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와 인제는 겨울이라서 즐겁다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강원도 양구와 인제는 겨울이라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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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와 양구는 최북단 철책선 아래에 나란히 등을 맞댄 곳이다. 3월이면 남녘땅에는 봄바람이 살랑이고 꽃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하지만 이곳은 그때가 되어도 심심찮게 눈을 볼 수가 있다. 두껍게 꽁꽁 언 두타연에서 얼음을 지치고, 양구 지게마을은 지게놀이에 정신이 빠진다. 인제의 황태 덕장에서는 고추장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 훌륭한 밥상이 차려진다.

겨울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십이선녀탕.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암벽등반 체험을 할 수 있다.

겨울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십이선녀탕.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암벽등반 체험을 할 수 있다.

손때 묻지 않은 곳, 두타연은 얼음나라
그동안 양구는 소외됐다. 6·25 한국전쟁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은 군인이 전부였을 정도로 발길이 끊긴 곳이다. 어쩌면 그 덕에 시간이란 치료제가 양구의 자연을 원시에 가까울 정도로 잘 보존해두었는지 모른다. 인간의 무관심이 자연 생태에는 최고의 보약과 같음을 깨닫게 된다. 손때가 묻지 않아 조금은 억세고 투박한 환경이지만 그 나름의 멋이 이곳을 찾는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평화의 댐이 완공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베일에 감춰진 두타연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이 바위틈 사이로 조금씩 모여들어 10m가 넘는 폭포를 이뤘다. 그 맑은 물은 고스란히 넓은 소(沼)에 담겨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앙상한 겨울 풍경이 폭포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출입 통제 표지판과 무시무시한 지뢰주의 팻말을 지나야 한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선 아이는 지뢰가 뭐냐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엄마의 설명이 끝날 때쯤 두타연에 도착한다. 꽁꽁 언 얼음을 보고 엄마는 얼음지치기를 시작한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꼬마 아가씨는 “나도나도” 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두타연 탐방길에는 전쟁 때 사용하던 탱크와 각종 전쟁의 잔여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새총 체험 등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즐긴다. 무엇보다 이곳이 비무장지대(DMZ)라서 안보 여행으로도 좋겠다.

마을 이름도 재미있는 팔랑리의 ‘양구돌산령지게놀이’
‘팔랑리’라는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조선시대 함경도에 살던 이학장이란 도사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양구 동북방 도솔산 남쪽에 있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이학장은 부인의 유방이 4개가 달려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곧 네쌍둥이를 낳았고, 몇 년 뒤 또 네쌍둥이를 출산했다. 여덟 자식은 훌륭하게 자라 높은 벼슬까지 하게 됐다. 이후 이 마을을 팔랑리(八郞里)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양구와 인제는 첩첩산중 DMZ 지대에 있다.

양구와 인제는 첩첩산중 DMZ 지대에 있다.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두 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전통놀이가 잘 보존되어 있는 팔랑리는 ‘양구돌산령지게놀이’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전통 운반 수단인 지게를 이용한 민속놀이로 지게걸음싸움과 상여놀이가 있다. 여행객이 많을 경우 체험이 가능하도록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게걸음싸움은 지게의 두 다리 위에 올라가 지게 머리를 잡고 걸어가 상대를 쓰러뜨리는 놀이다. 상여놀이는 편을 갈라 지게를 서로 묶어 상여를 만들어 메고 구성진 상여 소리를 부르며 상대의 상여를 밀어 쓰러뜨리면 이기는 놀이다. 승부가 나면 패자가 승자의 지게를 운반해야 하는 벌칙이 있다. 지게걸음싸움이 개인전이라면, 상여놀이는 단체전이다.

