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에서 1박 2일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에서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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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언제나 역사의 현장이었다.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는 참성단이 그랬고, 몽골의 침략에 항전 의지를 불태웠던 고려궁이 그랬으며, 구한말 열강의 입김에 몸서리도 쳤다.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는 강화도에서 1박 2일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알짜 코스를 소개한다.

1Day 나들이 가듯 편하게 다녀오는 길, 강화나들길

말뚝, 리본, 화살표를 따라 가는 나들길
강화나들길은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강화 본섬에 9개 코스, 그 외 교동도와 석모도 등에 5개 코스, 모두 14개 코스가 복원·연결됐다. 이 중에서 1코스에 해당하는 심도역사문화길은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역사 유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구간으로 찾는 이가 많다.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에서 1박 2일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에서 1박 2일

1코스는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전체 거리 18km, 소요 시간 여섯 시간의 만만찮은 코스다. 버스터미널을 지나면 먼발치에 강화의 특산품 인삼을 판매하는 인삼센터가 보인다. 군청, 수협, 우체국이 있는 사거리에서 우체국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면 시장의 번잡스러움이 잦아든다.

읍내에 위치한 고려궁지, 용흥궁, 성공회 강화성당은 강화나들길의 첫 출발점과 같은 곳이다. 저마다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어 그 어느 곳보다 다채로움을 즐길 수 있다. 또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구간마다 설치된 말뚝, 리본, 화살표가 낯선 여행자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정표를 찾지 못할 때는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는 참성단.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는 참성단.

짧은 구간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언덕 높은 곳에 자리한 강화도 성공회 성당 건물은 흔히 볼 수 없는 외관에 낯섦이 먼저 다가온다. 영국인 선교사가 1900년에 세운 건물로 동양의 건축양식과 서양의 종교가 한 몸이 된 곳이다.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백두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니 더 마음이 간다. 성당을 한 바퀴를 돌아보면 불교 사찰 건축양식을 차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찰의 일주문과 천왕문을 연상시키는 외삼문과 내삼문이다. 팔작지붕 옆에는 불교 사찰에 있을 법한 범종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은 로마 건물을 닮았다. 외부 모습이 철저히 현지화된 반면 내부는 나름의 서양기법을 도입했다.

강화8경에 속하는 연미정.

강화8경에 속하는 연미정.

성공회 성당과 이웃한 용흥궁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이곳은 조선 25대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집으로 원래는 초가였으나 1853년(철종4년)에 지금과 같은 집을 짓고 용흥궁이라 부르게 됐다. ‘궁’이란 명칭을 사용했지만 마을 민가에 자리한 탓에 일반 한옥과 구별하기 어렵다.

성당과 초등학교 앞길을 올라가면 고려궁지에 이른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에 맞서 수도를 송도(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뒤 39년간 머물렀다. 현재 고려궁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에는 송도의 궁궐인 만월대와 비슷한 모양을 갖췄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야트막한 뒷산의 이름도 송악산이라 부르는 등 나름 왕궁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왕궁을 축소한 고려궁지.

고려왕궁을 축소한 고려궁지.


지겨운 듯하면 새로운 길이 나오는 나들길

고려궁과 향교를 지나면 ‘은수물’이란 우물이 나오는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은가루를 풀어놓은 듯 은빛을 발한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강화여중·고 뒷산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상쾌한 숲 속을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없지만 솔 향을 맡을 수 있는 구간이라 나름 깊은 산에 들어온 듯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20여 분을 솔 내음에 취해 오솔길을 걷다 보면 강화성 북문에 다다른다.

북문에 안녕을 고하고 길을 재촉해 북장대 높은 곳에 올라서면 시원한 전망을 만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어슴푸레 북한 땅 개풍군을 볼 수도 있단다. 북장대를 정점으로 나들길은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험준한 산길은 아니지만 다소 경사가 있어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강화나들길의 길잡이표.

강화나들길의 길잡이표.

이어 오읍약수를 지나면 아스팔트길을 만나게 되고, 이후 대월초등학교 뒷산과 마을길을 지나 야트막한 능선길을 접하게 된다. 도보 여행자마저 없다면 이곳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과언이 아니다. 다소 외로운 포장길이 이어진다. 단조로운 풍경에 지겨움을 느낄 때쯤 강화8경에 속하는 연미정에 이른다. 군사 지역이라 성곽 근처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성곽에 올라서면 경계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인을 만날 수 있다. 사면이 뻥 뚫려 있어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준비한 도시락이 있다면 이곳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맞은편에 슈퍼마켓이 있어 편리하다.

