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신비로운 미소의 나라

세상의 모든 행복

태국-신비로운 미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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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 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만큼은 어디든 같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태국-신비로운 미소의 나라

[세상의 모든 행복]태국-신비로운 미소의 나라

10月 행복의 나라: 태국
울창한 산림과 푸른 계곡, 눈부시게 황홀한 천혜의 섬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원부터 역동성으로 가득한 방콕의 카오산 로드까지.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30년 가까이 국내외 취재 현장을 두루 누벼온 김인영 KBS 해설위원.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태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태국인들의 여유로움에 흠뻑 빠진 그에게 이 나라의 행복에 대해 물었다. 10월, 행복의 나라는 태국이다.

Bliss of Thai 1 1천 가지 미소
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눈만 마주쳐도 미소를 짓는 태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오죽하면 ‘태국에는 1천 가지 미소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까. 보는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하는 이들의 미소에는 특유의 느긋한 안온함, 긴장을 풀어주는 순진함이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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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태국 사람들이 만만합니다. 이들을 우습게 여겨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작고 까무잡잡한 이들이 주는 친근함에서 오는 만만함이라고나 할까요? 거기다 남녀노소 누구나 잘 웃습니다. 그리고 웃는 만큼 친절합니다.”

태국인들의 미소는 습관에 가깝다. 기쁜 일뿐 아니라 반대의 상황에서도 이들은 미소로 일관한다. 때문에 외국인들의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화를 내는데도 계속 웃는 태국인을 보고 더욱 부아가 나서 큰 소리를 냈다는 일화가 비일비재하다. 낯선 이들에게도 잘 웃어주는 태국 여성들을 보고 자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외국인들의 고백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 유명 인류고고학자는 태국인의 미소를 12가지 경우의 수로 분류하기도 했답니다. 행복의 미소, 친절의 미소, 존경의 미소, 슬픔의 미소, 승리의 미소, 억지의 미소 외에도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웃어준다’라는 의미의 건성의 미소, 마음속에 무언가를 감춰두고 짓는 사악한 미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뭐’ 하는 포기의 미소, ‘거봐, 내가 그렇게 말 했잖아’ 하는 놀림의 미소, ‘지금은 갚을 돈이 없어요’를 대신하는 미안함의 미소, ‘네 뜻대로 잘 안 될걸’이라는 뜻을 가진 반대의 미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소가 끊이질 않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혹자는 관광을 주 수입원으로 하다 보니 자연히 웃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또 역사적으로 서민들이 약육강식의 생존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웃음이 체질화됐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교의 정신세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자족하며 살다 보니 가난하거나 낮은 사회적 신분 등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먹을거리와 열대 기후도 낙천적인 인생관을 형성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하나, 태국인들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습니다. 소리를 치거나 빨리빨리 하라고 서두르는 것을 가장 싫어하죠. 그래서인지 태국에 살면서 생존 경쟁의 각박함과 살벌함을 잊고,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한 평화로움과 넉넉함에 젖어들곤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반해 살벌한 대도시 전쟁터를 탈출해 태국에서 사는 서양인들도 많았고요.”

Bliss of Thai 2 미식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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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먹을거리가 풍부한 나라다. 1년에 4모작을 하다 보니 육지에는 쌀이 넘쳐나고 에메랄드빛 바다에는 해산물이 가득하다. 1년 내내 태양볕이 쏟아져 달콤한 열대 과일들도 다채롭다. 자연스럽게 미식(美食) 문화까지 발달했다.

“갖은 종류의 쌀국수부터 볶음밥, 해물 요리, 톰얌쿵에 이르기까지 값싸고 맛있는 요리를 가족 혹은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행복이 일상화된 나라가 바로 태국입니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화목을 중시하는 태국인들에게 외식은 일상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더운 날씨 탓에 집에서는 요리를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거리 음식점 중에서도 수준급의 맛을 자랑하는 곳이 많답니다.”

대표 요리 중 하나인 톰양쿵은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는 음식이다. 새우와 해산물에 특유의 시고 매운맛이 나는 국물을 신선로처럼 끓여 먹는데, 세계 4대 수프에 오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했다. 사스가 한창 동남아에서 창궐할 때 태국이 안전지대로 남아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음식 덕분이라고 한다.

“현지인들은 몸이 으스스하고 몸살 기운이 있을 때 톰양쿵을 먹고 충분히 자고 나면 낫는다고 믿습니다. 시고 매운맛이 강한 것은 레몬그래스와 라임, 고추를 넣기 때문인데 여기에 ‘갈랑갈’이라는 생강과 비슷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태국에서 지내는 동안 중독성 있는 이 맛에 한참 동안 빠져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떠오르곤 합니다.”

태국인들은 음식 문화에 갖는 자부심도 센 편이다. 관광 대국답게 자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려는 열정 역시 뜨거운데, 일찌감치 정부의 주도 아래 태국을 전 세계의 주방으로 만든다는 ‘Kitchen of the World’ 사업이 추진돼왔다고 한다.

“태국 음식 중에 첫 맛이 고약해 기호에 따라서는 질색하는 나물이 바로 고수입니다. 태국어로는 ‘팍치’라고 하는 향토 음식인데요. 피를 맑게 해 몸에 이롭다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모기들이 덤벼들지 못하게 하는 나물로 유명합니다(웃음).”

