하에서는 음악회가 자주 열렸다. 프라하 성 근처에서도 매일 수시로 연주회가 열리는데, 티켓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베드르지히 스메타나 같은 유명 음악가의 조국이기 때문일까. 엄마는 연주회를 보러 가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프라하 성 지구에서는 가지 못했다.

1 프라하는 가파른 길도 상당하다. 지친 엄마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2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천문시계탑에서 여유있게 독사진도 찍었다. 3 항상 북적이는 구시가 광장의 모습.

1 프라하는 가파른 길도 상당하다. 지친 엄마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2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천문시계탑에서 여유있게 독사진도 찍었다. 3 항상 북적이는 구시가 광장의 모습.

맛있는 음식의 천국
프라하는 그야말로 돈만 있으면 여행하는 데 불편할 것이 하나도 없는 곳이다. 말이 잘 안 통한다고 해서 겁낼 것도 없다. 거리에 널린 작은 게스트하우스부터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까지 머물 곳도 많다. 물론 맛있기로 유명한 레스토랑도 상당수다. 미식 전문가를 포함해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세계의 많은 매체들이 극찬하는 명소의 적지 않은 수가 프라하에 있다. 이러한 레스토랑이 모두 체코의 전통 음식을 만드는 곳은 아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만큼 프랑스 요리부터 스페인 요리,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요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길거리 곳곳에서 빵을 튀기고 소시지와 통돼지를 굽는 노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음식들의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서서 먹어야 한다는 게 불편하긴 하다.

유명세를 탄 레스토랑의 정보를 살펴보던 중 눈이 번쩍 뜨였다. 음식 가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라하의 보통 식당의 가격도 여느 도시의 유명 레스토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생맥주를 예로 들면, 체스키크룸로프와 카를로비바리보다 프라하가 두 배 이상 비쌌다. 차라리 프라하의 물가를 먼저 경험하고 시골 여행을 했다면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이곳 물가가 비싸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자, 엄마와 나는 식당에서 각각 한 가지 음식만 주문해 먹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소문난 식당에 다 가보지 못한다니, 흐흑….

체코의 자랑, 마리오네트 인형들. 5 카를교 위에서 금발의 화가에게 엄마와 나는 초상화를 그렸다.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에서 먹은 프라하의 유명 레스토랑의 대표 음식들. 하나같이 훌륭한 맛이었다.

체코의 자랑, 마리오네트 인형들. 5 카를교 위에서 금발의 화가에게 엄마와 나는 초상화를 그렸다.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에서 먹은 프라하의 유명 레스토랑의 대표 음식들. 하나같이 훌륭한 맛이었다.

그러던 중 프라하에서의 셋째 날 점심, 엄마와 나는 제대로 된 프라하의 미식을 경험하게 됐다. 프라하 성 구경을 마치고 점심 먹을 곳을 찾던 우리는 요리사 복장을 하고 사람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는 한 여성을 만났다. 머리에는 프라이팬 모양의 모자를 쓰고, 포크와 스푼으로 재미있는 치장을 한 요리사였다. 그녀가 건네준 팸플릿에는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이 곧 열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프라하의 유명 레스토랑이 대부분 참여하는 페스티벌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그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엄마와 나는 환호하며 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라하 성 아래의 공원으로 향했다.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에 가다
“은주야, 그냥 다른 데 가서 먹자. 엄마는 다리가 아프다.”
“안 돼 엄마. 여긴 꼭 가봐야 해. 프라하의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들이 다 온다잖아!”
“이 많은 사람들이 언제 다 들어간다니!”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은 프라하에서 열리는 축제 중 인기가 무척 좋은 듯했다. 행사 시작 직전에 도착했음에도 줄선 사람들의 수를 보았을 때 어림잡아도 30분은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듯 보였다. 엄마는 무엇 하러 이 고생을 하느냐고 말렸지만,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엄마를 설득했다.

“어머, 왜 이렇게 맛있니?”
정작 입장 후 더 기뻐한 사람은 엄마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3만원 정도의 정액 쿠폰을 구입한 뒤 입장해서 각자 마음에 드는 메뉴로 바꿔 먹으면 된다. 엄마와 나는 입장하자마자 벨기에 홍합 요리, 흰 살 생선스테이크, 메로구이와 볶음우동을 공략했다. 하지만 한 코너에서는 메뉴 선택을 잘못해 생선스테이크보다 비싼 정체불명의 샐러드를 시키기도 했다. 행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공원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사온 음식을 펼쳐놓은 뒤 뷔페처럼 나눠 먹기도 했다.