팔랑리마을에서는 곰취찐빵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나물인 곰취를 넣어 만든 찐빵은 다른 찐빵에 비해 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25개들이 한 상자에 1만원에 판매한다. 집에서는 전자레인지에 3분, 찜기에 7분간 데워 먹으면 맛있다고. 체험은 주말에 가능하며 사전에 체험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문의 예닮식품 033-481-8989

명품 황태의 고장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
겨울 인제 여행은 황태가 책임진다. 맛은 기본이고 덕장 가득 널어놓은 황태는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르다. 고추장만 있다면 그냥 그 자리에서 한 마리는 뚝딱 할 것 같다.

<B>1</B> 꽁꽁 얼어붙은 두타연 폭포. <B>2</B> 아이에게는 흔들다리를 건너는 경험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B>3</B> 겨울 강원도 여행의 즐거움은 얼음 위에서 맘껏 놀 수 있다는 것. <B>4</B> 두타연 트레킹 중에 자주 만나게 되는 지뢰 표시.

1 꽁꽁 얼어붙은 두타연 폭포. 2 아이에게는 흔들다리를 건너는 경험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3 겨울 강원도 여행의 즐거움은 얼음 위에서 맘껏 놀 수 있다는 것. 4 두타연 트레킹 중에 자주 만나게 되는 지뢰 표시.

명태를 손질한 뒤 덕에 걸어 12월부터 4월까지 낮은 기온과 햇볕 그리고 바람을 이용해 얼리고 말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면 비로소 누르스름한 황태가 만들어진다. 껍질을 벗겨내면 누런 속살이 나오는데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황태는 숙취 해소는 물론 간 해독, 체내 노폐물 제거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로 유명한 곳은 용대리 황태마을이다. 이곳은 워낙 바람이 많고 일교차가 크다 보니 타지에서 말린 황태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 우리나라 황태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덕장의 규모도 크다. 매년 5월이면 용대3리 삼거리 일원에서 ‘용대리 황태축제’가 개최된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 황태도 구입하고 다채로운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축제가 기다려질 법하다.

정필황태 덕장에서 황태를 널고 있던 최혁순 공장장은 좋은 황태의 조건으로 “겉은 검은빛을 띠며 속은 노릇노릇하게 황색이 돌고 물에 담가봐서 잘 풀어지지 않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이처럼 좋은 황태를 사용해 요리하면 더욱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두툼하며 구수한 맛이 강하다.

황태 요리는 전문점에서 맛봐야
용대리는 황태가 생산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용대리는 황태가 생산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용대3리 삼거리를 중심으로 황태 요리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저마다 독특한 손맛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손님 맞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식당들 중에서 제대로 된 전문점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첫 번째는 덕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을 고르는 것이 좋다. 한우 전문점으로 말하자면 정육식당이나, 농장에서 운영하는 고깃집과 같은 셈이다. 두 번째는 테이블 회전이 빠른 집이 좋다. 아무래도 묵은 반찬을 내놓을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음식 맛이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10인 10색 입맛이 다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조건에 적합한 곳으로 ‘황태정’을 추천한다.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밑반찬은 고성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창바위 식당’에서 공수한다. 워낙 손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까지 창바위 식당을 한 번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 손맛을 이어받은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 황태정이다.

“아직 어머니 손맛을 못 따라가요. 그래서 산나물은 어머니 식당에서 받아 쓰고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젓가락이 산나물로 향했다. 맛이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게 한두 해 정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식당을 운영한 노하우를 물려받아서일까. 아들이 운영하는 황태정의 맛도 예사롭지 않다. 황태국은 곰탕보다 더 뽀얗고 진하다. 흔히 먹어본 국물과는 차원이 다르니 비교 불가다. 황태구이는 두툼한 살집이 먼저 마음을 빼앗는다. 그리고 속살까지 양념이 잘 스며들어 황태 육질이 입에 착 감긴다. 정갈한 산나물까지 함께하니 웰빙 밥상, 몸에 착한 밥상에 입도 몸도 즐겁다.