연미정을 지나 염하(강화해협) 옆 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에 옥계방죽으로 들어선다. 처음엔 낯선 풍경에 신선했지만 어느새 뚝방길이 지겨워진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걸음을 재촉하면 산길로 접어든다. 힘든 구간은 모두 지났지만 아직 종점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먼발치에 강화대교가 보인다면 얼굴에 미소를 머금어도 좋다. 다리 밑을 지나 갑곶성지와 갑곶돈에 이르면 장장 여섯 시간의 강화나들길 1구간을 완주한 것이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도보 여행이 오후 3시경에 끝을 보게 된 것이다. 구간이 힘들다면 연미정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강화읍내로 향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2Day 강화도의 명물 탐험

가족과 함께 오르기 좋은 산, 마니산
강화나들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

강화나들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

마니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세 가지 코스가 있다. 제1코스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마니산 관광지 입구에서 시작해 참성로를 거쳐 참성단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코스다. 제2코스는 마니산 관광지 입구를 시작으로 단군로, 참성단, 정상, 정수사, 사기리로 하산하는 3시간 20분이 소요되는 종주 코스다.

함허동천 시범야영장을 들머리로 할 경우 3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제1코스에 비해 길이 험하고 암릉 구간이 많아 초보자나 어린이가 등산하기엔 다소 위험하다. 온 가족이 함께 등산을 즐기고 싶다면 제1코스를 추천한다. 등산할 때는 1코스를, 하산할 때는 단군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성로는 돌계단이 많아 내려오는 길에 자칫 무릎을 상하기 쉽다. 또 단군로 구간은 서해를 조망하며 능선길을 따라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전망이 탁월하다.

마니산은 468m의 낮은 산이지만 섬에 자리한 덕에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용의 척추 뼈처럼 암릉이 구불구불하게 용트림을 하고 있어 짙은 수목과 암릉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등산이 싫다면 매표소를 지나서 있는 푸른 잔디마당에서 소풍을 즐겨도 좋다. 넉넉한 공간에 데크까지 마련돼 여유롭게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다. 개울로 내려가면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발을 담그고 물장난 정도는 칠 수도 있다. 문의 032-930-7068

북한 땅이 손에 잡힐 것 같은 평화전망대
장화리 낙조는 강화도의 참멋을 보여준다.

장화리 낙조는 강화도의 참멋을 보여준다.

평화전망대는 강화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서게 된다. 주차장을 지나 높은 언덕에 올라서면 전망대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망대에 들어서면 소리 없이 흐르는 한강이 보이고, 그 너머 북한의 마을이 거짓말처럼 내려다보인다. 봄가을 농번기에는 모내기를 하거나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엄마, 나 북한 사람 봤어요” 하며 호들갑을 떤다. 운이 좋았다.

초지진 성곽에 올라서면 초지대교가 보인다.

초지진 성곽에 올라서면 초지대교가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원경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1층 통일염원소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탐방객들의 깨알 같은 글씨가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소원나무를 자라게 했다. 야외에는 장갑차 두 대가 전시돼 있으며,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 선생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버튼을 누르면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32-930-7062

전통을 이어가는 화문석문화관
어릴 때 시골집에 가면 대청마루에는 으레 왕골자리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취를 감추더니 이제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생활문화재 취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 곁을 떠난 왕골, 화문석이 강화군 송해면 양오리 화문석문화관에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2005년 11월에 개관한 화문석문화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화문석은 물론 왕골공예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다양한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생활 공예품부터 고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화문석의 세계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전시공간이 될 것이다. 또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왕골을 이용한 목걸이, 휴대전화 고리 등 왕골 공예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문의 032-930-7060

이색적인 외관의 성공회 강화성당. 마니산을 오르는 길에 작은 개울을 만날 수 있다.

이색적인 외관의 성공회 강화성당. 마니산을 오르는 길에 작은 개울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의 맛있는 음식

비빔국수집은 국수만 50년을 팔았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지금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간편하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국수는 여행길에 지치고 허기진 배를 순식간에 든든하게 채워준다. 비빔국수를 먹다가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을 흥건하게 부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문의 032-933-7337(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490)

강화도 별미 젓국갈비. 순무로 담근김치도 인기다. 화문석문화관에 전시된 공예품.

강화도 별미 젓국갈비. 순무로 담근김치도 인기다. 화문석문화관에 전시된 공예품.

신아리랑식당에 가면 젓국갈비라는 다소 생소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각종 채소와 돼지갈비를 넣은 전골인데, 새우젓으로 국물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고려 중종 때부터 내려오는 강화 전통 음식으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 고기는 부드럽지 않고 질기다. 문의 032-933-2005(강화군 강화읍 신문리 105)

강화도 순무김치는 강화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마니산 등 관광지는 물론 강화도 어디를 가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봄철에 담근 김치가 가장 맛있다. 순무김치와 잘 어울리는 강화도 속노랑고구마는 맛이 달고 호박 맛이 나는 게 특징. 순무김치처럼 강화도 어디에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막해변의 풍경.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막해변의 풍경.

강화나들길 가이드
출발지
강화버스터미널 관광안내소
도착지 갑곶돈대 관광안내소(완주도장 받는 곳)
편의시설(화장실과 휴식공간) 용흥궁공원, 고려궁지, 오읍약수터, 연미정, 갑곶돈대
문의 강화군 문화관광홈페이지(tour.ganghwa.incheon.kr), 강화나들길 인터넷 카페(cafe.daum.net/vita-walk)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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