한 커피 머신 회사에서는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햇볕이 비치는 공원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엄마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가 쿠폰을 사서 배가 부를 때까지 미식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페스티벌에서 먹은 것 중 가장 훌륭했던 음식을 요리한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기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셈을 해보니 한 사람당 10만원 가까이 ‘탕진’했음을 알게 됐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페스티벌에서 실컷 먹은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카를교에서 엄마와 모델이 되다
프라하에서 가장 자주 갔던 곳은 카를교다. 구시가 광장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매일 이 다리를 건너다녔다. 다리를 건너 큰 성당도 구경하고, 체코 크리스털을 포함한 각종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도 구경했다. 다리 아래쪽에 모여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 전문점에서 오빠가 신신당부한 ‘돈 지오반니’의 주인공 마리오네트 인형을 사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마리오네트 인형 때문에 큰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혹 망가질까봐 비행기 화물칸에 실을 수도, 그렇다고 기내 짐칸에 실을 수도 없어서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비즈니스석 옷장에 조심스레 넣어 데려온 귀한 몸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한국으로 모셔왔더니 오빠는 “내가 말한 것보다 한 사이즈 큰 걸 사 오면 어떡해”라고 말해 엄마와 나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카를교에는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들이 상주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부터 그림을 그리는 화가,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려고 나온 작가들까지 다양하다. 엄마는 이 다리를 건너다니면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을 유심히 본 모양이다.

“얼마 달래?”
“20만원!”
“그럼 안 되겠네. 너무 비싸다.”

유로화가 한창 비싼 시기이기도 했지만 흥정을 잘못한 것 같기도 했다. 엄마가 마음에 들어한 금발머리 아주머니 화가도 “절대 할인은 안 된다”라고 했지만 엄마가 돌아서려고 하자 황급히 파격적인 할인 금액을 제시했다. 우리 모녀는 그렇게 카를교 위에서 모델이 됐다. 동시에 그릴 줄 알았더니, 화가는 한 사람씩 그리겠다고 했다. 화가가 엄마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주위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창피해했지만, 모델은 어쩔 수 없이 그 자세를 고수해야만 했다. 별다른 포즈도 없이 그냥 앉아 있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동양인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화가 아주머니는 엄마의 특징을 잘 잡아서 그려주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됐다. 이렇게 엄마와 나의 합성 초상화가 완성이 되었다. 그런데 완성된 그림을 건네주는 화가 아주머니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자기가 봐도 내가 너무 못생기게 그려진 것 같았나 보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대신 엄마를 예쁘게 그렸으니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푸드 페스티벌에서 점찍어둔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정말 여태껏 먹어본 스테이크 중 최고였다. 엄마는 내 의견에 100%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맛있다는 건 인정했다.

이렇게 엄마와 나의 오랜 로망이던 유럽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며칠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으로는 집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강아지 ‘소리’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사실 돈을 많이 쓴 여행이었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만든 건 분명하다. 다음 번 유럽 여행은 스페인 기차 일주를 하자는 엄마와 나의 바람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프라하 성 지구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전경.

프라하 성 지구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전경.

티격태격 모녀의 프라하 3박 4일 따라잡기

숙소 선택
프라하의 관광명소 지역에 숙소 잡기 프라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답게 도처에 다양한 숙소가 마련돼 있다. 티격태격 모녀는 동선의 편리함을 위해 조금 비싸지만 관광명소가 밀집한 구시가 광장에 숙소를 잡았다. 이 때문에 누린 이점은 항상 인파로 붐비는 구시가 광장의 관광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천문시계탑에서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려면 눈치작전을 펼쳐야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내 사진에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티격태격 모녀는 구시가 광장에서 유유자적 아침 산책을 하며 근사한 기념촬영을 할 수 있었다.

맛집 선택
프라하의 맛집 꼼꼼히 조사하기 프라하에는 세계적으로 소문난 유명 레스토랑이 많다. 만약 프라하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러한 맛집에 대한 사전 조사를 꼼꼼히 해서 한 곳에서라도 근사한 식도락을 만끽해보는 것이 좋다. 티격태격 모녀는 프라하 푸드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운 좋게 도착해 여러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맛보고 그중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을 점찍어 이후 근사한 만찬을 즐겼다.

여행의 기술
체코 크리스털 액세서리&마리오네트 인형 쇼핑 여행을 할 때 기념품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그러나 프라하에서 이 고민은 접어두자. 우선 체코 크리스털로 만든 귀고리, 목걸이, 반지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액세서리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품질도 훌륭하다. 체코에 온 기념으로 부담 없이 구입해도 좋을 듯하다. 또 팔과 다리가 실에 매달린 채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도 살 만하다. 체코의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자리 잡아 어느 곳에서든 마리오네트 인형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가게마다 인형의 품질이 다르니 잘 비교해봐야 하며 흥정도 필수다.

*10월호에서는 터키 일주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글&사진 / 정은주(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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