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구와우 마을, ‘아홉 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다’는 이곳은 여름이 되면 온통 노란 세상이 된다. 백두대간 8부 능선쯤인 해발 850m,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해바라기밭을 품고 있는 곳이다. 해마다 8월이 되면 백만 송이 해바라기들이 6만 평에 달하는 평원을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9월 초까지 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날씨에 따라 꽃이 지는 시기에는 조금 차이가 있기도 하다. 하늘과 맞닿은 눈부신 해바라기 바다. 마법 같은 풍경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며 이제는 꽤 유명한 태백의 명소가 됐다.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하늘하늘 코스모스들이 안내하는 진입로를 지나 해바라기밭 초입에 들어서니 드디어 눈앞에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다. 그런데 어째 해바라기들이 사람을 마중하는 자세가 영 낯설다. 하나같이 해를 등지고 뒤돌아 서 있다. 해바라기의 일편단심이 이렇게 전해질 줄이야. 임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는 지조 높은 여인네들 같다. ‘언제쯤 저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매년 해바라기가 절정을 이루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구와우 마을의 축제 기간이다. 올해는 ‘1백만 송이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꽃밭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회와 야외 조각 작품전, 앙상블 공연과 작은 음악회 등 문화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해바라기 효소 담그기, 동물 먹이 주기, 원두막 체험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돼 아이와 함께 찾은 이들도 많다.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해바라기밭 입구에서 전망대를 향해 걷다 보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샛길을 만나게 된다. 생태 탐방로인 잣나무 숲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30여 년 전 화전민을 이주시킨 후 잣나무와 잎갈나무 등을 심었는데, 어느덧 나무들이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코스모스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크기는 작지만 해바라기와 꼭 닮은 녀석들이 눈길을 끈다. 노란 꽃잎을 야무지게 피워낸 루드베키아 군락이다. 완만한 능선에 서서 해바라기밭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구불구불 춤을 추는 산자락들과 수평선처럼 펼쳐지는 노란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숲에 들어서니 태양 아래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순식간에 사그라진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와 싱그러운 바람,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와 조용히 흔들리는 작은 들꽃들, 방금 전까지 시선을 빼앗겼던 노란 들판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더없이 싱그러운 숲 속의 여름이 무르익어간다.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구와우 마을에서 나와 차로 15분여를 달리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 다다른다. 총 514km에 이르는 한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서해 바다에서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고자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곳에 자리를 틀었는데,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자국이 굽이치는 계곡이 됐다고 한다.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차가운 지하수가 사시사철 흐르고 주위의 암반에는 물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입구에서 검룡소까지는 0.9km, 계곡물이 뿜어내는 차가운 기운 속에 때묻지 않은 천연의 자연을 감상하며 왕복 2km의 완만한 산길을 걷노라면 더위도 고민도 씻은 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푸른 하늘 아래 맞닿은 노란 세상 ‘태백 해바라기 마을’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