Bliss of Thai 3 축복을 기원하는 송크란
전통 설날에 해당하는 ‘송크란(Songkran)’은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이는 태국에서 가장 성대하고 중요한 날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이동’, ‘장소 변경’을 뜻하며, 이날 태양의 위치가 바뀐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1940년 태양력을 도입하면서 1월 1일을 설날로 지정, 현재는 명절보다는 축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찰에 공물 바치기를 비롯해 집 안 대청소, 가장행렬, 미인 선발대회 등 각 지역 특색에 맞춰 진행되며 전 세계에서 모이는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이 되기도 한다. 낯선 이들과 웃으며 즐기는 시간을 통해 느끼는 행복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송크란의 하이라이트는 물 뿌리기 행사입니다. 아는 사이건 모르는 사이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이에게 무조건 다가가서 무차별 물 공격을 합니다. 트럭 뒷자리에 물 항아리를 싣고 다니며 행인들에 바가지로 마구 퍼붓기도 합니다.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물벼락’이겠지만 요즘엔 워낙 유명해져 일부러 송크란을 즐기러 오는 외국인들도 많답니다. 물 뿌리기는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부처의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 불상을 청소하는 행위에서 유래됐는데, 정화의식을 통해 죄를 깨끗이 씻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매년 4월 15일경에 열리는 송크란은 공식적으로는 닷새 정도의 연휴가 이어지지만 대다수의 태국인들은 2주 가까이 축제를 즐기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고향으로의 대이동이 시작되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음악과 함께 춤이 빠지지 않는다.

“태국인들은 술을 마실 때 천천히 마시며 밤을 새곤 합니다. 발동이 걸리면 끝장을 보는 것입니다. 태국인을 고용하는 현지 한국 업체 관계자라면 이런 태국인들의 ‘끝장 회식 문화’로 적잖은 고충을 겪었을 겁니다(웃음). 그래서 회식을 할 땐 꼭 적절한 타이밍에 절제하고 끝내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곤 합니다.”

Bliss of Thai 4 미스터리 불구슬
행복은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통해서도 실현된다. 북동부의 소도시 농카이는 태국 특유의 정취가 있어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평소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지만 매년 10월이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로 메콩 강의 미스터리한 현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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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어둠이 깔리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메콩 강 깊은 곳에서 하늘로 불그스름한 둥근 불덩이가 치솟아 오릅니다. 강 전역 이곳저곳에서 시차를 두고 등장하는 이 불구슬은 순식간에 허공에 떠 있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지죠. 적게는 2백 개에서 많게는 1천여 개까지 여간 장관이 아닙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메콩 강의 수호신인 ‘나가’라는 용이 물속에서 불구슬을 뿜어 올리는 것이라는 전설을 믿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다만 특유의 지형과 강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메탄가스에 따른 현상일 것이란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이들이 쓰는 돈만 해도 15억원 정도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불구슬에 대한 분석이 실패할수록 이 지역 사람들은 더욱 행복해하는 듯해요. 아마 메콩 강의 불구슬이 영원히 해답을 못 찾는 수수께끼로 남아 마을의 번영이 유지되길 염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Bliss of Thai 5 시원하게 뱃길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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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거리나 스트레스가 없는 일상,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방콕은 교통지옥으로 악명이 높다. 때문에 많은 태국인들은 출퇴근 시간 뱃길을 이용한다. 고층의 아파트와 빌딩 사이를 가르는 물길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노라면 물의 도시 방콕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속 60km. 신호등도 없다. 러시아워 때 자동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도 40~50분이면 충분하다.

“나무로 만든 길쭉한 배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모습입니다. 먼저 내리는 사람이 배 의자를 발로 딛고 입구로 나가고, 발자국이 난 의자에 또 다른 사람이 앉는 식인데도 아무도 개의치 않죠. 점잖은 넥타이를 맨 신사나 도도한 미녀들도 선착장에만 들어서면 품위와 거리가 멀어집니다. 하지만 모두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친근했습니다.”

방콕의 중심부를 따라 2개의 노선으로 총 25km나 이어진 수로. 중간중간 35곳에 선착장이 있다. 뱃삯은 한국 돈으로 7백원 정도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 위. 배를 타고 강 건너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배에서 내려 뭍으로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시각, 반대로 배 위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강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수상 은행 직원들이다. 배 안에는 돈을 세는 기계나 단말기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기본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다.

태국 특파원 시절, 여유로운 현지인들의 매력에 빠져버린 김인영 KBS 해설위원.

태국 특파원 시절, 여유로운 현지인들의 매력에 빠져버린 김인영 KBS 해설위원.

“강바람을 타고 거슬러 올라 수상가옥들이 밀집한 곳을 지나노라면 오랜 단골 고객들이 반가운 웃음으로 이들을 맞이합니다. 배를 세우고 은행 직원이 장대 끝에 달린 바구니를 수상 가옥 위로 내밀면 고객은 입금할 돈이나 공과금 명세서 등을 집어넣지요. 그것으로 은행 거래는 끝입니다. 바구니가 오가는 동안 간단한 안부 인사나 궁금한 소식들을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옛날 우리나라 시골 집배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에는 일반 은행 지점들이 늘어나면서 고객들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4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상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수상 은행 측은 아무리 고객 수가 줄어도 향후 50년간 은행을 유지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마도 그 언젠가 세계 유일이라는 명성이 더해져 이곳의 명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제공 / 주한태국대사관, 태국관광청 ■참고 서적 / 「누워서 가는 태국 여행」(김인영 저, 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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