겨울 대표 스포츠 빙벽 타기
용대전망대에 올라가면 냇가를 사이에 두고 삼각형으로 솟은 큰 바위산이 보인다. 100m 높이의 매바위다. 다리 쪽에서 올려다보면 매의 모습을 닮았다. 겨울에는 빙벽으로, 그 외의 계절에는 암벽 타기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다. 빙벽 타기 코스로 각광받는 이유는 용대삼거리의 거센 바람이 한몫을 한다. 정상까지 인공으로 물을 끌어올려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부으면 겨울에는 그 물줄기가 꽁꽁 얼어붙어 빙벽을 이룬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빙벽 마니아들은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외줄에 의지한 채 빙벽을 오른다. 초보자들도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직접 암벽등반 체험을 할 수 있다. 초보자도 암벽 타기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고정된 케이블, 발판, 사다리 등으로 구성된 산악 루트가 있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깎아지르는 암벽에 외줄을 의지한 채 동동 매달리는 기분. 아마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아닐까. 겁이 많다면 바위 아래에서 구경만 해도 짜릿한 쾌감을 조금은 맛볼 수 있다. 우람한 덩치의 매바위에 마치 개미처럼 매달린 인간의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내설악의 고운 자태를 품은 십이선녀탕
인제군 역시 양구군처럼 DMZ라는 독특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 비해 사람의 발길이 드문 겨울에는 자연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십이선녀탕의 경우 아름다운 풍광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용대삼거리에서 십이선녀탕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도착한다. 내설악 깊은 곳에서 얼음을 가득 짊어진 채 조용히 물을 흘려보내는 모습이 순백의 얼음만큼이나 고귀해 보인다.

<B>1</B> 용대리 황태마을에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B>2</B> 속살까지 맛있게 양념이 밴 황태구이. <B>3</B> 곰취찐빵 만들기 체험에 여념이 없는 아이.

1 용대리 황태마을에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 속살까지 맛있게 양념이 밴 황태구이. 3 곰취찐빵 만들기 체험에 여념이 없는 아이.

“엄마, 우리나라에는 선녀탕이 왜 이렇게 많아? 선녀탕에는 찬물만 나오나봐. 선녀는 참 춥겠다.”
인간 세상이 고요히 잠든 늦은 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깊은 소(沼)에 담겨 있다. 그런데 탕이 12개라 십이선녀탕이라고 부른다지만 실제로는 8개뿐이다. 그럼 팔선녀탕이라고 개명해야 하지 않나, 하고 아이 같은 생각을 해본다. 여덟 개 탕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폭포 아래 복숭아 모양의 깊은 구멍이 있는 일곱 번째 복숭아탕이다. 예로부터 복숭아는 천상의 과일이라 했다. 선녀가 목욕하는 곳이니 당연히 복숭아탕이 최고가 아닐까. 소복이 내린 눈과 얼음을 비집고 낙하하는 폭포의 모습이 겨울 계곡이 빚어내는 절정의 아름다움인 듯하다.

여행 정보
●두타연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있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방문 전 출입 신청은 필수다. 사전 부대 승인이 필요하므로 방문 하루 전 오후 1시까지 양구군 홈페이지(www.ygtour.kr) 두타연관광출입신청란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
●팔랑리마을 양구군 동면 팔랑리
문의 033-481-5132
●숙박 팔랑리마을에서 ‘샘터펜션’을 운영한다. 8평형부터 복층인 15평형까지 다양하다.
문의 017-481-0417, 010-7499-0309,
www.palrang.co.kr
●용대리 황태마을 인제군 북면 용대리 339-5
문의 033-462-4808
●맛집 황태정은 황태 덕장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이다. 황태구이정식(1만원), 산채정식(1만2천원). 인제군 북면 366-4 문의 033-462-8888
●암벽등반 체험 용대리 매바위는 인공폭포와 더불어 약 98m 높이에 초급자와 중상급자 코스로 이뤄져 있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182
문의 아이언웨이 033-462-0035, 010-6372-0161,
http://ironway.co.kr
●십이선녀탕 인제군 북면 국립용대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문의 033-462-2554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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